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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07화 (507/1,498)

507화 오랜만에 만난 인연

중주 무량산.

지난번 풍파를 거쳐 무량산은 실력이 대폭 하락했다.

삼성 세력 중에서 순위가 한참 낮아졌다.

임묘가가 깨우치는 바가 있어 단호하게 일 처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삼성 세력 중에서도 바닥을 쳤을 것이다.

* * *

무량산 도장.

임묘가는 맨 앞에 있었다.

그 뒤로 삼황자와 몇몇 무성 경지의 강자들이 있었다.

그들 앞에는 검은색 도포와 금색 도포를 입은 노인 둘이 있었는데, 그들은 날카로운 기운을 풍기고 마기가 가득했다.

두 노인은 삼성 세력인 심염마문(心焰魔門)에서 왔는데 무조 이 단계, 삼 단계 경지였다.

그들 둘뿐이었다면 임묘가는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두 청년이 더 있었다.

두 청년은 흰옷과 금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빛이 났다.

그들은 등 뒤에 고도를 메고 무조 삼 단계의 경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들은 거만함을 타고난 사람들 같았다.

그 둘은 심염마문 출신이자 현재는 천도문의 내문 제자인 양송(楊松), 하호(夏豪)였다.

"임묘가, 대체 뭘 하려는 거요? 사람들이 다 왔으니 당장 출발합시다!"

심염마문 장로인 정부회(丁不悔)가 차갑게 말했다.

임묘가는 그 말을 듣자 냉소를 지었다.

얼마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삼황자는 운소산맥(雲소山脈)에서 수련하다가 시골을 발견했다.

시골에는 뜻밖에도 이상한 지도가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나타난 심염마문 장로가 삼황자를 공격하고 지도를 빼앗으려고 했다.

둘은 서로를 제압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까 봐 지도를 반으로 찢어서 나눠 가졌다.

그들은 돌아가서 잘 연구해보니 역천개명 할 수 있는 기연이 있는 지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무량산과 심염마문은 서로의 강자를 내세워 지도가 있던 곳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하지만 임묘가가 어찌 갈 수 있겠는가?

그곳에 갔는데 보물이 있다고 해도 무량산은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진남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임묘가는 삼황자를 힐끗 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 장로, 성격이 왜 이리 급한가? 심염마문에서도 두 청년 인재를 데려왔는데 우리 무량산도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겠소? 우리는 지금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소."

정부회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미리 무량산을 알아봤는데 내세울 만한 강자가 없었다.

'저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오, 그러시오?"

이때 흰옷을 입은 천도문의 양송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임 장로가 무량산도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그게 누구입니까? 우리 둘과 여러분들을 모두 기다리게 하다니 대단한 분인가 봅니다."

양송과 하호는 표정이 싸늘했다.

그들의 주변에 도의가 가득했다.

양송과 하호는 무량산에서 사람을 데려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들과 함께 도장에서 기다리게 할 줄은 몰랐다.

둘은 천도문의 제자이자 무려 제방 천여 위에 속하는 손재였다.

임묘가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천도문의 제자 둘 역시 좋은 놈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가 한 말의 빈틈을 물고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심호흡한 그녀는 그제야 말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얼른 두 도우를 무량산 장로 대전에 모시거라!"

그녀 뒤에 있던 무성 강자들이 얼른 대답했다.

"됐습니다."

양송은 뒷짐을 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오늘 꼭 보고 싶습니다. 무량산에서 어떤 귀빈을 모셨기에 장로가 친히 나와 기다리는지 궁금합니다. 그 귀빈과 겨뤄볼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사형,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는 두 달 동안 칼을 뽑은 적이 없습니다."

하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분위기가 굳어졌다.

임묘가는 안색이 살짝 변해서 삼황자를 바라보았다.

삼황자는 표정이 무거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남을 잘 알았다.

진남이 오면 아무 문제 없을 게 분명했다.

"그 녀석이 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임묘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진남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남은 강하고 재능이 있어서 이성 세력에 들어가는 건 문제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남이 이성 세력에서 지위가 어떠한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진남의 지위가 높다면 내문제자 몇 명쯤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진남의 경지에 대해선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진남이 이곳을 떠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진남이 천급 오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도 겨우 무조 이 단계나 돌파했을 것이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다섯 주의 향이 타버렸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정부회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임 장로, 다섯 주의 향이 탔소. 자네가 청한 사람은 언제 오는 거요? 설마 우리 여기서 종일 기다려야 하오? 혹은 자네가 청한 사람이 겁을 먹고 못 오는 거 아니오?"

정부회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는 임묘가 같은 이들을 싫어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다니! 곱게 지도를 내놓고 심염마문에 숙이고 들어왔으면 아무 일도 없었잖아!'

양송과 하호도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들은 상대가 궁금했지만 계속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임묘가는 안색이 변해서 삼황자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장로, 걱정 마시오. 진남은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했소. 그러니 반드시 올 거요. 이성 세력에서 중도성으로 오고 다시 무량산으로 온다면 아마 이 정도 시간은 걸릴 거 같소. 그러니 좀 더 기다려봅시다."

삼황자는 침착한 표정으로 임묘가에게 전음했다.

임묘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었다.

그녀는 감탄했다.

