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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83화 (483/1,498)

483화 제방 삼 위의 천재들

"내 도의를 느낄 수 있어?"

진남은 살짝 놀랐다.

진남의 경지는 무제 강자들도 알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오른팔은 단천도였다.

'최립허……. 보통이 아니구나!'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최도우, 생각이 많구나. 나에게 칼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름 없는 칼이다. 최도우와 다른 단천종의 제자들과 비교하면 언급할 가치도 없다."

진남은 단천도를 드러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단천도가 모습을 드러내면 수많은 무제 강자들이 빼앗으려고 달려들 것이었다.

"이름 없는 칼?"

최립허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차가워졌다.

'용제문에서 이례적으로 받은 인간족 제자이자 내문 제자이다! 그런 그가 가지고 있는 칼이 평범할 리가 없다. 게다가 나를 대하는 말투가 당당하고 내 위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어. 어디로 보나 평범한 자가 아니다!'

"우리 중주에 이런 천재가 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진남, 너 같은 천재가 얌전히 지냈을 리 없지. 소육자(小六子). 유영루(幽影樓)에 진남의 내력을 빨리 조사해보라고 전하거라!"

최립허는 손을 흔들며 명령을 내렸다.

흰옷을 입은 천도종 제자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패를 들고 신념을 전달했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유영루는 중주의 이성 세력이었다.

그들은 창람대륙을 돌아다니며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판매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유영루의 정보를 사려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했다.

'천급 오품 무혼을 가진 최립허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진남에 관한 정보를 산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최립허가 뭘 발견한 거야?"

천재들은 서로 신념으로 교류를 하며 의혹을 드러냈다.

"최립허, 뭐 하는 거냐!"

현월은 화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엄청난 기운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백흥앙과 다른 요수들도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최립허는 천급 오품의 무혼을 가진 절세 천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용제원의 제자들이었다.

최립허가 진남을 겨냥하자 그들은 모두 진남의 편이 되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최립허는 왜 나를 조사하려는 걸까?'

"왜? 진남의 내력을 조사하는 것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최립허는 요수들의 기세를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물었다.

그가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진남을 조사하는 것은 진남의 내막을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번 제방심사에서 최립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진남이 나타나자 왠지 모르게 그는 위협을 느꼈다.

때문에,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태였다.

현월과 백흥앙 등 요수들은 딱히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내력을 조사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형, 유영루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이때 천도종의 제자가 영패를 들고 달려왔다.

모든 시선이 그 영패로 향했다.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은 진남의 내막을 알고 싶었다.

최립허는 신식으로 영패를 훑어보았다.

그는 영패의 정보를 보고 경악했다.

'잘못된 거 아냐? 이렇게나 형편없다고?'

"하하하!"

잠시 후 최립허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진남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 나는 네가 절세 천재인줄 알았다. 그런데 동주 하역에서 왔고 역천개명을 해서 천급 일품의 무혼을 가진 게 다라니! 용제원도 참 재미있구나. 고작 천급 일품의 무혼을 가진 제자를 받아들이느라고 전례를 깨뜨리다니!"

최립허는 손에 힘을 주어 영패를 박살 냈다.

그는 진남을 더 쳐다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가버렸다.

이제 그에게 진남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의 말에 모든 사람은 경악했다.

"동주 하역에서 왔어? 게다가 무혼이 고작 천급 일품이야?"

"허 참, 나는 저자의 무혼이 적어도 천급 삼품이나 사품은 되는 줄 알았거늘."

"하하, 내가 그랬잖아. 인맥으로 용제원에 들어간 게 분명하다니까?"

도장은 시끌벅적했다.

진남 일행이 도장에 들어설 때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천재들은 진남을 최소 중간급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생겼으니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많은 천재가 시큰둥하게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현월과 백흥앙 그리고 다른 요수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진남이 천부가 높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형편없을 줄은 몰랐다.

천급 일품의 무혼이 낮은 건 아니었다.

다만 진남은 용제원이 몇천 년의 규칙을 어기고 파격적으로 들인 제자이고 내문 제자였다.

그런 신분에 천급 일품 무혼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현월과 백흥앙 그리고 다른 요수들도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에 경멸이 서렸다.

'이 녀석은 정말로 인맥으로 들어온 거구나.'

창람대륙은 늘 이러했다.

유정도장에 있는 천재들은 중 가장 낮은 무혼은 천급 일품이었고, 가장 높은 무혼은 천급 오품이었다.

때문에, 진남의 신분이 특이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의 시선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진남……."

목목은 사람들의 반응에 마음이 불편해서 진남을 위로하려고 했다.

진남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사람들의 태도보다 심사가 더욱 중요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정신이 다른 데 팔렸다. 그들은 제방심사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방심사가 곧 시작되겠군……."

진남은 주변을 불러보았다.

유정도장에는 이미 천여 명 남짓한 천재들이 있었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천재들은 흠칫하며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도장의 위쪽 허공이 비틀리더니 이상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온몸이 하얗고 계속 흔들리는 것이 불꽃 같기도 했다.

그의 몸은 계속 비틀렸는데 요수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했다.

"제사(帝使)!"

"제사가 왔다."

"……."

제사는 제방의 사자이고 제방심사를 책임진 자였다.

천재들은 선배들에게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를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다.

"역시 제방이야. 사자도 이렇게 신비하다니!"

진남은 두 눈에 경이로운 빛이 스쳤다.

그는 왼쪽 눈으로 제사를 살펴보았지만 엄청난 보라색 빛이 그의 시선을 막았다.

"내 소개를 하겠다. 나는 제사다. 이번 제방심사를 책임지고 있지."

