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화 모르는 법이다
도장에서의 싸움은 계속 진행되었다.
수많은 강기가 계속 터지고 사방으로 흘러 가슴이 떨렸다.
삼대 천재의 예감은 맞았다.
이수 천재는 점점 강해졌다.
그의 엄청난 전의는 마치 전의 공간으로 변한 것처럼 그들의 제의, 불의, 마의를 제압했다.
"그만! 시합은 여기까지이다!"
이때, 백발노인이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강하고 신비한 힘이 네 사람에게 내려와 그들을 떼어놓았다.
"응?"
진남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백발노인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이제야 몸이 뜨거워졌는데 그만 싸우라니?'
"너희들은 먼저 가거라."
백발노인이 손을 휘둘렀다.
세 천재는 신비한 힘에 싸여 도장을 떠났다.
백발노인은 미소를 짓고 진남에게 말했다.
"네가 계속 싸우고 싶은 건 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네가 저들과 싸우고 싶으면 경지를 더 높이고 다시 도전하거라."
"아……."
진남은 전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백발노인의 말이 맞았다.
이번 싸움은 무혼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금술도 사용하지 못했다.
진남도 그와 싸운 셋이 그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인데, 실력을 억제한 채로 싸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선배님, 방금 셋은 제방 서열 삼 위 안에 든 자들이 맞습니까?"
진남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 맞다."
백발노인은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다.
"역시!"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불의와 마의는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래서 진남은 그들이 제방 이 위인 불타 진자래와 제방 삼 위인 마녀 천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실력이 둘보다 훨씬 강한 자는 제방 일 위인 석청범이 틀림없었다.
'제방 서열 삼 위에 드는 자들은 역시 강하구나. 많은 수단을 억제당하고도 나와 싸울 수 있다니. 내가 무조 정상급이 되었을 때 저 셋과 제대로 싸워본다면 어떨까?'
진남은 두 눈에 기대가 떠올랐다.
"진남."
백발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운명 심사, 무혼 심사, 실력 심사 모두 통과했다. 즉 이제 네 서열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진남은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선배님, 저는 서열 몇 위입니까?"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그러니 제방에서도 이례적으로 스스로 순위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겠다."
백발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정하라고요?"
진남은 얼떨떨했다.
'내 서열을 내가 정할 수 있다고……? 에이, 아니겠지.'
백발노인은 이어서 말했다.
"네가 서열을 정하라는 말은 일 위를 하고 싶으면 일 위라고 하면 되고 이 위를 하고 싶으면 이 위라고 하고 삼천 위를 하고 싶으면 삼천 위라고 정하라는 말이다."
백발노인은 진남의 의혹을 알아차리고 한마디 보충했다.
"너는 이미 제방의 심사 범위를 넘어섰다."
* * *
같은 시각, 유정도장.
제자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미간을 찌푸린 자도 있고 겁을 잔뜩 먹은 자도 있었다.
이때, 제자들 몸에서 금빛이 솟아올랐다.
금빛은 천천히 용 모양으로 변해 제자들 가슴에 닿았다.
용 모양의 중앙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방심사에서 통과한 자들에게 순위를 매긴 것이었다.
그러자 조용하던 유정도장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육천삼백 위? 내가 서열 육천삼백 위야?"
"뭐라? 잘못된 거 아니야? 나는 천급 이품의 무혼이다. 그런데 고작 서열 만천 위라니? 천급 일품 무혼을 자진 자보다 한참 뒤떨어졌다고?"
"하하하, 나는 오천팔백삼십칠 위야. 이제 종문으로 돌아가면 수련 자원을 많이 받을 수 있겠구나!"
자신의 순위를 보며 어떤 사람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어떤 사람은 우울한 표정이었다.
어떤 사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제방 순위는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지만, 대부분 이성 세력, 삼성 세력은 모두 순위에 따라 제자들에게 수련 자원을 제공했다.
천급 일품의 무혼이 서열 오천 위에 들면 꽤 괜찮은 성적이었다.
천급 이품이 오천 위에도 들지 못하면 지위가 대폭 하락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천급 삼품의 무혼을 가진 자들을 통틀어도 오천 위 안에 든 자가 없었다.
"현월, 백흥앙, 관호도 심사가 끝났어!"
그때 한 제자가 외쳤다.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그들은 최립허 못지않은 천재들이었다.
과연 몇 위를 할 수 있을지 사람들은 궁금했다.
현월, 백흥앙, 관호, 옥빙, 옥설 등의 몸에도 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다른 천재들보다 조금 더 찬란했다.
"아! 현월은 서열 이천 위야!"
"백흥앙은 서열 이천삼백 위야!"
"허, 관호는 삼천 위구나!"
"전부 삼천 위 안에 들었구나! 그중에도 현월의 순위가 가장 높아!"
"……."
유정도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하하하하!"
현월은 고개를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우레와 같이 장내를 휩쓸었다.
그는 백흥앙 등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봤느냐? 봤느냐? 내가 바로 현월 어르신이다!"
백흥앙, 관호 등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은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같은 등급의 천재이지만 서열에 매겨진 숫자는 그들에게 현월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슉-!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금빛이 솟아올라 현월, 백흥앙 등의 금빛을 덮어버렸다.
