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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89화 (489/1,498)

489화 빚 독촉장

"이게 바로 상품이다. 받거라."

하늘에 있던 제사가 손을 흔들자 빛은 각각 최립허, 목목, 강벽난, 현월,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그들은 모두 저장주머니를 받았다.

최립허의 손에 들린 저장주머니는 다른 네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더욱 반짝였다.

현장에 있던 천재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수군거렸다.

그 모습을 본 최립허는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그는 저장주머니를 빨리 열고 싶었다.

"상품이라고?"

진남은 저장주머니를 보며 전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상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제사는 갑자기 규칙을 바꾸었던 것이었다.

그가 저장주머니를 여는 순간, 찬란한 빛이 하늘로 솟구치고 제위가 한순간에 휘몰아쳤다.

"어? 뭐지?"

"진남의 저장주머니에 뭐가 있는 거야?"

순간 사람들은 진남의 저장주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최립허, 현월, 목목, 강벽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가운데, 진남도 저장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저장주머니 속에는 오각형의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정석이 쌓여 있었다.

저장주머니 내부에서는 수많은 정석이 내는 환상적인 빛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빛과 함께 제의가 뿜어져 나왔다.

저장주머니에는 정석이 오천 개나 있었다.

"어?"

진남은 왼쪽 눈을 움직여 그 정석이 경지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석의 효과는 원석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제의는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천재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도장이 술렁이었다.

"내가 잘 못 본 건 아니지? 오천 개의 제정이야. 무려 오천 개의 제정이라고……."

"세상에, 오천 개 제정이라니. 이천 위가 넘어가는 순위의 진남이 이렇게나 많은 제정을 얻었다고?"

"미쳤어. 정말 미친 거야."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정은 말 그대로 무제의 정석으로, 천지의 힘을 품고 있었다.

제정은 강한 순결의 힘과 제의를 갖췄기 때문에 무인들의 수련에 큰 도움을 주었다.

중주에서는 제정을 '원석', '무왕단'과 같은 유통수단으로 사용했다.

제술, 공법 또는 역천개명의 지도, 등을 구매하려면 모두 제정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오천 개의 제정은 중주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한 개 제술은 이백 개 제정의 가치가 있었고, 제기라도 천 개의 제정과 삼천 개의 제정 사이에 살 수 있었다.

"제정? 좋은 물건인 거 같군. 전신의 혼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몰라."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던 진남은 대략적인 용도를 알았다.

그는 기뻐하며 제정들을 챙겼다.

"오천 개의 제정이라니! 하하하, 그렇다면 내 저장주머니에 있는 제정은 더 많겠구나!"

그때 현월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랐다.

'그렇지 참! 진남은 많은 제정을 얻었지만, 순위는 가장 낮아. 그렇다면 현월, 목목, 신비한 흑포인, 특히 최립허는 더 많은 제정을 얻었을 거야!'

설령 제정이 아니더라도 더욱 귀한 것을 얻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하."

웃음을 가득 띠고 있던 현월은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뻗어 저장주머니를 열었다.

그러나 안에 있는 물건을 보자 그는 망치에 머리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천재들은 그 자리에서 어리둥절해졌다.

현월의 저장주머니에도 제정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단지 백 개밖에 없었다.

진남과 비교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오십 배의 차이가 났다.

도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진남도 눈썹을 위로 치켜세웠다.

무슨 말로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진남은 현월보다 순위가 낮은데 더 많이 얻은 거야? 그것도 무려 오십 배나?'

목목과 강벽난은 정신을 차리고 각자 저장주머니를 열었다.

그 속에는 이천 개, 천오백 개의 제정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뭐야?"

"목목은 천 위이고 강벽난도 천몇 위인데 왜 이천 개와 천오백 개밖에 못 얻은 거야?"

온 도장이 다시 한 번 술렁였다.

모든 천재가 이 상황을 바라보며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순위가 높은 사람들이 얻는 제정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

진남은 문득 고개를 들어 제사를 쳐다봤다.

'설마 제사가?'

그가 이렇게 많은 제정을 받은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제사가 수단을 쓴 것이다.

제사는 진남의 시선을 느낀 듯 온몸의 빛을 가볍게 떨었다.

마치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듯했다.

"말도 안 돼!"

바로 그때, 처절한 외침이 하늘을 갈랐다.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어찌 이자보다 오십 배가 적을 수 있느냐! 불공평하다……!"

소리를 지른 자는 현월이었다.

그는 눈앞의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바로 그때.

최립허는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저장주머니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아닐 거야. 내 상은 반드시 진남이나 목목보다 훨씬 많아야 해. 난 첫 심사에서 오백 위에 들은 천재란 말이다."

최립허는 고개를 흔들더니 망설임 없이 저장주머니를 열었다.

금제가 열리고 그의 저장주머니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 최립허의 저장주머니가 뿜은 빛을 보니 그는 분명 지보를 얻었을 거야!"

모든 천재가 기대감을 품고 최립허의 저장주머니를 바라봤다.

그들은 제사가 어떤 보물을 상으로 주었는지 보고 싶었다.

기쁜 표정의 최립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빛무리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설령 그가 받은 것이 제정이라도 진남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빛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저장주머니 속에 수피권(獸皮卷)이 조용히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건 설마……."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반적으로 수피권은 지도였다.