기이한 그림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가시가 돋은 것과 같았다.

그가 말하기 시작하자 신기한 마력이 있는 것처럼 온 도장이 조용해졌다.

"다들 규칙을 잘 알 거다. 그러니 순서대로 규칙을 한 번만 설명해주마, 잘 듣거라.

이번 심사에서는 무혼, 실력, 그리고 운명에 대해 평가를 진행하고 제방의 순위를 결정할 것이다."

"운명?"

진남은 눈썹을 찡그렸다.

'허무맹랑한 운명 따위를 심사한다니?'

"즉, 천급 이품의 천재가 천급 오품의 천재보다 서열이 높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제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이런 확률은 무척 적다.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지."

천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방심사는 하늘로 솟아오를 기회가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강한 무혼과 실력이 없는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좋을 수 있겠는가?

있다고 해도 극히 드물 것임이 분명했다.

"오?"

진남은 두 눈에 빛을 반짝였다.

'그럼 내 천급 일품의 무혼으로 최립허를 뛰어넘을 기회가 있다는 말인가?'

"심사 규칙을 말했으니 이제 상품에 대해 말하겠다."

제사의 말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복이 없었다.

"상품은 천 년 동안 변함없다.

순위 이천 안에 드는 자들은 일정한 수량의 제정(帝晶)을 받을 것이다.

순위 천 안에 드는 자는 지도와 공법 무예 같은 것들을 받을 수 있다.

순위 오백 안에 드는 자는 상품이 매우 풍성하다."

그의 말에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았다.

제방은 모든 상품이 명확하지 않고 임의로 줬다.

어떤 사람들은 역천개명할 수 있는 기연이 있는 지도를 얻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법보를 얻었다.

운에 따라 상품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리고 서열 이천, 서열 천, 서열 오백에 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죽거나 경지를 잃은 천재들은 아무리 높은 서열이었다 해도 순식간에 순위에서 밀려났다.

혹은 서열이 낮았던 제자가 기연을 만나 경지가 높아지면 서열도 높아지기도 했다.

제방 서열 삼천 명도 수많은 변화를 거쳐 이루어진 강한 존재들이었다.

최립허, 현월, 백흥앙, 관호, 옥빙, 옥설 같은 천재들은 표정이 환해지고 두 눈에 기대가 가득 찼다.

특히 최립허는 독보적이었다.

모든 사람 중에 그의 천부가 가장 대단했다.

그는 이번 심사에서 일등을 하고 제방 오백 위에 들어 천하에 이름을 떨치려고 했다.

또한, 제방에서 지보를 상품으로 받으면 더욱 좋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진남을 경계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진남이 그에게 방해가 될까 봐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조사한 것이었다.

"심사를 진행하기 전에 새로운 소식을 알리겠다."

별안간 제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제방심사는 특별한 이유로 앞당겨졌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도 생겼다. 제방심사를 축하하기 위해 서열 삼 위 안에 드는 자들의 화신이 너희들을 응원하려고 특별히 찾아왔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천재들은 깜짝 놀랐다.

'제방 서열 삼 위에 드는 천재들이라니!'

그들은 전설 속의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경지는 이미 무제에 가까웠고, 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자들이었다.

제방 쟁탈전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자들이었다.

제방에는 천급 오품의 무혼을 가진 자들이 몇십 명이 되었다.

그들 중 오직 셋만이 두각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있다는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들 셋은 천재 중의 천재였다.

최립허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그들의 이름만 들었을 뿐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서열 삼 위에 드는 건 어떤 사람들일까?'

바로 그때.

도장의 위쪽에 세 개의 진법이 변하더니 그 속에서 그림자 셋이 나왔다.

엄청난 위압이 도장을 휩쓸었다.

제방 서열 삼 위가 나타났다.

"사람이 참 많구나. 우리가 심사할 때보다 적은 것 같지 않아."

청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문금포를 입은 소녀가 장난스럽게 서 있었다.

제방 삼 위 마녀 천천(芊芊)이었다.

"선재(善哉), 선재."

빡빡머리 청년이 두 손을 합장하고 나타났다.

그의 뒤로 금광이 번쩍였다.

장엄한 불상의 모습이었다.

그는 서열 이 위 불타(佛陀) 진자래(陳自來)였다.

마지막 청년은 청색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외모도 평범하고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

그의 눈은 커다란 밤하늘처럼 인간 세상을 전부 담고 있었다.

제방 서열 일 위 석청범(石靑凡)이었다.

도장의 분위기가 후끈거렸다.

"마녀 천천이다! 그녀는 강한 무제의 추격에서 순조롭게 도망쳤대. 그리고 이성 세력인 운소문(雲霄門)에 세 번이나 쳐들어갔는데도 다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

"문련(聞連)무제조차 그녀의 계략에 걸려들었다고 들었어."

"불타 진자래구나! 불타 진자래는 남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역천개명해서 천급 오품의 무혼을 가지게 되었어. 그는 열흘 밤낮을 설법해서 마제에게 중상을 입힌 적도 있지. 보통이 아니야!"

"석청범이다! 석청범!"

"소문에 의하면 그는 몇천 년 전에 존재했던 강한 무제의 환생이라고 해. 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대단한 천재야!

그는 이름을 날린 후의 기록이 너무 적어서 신비하기 그지없어! 불타 진자래와 마녀 천천이 힘을 합쳐도 그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소문도 있더군."

"저들이 정말 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

"……."

천재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최립허, 현월, 백흥앙, 관호와 같은 천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저들 셋의 전설과 강한 힘은 이 자리에 있는 천재들뿐만 아니라 중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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