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화 이 나쁜 시끼야!
"좀 기다려!"
진남은 금인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었다.
진남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응? 저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은 이상하리만큼 어두운 붉은색이었는데. 마치 피가 굳어서 생긴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용의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땅은 보라색이었는데 단단해 보였다.
땅 여기저기엔 검게 그을린 구멍들이 있었는데, 대겁을 겪으며 생겨난 것 같았다.
용의 피가 하늘이 되고 용의 뼈가 땅이 된 곳.
이곳이 바로 신룡공간이었다.
크지 않은 신룡공간은 두 구역으로 나뉘었다.
멀리 보라색 안개가 가득해서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보라색 구역이었다.
자아무성을 돌파하거나 천급오품 무혼을 가진 사람만이 그곳에 갈 수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보라색 구역 밖에서 자유롭게 도겁을 했다.
진남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천지의 힘이 모여 먹구름이 되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이상 뇌겁으로 변하려는 낌새도 보였다.
그러나 신룡공간은 은근한 힘으로 대부분의 천지의 힘을 막았기에 진짜 이상 뇌겁은 일어나지 않았다.
뇌겁 아래에는 커다란 표범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온몸에서 빛을 뿜는 것이 도겁하는 중인 것 같았다.
표범은 중도성에서 만난 표문조천후 일족의 소주였다.
그때 전송할 때 진남과 작은 마찰이 있었던 존재였다.
진남은 용제원에 온 이후로 그를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만난 것이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다른 요수를 살펴보았다.
평범한 도겁이었다.
표문조천후 소주보다 뇌겁이 한참이나 적었다.
"오늘 운이 별로구나. 커다란 신룡공간에 하필 저자와 다른 요수 한 마리만이 도겁 중이라니……."
"에이, 금인이나 시험해보자."
진남은 도겁 중인 요수들에게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고 손을 휘둘러 금제를 쳤다.
그리고 신념을 금인에 주입했다.
신비한 금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나와서 진남을 에워싸고 날아다녔다.
웅웅 거리는 것이 진남에게 무언가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응? 천지의 힘을 흡수하는 걸 내가 당겨와야 한다고?"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을 휘둘러 무조의 힘을 금인에 주입했다.
금인이 찬란한 빛을 뿜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 속에서 흘러나오더니 두 개의 손으로 변했다.
손은 두 뇌겁을 향해 날아가더니 뇌겁 속에 있던 천지의 힘을 잡아당겼다.
도겁을 진행하던 표문조천후와 요족 제자는 금인에서 흘러나온 신비한 힘을 발견하지 못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천지의 힘이 왜 사라졌지?"
두 요수는 놀라기도 했지만 기뻤다.
천지의 힘이 사라지면 뇌겁을 견디기 훨씬 쉽고 죽을 위험이 없었다.
'역시 신룡공간이구나!'
둘은 이변을 신룡경지의 덕으로 돌렸다.
"응?"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왼쪽 눈을 굴려 신비한 금인을 살폈다.
금인의 내부가 보였다.
금인의 안에는 이상한 공간이 있었는데 온통 금빛이 가득했다.
금빛의 중앙에 투명한 항아리가 있었다.
금인은 잡아 온 천지의 힘을 그 항아리에 넣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천지의 힘은 금인에 들어간 후 영성을 잃은 것처럼 얌전해졌어. 순수하게 힘만이 남았어. 무연각이 말한 금인이 나를 도울 거라던 게 이런 거군."
진남의 두 눈에 빛이 감돌았다.
천지의 힘은 천지에 속한 것이라 영이 있었다.
즉, 진남이 도겁을 할 때 천지의 힘이 부족하다면 천지의 힘은 화를 내고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영성이 있었기에 무인들은 보통 도겁을 할 때 나쁜 말도 하지 못했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진남에게는 더욱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는 무도 규칙을 초월한 까닭에 천지의 힘에게 영성이 남아있다면 하늘을 불러올 수 있고 구소신뇌도 내릴 수 있었다.
