524화 인족봉의 변화
인족봉 산 아래.
많은 요수 제자들은 이미 와 있고 말소리로 북적거렸다.
"이게 뭐야? 인족봉을 왜 호산진법으로 막아놨어?"
"흥! 인족봉에서 억지를 부린다면 나는 목숨 걸고 싸울 거다!"
"하하, 그럴 수는 없어. 고작 진남이 용제원에서 우리와 맞설 리 없잖아?"
"……."
요수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댈 때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현월이었다.
"어? 현월? 저자가 왜 왔지?"
"허허, 당당한 소일천랑의 소주가 진남의 탈것이 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
"그러니까. 우리 요족의 수치야!"
"……."
여러 요족 제자들은 싫은 표정을 지었다.
용제원의 요수들은 천급 일품 이상의 무혼을 가진 자들이라 자부심이 강했다.
현월은 자신을 욕하는 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는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말했다.
"너희들이 인족봉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선포하겠다. 이번에 인족봉은 개조를 통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난번 수련대전에서 수련하던 자들은 열흘 더 머무를 수 있다. 대신 새로 온 자들부터는 세 배로 오른 가격을 받겠다. 그리고 시간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현월의 말은 마치 청천벽력 같았다.
요족 제자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가격은 세 배 오르고 시간은 반으로 줄었다고?'
'진남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무리 짙은 도원지기가 있다고 해도 그 정도 가격을 받는다니!'
침묵이 한참 흐른 뒤, 제자들은 정신을 차렸다.
"하하하!"
"현월, 장난치는 거지? 가격이 세 배로 오르고 시간이 반으로 줄어?"
"허허, 남은 시간을 다 사용하면 다시 인족보에 오나 봐라!"
"정말 낯짝이 두껍구나!"
대부분은 비웃었고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일부 요족 제자들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욕을 했다.
현월은 욕을 들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굳이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곧 호산대진을 거둘 것이니 채 수련을 마치지 못한 제자들은 신분을 밝히고 안으로 들어가거라."
현월의 말이 끝나자 인족봉을 감싸고 있던 흰 안개가 서서히 사라졌다.
요족 제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남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얼른 다가가 등록했다.
이때, 흰 안개가 다 걷히고 제자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모든 제자는 충격을 받았다.
웅장한 인족봉에 오색찬란한 빛이 떠다녔다.
생기발랄한 요조들이 하늘에서 날아다니고 산허리에는 몇십 장이나 되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셀 수 없을 정도의 기화(奇花)와 이초(異草)가 영기를 뿜으며 활짝 피어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산 정상에 있는 도원정석은 기운이 더 강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요족 제자들은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들 눈앞에 있는 산봉우리는 마치 선산 같았다.
"이게 대체……."
제자들은 얼떨떨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인족봉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고작 한 달이 지났는데 인족봉에 이렇게 커다란 변화가 생기다니?'
'믿을 수 없다!'
인족봉의 호산대진이 사라질 때 다른 봉우리의 일부 장로들과 숨은 자들은 인족봉을 신념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도 인족봉의 새로운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족봉의 변화는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용제원을 들끓게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인족봉은 변화가 왜 이렇게 커?"
"순수한 힘이 끊이지 않고 있어. 우리 봉우리의 사계 용맥보다 더 강해!"
"진남은 대체 무슨 수단을 사용한 걸까?"
"믿을 수 없어! 고작 한 달 만에 이렇게 발전할 수가 있다니?"
"……."
다른 봉우리의 장로들도 놀라서 신념으로 알아보았다.
일부 장로들은 인족봉으로 날아와서 동술로 알아보려고 했다.
순식간에 인족봉은 다시 용제원의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많은 장로들은 감탄하면서 진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용제원에 이례적으로 들어온 것도 그럴 만한 것도 같았다.
물론 표정이 어두워진 장로들도 있었다.
소일천랑족의 장로와 화씨 성을 가진 장로였다.
모든 일은 진남이 예상한 대로였다.
인족봉의 수련대전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지난번에 채 수련하지 못하고 나갔던 제자들은 흥분했다.
