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화 좋은 칼이 있구나!
사흘 후.
"다 왔다!"
임노가 외치더니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 허공에서 나왔다.
진남도 기운을 거뒀다.
사흘 동안 기운을 계속 드러내고 허공에서 뛰어다니면서 그는 기운을 더욱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한 초식에도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월과 백흥앙은 진남에게서 자극을 받고 미친 듯이 쫓아왔다.
덕분에 그들의 경지도 상승했다.
이게 바로 무도였다. 모든 행동이 다 수련하는 과정이었다.
"저건……."
진남은 허공에서 나오자 사막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막에는 모래가 바람에 날렸는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섬뜩한 사막의 중앙에는 오래된 도장이 반 공중에 떠 있고 옅은 청색의 빛을 뿜었다.
그 빛은 마치 대도의 빛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신비한 도장이구나!'
진남은 두 눈에 놀란 듯한 빛이 스쳤다.
왼쪽 눈으로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유정도장은 제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동시에, 유정도장은 이보이기도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여기가 바로 유정도장이다!"
임노는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이 도장은 무척 신비한데 제방의 이보에 속한다. 도장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천급 일품 이상의 무혼이어야 하고, 제방 삼사에 참가한 적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들어갈 수 없다.
하니 백흥앙. 이제부터 네가 인도자가 되어 이들을 데리고 도장에 들어가거라."
임노는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명심하거라. 도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실격이다!"
임노는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현월의 짜증 섞인 시선을 받으며 백흥앙은 중앙으로 나섰다.
그는 홍룡 본체의 모습으로 진남 등 제자들을 이끌고 도장으로 날아갔다.
사막에는 용제원과 비슷한 다른 세력들도 와 있었다.
그들도 제자들만이 도장에 들어가고 장로들은 밖에서 기다렸다.
진남 일행이 다가오자 수많은 신념들이 그들을 살폈다.
그러자 사막에 서 있던 임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심사를 참가하러 온 용제원 제자들을 동술로 살피려는 거요?"
그의 호통에 사방팔방의 신념들이 멈칫하더니 사라졌다.
용제원은 방대한 세력이었다.
다들 용제원을 두려워했다.
백흥앙의 인도하에 진남과 제자들은 곧 유정도장에 도착했다.
도장은 방원 팔천 장이었다.
도장 안은 온통 빛으로 감싸여서 아무리 강한 동술이라도 볼 수 없었다.
"나를 따르라!"
백흥앙은 낮게 외쳤다.
그는 빛의 소용돌이를 노려보더니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과 다른 제자들도 따라서 들어갔다.
빛의 소용돌이로 들어서자 진남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수많은 신념이 번개처럼 그에게 날아왔다.
진남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도장에는 대충 봐도 사백이 넘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몸집이 거인처럼 큰 그들은 검은 흑포를 입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어떤 이는 온몸이 불과도 같았다. 그들은 화염지인(火焰之人)이었다.
기운이 신비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마치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독사들 같았다.
동주의 천재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흥분되는구나!"
진남은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성대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용제원의 천재이다!"
"용제원은 규모가 크구나, 몇십 명이나 오다니!"
"우두머리 사내는 백흥앙인데 홍룡 혈통인데 천급 사품 수준의 혈통을 가지고 있다!"
"소일천랑 현월도 있어! 백흥앙보다 실력이 뒤지지 않아!"
몇백 명의 천재들은 백흥앙 일행을 보며 술렁거렸다.
그들은 다른 세력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용제원의 신입 천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 저들이 용제원에서 새로 받은 인간족 제자야? 한데, 왜 둘이지?"
의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반 이상의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그들은 얼마 전에 진남에 대해 듣고 직접 보고 싶었다.
용제원에서 이례적으로 받은 인간족 천재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저 녀석……."
사람 중 흑포를 입은 자가 혼잣말을 했다.
흑포 아래에는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중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흑포를 꽉 잡고 기운을 거두었다.
그녀는 진남에게 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저 사내와 여인은 실력이 약하지 않은 것 같구나!"
"당연하지! 용제원은 몇천 년 동안 인간족 제자를 받은 적이 없다. 저 둘은 이례적으로 들어간 자들이니 무혼 등급은 적어도 천급 사품은 될 거야. 아니, 어쩌면 오품이 될지도 몰라!"
"……."
순식간에 진남과 목목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수많은 인간족 천재들이 용제원에 들어가고 싶어서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과 목목이 용제원의 제자가 되자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현월은 입을 삐죽거렸다.
'뭐가 대단해! 인맥으로 들어온 거잖아!'
목목은 그 말을 듣자 부끄러워서 얼굴이 상기되었다.
반면 진남은 오히려 무덤덤했다.
그는 왼쪽 눈으로 도장을 훑어보았다.
'대단하다!'
진남은 감탄했다.
자리에 있는 천재 중 천급 삼품은 스무 명이고 천급 이품은 일흔여섯이었다.
그중 이성 세력의 제자들로 보이는 자가 둘이 있었는데, 무혼은 천급 사품이라 백흥앙과 현월에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천재들은 경지도 무척 높고 여러 가지 기운이 섞여 있어서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모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니, 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올까?"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생각을 듣기라도 하듯 도장에 그림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특히 한 청년은 기운이 웅장한 용 같아서 순식간에 시선을 끌었다.
"혼난문이다!"