"응? 뭐, 뭐야?"
현월과 다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돌아보았다.
금빛의 주인공은 목목이었다.
현월과 백흥앙은 어안이 벙벙했다.
목목은 용제원의 신입 제자 중 한 명인데 진남과 함께 온 자였다.
순간, 금빛이 번쩍이며 용 모양이 만들어졌다.
천재들이 그 부호에 적힌 숫자를 보자 헛숨을 들이켰다.
다들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이, 이게 무슨……. 잘못된 거 아니지?'
* * *
같은 시각,
황량한 사막에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마녀 천천이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마녀 천천은 영패를 들고 전음했다.
"제명쟁탈전에 무제 기연이 하나밖에 없다면 우리는 이수와 적이잖아? 그럼 지금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의 눈은 차갑게 식었다.
무제가 되는 길은 어려움이 많지만, 아무것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이수 천재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미타불. 마녀, 너무 극단적이다."
진자래의 평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타 말이 맞다."
석청범도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제방에서 전음이 왔다. 이수 천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고 하는군. 그리고 이수 천재의 상대는 될 수 있지만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수가 나타난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마녀 천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은……."
"맞다. 천 년 전의 단천대제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느냐? 하지만 제방은 그를 이수라고 칭하지 않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제방은 그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이수라 칭하지 않았다. 이수 천재는 반신지국의 신방에서 폭풍우를 일으킬 사람이 틀림없다."
석청범이 이어서 말했다.
"천재들 싸움에서 이수가 강할수록 우리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와 무예를 겨루면서 서로 격려하고 서로 자극해야만 한다.
우리는 천부적인 재능이 이수보다 못하지만, 인생은 길고 희망은 많다. 그러니 우리도 역천개명하고 신방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석청범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신념이 담겨 있었다.
"하하, 그건 맞는 말이다. 서로 상대하며 성장하는 것이 적수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지."
마녀 천천은 그의 말을 알아듣자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빙그르르 굴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가 이수의 신분을 폭로하지는 않지만 그를 찾아갈 수는 있잖아? 상대라고 해도 그의 실체는 알아야 하잖아."
"맞아. 그자는 동술이 무척 강하고 칼을 잘 쓴다. 그의 외모와 기운을 알 수 없지만 유정도장에 가면 그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거리가 너무 머니 화신으로 나타날게."
석청범은 담담하게 웃었다.
"아미타불. 내 화신은 이미 출발했다."
"땡중! 말도 없이 먼저 출발하다니!"
마녀 천천은 발을 구르더니 마광으로 변해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유정도장.
"천삼백 위! 천삼백 위야!"
"설마 목목이 천급 오품이나 사품 무혼을 가진 천재일까?"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구나!"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진남 때문에 사람들은 목목을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목목은 눈을 떴다.
그녀는 무척 기뻤다.
목목은 자신이 이렇게 높은 서열로 평가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시선을 느끼고 현월 등을 돌아봤다.
그녀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추측하지 말거라. 나는 천급 일품 무혼이다. 나도 천급 일품 무혼으로 이렇게 높은 서열을 받을 줄 몰랐다."
말을 마친 그녀의 등 뒤로 붉은빛이 솟아오르고 무혼이 떠올랐다.
그녀는 사람들이 진남을 비웃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천급 일품 무혼이면 어때서? 천급 사품들도 못 가진 순위를 내가 가졌다!'
"이, 이게 무슨……."
현월, 백흥앙, 관호 등 인재들은 충격을 받았다.
'천급 일품 무혼이라니!'
'천급 일품 무혼이 천삼백 위를 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어!'
그때, 찬란한 금빛이 솟아올랐다.
목목보다 더 빛났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목목을 뛰어넘는 천재가 나타났어?'
'최립허인가?'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흑포를 입고 있었는데, 전에 본 적이 없는 자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흑포인은 금빛이 사라지고 용 모양으로 변했다.
그 가운데 숫자는 더욱 놀라웠다.
"천 위!"
"서열 천 위라니!"
"대체 누구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목 도우의 말이 맞아. 천급 일품이면 어때서? 나도 천급 일품 무혼이다. 하지만 제방은 내 천급 일품 무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군."
흑포인은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또 천급 일품 무혼이라니!'
'게다가 서열 천 위를 했어!'
이전에는 천급 오품 무혼이라도 첫 번째 심사에서 이런 서열을 받기 어려웠다.
하나, 오늘 벌어진 일들은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현월, 백흥앙, 관호 등은 그제야 느끼는 바가 있었다.
제방심사는 무혼뿐만 아니라 운명 심사도 했다.
기연을 얻으면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의 제자가 되고 신방에 오를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가능했다.
"진남……."
현월은 두 사람의 말에서 무언가 깨달은 게 있었다.
"심사가 거의 끝난 것 같구나."
흑포인은 이어서 말했다.
그의 말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 귀에는 우레처럼 크게 들렸다.
"아직 최립허와 진남의 서열만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아! 진남과 최립허의 서열이 아직 안 나타났어!'
방금 천급 일품 무혼을 가진 자들이 좋은 순위를 얻은 것 때문에 사람들은 기대감이 떠올랐다.
'설마…… 진남도 기적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