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화 속았다!
진남은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가면을 쓴 사내와 소통해야겠다. 나는 단천도의 후계자이기에 단천지보를 가지는 건 도리상 맞아. 그렇다면 가면을 쓴 사내더러 술법을 펼쳐 나를 사악한 구렁텅이 입구로 순간이동 시켜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한 후에도 구렁텅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구렁텅이의 입구는 보통 사의가 가장 약하다.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인 그들도 지보가 몸을 보호하니 구렁텅이 안으로 쳐들어올 수 있다.
음……, 금인 외에 나에게는 왼팔, 관 그리고 핏물이 있다. 나중에 가면을 쓴 사내도 나를 도와 잠깐은 막을 수 있을 거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반짝거렸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만이 가능성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방법만이 보물을 갖고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라면 성공할 확률이 이 할뿐이다. 또, 이는 가면을 쓴 사내가 나를 도와 순간이동 시켜주는 가정하에 겨우 이 할이다.'
진남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그의 몸을 덮었다.
'그런데……, 만약 양대 천재에게 다른 수단이 있으면 어떡하지? 혹시 사악한 구렁텅이 안에 더 큰 위험이 있지 않을까?'
'……변수를 생각하면 이 할도 안 된다.'
이 일은 양송, 하호 등과 싸우는 것과 달랐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걷거나 운이 나빠도 진남은 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눈빛이 확 변했다.
'이 세상에는 지보나 기연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어떤 지보나 기연도 공짜로 오진 않는다. 싸우지 않고, 시험해보지도 않고, 몸만 사린다면 대체 어떻게 강해진단 말인가?
……이 할의 승산이라면 적어도 이길 기회가 이 할은 있단 말이잖아. 사내대장부가 위험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한번 해보자!'
"선배님……."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가면을 쓴 사내에게 신념을 전했다.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와 싸우던 가면을 쓴 사내는 몸을 떨더니 눈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설마 누군가 숨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반보무제의 경지다. 또 반신지국의 천재들도 있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너는 누구냐?"
가면을 쓴 사내가 빠르게 진정하고 전음했다.
"선배님, 저는 단천도의 후계자 진남입니다."
진남은 그의 물음에 답했다.
"만약 선배님께서 저를 사악한 구렁텅이 안으로 순간이동 시켜주시면 단천대제의 보물을 갖고 도망칠 자신이 있습니다. 선배님 하실 수 있습니까?"
"뭐라고? 단천도의 후계자라고?"
가면을 쓴 사내의 눈에 순식간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주인님께서 찾으시던 후계자가 여기 있다고?'
"너……, 너 진짜 단천도를 갖고 있느냐?"
가면을 쓴 사내는 정신을 차리고 의문스러운 듯 전음했다.
그는 방금 진지하게 주위의 기운을 관찰했었다.
하지만 그는 단천도가 아니라 사람의 기운도 발견하지 못했다.
"네. 잠시 후 저는 단천도를 움직여 신비한 수정함을 끌어올 겁니다."
진남이 답했다.
"선배님 저는 경지가 겨우 무조 일 단계입니다. 저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하여,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따 저를 사악한 구렁텅이 안으로 순간이동 시켜주십시오. 하실 수 있으십니까?"
진남도 긴장했다.
가면을 쓴 사내가 할 수 없다면 그들에겐 아무 기회도 없을 터였다.
"고작 무조 일 단계냐? 한데, 사악한 구렁텅이에 뛰어들어 저들을 피할 생각이라고?"
가면을 쓴 사내는 순식간에 진남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전음했다.
"나는 너를 입구에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안 된다. 절대 사악한 구렁텅이에 들어가면 안 된다. 너뿐만 아니라 무제 경지의 강자도 그 안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네 경지로 들어가면 죽을 게 뻔하다."
그는 진남이 이렇게 미친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의 말에 진남은 기뻐했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님, 저는 이보가 몸을 지켜주고 있기에 사의가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가 현재 유일한 방법입니다. 선배님, 결과가 어떻든 한번 해봐야 합니다. 아니면 눈을 뻔히 뜨고 저들이 보물을 가져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
가면을 쓴 사내는 진남의 단호한 말에 할 말을 잃고 얼떨떨했다.
'무조 일 단계의 자식이 사악한 구렁텅이에 뛰어들어 강적을 피하려 하다니. 이보가 몸을 보호해준다지만 이게 전해지면 수많은 강자가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 주인님도 이놈처럼 미친 행동을 했었잖아?'
"진남, 너 결심했느냐?"
가면을 쓴 사내는 말투가 무거웠다.
"결심했습니다."
진남의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목소리가 사내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좋다, 내 너를 도와 사악한 구렁텅이 입구에 순간이동 시켜주겠다. 또, 최선을 다해 너를 도와 막을 것이다. 그러나 남은 일은 네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가면을 쓴 사내는 멈칫하더니 장엄한 말투로 말했다.
"네가 살아남길 바란다."
"꼭 살아남을 겁니다."
먼 곳의 진남은 정중하게 답했다.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는 여전히 끊임없이 가면을 쓴 사내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남과 가면을 쓴 사내가 대화를 나눈 것을 몰랐다.
"선배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가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할까 봐 우선 홍진변신술을 써 모습을 바꾸었다.
이어 낮게 소리치더니 오른팔을 단천도로 변하게 하여 엄청난 도의를 뿜었다.