"저자는 혼난문이 새로 들인 천재인 관호인데, 천급 사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역천무성 경지까지 돌파했다고 하더군. 무조 일 단계와 같은 힘을 가졌어."
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현월과 백흥앙도 그를 자세히 살폈다.
관호는 그들의 상대였다.
"혼난문?"
진남도 마음이 동하여 관호를 몇 번 살폈다.
그는 무량산에서 죽인 구음무조가 혼난문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목목도 하마터면 혼난문의 신입 제자가 될 뻔했다.
이때, 커다란 소리와 함께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나타났다.
혼난문과 비해 기세가 작지 않았다.
"무심종(無心宗) 사람들이다!"
"무심종의 신입 제자인 옥설(玉雪), 옥빙(玉氷)이다. 둘 다 천급 사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저 둘은 자매인데 금술을 펼치면 둘의 경지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고 해!"
도장의 분위기는 다시 후끈거렸다.
혼난문이나 무심종은 무척 유명해서 이성 세력 중에서도 앞쪽 서열이었다.
이어서 다른 세력들도 연신 도착했다.
다른 이성 세력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왔다.
도장에는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기운이 강한 천재들도 점점 많아져서 분위기가 시끌벅적거렸다.
"무극신맹(無極神盟)에서 받아들인 천재 제자들은 최고 등급이 겨우 천급 이품이라더군. 하하, 무극신맹은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아."
"검도종(劍道宗) 사람들을 봐 봐. 저들은 하나같이 기운이 강해.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검치(劍痴)라고 하는데, 천급 사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 그의 무혼은 반보대제가 죽은 후 변한 거라고 하더군."
"저기 봐 봐. 북주의 서열 삼 위 천재야. 중주에 와서 역천개명하고 천급 삼품 무혼을 가졌어."
"저건 명정문(明正門)의 사람들이야!"
"청표문(淸飄門)의 사람들도 왔어!"
"……."
수많은 목소리에 여러 가지 정보들이 가득했다.
진남은 도장에 서서 계속 내려오는 천재들을 보며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
짧은 시간 동안 십여 개의 이성 세력과 여러 삼성 세력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도장에는 이미 팔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천급 사품의 무혼을 가진 자가 열셋이나 되는구나!"
진남은 크게 심호흡했다.
현월과 백흥앙까지 더하면 도장에는 천급 사품 무혼을 가진 자가 열다섯은 되었다.
천급 삼품과 천급 이품의 천재들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현월과 백흥앙은 표정이 점점 무거워졌다.
용제원은 지금까지 가장 강한 이성 세력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성 세력들도 약하지 않았다.
다들 무제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천재들의 무혼은 그들의 무혼보다 낮지 않았다.
그 순간.
시끌벅적한 도장에서 천재들은 서로 교류했다.
동시에 천재들은 암암리에 여러 수단을 펼쳐 상대들을 살폈다.
진남과 목목은 몇천 년 만에 용제원에서 받은 인간족 제자였지만 지금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무척 적었다.
이때.
도장에 다섯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차가운 도의가 폭풍우처럼 장내를 휩쓸었다.
천재들은 고개를 들어보았다.
"천도종(天刀宗)!"
"천도종 사람들이 왔어!"
"저자는? 천급 오품 무혼을 가졌다는 최립허(崔立虛)잖아!"
"뭐라고?"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천급 오품의 무혼이라니!'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백흥앙, 현월, 관호, 옥설, 옥빙, 검치 등 이성 세력의 천급 사품 무혼을 가진 유명한 천재들은 표정이 무거워졌다.
마치 큰 적을 맞이한 것 같았다.
"천급 오품 무혼?"
진남도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을 제외하고 중주의 이성 세력과 삼성 세력 중에서 천급 오품 무혼을 가진 자는 최고의 존재였다.
천도종의 우두머리는 백의 청년이었다.
백의 청년의 두 눈은 이상하리만치 온통 검은색이었다.
그는 등 뒤에 신비한 고도를 메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있었다.
유독 눈에 띄었다.
그의 거만함은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비범하여 중주를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백의 청년은 천천히 도장을 훑어보았다.
그는 관호, 옥빙, 옥설을 지나쳐 용제원이 있는 곳을 살피다가 요수 중에 있는 진남과 목목을 발견하고 눈썹을 꿈틀했다.
"응?"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립허는 성큼 나서서 요수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거만하게 진남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용제원에서 이례적으로 받았다는 제자가 너냐? 이름이 무엇이냐?"
주변의 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최립허가 저 자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왜일까?'
"진남, 조심해. 저놈은 좋은 놈이 아니다."
현월은 진남에게 전음하고 최립허를 사납게 노려봤다.
그는 진남을 싫어했지만, 최립허를 더 싫어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무표정하게 공수하고 인사했다.
"나는 진남이다. 최 도우, 만나서 반갑다!"
최립허는 현월 등 요수들이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무시했다.
그는 갑자기 진남을 쏘아보며 말했다.
"진남이라고? 내 추측이 맞는다면 너는 칼을 사용하는 무인이다. 그리고 네겐 좋은 칼이 있구나!"
진남이 그저 용제원에서 이례적으로 받은 인간족 제자라면 최립허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최립허의 무혼은 특이한 능력이 있었다.
상대방이 강한 자든 약한 자든 칼을 사용하는 무인이면 무혼을 통해 상대방의 칼이 얼마나 강하고 어떤 재질이며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진남에게서 신비한 도의를 느꼈을 뿐 다른 것들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진남에게 좋은 칼이 있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