삼황자는 고작 지급 십품의 무혼을 가졌지만, 성격이 듬직했다.

그래서 무량산에서는 온 힘을 다해 삼황자를 보조하기로 했고, 이번에 나타난 역천개명의 기연도 그녀는 삼황자를 위해 쟁취하고 싶었다.

임묘가가 대답을 하지 않자 정부회는 할 수 없이 계속 기다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 삼 주 향이 더 탔다.

이번에는 천도문의 제자 양송이 두 눈에 살기를 띠고 임묘가를 노려보며 말했다.

"임 장로, 여덟 주의 향이 타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장로가 청한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이제 한 주 향의 시간만 더 기다릴 겁니다. 그때도 나타나지 않고 무량산에서도 지도를 내놓지 않으면 저는 사정없이……."

임묘가와 무성 강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바로 그때.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엄청난 요위가 무량산 하늘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어?"

임묘가, 정부회, 양송, 하호, 삼황자 등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검은 점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검은 점이 도착하기도 전에 위엄이 먼저 날아왔다.

"엄청 강한 요위이다. 요위만 보더라도 요수의 혈통은 천급 삼품 무혼 이상은 되는 것 같구나. 설마 무량산 사람들이 기다리던 것인가?"

양송과 하호는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이런 대요는 용제원에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무혼도 천급 삼품이라서 비슷했다.

얼마 후, 하늘에 검은 점이 점점 커지더니 눈에 띄게 커다란 모습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

"소일천랑?"

양송과 하호 그리고 임묘가 등은 깜짝 놀랐다.

소일천랑은 용제원에서도 서열 삼십 위에 드는 대요였다.

임묘가와 삼황자는 두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소일천랑이 왜 여기에 왔지? 진남은 어디에 있어?'

"하하, 이게 임 장로가 청한 사람입니까? 소일천랑일족은 혈통이 좋고 용제원에 제자입니다. 그러나……."

양소오가 하호도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혈통이 좋으면 뭐 하는가? 용제원에 제자이면 또 어떠한가?'

소일천랑은 무조 경지 일 단계일 뿐이었다.

'운소산맥에서 그깟 경지로 무슨 작용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정부회와 다른 노인은 시름을 놓았다.

상대방이 데려온 세력이 대단하면 그건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하늘에 있던 현월은 속도에 박차를 가해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땅에 닿으며 쿵 소리를 내고 수많은 강기를 뿌렸는데, 위풍당당하고 패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양송과 하호 등은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황자, 이러는 거 아닙니다. 한 달 앞당겨 출관하셨으면 미리 소식이라도 주셨어야지, 이러기 있습니까?"

양송과 하호, 정부회, 임묘가, 그리고 삼황자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사람이 있어?'

'어디에 있지?'

진남은 자신의 기운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이후 의도적으로 경지를 숨겼다.

그래서 무조 삼 단계가 아니라 무조 칠 단계 아래의 실력은 그의 존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처음에 진남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였다.

사람들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눈앞의 장면에 양송과 하호는 충격받았다.

진남이 현월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억울한 표정의 개 두 마리와 여유로운 표정의 쥐가 있었다.

기운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있었지만,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요수의 머리에 섰다는 것은 그것을 굴복시키고 탈것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소일천랑이잖아! 혈통이 고귀한 소일천랑을 이 청년이 굴복시켰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지닌 거야?'

"진남!"

삼황자는 진남을 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나 곧 무언가 떠올랐는지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부러 널 안 찾은 게 아니다. 중주에서 어려운 일이 좀 있었다. 마침 연락하려는데 이번 일이 터지는 바람에……."

"그런 말씀은 마세요. 대신 이 일이 해결되면 꼭 좋은 술을 사주셔야 합니다."

진남은 웃으며 주먹으로 삼황자의 가슴을 때렸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형제들을 만나면 반드시 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연하지!"

삼황자는 입꼬리를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출관한 그는 예전 같지 않았고 앞에 있는 진남은 범상치 않았지만, 그들의 우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럼 우리 옛일은 잠시 제쳐두고 본론부터 얘기합시다."

진남은 임묘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임 장로, 오랜만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입니까?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진남은 양송과 하호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월을 타고 오는 동안 그는 동술로 이들의 경지나 공법, 무혼 등을 샅샅이 살폈다.

그래서 대략적인 신분이나 내력은 알고 있었지만 이름은 몰랐다.

임묘가는 그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진남이 나타난 방식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이 두 분은 양송과 하호이다. 제방의 제자들인데 순위는……. 그리고 이분은 정부회라고 하고 심염마문의 장로시다……."

"저는 진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현월은 제 탈것입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천기견들은 진남이 소개를 해주지 않자 기분이 상해서 스스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입을 열자 멍멍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하필 중요한 시기에 창피를 당할 줄이야!'

"응? 진남? 설마 용제원의 진남이냐?"

양송과 하호는 살짝 놀랐다.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유명한 진남일 줄은 몰랐다.

그들은 최립허 때문에 진남을 알고 있었다.

진남은 제방 서열 이천여 위이고 최립허는 오백 위였지만 진남이 얻은 이득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맞다."

진남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삼황자에게서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들었다.

양송과 하호는 그 말을 듣자 놀라운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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