그의 기운이 천지에 드러났다.
"응? 누군가 있어?"
가면을 쓴 사내와 싸우던 반신지국의 천재들과 흑제노조는 진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한 누군가가 있을 줄 전혀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오거라!"
이때, 진남이 길게 소리치자 손에 쥐고 있던 단천도가 윙윙 소리를 냈다.
마치 무언가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저건……?"
고개를 돌려 진남이 손에 긴 칼을 쥐고 있는 걸 본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은 단천도를 몰랐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익숙했다.
'단천도잖아!'
'느닷없이 나타난 청년이 단천도를 갖고 있다니!'
쿵-!
이때 가면을 쓴 사내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신비한 수정함이 보이지 않는 힘에 끌린 것처럼 스스로 나와 빛으로 변하여 진남의 손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일부러 단천도를 드러내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를 놀라게 했다.
그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여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때문에, 단천지보를 막지 못했다.
일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됐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수정함을 저장주머니에 넣고 몸을 날려 먼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가 거의 동시에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엄청난 기운을 폭발해 쫓아왔다.
그들은 잠깐 사이에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와 엄청난 살수를 펼쳤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세 사람이 살초를 쓰자 그는 개미처럼 작아졌다.
살초에 맞으면 그는 시체도 찾아볼 수 없게 죽을 것이었다.
"단천지보, 명령을 들어라. 오거라!"
그때, 가면을 쓴 사내가 손을 썼다.
그가 두 손에 법인을 만들자 먼 곳에 있는 진남의 몸에서 빛이 뿜어 나와 진남의 몸을 감쌌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은 원래 자리에서 사라지고 가면을 쓴 사내의 뒤로 왔다.
가면을 쓴 사내는 자신과 단천지보의 신비한 연계를 이용하여 진남을 순간이동 시킨 것이었다.
진남의 발아래, 벼랑 뒤편은 사악한 구렁텅이의 입구였다.
진남은 구렁텅이의 입구를 봤다.
구렁텅이는 길이가 백 장에 달하고 타원형이었다.
먹처럼 시커먼 수많은 사의가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름처럼 진짜 사악한 구렁텅이였다.
뛰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크게 소리치더니 온몸에 도의를 드러내고 사악한 구렁텅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사악한 구렁텅이에 뛰어드는 건 그에게 유일한 살길이었다.
"서라! 네가 감히!"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는 이 광경을 보자 순식간에 깨달았다.
그들의 두 눈에 분노가 꿈틀거렸다.
'속았다!'
진남은 일부러 신분을 폭로하고 신비한 수정함을 끌어가 그들을 유인한 것이었다.
그들은 진남의 경지를 꿰뚫어 볼 수 없었지만, 그의 경지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면을 쓴 사내는 그들이 진남을 쫓자 그를 사악한 구렁텅이 입구로 순간이동 시킨 것이었다.
"천위! 명령을 듣거라. 구소신검(九霄神劍)!"
양대 천재가 크게 소리 지르며 동시에 공격했다.
엄청난 힘이 몰아쳤다.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먹구름 안에서 천둥이 번쩍거리더니 대검이 떠올랐다.
퍼퍼퍼펑-!
뇌도신검(雷道神劍)이 나타나자 주위의 허공에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검위(劍威)만으로도 천지를 뒤흔들었다.
"하하하! 보물을 얻겠다고? 단천의 후계자가 나타났다. 그러니 꿈 깨거라! 나중에 단천지위(斷天之威)가 다시 나타나면 너희들 같은 신방의 천재들을 전부 밟아버릴 것이다."
가면을 쓴 사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미친 듯이 웃었다.
그는 속이 후련했다.
"사악한 것들을 모두 잘라라!"
양대 천재는 안색이 시퍼레졌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자 셀 수 없이 많은 뇌도신검이 하늘을 뒤덮은 폭풍우처럼 미친 듯이 쏟아졌다.
가면을 쓴 사내와 진남은 폭풍우에 휩싸였다.
그러자 가면을 쓴 사내는 의지가 정상으로 올라간 것처럼 온몸의 흑광을 모아 손가락을 굽혔다가 허공에 튕겼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해일 같은 힘이 솟구쳐올랐다.
마치 하늘을 무너뜨릴 것 같았다.
단천대제의 제술이었다.
가면을 쓴 사내는 단천대제의 제술을 십 분의 일 정도밖에 습득하지 못했지만, 위력이 대단했다.
우르릉-!
방대한 손가락 힘과 뇌도신검이 부딪치자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두 힘이 부딪히면서 생긴 강기에 주위가 혼란스러워졌다.
그 순간 진남은 완전히 사악한 구렁텅이 안에 들어갔다.
그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체내의 금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인이 금광을 뿜어 그의 몸을 감싸 사의가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
"주인님, 주인님과 약속한 일을 완성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가면을 쓴 사내는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의 몸이 불에 탄 것처럼 검은 재로 변하여 천지에 날렸다.
"제기랄!"
양대 천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가면을 쓴 사내가 그들을 막아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면 느닷없이 나타난 놈이 사악한 구렁텅이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단천도가 나타날 줄 몰랐소. 우리 사악한 구렁텅이로 쳐들어갑시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요. 기회는 남아 있소!"
흑제노조가 빠르게 말했다.
그의 눈길은 매우 뜨거웠다.
'단천도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네!"
양대 천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도 탐욕스런 빛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