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519화 (519/1,498)

519화 선택의 기로

절은 크지 않았다.

길이가 스무 장 정도 되고 주위의 벽에 휘어진 낡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절 중앙에는 여덟 구의 금황색의 시골이 있었다.

시골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신하가 황제 앞에 무릎 꿇고 인사를 올리는 것 같았다.

위에 걸려 있는 낡은 그림은 먹을 뿌린 것처럼 시커멨다.

그러나 진남의 두 눈은 검은 그림에서 희미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림자는 매우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괜찮구나. 여덟 구의 반신의 시골은 잘 단련하면 다시 생기를 찾고 다시 수련하여 고골마신(枯骨魔神)이 될 수 있겠다."

단천대제는 들어와서부터 줄곧 여덟 구의 시골만 주시했다.

불이 타는 것처럼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이런 비범한 물건을 다시 단련하여 세상에 나오게 하는 걸 제일 좋아했다.

"응? 이 그림은 좀 이상하구나. 별로 특이한 점이 없잖아? 이상하다 이상해. 이 여덟 구의 반신시골은 왜 이 그림을 향해 무릎 꿇고 있지? 응? 진남, 너 왜 그러느냐?"

중얼거리던 단천대제는 놀란 표정을 한 진남을 보자 어리둥절했다.

'절 안의 물건이 이상하긴 하지만 놀랄 것까진 없잖아?'

"선배님……."

진남은 힘겹게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려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림 속의 그림자가 좀 이상합니다."

"그림자? 그림 속의 그림자? 어디 그림자가 있느냐?"

단천대제는 또 당황했다.

"보이지 않습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그림에서 엄청난 흑광이 뿜어 나와 커다란 손으로 변해 진남을 덮었다.

"응? 습격하려고?"

단천대제는 손에 쥐고 있던 단천도를 내밀었다.

엄청난 도의가 용솟음쳐 시커먼 큰 손을 베어 산산조각 냈다.

"큰일 날 뻔했다. 단천도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본 단천대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의 미간에 시커먼 점이 생겼다.

또, 빠른 속도로 주위로 퍼지고 있었다.

"선배님, 저자……."

진남은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 했지만, 어둠이 빠르게 밀려와 그의 의식을 파묻었다.

단천대제는 금색 글자를 진남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그러나 흑광은 여전히 조금도 영향받지 않고 계속 퍼져 빠르게 진남의 온몸에 퍼졌다.

"응? 사기가 아닌가? 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구나. 저 자식의 몸은 금인이 보호해주고 있어 사기가 들어갈 수 없지. 이상하다? 그럼 검은 그림은 왜 진남을 공격하는 거지? 대체 목적이 뭐지?"

단천대제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의 눈에 사나운 빛이 드러났다.

'이 그림을 베자.'

"미련한 놈."

이때,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야?"

단천대제는 안색이 어두워져 고개를 돌렸다.

진남의 미간에서 파란색 빛이 뿜어 나와 여인의 그림자로 변했다.

그림자뿐이지만 뿜어 나오는 기세는 천지를 놀라게 했다.

절은 가볍게 떨며 땅 밑으로 살짝 꺼졌다.

"너는……!"

단천대제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소리쳤다.

"비악?"

"너는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다. 다시 제멋대로 부르면 너에게 남은 몇 개의 의지마저 모두 없애버릴 거다."

여인의 그림자는 싸늘하게 단천대제를 힐끗 봤다.

시공간이 모두 얼어붙은 것 같았다.

"성깔 있구나! 역시 비악 여제야!"

단천대제는 여인의 싸늘함에도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두 눈을 반짝거렸다.

마치 빛을 뿜는 것 같았다.

그는 삼생겁을 갖지 못해 매우 원통했다.

삼생겁이 없으면 이 전설적인 여인과 어울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단천대제가 평생 장가를 들지 않은 건 그녀를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만이 자신의 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우연히 만났지만, 아쉽게도 그는 의지만이 몇 개밖에 남지 않았고 조만간 창람대륙에서 사라져 영원히 그녀가 말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터였다.

여인의 그림자는 단천대제를 무시했다.

그녀는 눈길을 돌려 검은 그림을 보며 새하얀 손가락을 굽혀 앞을 찍었다.

윙-

약한 울림과 함께 현묘한 힘들이 검은 그림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이 광경을 본 단천대제는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 정도의 힘을 봤다.

"나타나라!"

여인의 그림자가 문득 낮게 소리쳤다.

펑-!

그림에서 소리 없는 폭발이 일었다.

먹 같은 검은색이 스스로 주위로 밀려나고 그림이 드러났다.

그림 속은 시커먼 허공이었다.

진남은 허공에 떠 있었다.

그의 앞엔 오래된 길이 구불구불 뻗어 허공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거지? 진짜 구천으로 통하나?"

옆에 있던 단천대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다들 잘 아는 남천문 외에 각 금지에서 구천으로 간다는 전설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했었다.

"너 큰 사고를 쳤어. 여기는 그자를 데려올 곳이 아니야."

여인의 그림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게……"

단천대제는 입을 벌렸지만, 완전히 기세가 눌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생전에 매우 대단했지만, 이 여인의 전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이제 저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만약 잘못된다면 그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여인의 그림자는 그림 속의 진남을 힐끗 보더니 천천히 사라졌다.

