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화 의리를 지키는 이들
슥-!
진남의 영혼과 의지 등이 전부 체내로 돌아왔다.
'좀 전의 모든 것들이 환상이란 말인가?'
"……아니다. 환상이 아니다. 길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악한 길이었다. 진짜 전설 속의 구천으로 갈 수 있었다."
진남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나는 단천대제와 동시에 절 안에 들어갔는데 왜 나만 그림 속에 들어갔지? 설마 무조 일 단계의 경지도 구천에 들어갈 수 있나?'
"너 드디어 돌아왔구나. 놀라 죽을 뻔했다."
단천대제는 진남이 돌아온 걸 보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방금 진남이 사악한 길에 오른 걸 보고 그는 크게 긴장했었다.
"선배님……."
진남이 말하려는데, 단천대제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다. 사악한 길까지 왔으니 이번 일은 일단락 되었다. 이제 사악한 구렁텅이에서 나가도 되겠다. 나의 의지는 얼마 버틸 것 같지 못하다. 그러니 중요한 일부터 얘기하자."
그 말을 들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 수정함 안의 법보는 진산신주(鎭山神珠)다. 내가 전에 만든 것인데 효능이 비범하다. 나중에 이것을 인족봉에 가져가면 알게 될 거다."
단천대제는 말하며 입가에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진산신주요? 인족봉에 가져가면 알 거라고요?"
진남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속으로 은근히 기대되었다.
단천대제는 평범한 연기사(練器士)가 아니고 전설적인 연기사였다.
무기를 만드는 조예는 창람대륙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응, 너에게 당부할 일이 있다."
단천대제는 그윽한 눈길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첫 번째, 네가 갖고 있는 단천도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둘째, 너의 체내의 여섯 그루의 무조의 나무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네가 무제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무제로 진급할 때, 혹은 정말로 필요한 상황에만 쓰거라."
단천대제는 잠깐 말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무도 규칙을 초월한 건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다. 너도 반신지국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미리 폭로되면 너는 상상할 수 없는 공격을 당할 것이다."
"무제……."
진남은 긴장했다.
그는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여섯 그루의 무조의 나무를 함부로 폭로하지 않았다.
한데, 단천대제의 말을 들으니 이번 일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그래, 잊지 말거라. 아니면 나중에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단천대제는 말하면서 뭔가 생각난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의 사악한 길에서 너는 훌륭했다. 너에게 작은 선물을 주겠다."
단천대제가 손바닥을 내밀고 여덟 구의 시골을 향해 손뼉을 치자 손바닥에서 여덟 개의 현묘한 부문이 뿜어 나와 시골 안에 들어갔다.
펑- 펑- 펑-
여덟 구의 시골이 연거푸 폭발하며 몸에서 현묘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뿜었다.
겉보기엔 살아난 것 같았지만, 아무런 영지가 없었다.
"혹시 단천대제가 이 여덟 구의 시골을 만들었나?"
이 광경을 본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맞다. 나는 이미 이것들을 연화하여 해골병사로 만들었다. 영지는 없지만, 전생의 싸우던 능력은 다 갖고 있다."
단천대제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여덟 구의 반신시골이다.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나중에 잘 훈련하면 언젠가 신위를 드러낼 것이다."
"반신시골이요?"
진남의 눈의 놀라움이 더 짙어졌다.
그러나 그 순간 절과 도장이 모두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곳이 무너질 것 같다. ……오랫동안 말하지 못하여 좀 더 오래 말하려 했는데……. 아, 됐다!"
단천대제는 진남을 보며 소리쳤다.
"잘해보거라. 지금 너를 내보내겠다!"
이 말을 들은 진남은 빠르게 손을 써 여덟 구의 반신시골을 주머니에 넣었다.
쿵-!
단천대제는 의지를 폭발해 수많은 흰색 빛을 뿜어 진남을 감싸고 먼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우르릉- 쿵-!
그들이 떠난 지 얼마 안 돼 도장과 절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악한 구렁텅이 안에서 깊게 잠들었던 수많은 생물과 무서운 사물(邪物)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들도 도장이 깨질 줄 예상치 못한 게 분명했다.
"저 자식……."
진남과 단천대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그들이 떠난 후, 하늘 가득 퍼진 폭발음 속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릴락말락 했다.
* * *
반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몸이 가벼워졌다.
눈앞의 수많은 사의로 이루어진 시커먼 세상이 사라졌다.
대신 하늘에서 금광이 쏟아졌다.
그는 이미 사악한 구렁텅이를 떠나 운소산맥에 왔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새파란 하늘을 보며 공수하고 말했다.
단천대제는 성격이 종잡을 수 없고 외모가 기묘했다.
그러나 이번에 진남은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니면 사악한 구렁텅이를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왠지 이번에 사악한 구렁텅이를 다녀온 후 나 자신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한참 후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에 많은 보물을 얻은 것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덮고 있던 뭔가가 완전히 벗겨져 구속받지 않게 되었다.
"됐다. 삼황자 일행에게 신념이나 전하자."
진남은 영패를 꺼내 삼황자에게 신념을 전했다.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삼황자 등도 매우 걱정할 것이다.'
그가 신념을 전하자 바로 신념이 돌아왔다.
"응?"
신념을 훑어본 진남은 깜짝 놀랐다.
"진남, 무량산으로 돌아오거라. 나는 더 이상 역천지기를 누르지 못하겠다!"
'역천지기를 누르지 못하겠다고?'
진남은 눈에 빛이 스치며 중얼거렸다.