"금인은 얼마나 많은 천지의 힘을 담을 수 있을까?"
문득, 진남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금인이 흡수하는 것을 멈추자 손을 흔들어 힘을 주입했다.
그러자 금인은 능력을 최고로 발휘했다.
쿵-!
금인에서 신비한 힘이 폭발했다.
금인은 전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뇌겁으로 손을 뻗더니 천지의 힘을 더 많이 잡아서 투명 항아리에 넣었다.
"천지의 힘이 사라지고 있어! 너무 잘 됐다!"
표문조천후와 다른 요족 제자들은 천지의 힘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자 흥분했다.
그들은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아서 고함을 지르며 뇌겁을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속이 후련하다!'
'드디어 뇌겁의 억압을 받지 않아도 된다!'
진남은 금인을 살피느라고 두 요수를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잠시 후 표문조천후와 다른 요수는 흥분이 사라지고 표정이 점점 굳었다.
뇌겁에 있던 천지의 힘이 계속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에 대답하듯 천지의 힘은 계속 사라졌다.
커다랗던 먹구름은 이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런!"
표문조천후와 다른 요수는 표정이 굳었다.
이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었다.
'천지의 힘이 이대로 다 사라져버리는 걸까?'
'그럼 어떻게 도겁을 하지? 설마 도겁도 사라지는 거야?'
"신비한 금인은 엄청 강하구나! 두 뇌겁의 천지의 힘을 거의 다 흡수했는데도 항아리의 백 분의 일도 채우지 못하다니!"
진남은 금인을 관찰하더니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포효가 들려서 돌아본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금인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두 요수를 잊고 있었다.
요수들은 멍해졌다.
그들의 뇌겁이 이십 분의 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고 보니 방원 일 리의 뇌운밖에 남지 않았다.
뇌정은 머리카락처럼 가늘어지고 아무런 위력도 없었다.
"돌려주거라!"
진남은 의념으로 명령했다.
신비한 금인은 힘을 풀었다.
그러자 항아리에서 갇혔던 천지의 힘들이 용솟음치더니 뇌겁으로 날아들었다.
방원 일 리밖에 남지 않았던 뇌겁이 빠르게 커졌다.
"어라?"
두 요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뇌겁이 또 커지기 시작했어?'
둘의 표정이 또 크게 변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뇌겁이 왜 원 상태로 돌아온 거지? 심지어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
'하늘이시여, 저희를 농락하는 겁니까?'
"큼큼!"
진남은 그들의 표정 변화를 보고 미안한 마음에 금인을 거두고 신룡공간을 몰래 빠져나와 인족봉으로 향했다.
"금인의 위력은 정말 강하구나.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겠어."
무인이 도겁을 하는 중요한 순간에 천지의 힘을 전부 빼앗아 간다면 그 무인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었다.
물론 강한 천재들은 진급할 때 강자들이 주변에서 보호하기에 습격하려면 상황을 살펴야 했다.
"목목, 백흥앙은 이미 무조가 되었으니, 용제원에서 큰 천지의 힘을 얻으려면 시간일 얼마 걸릴지 모르겠어."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용제원 외에 다른 이성 세력이나 삼성 세력들도 신룡공간 같은 곳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조 경지에 진급하지 못한 제자가 너무 적어……."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짧은 시간에 천지의 힘을 모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중주에서 무조 경지에 진급하지 못한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흡수할 수 있는 천지의 힘이 적었다.
"그래도 괜찮아. 비록 도겁은 못했지만 내 경지를 제고할 수 있어."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났다.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좀 더 기다리면 된다. 방법은 찾았으니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후에 제방에서 제명쟁탈전이 시작되면 많은 무인이 모여들 것이었다.
그들이 무제로 진급할 때 천지의 힘을 흡수해도 늦지 않았다.
"일단 계속 수련하자!"
진남은 생각을 정리하고 날아서 정상에 있는 도원정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도원지기를 흡수하지 않고 제술을 깨우쳤다.