경지가 낮은 일부 장로들도 수련대전으로 와서 수련했다.
심지어 한 장로는 제정 삼천 개를 지불하고 삼 개월 동안 폐관 수련을 하기로 했다.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제자들은 자리가 없어서 현월에게 거절을 당했다.
현월을 비웃었던 제자들은 그가 가장 화려한 대전으로 들어가자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이 정도의 대가라면 진남의 탈것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 * *
산 정상.
"하하하. 우리 인족봉이 이제 크게 출세했구나!"
육령용맥은 얼굴이 상기되어 말했다.
"고작 두 시진이 지났는데 방이 모두 나가고 제정 만 삼천 개를 얻었다. 게다가 일부 장로들은 미리 제정을 내고 자리를 예약했으니 다하면 삼만 개나 되는구나!"
"삼만 개?"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적지 않은 숫자였다.
제술을 팔 때도 이렇게 많은 제정을 얻지 못했다.
이번 계획은 완벽했다.
동시에 진남은 저도 몰래 욕심이 났다.
'진산신주를 최대로 활용해서 여러 봉우리의 용맥을 다 흡수하고 인족봉을 개조해 용제원 제일 수련성지로 만든다면 제정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아니다, 그만 만족하자. 이 정도로 충분해."
진남은 고개를 흔들며 욕심을 버렸다.
만일 진남이 그렇게 한다면 용제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짓이었다.
그러면 용제도 그를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선배님, 저는 유영루로 가서 경험을 쌓으려고 합니다."
진남은 제정을 받아 들고 말했다.
"그동안 인족봉은 선배님께서 돌봐주십시오."
진남은 잘 알고 있었다.
인족봉의 수련대전이 인기가 넘치고 돈이 쌓이면 숨어서 노리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었다.
대놓고 공격하지 못해도 숨어서 수단을 쓸 수 있었다.
"좋다, 그렇게 하거라."
육령용맥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도원정석 안으로 들어와 제정을 전부 꺼냈다.
"무혼을 진급하자!"
진남의 두 눈은 이글거렸다.
전신의 혼을 천급 삼품으로 진급할 수 있다면, 다른 천급 삼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들은 그를 만나면 전력이 대폭 하락할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의 특징은 동급 무혼을 진압하고 굴복시킬 수 있었다.
무혼의 도움이 없으면 다른 무인들의 전력은 절반 넘게 사라진다.
진남은 제정을 꺼내 빠르게 삼켰다.
천 개!
오천 개!
만 개!
진남이 이만 팔천 개를 삼켰을 때 전에 모였던 것들과 합쳐져 스무 개의 홍몽지기가 생겼다.
진남의 등 뒤에 있던 전신의 혼은 웅 소리를 내며 세 개의 붉은 빛을 이루고 엄청난 위압을 풍겼다.
도원정석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 드디어 천급 삼품이 되었다. 한데, 이대로 가면 사품, 오품으로 진급할 때 필요한 제정은 양을 도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구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 삼 만개의 제정을 벌어들인 것은 진남의 예상을 벗어났다.
하지만 삼만 개도 쉽게 번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장로들의 예약금이었다.
즉, 앞으로 한동안 인족봉은 진남에게 수익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진남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무혼도 진급했고 경지도 높아졌으니 이제 떠나자. 하지만 유영루에 가기 전에 임무전에 들려야겠어. 유영루 근처의 임무를 받아서 제정을 조금이라도 벌어야지."
진남은 붉은빛으로 변해 허공을 뚫고 날아갔다.
진남이 떠난 후, 도원정석 안에 있던 여덟 구의 해골 중 하나의 텅 빈 두 눈에 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 * *
같은 시각, 용제원 넷째 봉우리의 옛 정원.
"허허, 흥미롭구나. 인족봉을 개조했어? 이건 보통 수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화지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지난번에는 도원정석을 옮기더니 이번에는 이런 이변을 만들어내다니! 보아하니 진남은 비범한 지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의 추측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봉우리를 개조하는 일은 그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주, 그럼 우리……."
화지진 뒤에 서 있던 흑포 노인은 말을 멈추고 차가운 기운을 뿜었다.
