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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88화 (488/1,498)

488화 네가 아니다

제사가 상을 내리려던 찰나.

그가 갑자기 놀란 말투로 말했다.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이 유정도장에 와서 너희들을 만나려고 한다는구나."

제사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뭐?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이 또 온다고?"

"제사의 말을 들었지? 그들이 이번 심사의 천재들을 만나러 온대. 최립허를 만나러 오는 거겠지?"

"부럽다. 정말 부러워. 이번에 벼락출세하겠네."

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은 최립허를 질투와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중주에서 제방 서열 삼 위 천재들의 눈에 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그들이 직접 만나러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이 왔다.

즉 그들의 관심을 받는 최립허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현월, 백흥앙, 관호 등도 표정에 부러움이 드러났다.

"제방 삼 위에 든 천재들이 날 보러 온다니?"

최립허는 얼떨떨했다.

그는 곧 너무 기뻐서 가슴이 벅찼다.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이 그를 만나려고 멀리서부터 달려왔다.

'이 일이 밖에 전해진다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까?'

만일 그는 제방 삼 위에 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 신분 지위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었다.

이제 다른 무인들이 최립허를 만나면 최고의 천재로 대우해줄 것이었다.

'이번 심사는 정말 수확이 많구나!'

최립허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이내 감정을 조절하고 등을 곧게 펴고 태연한 척했다.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호들갑 떨면 안 됐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세 사람이…….'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남은 그들이 자신의 신분을 폭로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이천백일 위를 받은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천재들은 한껏 들떠있었다.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석청범, 불타 진자래, 마녀 천천이 유정도장에 나타났다.

앞의 둘은 화신이고 후자는 본인이었다.

현장에 있던 천재들은 오늘 두 번째로 그들을 보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설렜다.

그들에게 세 사람은 모두 전설 속의 인물들이나 다름없었다.

"제방심사를 통과한 걸 축하한다."

마녀 천천은 현장을 훑어보며 요염하게 웃었다.

"이번에 우리 셋은 한 사람을 찾으러 왔다. 그는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고 우리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숨어있지 말고……."

석청범과 불타 진자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장을 바라봤다.

'칼을 쓰는 사람!'

최립허는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온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는 칼을 사용하며, 무혼조차도 칼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립허가 성큼성큼 다가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저는 최립허입니다. 세 분이 찾으시려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세 천재를 만나 무척 기쁘군요."

최립허는 품위있게 인사를 청했다.

"어?"

마녀 천천은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겨우 오백 위 안에 들은 거야? 설마 순위를 숨긴 건가?'

그녀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석청범이 신념을 전해왔다.

마녀 천천은 멈칫하더니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막 내밀려던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최립허의 말을 끊으며 냉담하게 말했다.

"최도우, 미안하지만 비키거라. 우리가 찾으려는 사람은 네가 아니다."

그 말에 최립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도 굳었다.

'최립허를 찾아온 게 아니야?'

'그럼 누굴 찾으러 온 거야?'

최립허는 이번 심사의 일 위이고 무혼이 천급 오품에 이르렀으며 서열 오백 위가 되었다.

다음 순간.

석청범이 움직이고 불타 진자래도 움직였다.

마녀 천천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누굴 찾는 거야?"

현장에 있던 천재들의 머릿속에 의문만이 가득했다.

최립허도 얼굴이 굳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도 제방 삼 위에 든 천재가 그를 찾아온 게 아니라면 누구를 찾는 건지 알고 싶었다.

사람들은 곧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석청범, 진자래, 마녀 천천이 진남에게 다가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진남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최립허, 현월, 목목은 어리둥절해졌고, 현장에 있던 모든 천재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제방 삼 위에 든 천재들이 진남을 찾아온 거라고?'

하늘에 떠 있던 제사만이 그 모습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역시 모든 것은 그가 짐작한 대로였다.

제방 삼 위에 든 사람들이 진남을 찾아왔다는 것은 그가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제방이 진남의 제대로 된 순위를 숨겨준 것이었다.

"다른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진남은 어색하게 웃으며 공수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다른 말은 하지 않을 거다."

석청범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기 전에 미리 말을 생각해두었다.

"내 소개를 하겠다. 나는 석청범이다. 너를 알게 되어서 기쁘구나."

석청범은 두 손을 맞잡고 공수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나는 진자래이고 다들 불타라고 부른다. 만나서 반갑다."

진자래는 두 손을 모았다.

"하하, 나는 마녀 천천이다."

마녀 천천은 커다란 눈으로 진남을 보며 인사했다.

유정도장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모든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켜봤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이잖아!'

'저들이 왜 이천백일 위의 진남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야?'

공수하고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것은 분명 평등한 신분으로 교류하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였다.

