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화 고작 사흘 만에?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육령용맥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팔겠습니다. 그러나 팔기 전에 저는 여기 있는 제술을 전부 다 습득할 겁니다. 이 제술들은 인족봉의 커다란 재산입니다. 시간이 지나 인족봉에서 제자를 모집하면 쓸모가 있을 겁니다."
"안 된다, 진남. 여든여섯 권의 제술은 너무 많다. 전부 배우려면 엄청 많은 시간이 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술은 많이 배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니 몇 권만 배우면 된다."
육령용맥이 엄숙하게 말했다.
"선배님, 괜찮습니다. 저에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진남은 확고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육령용맥은 내가 마음에 들어 인족봉에 조금 남은 물건을 나에게 주려 했다. 나는 인족봉의 제자로서 배은망덕하게 모든 걸 팔 수 없다. 하니, 전부 배워야 한다.'
"그게……. 알았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육령용맥은 진남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편으론 위안이 되었다.
'배은망덕한 놈은 아니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고적에 눈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제술도 무예였다.
무예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순식간에 진남은 심신합일의 상태에 들어갔다.
무치의 풍채를 다시 펼쳐 제술들을 안고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렀다.
진남은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한 권 한 권 빠르게 훑어봤다.
"무치였구나."
산맥 깊은 곳의 육령용맥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신식을 거두었다.
한 시진 후.
진남은 기계처럼 또 책을 펼쳤다.
책을 펼쳐본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 고적 위에는 단천의 서명이 있었다.
"이건 제술이 아니라 단천대제가 남긴 건가?"
진남은 숨이 턱 멎었다.
그는 제술 중에 단천대제가 남겨놓은 물건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호흡이 빨라졌다.
단천대제는 몇천 년 전의 개세천재라 위엄이 드높았다.
'그분께서 남겨주신 물건을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진남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누르며 계속 고적을 펼쳤다.
그의 머릿속에 소리 없이 천둥이 울려 퍼졌다.
꿈틀거리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수련은 아무 의미 없다! 무도도 아무것도 아니다!'
무인들의 목표는 수련하여 강해지는 것이었다.
한데, 단천대제가 남긴 한마디는 창람대륙의 모든 무인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계속 글을 읽어내려갔다.
단천대제라고 해도 헛소리를 적어놨다면 그는 무시할 것이었다.
'만약 네가 지금 나의 글을 보고 있다면 나는 너에게 묻고 싶다. 왜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따르기만 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려고 하지 않느냐?
무조 경지는 성지의 힘이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무도의 씨앗으로 변할 수 있다. 또, 점차 강해져 무조 나무가 될 수 있다. 무조의 나무는 일 장이 한 개 경지다. 제일 강한 자아무조(自我武祖)까지 수련했다 해도 십삼 장밖에 안 되지. 그렇다면 왜 십오 장이나 삼십 장까지 수련하지 못할까?
무혼을 예로 들자! 창람대륙에서 수련하려면 무혼이 있어야만 천지의 영기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꼭 무혼이 있어야 하느냐? 너는 왜 스스로 공법을 창조하여 무혼을 이용하지 않고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지 않느냐?
하하하! 미치광이 같지? 하나, 칠천 년 전에 한 어르신이 공법을 만들어 무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련한 건 아느냐?
또 무제를 예로 들자. …….'
글자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단천대제의 광기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진남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마지막까지 내리읽었다.
'오늘 나는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후세에 남긴다. 내 필기를 보고 있는 후인이여, 스스로에게 물어보거라. 규칙을 깰 수 없다면 수련은 아무 의미 없고 무도도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엔 천재가 수없이 많고 창람대륙은 끝없이 드넓다. 그런 세상을 한 번에 흔들려면 모든 규칙을 깨고 자신의 인식을 뒤집어야 한다.
불가능이란 없다! 네가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만이 중요하다! 그러니 한번 미쳐보거라! 하하하하!'
진남은 문득 위엄 있는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붓을 들어 우레와 같이 글을 쓰면서 미친 듯이 웃는 것만 같았다.
그림자의 장엄한 의지와 가슴에 피가 들끓었다.
후-
진남은 바닥에 앉아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수련필기를 보는데 모든 정력을 쏟았다.
전에 삼대 천재와 싸울 때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다.
진남의 가쁜 호흡이 점차 평온해졌다.
수련대전 세 번째 층도 조용해졌다.
시간이 얼마 지났을까.
진남의 두 눈에 흥분한 듯한 빛이 드러났다.
뜨거운 피가 그의 가슴에서 폭발했다.
"하하하! 단천대제, 대단하구나. 수련이 아무 의미 없고 무도가 아무것도 아니라니!"
진남은 흥분하며 말했다.
"이 글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구나!"
한 가지가 통하면 백 가지가 통한다고, 단천대제의 문장은 진남을 새로운 세상에 끌어들이고 진남의 본능을 깨웠다.
'맞다! 왜 규칙을 지켜야 하지? 왜 순서대로 해야 하지?
