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화 단천지보와 수호지령
"구천십지! 신마를 드러내고, 개세의 일격으로 세상을 뒤흔들어라."
양대 천재 중 한 명이 하늘로 솟아올라 개세신술(蓋世神術)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에 해와 달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가 손바닥을 밀자 해와 달이 순식간에 공격으로 변해 가면을 쓴 사내를 때렸다.
우르릉-!
폭발음과 함께 가면을 쓴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날아갔다.
흑광도 연거푸 떨렸다.
동시에, 흑광이 떨리면서 영초, 법보, 지도가 떨어졌다.
얼핏 봐도 백 가지는 되었다.
모든 보물은 가면을 쓴 사내의 체내에 있었다.
그를 죽여야만 보물을 가질 수 있었다.
아니면 그가 스스로 내놓게 해야 했다.
"수정함!"
반신지국의 두 천재는 한 가지 보물을 보자 눈빛이 이글거렸다.
흑제노조도 흥분했다.
"응? 어떻게 된 거지?"
멀리서 많은 보물을 관찰하던 진남의 체내에 이변이 생겼다.
갑자기 그는 오른팔이 불에 타는 것 같은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이럴 리 없는데. 전신의 나머지 부위들은 모두 남천문 안에 있는데 오른팔이 어떻게 반응하는 걸까? 설마……?"
진남은 긴장되었다.
그는 용제원에 있을 때 육령용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단천대제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단천도를 만들었지만, 창람대륙에 단천대제의 보물도 많이 남겼다고 했었다.
지금 그의 오른팔이 반응을 일으킨 건 신비한 보물이 바로 단천대제가 남긴 거라는 걸 설명했다.
이제 그는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가 왜 운소산맥으로 오려 했는지가 이해되었다.
그들은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이 욕심났던 것이었다.
"혹시 저 수정함인가?"
진남은 양대 천재의 뜨거운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넓이가 반 장 정도이고 길이가 일 장 정도 되는 수정함이 있었다.
수정함 위에는 기묘한 선이 마치 두 손을 벌린 것처럼 새겨져 있었다.
마치 세상을 안으려는 남자의 그림자 같았다.
그때, 가면을 쓴 사내가 입으로 혈광을 뿜으며 온갖 보물을 다시 체내에 빨아들였다.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도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반신지국의 한 천재는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는 금술을 펼쳐 기묘한 장검을 뽑았다.
검 끝에서 엄청난 검기가 뿜어 나와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기세가 무척이나 강했다.
"하하하, 너희들이 연합한들 무슨 소용 있느냐? 누구도 보물을 가질 생각하지 말거라. 나와 함께 사라지더라도……."
가면을 쓴 사내는 미친 것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가 몸을 떨자 몸집이 부풀어 오르더니 수많은 별빛을 뿜어내며 매우 빠른 속도로 멀리 날아갔다.
"도망가려고? 어림없다!"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는 사납게 소리치며 세 개의 빛으로 변해 허공을 뚫고 날아갔다.
"어서 따라가자!"
이 광경을 본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따라갔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이 간 방향으로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진남의 경지는 그들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었다.
"의외다.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을 만나다니. 이건 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운이 나쁜 걸까? 하지만 계속 이렇게 싸우면 가면을 쓴 사내는 죽을 거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린 채 빠르게 움직이며 생각했다.
그는 문득 단천도를 움직이면 신비한 수정함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신비한 수정함을 가진다 해도 아무 소용 없었다.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가 그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구리거울이 도와주면 희망이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구리거울은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진남은 구리거울에 희망을 걸 수 없었다.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따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자!"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소용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싸우는 곳을 찾는 것이었다.
그들이 운소산맥을 나갔다면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헛수고였다.
진남은 최선을 다해 빠르게 날았다.
사 주 향이 타는 시간을 날고 나서야 그는 멈춰 섰다.
"다행이다. 저기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진남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봤다.
하늘로 솟아올라 끊임없이 부딪히는 빛을 보고 그는 길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는 온몸의 기운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몇백 걸음 걸은 진남은 깜짝 놀랐다.
주위의 나무들이 좀 전과는 달랐다.
전부 시커멓고 매우 굵었다.
나뭇잎도 칼날처럼 매우 예리해서 떨어지면 바닥에도 흠집을 낼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먼 곳의 백무장은 더 대단했다.
절반은 회색이고 절반은 검은색인데, 융합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했다.
백무장은 진남의 왼쪽 눈의 능력을 오 분의 일이나 눌렀다.
"앞에 뭔가 있나?"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이곳은 운소산맥이었다.
무제 경지라도 함부로 지나갈 수 없었다.
태고 유적 외에 다른 신비한 금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앞으로 몇십 보 걸은 진남의 눈길이 굳어졌다.
수많은 사의가 앞 수림 깊은 곳,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가 가면을 쓴 사내와 싸우는 곳에서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사의가 공중에 흩어지더니, 주위의 온도가 빠르게 내려갔다.
진남도 한기를 느꼈다.
사의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금인! 몸을 보호하거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진남은 조심스럽게 금인을 움직였다.
그러자 사의들은 매우 무서운 존재를 만난 것처럼 진남의 앞에까지 오자 화살에 놀란 새처럼 흩어졌다.
그 시각 먼 하늘에서 빛이 계속 반짝거리고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져 심신이 떨렸다.