"그럴 필요는 없다."
화지진은 일어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진남은 원장과 연관 있다. 더구나 제방 서열 일, 이, 삼 위와도 연이 있지. 그가 얻은 역린이 대단한 것 같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진남을 추격하거나 현상금을 건다면 원장의 주의를 끌고 우리에게도 영향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하니, 먼저 지켜보자. 한 달 뒤, 용제원 내문제자들이 시련을 받는 날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인족봉 봉주인 진남은 반드시 올 것이다.
무예를 겨룰 때 생사는 하늘의 뜻이니 그때 그를 죽일 수 있다. 원장이 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짧은 대화에서 화지진의 치밀한 계략을 알 수 있었다.
"그게 좋겠습니다."
노인은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소주야!'
"좋다, 그럼 만요원으로 가보자."
화지진은 숨을 내쉬더니 두 눈에 다시 불꽃이 튀었다.
"계략은 결국 술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경지를 수련하고 하루빨리 용제원의 일 위가 되어야겠다!"
이것이 그의 진짜 목표였다.
진남을 상대하는 건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 * *
얼마 후, 진남은 용제원의 임무전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대전에 들어가니 요수들이 가득했다.
많은 요수들이 들락날락했는데 그중에는 요조 십 단계의 장로들도 있었다.
진남의 경지론 그들 속에서 눈에 띄지도 않았다.
"정보, 인물, 모험……."
진남은 커다란 수정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척살'이라고 쓴 곳에 머물렀다.
척살이란 용제원의 적을 죽이는 일이었다.
적을 척살하는 임무는 제정을 많이 주기도 하고 실력을 갈고닦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진남은 다른 임무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제정을 많이 주는 임무는 진남의 실력에 부합하지 않았다.
제정을 적게 주는 임무는 갈 의미가 없었다.
진남은 일일이 훑어보다가 백은, 황금 두 단계에 시선이 갔다.
이 단계의 적들은 무조 칠 단계 이상은 되는 자들이었다.
그중 최고는 진급한 지 몇백 년은 되는 무제 강자였는데, 지금은 이성 세력의 장로였다.
"어라?"
진남은 청동 단계를 살피던 중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사망도인, 양학산맥에서 팔대 이성 세력의 내문제자들을 죽임. 그중 용제원의 내문제자 두 명이 있었음. 전력은 무조 오 단계. 용제원 제자 중 이자를 죽이고 머리를 베어오는 자가 있으면 삼천 개의 제정을 상으로 줌.'
사망도인은 바로 강벽난이었다.
"강벽난도 이제는 평범하지 않구나. 음……, 사망대제의 영혼을 연화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사망대제는 대제 중에서도 상위였으니까."
진남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유정도장에선 대화도 나누지 않고 헤어졌지만, 그녀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강벽난을 발견한 진남은 익숙한 인물들 정보를 찾아보았다.
'당청산, 천도문 내문제자. 천급 사품 무혼. 전력은 무조 육 단계로 추정. 백천해에서 용제원 제자 여덟 명 그리고 다른 종문의 제자 사십여 명 그리고 외문제자 몇백 명을 죽임. 이자를 죽이는 용제원 제자에게는 만 삼천 개 제정을 상으로 줌.'
진남은 깜짝 놀라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당청산이 천도문에 가입할 줄은 몰랐다.
역시 선배다웠다.
살신경 후계자인 그는 현상금이 백은 단계에 가까웠다.
용제원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들도 그를 추격할 것 같았다.
"어라?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도제 후계자 사마공. 유영성에 있으며 변화의 술로 신출귀몰함. 속이고, 훔치고, 빼앗는 일에 능함. 용제원 내문제자 셋을 강탈함. 죽이지는 않았지만, 치욕을 안겨줌. 현상금 제정 오천 개.'
유영성은 유영루가 있는 곳이었다.
"하하, 이 녀석! 유영성에 있구나."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중주에서도 사마공과 만날 수 있겠구나. 사마공의 훔치는 기술이 얼마나 늘었는지 모르겠군. 함께 손을 잡으면 큰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