무조의 나무가 최강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자체의 능력 외에도 제술의 정수를 전부 깨우쳐야 했다.
진남은 백여 개의 제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절반 이상은 기초만 익힌 상황이었다.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갔다.
닷새가 지나는 동안 하루는 인족봉에서 엄청난 포효가 들렸다.
현월이 경지를 돌파하는 데 성공하고 무조의 씨앗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곧 신룡공간으로 달려가 무조 일 단계를 돌파했다.
예전이었다면 진남은 나서서 현월의 뇌겁을 절반은 흡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월은 진남의 수습 탈것이었다.
천기견과 천기서들도 도원지기 덕분에 털 색이 점점 짙어지고 기운이 신비했다.
엿새 되던 날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쿵-!
방대한 기운들이 쏟아지고 제술들이 진남의 몸에 계속 떠올랐다.
강한 위력을 가진 것들이었다.
닷새 동안 진남은 모든 제술의 정화를 깨우쳤다.
진남은 여섯 개의 무조의 나무를 조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조의 나무에 있는 제술로 서로 협력하고 힘을 호환할 수 있었다.
"좋다. 내 전력은 이제 진짜 정상급이다. 현월도 무조 일 단계로 진급했으니 마침 무조의 나무 위력을 사용해 볼 수 있겠구나……."
진남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반짝거렸다.
여섯 개 무조의 나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중 하나를 사용하는 건 문제 없었다.
그는 무조 경지로 진급한 이후 아직 싸워본 적이 없었다.
바로 그때.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영패가 반짝거렸다.
"어? 분천지령?"
진남은 저장주머니를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이 영패는 분천황제가 준 것이었다. 영패를 사용하면 분천지국의 힘을 사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천 황제가 그를 찾았다.
'설마 분천고국에 일이 생겼나?'
진남은 의혹을 품고 영패에 신념을 불어넣었다.
"진남, 오랜만이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을 줄 몰랐다. 하하, 우선 축하한다. 인사말은 길게 하지 않으마. 한 달 전에 나는 출관을 하고 무량산에 가입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량산에서 기연을 만나 역천개명을 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세력이 천도문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더구나. 천도문에서 온 자들은 제방 천칠백이십 위와 천삼백오 위의 제자들인데 무조 경지 삼 단계다. 혹시 괜찮다면 네가 무량산에 한 번 방문해줬으면 좋겠다."
진남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목소리는 삼황자잖아? 그가 출관했어? 게다가 무량산에 가입했어?'
진남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삼황자가 그에게 신념을 보낸 뜻은 분명했다.
무량산을 돕거나 자신을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천도문의 제자 두 명이라고? 마침 잘 됐다!"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황자의 부탁이라면 그는 무조건 가야 했다.
삼황자는 출관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이제야 진남에게 소식을 전했다.
무량산에서 일이 생긴 게 아니었으면 진남은 계속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삼황자는 내가 강해지면 자신을 모른 척할 사람으로 보였나? 이번에 가서 단단히 따져야겠어!'
"현월!"
진남은 도원정석에서 나서며 큰소리로 현월을 불렀다.
아우우-!
현월은 커다란 몸집으로 날아오르며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그의 울음소리에 하늘이 진동했다.
그는 진남을 불만스럽게 바라봤다.
'나쁜 놈, 신식으로 불러도 되는데 굳이 소리를 지르다니!'
"중도성으로 가자!"
진남은 날아서 현월의 머리에 올라타더니 말했다.
"진, 진남 어르신, 어디로 가는 거냐? 왜 우리를 안 데리고 가?"
대황과 대흑은 수련을 멈추고 두 눈을 빛내며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들은 진남의 곁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기서는 속도가 빨랐다.
천기서는 이미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의 어깨에 올라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슉-!
진남은 천기견들을 보고 비웃음을 날리더니 은색 빛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갔다.
천기견들은 한참 뒤에 떨어졌다.
"현월, 잡털 늑대야! 나쁜 시끼야!"
천기견들은 쫓아가는 한편 욕을 퍼부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제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