"영원히 사라진다고?"

단천대제는 심장이 떨렸다.

그는 이번 일이 결과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중상을 입거나 하면 방법을 찾아 진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지에서 사라지는 것 같은 상황은 무신 강자가 손을 써도 구하지 못할 수 있었다.

"……진남, 너 반드시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삼백 년 전에 나는 모든 걸 너에게 걸었다. 네가 천지를 잃으면 나의 계획은 누가 완성하느냐?"

단천대제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 * *

그 시각, 신비한 허공.

"여기는 어디지?"

진남은 시커먼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흑광이 머릿속에 주입된 후 그는 현묘한 힘이 그를 감싸고 그의 영혼과 의지를 이곳으로 끌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슨 길이지? 어디로 통하지?"

진남은 허공 깊은 곳으로 통하는 신비한 길을 바라봤다.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놀란 소리를 질렀다.

"설마 이 길이 사악한 길인가? 구천으로 통하는 곳이란 말인가?"

그러자 그의 생각을 증명하듯 사악한 길에서 기이한 바람이 불어왔다.

복잡한 기분이 진남의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구천이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이건 진짜 구천으로 가는 길이다."

진남은 끝없는 길을 보며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에 오르면 나는 창람대륙을 떠나 전설 속의 구천으로 갈 수 있다."

진남은 무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여 구천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전신의 혼, 전신의 몸이 구천에서 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윙- 윙- 윙-!

이때 진남의 왼쪽 눈, 왼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허공에서도 빛이 반짝거리더니, 단천도가 스스로 날아왔다.

"이건 설마……."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쿵-!

삼대 부위에서 세 개의 엄청난 의지가 폭발하더니, 세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첫 번째 그림자는 예전의 왼쪽 눈이었다. 두 번째 그림자는 청룡 성주이고, 세 번째 그림자는 단천도였다.

"구천으로 가자. 구천이야말로 진정 가야할 곳이다."

"나를 데리고 구천으로 가 싸우거라."

"주인님, 구천으로 가는 길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이 길로 가면 주인님도 제자리로 돌아오시고 전신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진정한 주인님의 휘황한 시대가 될 겁니다!"

진남의 머릿속에서 세 개의 목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시커먼 사악한 길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잠깐 멈칫했다.

기이한 바람이 더 세게 불며 진남을 꽉 껴안았다.

"선배님들, 구천이 저의 진정한 귀착점입니까?"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삼대 의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도 익숙한 기운과 원시적인 본능을 느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구천으로 들어가렵니다. 전신이 있는 곳이야말로 저의 귀착점입니다."

진남은 눈길이 확고해졌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겨 잠깐 사이에 사악한 길에 올랐다.

전신의 삼대 의지는 이 광경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구천에 도착하면 나는 전신의 오묘함을 알 수 있다. 또, 왜 전신이 나를 선택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전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수 있다."

진남은 앞으로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는 문득 뭔가 생각나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구천에 가면 나는 이대로 창람대륙을 떠나는 건가? 그럼 공주는? 궁양들은……?"

쿵-!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온몸의 기세를 뿜어 아래로 돌진했다.

'나는 구천으로 갈 수 없다!'

우- 우- 우-

사악한 길은 진남의 의지가 흔들린 걸 느낀 것처럼 바람이 더 세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폭등했다.

"꺼져라!"

진남은 싸늘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나는 절대 구천에 가지 않겠다. 아버지, 묘묘 공주, 궁양, 당청산 선배님 등이 모두 창람대륙에 있다. 한데, 내가 어떻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구천으로 간단 말이냐?"

그의 말이 끝나자 허공에 떠 있던 세 개의 전신 의지가 세게 떨렸다.

마치 분노한 것 같았다.

그것들은 진남을 탓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확고한 눈빛으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사악한 길에서 내려와서야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온몸의 고통을 참으며 세 개의 의지를 향해 인사했다.

전신의 혼은 그에게서 제일 큰 기연이었다.

전신의 부위의 두터운 사랑은 생이 끝나도 갚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갈 수 없다. 가족이나 공주나 친구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게는 전신 때문이다. 가더라도 나중에 가야 한다.

나는 지금은 겨우 무조 경지다. 창람대륙에서도 정상급 강자가 아니다. 게다가 구천 같은 곳은 단천대제 등 거물도 잘 모르는데 나 같은 등급이 구천으로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선배님들, 저는 기연을 수없이 많이 만났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얻을 수 없는 겁니다."

진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감격하고 또 기쁩니다. 그러나 저는 접니다. 저는 저의 길을 가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평범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 규칙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진남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확고했다.

"저는 구천으로 가더라도 창람대륙에서 한 보 한 보 강해져 무제, 무신이 되고 남천문을 깨고 전신을 융합한 후에 가겠습니다. 그리고 영웅들과 싸워 일 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면 그때는 구천으로 가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어둠이 산산조각 났다.

"응?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눈길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그가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기이한 힘이 그를 감싸고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후 허공에 떠 있던 삼대 전신의지는 가벼운 웃음소리를 냈다.

가벼운 웃음소리에서 안도감과 긍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맙다."

청룡 성주의 그림자는 두 손을 맞잡고 공수했다.

이어 삼대 전신의지가 모두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