"나는 진남이다. 너희들을 알게 되어서 기쁘구나."

진남은 주먹을 쥐며 공수했다.

제방과 그의 일을 폭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때문에, 세 사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어서 진남도 내심 기뻤다.

뒤이어 석청범, 진자래, 마녀 천천은 깜짝 놀랄 만한 행동을 했다.

"이것은 내 영패이다."

석청범은 보라색 영패를 꺼내 들고 진남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이 교류하자."

영패에는 표묘선부(縹緲仙府), 네 글자가 찍혀 있었다.

석청범은 이성 세력 표묘선부의 제 일 진전제자였다.

"이건 내 영패이다. 받거라."

진자래는 합장하며 영패 하나를 꺼냈다.

이성 세력 보제문(菩提門)의 영패였다.

"진남, 나를 자주 불러줘. 아니면 속상할 거야."

마녀 천천도 영패를 건넸다.

"고맙다."

진남은 세 개의 영패를 건네받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난 지금 용제원 인족봉의 내문제자이다. 다만 이런 특수 신분의 영패는 없다."

"그래."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두어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작별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세 사람의 목적은 이미 이루었다.

그들은 진남을 만나고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그들은 서로 교류하고 겨룰 기회가 많을 것이었다.

진남도 알고 있었다.

중주에서 삼대 천재를 상대로 둘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잘못 본 거 아니지?'

'삼대 천재의 영패라니!'

삼대 천재가 진남에게 영패를 건넸다는 것은 그들이 진남을 주목한다는 뜻이었다.

제방 오십 위라도 삼대 천재의 영패를 가지려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역시 저 녀석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신비한 흑포인은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마음에 둔 사내는 겸손하게 지내려고 해도 폭풍을 몰고 다녔다.

목목은 두 눈에 빛이 났다.

동주에서 무서운 폭풍을 일으켰던 사내는 중주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대단했다.

그는 높은 순위에 있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목목은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진남임을 잊을 수 없었다.

"진남, 너, 너……."

정신을 차린 현월은 진남을 쳐다보며 말을 더듬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거라."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어떤 선배님의 눈에 띄어 이례적으로 용제원에 들어왔다. 마침 그 선배님과 삼대 천재의 친분이 두터웠지. 그 때문에 일부러 날 찾아와 영패를 준 것 같구나."

현월 등은 그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며 정신이 들었다.

'맞아, 이제야 알겠어!'

진남은 천급 일품 무혼이고 순위는 이천백일 위에 불과했다.

용제원이든 삼대 천재이든 분명 그 선배 때문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없었다.

"후. 그렇구나."

"정말 부러워. 이렇게 쉽게 삼대 천재와 친구가 되다니."

"부러워할 거 없어. 우리는 그런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야."

"에이……."

많은 천재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만, 여전히 약간은 질투했다.

그들도 그런 선배를 원하고 있었다.

오직 최립허만이 어두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인맥 때문이었구나. 진남, 너 정도 재능으로 삼대 천재는커녕 용제원에 들어가 잡부(雜役) 제자가 될 자격조차 없다."

최립허는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방금 삼대 천재가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스스로 나섰다.

마녀 천천이 그를 무시하고 오히려 진남을 찾아가다니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가능하다면 최립허는 진남을 단단히 혼내고 싶었다.

최립허뿐만 아니라 현월, 백흥앙 등도 답답하고 울적했다.

'타고난 게 없으면 어떠한가?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또 어떠한가? 진남은 잘만 지내잖아!'

주위의 다른 천재는 그 광경을 보고 서로룰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최립허를 힐끗 쳐다봤다.

굳이 그에게 해명하기가 귀찮았다.

어차피 전신의 혼 등급이 올라간다면 그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누구나 알게 될 것이었다.

"그만하거라. 삼대 천재가 갔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사는 최립허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보상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최립허, 목목, 사망도인(死亡道人), 현월, 진남……."

제사의 말에 따라 최립허, 현월 등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부러워한다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진남의 인맥이었다.

원해도 가질 수 없으니 차라리 마음을 다스리고 상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흥! 오십 위인 내가 무슨 상을 받나 지켜봐. 규칙이 변해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그래봤자 고작 제정일 뿐이다.'

최립허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진남을 차갑게 훑어봤다.

예나 지금이나 오백 위 안에 들면 제방의 상은 매우 풍부했다.

"사망도인?"

진남은 최립허를 무시했고 상도 무시했다.

순간 그는 신비한 흑포인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사망도인이 분명 강벽난이라는 것을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제방심사에 참가하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천개명이라도 한 건가?'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벽난과 자신은 모두 방금 중주에 온 것이었다.

앞으로 강해지면 진남 일행은 자연스레 다시 모이게 될 것이었다.

지금은 강해지는 일에 집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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