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화 천지규칙을 뒤집을 계획
"좋다!"
잠시 침묵하던 육령용맥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홍몽지기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천기서와 천기견들도 다시 폐관했다.
"나도 자아무성에 도전해봐야겠어."
진남은 그것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옥병을 꺼냈다.
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자 기세가 크게 변했다.
그는 손을 뻗어 정혈을 꺼내어 입에 넣었다.
쾅-!
정혈이 목구멍에 들어오더니 방대한 힘으로 변해 터졌다.
그 힘은 매우 깨끗했다.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의 온몸에 퍼져 폭발을 일으키며 진급하기 시작했다.
임효는 암흑기린족이라 본명정혈에는 암흑기린족의 특성도 있었다.
이 특성은 모두 진남의 체내에 주입되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
"자아무성, 지금 이루지 못하면 언제 이룰 거냐?"
진남은 크게 소리쳤다.
지난번에 그는 반보자아무성 경지에 도달했다.
즉, 그의 몸의 경지는 이미 자아무성에 도달했다.
이제는 그것을 받쳐줄 방대한 힘이 필요했다.
화르륵-!
진남의 몸이 영성이 있는 것처럼 방대한 힘을 휘감았다.
우우우-!
하늘에 슬피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지가 한데 모여 이루어진 그림자가 사방에서 날아와 진남을 죽이려 했다.
'자아를 이루려고 하는 죄를 용서할 수 없다!'
"네놈들 주제에?"
진남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자 금인이 떠올라 금빛을 뿜었다.
그림자들은 멈칫하더니 더는 전진하지 못했다.
"아직도 꺼지지 않을 거냐?"
진남이 왼손에 단천도를 들고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
그림자들은 꼼짝도 못 했다.
양대 지보가 보호해주는데 그들이 어찌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림자들이 스스로 터져 허공에 사라졌다.
쿵-!
그 순간, 진남의 체내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자기만의 독특하고 천지를 초월하는 기운이 그의 몸에서 용솟음쳤다.
그는 천지규칙의 속박을 받지 않았다.
동시에, 세 개의 전신의 힘이 폭등하여 다섯 개가 되었다.
"자아무성은 역시 다르구나."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체내에서 꿈틀거리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힘이라면 무조 이 단계도 그는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만약 도겁한다면 진남은 한꺼번에 무조 사 단계 혹은 오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수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체내의 만 개의 성자의 힘과 다섯 개의 전신의 힘을 봤다.
그는 이제 자아무성 경지에 도달했다.
방대한 힘이 그를 받쳐주기만 하면 그는 무조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일반적인 무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도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무조는 이름대로 무의 근원이다! 제술을 배워 그걸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제술의 의지, 자신의 의지, 성자의 힘과 융합하여 무조의 씨앗으로 변화시키는 거다."
"그러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의 몸은 일반적인 무인과 달랐다.
진정한 자아무성 경지도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는 성자의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신의 힘도 다섯 개나 있었다.
전신의 힘은 성자의 힘보다 더 강했다.
이것이 진남이 혼자 삼대 천재와 싸울 수 있었던 바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신의 힘이 너무 강하여 성자의 힘과 융합하여 무조의 씨앗을 이룰 수 없었다.
'만약 전신의 힘으로 된 무조의 씨앗이 없다면?'
진남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성자의 힘을 기반으로 전신의 힘을 주력으로 하여 새로운 무조의 씨앗을 만들면 어떨까?'
진남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진남은 급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때, 무예 천부의 힘이 드러났다.
아무리 심오한 무의 길이라도 진남은 막힘 없이 그 속의 오묘함을 낱낱이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만일 다른 무인이라면 아마 진작에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을 것이었다.
"안 돼. 이것도 안 돼. 다 안 돼!"
몇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방법들은 그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무조의 경지에서 무조의 씨앗이 만들어지면 천지의 힘을 빨아들여 싹을 틔우고 무조의 나무가 된다. 나무가 일 장 높이로 자라면 무조 일 단계이고, 이 장 높이로 자라면 무조 이 단계이다."
진남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무조 경지의 오묘함을 하나하나 되뇌었다.
계속해서 되뇌며 생각하자 진남은 뭔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새로운 길을 걸으려면 제일 중요한 건 그의 체내의 전신의 힘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무조 경지는 어떤 걸까?
누구나 무조의 나무가 한 그루씩 있을 거야. 제일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십삼 장 정도 될 거다. 석청범, 진자래 등은 아마 높이가 십삼 장 정도일 거다.
하나, 이것은 일반 사람들의 무조 경지다! 그럼 나는……."
진남은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만 갔다.
커다란 용제원 안에는 매일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몇 명만이 진남에게 주의를 기울일 뿐,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뜻을 한데 모아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며칠 동안의 사유(思惟)를 통해 진남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한 그루! 누구나 무조의 나무는 한 그루밖에 없다. 한데, 만약 두 번째 나무, 세 번째 나무 혹은 다섯 번째 나무가 있다면?
더 많은 나무가 생긴다면 그건 전에 한 수련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또 싸울 때 쌍방이 모두 무조 삼 단계이고 무조의 나무의 높이가 삼 장인데 나에게 무조의 나무가 두 그루, 심지어 다섯 그루가 있다면 누가 이길까?