싸움 때문인지 진남이 지나는 수림 속에는 요수가 한 마리도 없었다.
또 일 주 향의 시간이 지나서야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먼 곳에서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가 연합하여 가면을 쓴 사내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싸우는 곳에선 사의가 하늘을 찔렀지만, 그들의 강한 공격에 모두 산산조각 났다.
그들은 산 정상에서 싸우고 있었다.
뒤는 끝없는 벼랑이었다.
"가면을 쓴 사내가 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저자는 몸이 매우 이상한 것이 살아있는 무제가 아닌 것 같다."
먼 하늘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보며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가면을 쓴 사내가 싸움에서 패하면 신비한 수정함은 반신지국의 두 천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설사 그에게 단천도가 있다 해도 신비한 정석을 불러올 수 없을 것이었다.
'이대로 희망이 없는 걸까?'
"아, 맞아! 이 사의는 어디서 오는 거지?"
진남은 문득 뭔가 생각났다.
'이렇게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으니 사의는 내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면을 쓴 사내가 이곳에 온 건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를 여기로 끌어오기 위해서인 것 같다.'
"저건……?"
진남은 사의가 흘러나오는 방향을 봤다.
뒤로 갈수록 싸우면서 방대한 사의가 모두 흩어져 진남은 많은 공을 들여 겨우 사의의 근원을 찾았다.
사의의 근원을 본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의 체내의 금인도 뭔가 느낀 것처럼 윙윙 소리를 냈다.
금빛이 진남의 온몸에 퍼지고 이보가 주인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금인이 몸을 보호를 받고 있는 진남은 전혀 사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면을 쓴 사내 등이 싸우는 벼랑 뒤에는 끝없는 사의가 방대했다.
진남이 본 건 빙산의 일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치 악마가 시뻘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생명이 다가가면 바로 삼켜질 것만 같았다.
"운소산맥에 이렇게 엄청난 금지가 있을 줄 몰랐다. 가면을 쓴 사내는 저들을 이곳으로 끌어와 뭐 하려는 거지?"
진남의 눈에 의혹이 가득했다.
이때, 가면을 쓴 사내가 양대 반신지국의 천재와 흑제노조의 연이은 공격에 연거푸 밀렸다.
몸에 상처도 많이 났다.
몸에서 찍- 소리가 나고 흑기(黑氣)가 뿜어 나왔다.
계속하면 그의 몸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너희들 물러가지 않으면 사악한 구렁텅이에 뛰어들어 영원히 지보를 매장할 것이다. 절대 너희들이 가지지 못하게 할 거다."
가면을 쓴 사내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치며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사악한 구렁텅이?"
먼 곳의 진남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 벼랑 뒤 금지의 이름인가?'
"하하하!"
반신지국의 양대 천재 중 한 명은 고개를 쳐들고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너는 지보를 지키는 수호지령이다. 한데, 지보가 주인을 찾기 전에 수호지령이 사악한 금지에 지보를 버릴 수 있겠느냐? 내가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았느냐?"
그의 말에 가면을 쓴 사내는 바로 침묵했다.
그는 반신지국의 천재가 이런 비밀을 알 거라고 생각지 못한 게 분명했다.
청년의 말대로 그는 지보의 수호지령으로서 주인을 찾기 전에는 함부로 지보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었다.
또, 지보를 갖고 다른 곳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건 정해진 규칙이었기에, 거역할 수도 없었다.
거역하면 죽고 도기가 사라지게 될 터였다.
지보도 스스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보는 이 세 사람 중 가장 강한 자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주인님,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나, 오늘 죽는다고 해도 저들과 싸우겠습니다."
가면을 쓴 사내가 중얼거리더니 공법을 펼쳐 주위의 사의를 빨아들여 살초로 만들었다.
그가 사악한 구렁텅이에 온 건 세 사람을 위협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사의를 이용하여 공격을 펼칠 수도 있었다.
"흥!"
양대 천재와 흑제노조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그들은 가면을 쓴 사내가 쓸데없는 반항을 하는 거고, 마지막엔 결국 자신들의 손에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큰일 났다. 이대로라면 가면을 쓴 사내는 기껏해야 일 주 향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거다. 일 주 향의 시간이 지나면 그는 이들의 손에 죽을 것이다……."
먼 곳의 진남은 이 광경을 보며 숨을 죽이고 중얼거렸다.
"안 되겠다.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어떻게 해서든 단천대제의 보물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진남은 문득 뭔가 생각나 눈이 반짝거렸다.
'저기는 사악한 구렁텅이다. 가면을 쓴 사내의 말을 분석해보면 사악한 구렁텅이는 양대 천재와 흑제무제도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가면을 쓴 사내도 사악한 구렁텅이에 들어가겠다고 저들을 위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금인이 몸을 보호해주고 있고 사의를 막을 수 있다. 이 사악한 구렁텅이의 사의도 막을 수 있을 거다. 나는 단천지보를 가진 후 사악한 구렁텅이에 뛰어들면 되겠다. 그러면 순조롭게 도망칠 수 있겠다.'
……근데 어떻게 저기를 뚫지?'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악한 구렁텅이는 가면을 쓴 사내 등이 싸우는 뒤편에 있었다.
그는 억지로 단천지보를 끌어올 수 없었다.
그는 사악한 구렁텅이 입구로 순간이동 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