무도의 길은 변화무쌍하고 매우 오묘하다. 어디가 극한인지 아무도 모른다. 한데, 왜 무인들은 정해진 규정을 초월하여 새로운 문을 열 수 없지?
왜 무왕은 무황을 죽일 수 없지? 왜 무왕 경지는 십 단계뿐이고 반드시 무종 경지로 진급해야 하지? 무왕 경지를 백 단계나 천 단계로 진급할 수 없을까? 왜 이 세계는 무혼을 통해야만 천지와 소통하고 수련할 수 있지?'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사람들에게 그가 지금 하는 생각을 말한다면 사람들의 멸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허튼 생각 하지 말자. 지금은 생각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지금 나의 실력은 반보자아무성 경지에 도달했다. 좀만 더 노력하면 자아무성 경지에 도달하여 무조를 돌파할 수 있어. 그러니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지금 우선 해야 할 것은 제술을 전부 습득하고 제정으로 바꾸어 전신의 혼을 천급 이품으로 진급하는 것이다."
진남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보랏빛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제술을 바라봤다.
그는 이미 모든 고적을 훑어봤었다.
모든 제술의 위력과 작용을 그는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이해하고 체득해야 했다.
그는 순식간에 심신합일하고 머릿속을 비웠다.
그러자 수많은 오묘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응? 배우기 시작한 건가?"
산봉우리 안의 육령용맥이 눈을 뜨고 진남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근심이 스쳤다.
진남이 장담했지만, 그는 진남이 이렇게 많은 제술을 배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되었다.
"모르겠다. 진남이 알아서 잘하겠지. 단천대제도 상식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잖아. 응? 왜 한 권이 많아졌지?"
육령용맥이 책장의 모퉁이를 뚫어지게 봤다.
그러나 자세히 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설마 내가 잘못 봤나? 이상하다. 이상해."
육령용맥은 다시 한참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는 천 년 전에 단천대제가 붓을 휘둘러 광기가 가득한 말들을 적어놓았다는 걸 몰랐다.
시간이 하루하루 흘렀다.
목목과 현월은 왜인지 다시 인족봉에 돌아오지 않았다.
인족봉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 *
사흘째 되는 날.
'소오구천도(笑傲九天刀)!'
'비륜대제지술(飛輪大帝之術)!'
'화신마심술(化神魔心術)!'
'구귀진원술(九歸眞元術)!'
'영롱답천술(玲瓏踏天術)!'
'…….'
제술의 이름들이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든여섯 번째 제술까지 모두 떠오르자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전부 습득했다!'
산봉우리 안의 육령용맥은 진남이 눈을 뜬 걸 보더니, 그가 어려움에 봉착한 줄 알고 타일렀다.
"진남, 급해하지 말거라. 여든여섯 개의 제술을 습득하는 건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저는 이미 전부 습득했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왼손을 들었다.
그의 왼손 위에서 빛이 솟아올라 끊임없이 반짝거리며 연거푸 변했다.
위력이 엄청났다.
모두 제술들이었다.
물론 진남은 제술의 기초만을 습득한 상태였다.
만약 실전이라면 아직 능숙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었다.
'뭐?'
육령용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흘이다. 고작 사흘 만에 진남이 여든여섯 개의 제술을 전부 습득했다고?
설령 단천대제나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에서 신방에 오른 천재들도 사흘 안에 전부 습득할 수 없을 것이다. 진남의 무예천부는 창람대륙에서 제일이구나!'
"선배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모든 제술을 거두고 인족봉을 떠났다.
인족봉을 나오기 전에 그는 한번 둘러봤다.
목목과 현월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제방에서 목목은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용제원의 어느 거물이 마음에 들어 제자로 받아들여졌나 보다. 잘됐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제원에는 고수가 엄청 많고 삼대 요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목의 체내의 독소가 폭발하면 누군가 나서서 누르거나 해독해줄 것이다.'
그는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적마산맥의 태고자금전룡이 그에게 역린과 용혈을 주며 그더러 용제원에 오라고 했다.
또 용제원에서는 전례를 깨고 그를 내문 제자로 받아들였다.
뭔가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제방심사에서 그는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역천이라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용제원의 신비한 원장이 실망한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날려 용제원 산봉우리를 왔다 갔다 하더니 커다란 산기슭에 도착했다.
진남이 도착한 산은 거래산이었다.
거래산에는 교역대전, 경매전, 법보전, 제술전, 영약전, 흑수전 등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모두 제자들이 물건을 팔거나 사는 곳이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교역대전이구나."
진남은 중주만상옥간을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는 교역대전에 도착했다.
교역대전은 방원 백 리나 되고 파란색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안에는 요족 제자들이 노점을 차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헐값에 제술을 팔고 있소! 한 권에 백팔십 개 제정이요. 단 세 권뿐이요.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
"역천개명의 지도가 있소! 천급 오품 무혼에 대등한 혈통을 지닌 요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오. 지도는 단 팔백팔십 개 제정이요!"
"제기 한번 보고 가시오! 오늘은 반값이요!"
"……."
요족 무인들이 잇달아 안으로 들어가 보물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