답은 뻔하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이런 미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 우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 개의 전신의 힘도 위력이 엄청나고 성자의 힘이 감히 비할 수 없다. 만 개의 성자의 힘이 한 개의 무조의 씨앗을 이룰 수 있다. 그럼 한 개의 전신의 힘이 과연 두 개의 무조의 씨앗을 이룰 수 없을까?'
"이렇게 해 보자!"
진남의 두 눈에 피가 들끓었다.
그는 무조 나무를 여러 그루 얻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백 그루, 천 그루까지도 얻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의 위엄은 천지를 뒤흔들 수 있을 것이었다.
밤바람이 스치자 진남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 목표는 명확해졌다.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는 나의 경지다. 아직 자아무성 경지라 무조로 돌파하려면 방대한 힘이 받쳐줘야 한다."
난제였다.
전신의 혼은 이미 천급 이품에 도달했지만, 무조로 진급하는 데 필요한 힘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했다.
더구나 진남은 천지규칙을 깨려 마음먹었다.
때문에, 필요한 힘을 모으기에는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중주의 무인들은 보통 백산십금구해삼하에서 동천복지를 찾고 폐관하여 돌파하려 한다."
진남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이제 출발하여 동천복지를 찾으러 갈까?'
그 순간 진남은 뭔가 생각나 중얼거렸다.
"왜 도원동천을 잊고 있었지?"
도원동천은 용제원에서 개척한 곳인데, 방대한 힘이 모여있었다.
용제원은 특별히 제자들이 무조를 돌파할 때 도원동천을 쓰도록 하고 있었다.
다만, 용제원에는 제자가 엄청 많았다.
때문에, 모든 제자가 모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진남은 서둘러 중주만상옥간을 꺼내 힐끗 보더니 말했다.
"도원동천이 열릴 때까지는 아직 열흘 남았구나. 그럼 우선 인족봉에서 수련하다가 가자."
말을 마친 진남은 눈을 감았다.
시간이 흘러 열흘이 지났다.
"가자!"
눈을 뜬 진남은 기운을 거두고 발을 굴러 인족봉을 떠났다.
도원동천은 용제원의 수련봉 정상에 있었다.
진남뿐만 아니라 수많은 방금 용제원에 가입하고 경지가 무조 정상급에 도달한 요족 제자들이 도원동천으로 와 안에 들어가 폐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진짜 많구나!"
산기슭에 서서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보던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서른여 명의 요족 제자도 도원동천에 왔다.
진남은 발을 굴러 대전과 수림을 지나 도원동천이 있는 곳으로 왔다.
산 정상에는 도장이 있었다.
도장은 면적이 방원 백 장 정도였다.
온통 보라색인 도장의 주위에는 대요의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왠지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도장에는 이미 적지 않은 요족 제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척 소란스러웠다.
"이번에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
"허허,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고? 높은 자리는 겨우 두 개뿐인데?"
"그래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
도원동천은 상등, 중등, 하등 세 개 등급으로 나뉘었다.
상등지위는 힘이나 여러 면에서 중등이나 하등보다 훨씬 좋았다.
안에서 수련하면 더 유리하고 속도가 더 빨랐다.
도원동천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면 차지하려는 위치에 따라 시합을 해야 했다.
진남은 몸을 날려 도장 가운데로 갔다.
주위의 요족 제자들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잖아?'
'진남이 왔네? 설마 무조를 돌파하려는 건가?'
좀 전까지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요족 제자들은 웃음을 거두고 무거운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이번 심사에서 제방 순위 이천백일 위에 오른 인간족이 강한 상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남, 너도 왔느냐?"
이때,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모든 요족 제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현월은 경박한 표정으로 요성 정상의 기운을 조금도 가리지 않고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에 도발을 띠고 있었다.
"현월이다!"
"저자가 왜 왔지?"
"몰랐어? 저자는 입문할 때 이미 요성 정상이었어. 이번에는 요조를 돌파할 차례야."
많은 요족 제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진남뿐만 아니라 현월도 왔구나.'
상등지위를 얻을 기회가 적어진 셈이었다.
"자네가 올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올 수 있소."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너와 긴말하지 않겠다. 나중에 도원동천에 들어갈 때 조심하거라."
현월은 걸음을 멈추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두 눈은 싸늘했다.
그는 아직도 전에 며칠 동안 진남의 시종 노릇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엄청난 굴욕이었다.
현월 대인인 그가 어떻게 그 굴욕을 참는단 말인가?
그는 진남을 혼내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이라면 현월은 진남의 신분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원장이 그에게 더는 진남의 시종 노릇을 할 필요 없다고 했고 이 년 후에 그를 진전제자로 받아줄 것이라고 약조했기 때문이었다.
원장이 더는 진남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건방지구나. 기회가 되면 진정한 늑대가 어떤 건지 잘 가르쳐줘야겠다.'
주위의 요족 제자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만약 진남과 현월이 서로 싸운다면 그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었다.
이때 먼 하늘에서 강한 기세가 허공을 찢고 날아왔다.
"응?"
진남은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돌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