"삼황자가 역천개명에 성공한 것 같구나. 한데, 일부러 역천지기를 누른 건가? 설마 나 때문에?"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몸을 날려 무량산으로 날아갔다.
* * *
시간이 꽤 흐른 뒤 무량산.
무량산의 신비한 금지 안에 삼황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엔 시커먼 주름이 지고 등 뒤에 엄청난 마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기가 가끔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삼황자와 멀지 않은 곳에 임묘가와 무량산의 장로들이 한 사람이 한 방향을 향하여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체내의 무조의 힘과 성자의 힘을 연거푸 끌어올려 이곳의 대진을 최대로 일으켜 무량지기를 뿜어 삼황자 몸의 마기를 눌렀다.
중주에선 이성 세력이든 삼성 세력이든 모두 제자들이 역천개명하는 금지가 있었다.
"고약하다! 역천개명 했으니 나의 모든 것이 너의 것이 되었다! 너는 의발을 이어받지 않고 이 두 개의 역천지기를 누르느냐? 어서 흡수하거라!"
이때, 악마의 그림자가 완전히 뭉쳐져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삼황자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
"큰일 났소. 모두 금술을 펼치시오!"
임묘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벌려 정혈을 뿜더니 금술을 펼쳤다.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의 위력이 순식간에 폭등하여 무량지기가 산봉우리가 내리눌렀다.
그제야 겨우 악마의 그림자를 누를 수 있었다.
"후!"
임묘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들어 위를 힐끔 보고 말했다.
"진남아, 빨리 와야 한다. 악마의 반항이 너무 세다. 우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
"종주!"
이때, 한 장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외람되지만, 진남이 비록 우리를 도왔다곤 해도 이 정도는 아니오. 삼황자더러 이 두 개의 역천지기를 연화하라고 합시다!"
"그러게 말이오. 종주! 역천지기를 연화해야만 진정으로 역천개명 했다고 할 수 있소!"
"종주, 삼황자는 이미 천급 삼품 무혼이요. 만약 역천지기가 도와주면 내년엔 제방 심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할 거요!"
"맞소. 종주, 이것들을 얻은 것도 우리의 공이 크오. 진남은 조금만 도왔을 뿐이오."
"……."
주위의 장로들이 잇달아 말했다.
임묘가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운소산맥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하여, 장로들도 진남이 운이 좋아 마도공력주를 얻은 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진남이 도와줬지만 역천지기로 보답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만하시오."
임묘가는 삼황자를 힐끗 봤다.
삼황자가 최선을 다해 악마와 싸우는 걸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때의 상황은 말하기 불편하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하시오. 진남이 없으면 마도공력주도 없소."
주위의 장로들은 임묘가의 말을 듣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분이 언짢았다.
'진남은 무조 일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 그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어?'
이때, 쿵 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사람 형상이 허공에 천천히 나타났다.
운소산맥에서 돌아온 진남이었다.
"응? 어떻게 된 거지? 역천개명이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나?"
진남은 장내를 힐끗 보더니 바로 상황 파악이 되었다.
"진남! 드디어 왔구나!"
임묘가는 기뻤다.
주위의 장로들은 진남이 온 걸 보자 안색이 어두워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
가운데 앉아있던 삼황자는 뭔가 느낀 듯 두 눈을 떴다.
그는 눈에서 마광을 뿜으며 말했다.
"이번 역천개명에서 나는 두 개의 역천지기를 얻었다. 지금 바로 너에게……."
말하면서 그는 신념을 움직였다.
그러나 체내 악마의 방해로 몸을 떨더니, 악 하고 피를 토했다.
"삼황자!"
임묘가와 주위의 장로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삼황자는 무량산의 희망이었다.
그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되었다.
"삼황자."
이 광경을 본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역천지기가 필요 없습니다. 황자께서 사용하십시오. 저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주위의 장로들은 어리둥절했다.
'두 개의 역천지기가 필요 없다고?'
임묘가는 진남의 대답이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남은 마도공력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 개의 역천지기를 신경 쓸까?'
이것이 그녀가 장로들에게 화를 낸 이유이기도 했다.
'진남은 이토록 의리를 중히 여기는데, 어찌 배은망덕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삼황자는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남, 나는 반드시 이 두 개의 역천지기를 너에게 줄 것이다. 아니면 나는 역천개명 하지 않을 거다."
"……."
진남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삼황자께서 고집하시니 그럼 저에게 하나를 주십시오. 우리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집시다."
"진남."
마기가 삼황자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여전히 빛이 반짝거렸다.
"내가 너에게 역천지기를 한 개 주는 건 너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두 번째 역천지기를 주는 건 마기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나의 모든 걸 통제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에 그는 낮게 소리치며 미친 듯이 신념을 움직였다.
"삼황자 대단합니다."
삼황자의 말을 들은 진남은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삼황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그를 남으로 대하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는지 고민되었었다.
알고 보니 스스로 자신의 심마(心魔)를 타파하려는 것이었다.
역천지기는 매개물일 뿐이었다.
"나오……거라!"
삼황자의 시커먼 머리카락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가 하늘을 향해 소리치자 그의 의지가 정상으로 치솟았다.
임묘가와 주위의 장로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삼황자. 너 기어코 이렇게 하려느냐! 그럼 나를 탓하지 말거라. 내 지금 바로 너의 앞에서 너의 형제를 죽이겠다."
악마의 그림자는 바로 흉악한 모습을 하고 방대한 마기를 뿜었다.
그는 빠르게 진남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