그렇다면 저 지도는 역천개명의 기연을 담은 지도일 수도 있었다.

"역천개명의 지도!"

최립허는 놀라 얼굴이 붉어졌고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역천개명의 지도라면 그 가치가 엄청났다.

바로 그때, 수피권이 가볍게 떨리더니 글씨가 천천히 떠올랐다.

최립허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글자를 본 진남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수피권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부터 최립허는 제방에 만 개의 제정을 빚졌다. 일 년 안에 갚지 못하면 제방에서 제거되고 영원히 순위에 들어갈 수 없다.'

짧은 한 줄, 몇 마디 말에 중주의 천재들은 당황했다.

'역천개명의 기연이 있는 지도인 줄 알았는데……. 빚 독촉장이라니?'

'제방에 만 개의 제정을 빚을 지다니! 심지어 일 년 내에 갚지 않으면 제방에서 이름을 없앤다니…….'

"어……."

최립허는 호되게 얻어맞은 것처럼 연거푸 뒷걸음질 치고 커다란 눈이 시뻘게졌다.

현월이 순식간에 절벽에서 추락했다면 그는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제사가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다.

'이번 일로 최립허는 마음에 상처가 남겠지?'

현월과 백흥앙 등은 왠지 뜻밖에 만족감이 생겼다.

최립허에 비하면 그들처럼 백 개의 제정을 얻거나 아무런 상품도 받지 못한 자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진남은 오천 개의 제정을 받았는데, 왜 저는 오백 명 안에 들었는데 상품은 주지도 않고 오히려 제정을 만 개나 배상하라고 하는……?"

최립허는 시뻘게진 눈으로 제사를 노려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사가 한마디 했다.

"제방의 상품엔 항상 변수가 있다. 너는 처음 제방에 제정을 빚진 사람이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사의 말에 최립허는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제사의 말대로라면 내가 제방에 만 개의 정석을 배상하는 것이 최고의 영예란 말인가? 그냥 나를 놀리는 거잖아!'

사실 제사가 최립허와 현월에게 타격을 준 건 사실 간접적으로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왜 너희 둘만 봉변을 당했겠느냐? 너희 둘은 진남은 깔보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진남은 감히 너희들이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 * *

그 시각, 유정 도장 밖에 모래바람이 일었다.

강한 그림자들이 산처럼 서 있었다.

각 세력의 장로들이었다.

"이제 나올 때가 되었는데……."

"오늘 심사는 다른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소."

"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군."

장로들은 신식으로 교류하고 있었다.

임노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도 오랜만에 긴장했다.

그 순간.

유정도장 위에 찬란한 파란색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장로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오려나 보다!'

도장 안에서 심사를 참가했던 천재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천재들은 안색이 묘했다.

"어떻게 된 거냐?"

"심사는 어떻게 됐느냐?"

"몇 위냐? 응? 너 표정이 왜 그러느냐?"

장로들은 모두 몸을 날려 다가가 천재들을 둘러쌌다.

임노는 맨 앞에서 걸어오는 백흥앙을 발견했다.

그도 참지 못하고 서둘러 물었다.

"백흥앙, 이번 심사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

백흥앙은 뒤에서 걸어오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로, 우리는 이번에……."

백흥앙은 순위를 줄줄이 말했다.

장로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뜻밖에도 진남의 순위가 낮지 않았다.

"흠흠! 임노, 이번 심사에서……."

백흥앙이 헛기침하곤 조심스레 말했다.

"응?"

임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 시각.

다른 세력의 장로들은 자기 세력 천재들의 순위를 듣고 어떤 사람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무덤덤하고 어떤 사람은 실망했다.

"하하하!"

이때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잘했다! 최립허 이번에는 진짜 잘했다. 오백 위에 오르다니! 종문에 돌아가면 너에게 후한 상을 내리라 해야겠다!"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천도종의 장로였다.

장로는 얼굴이 상기되고 기세가 드높았다.

최립허 같은 우수한 제자를 키웠으니 그도 적지 않은 상품을 받게 될 것이었다.

다른 세력의 장로들은 그 말을 듣자 흠칫했다.

'……최립허의 순위가 그렇게 높다니!'

흥분한 장로는 최립허의 실망한 표정을 보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잘했다. 잘했어. 이번에 너 종문을 위해 공을 세웠으니 돌아가면……."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옆에 서 있던 천도종의 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신념을 전했다.

장로는 말을 멈추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제자들이 이번 심사에서 일어난 일을 낱낱이 보고했다.

천도종의 장로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의 장로들도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이천백일 위의 진남이 오천 개의 제정을 상품으로 받았다고? 한데, 이천백 위의 현월은 백 개밖에 얻지 못했고, 최립허는 상품을 하나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만 개의 제정을 빚졌다고?'

심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중주 전역에 퍼졌다.

'들었어? 최립허가 오백 위를 했대!"

"뭐? 오백 위? 엄청 대단한 거 아니야?"

"하하, 대단하지. 그런데 그가 무슨 상품을 얻었는지 알아? 제방에 만 개의 제정을 빚졌대!"

"뭐? 설마!"

"……."

중주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최립허의 명성이 오백 위 안에 든 천재들보다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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