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화 나도 할 수 있어!
수련대전을 떠나 다시 수림에 돌아온 진남은 큰 돌에 앉아 숨을 내쉬었다.
"역시 전신의 남은 육체를 가져오기 쉽지 않겠어."
진남은 씁쓸하게 웃었다.
'남천신지는 창람대륙의 일 위 세력이다. 남천문은 그 세력의 깊숙한 곳에 있고 적어도 두 명의 무신과 여러 무제가 지키고 있다.
또한, 남대문은 신비하기 그지없는 지보이다! 예전에 한 명의 무신과 세 무제 강자가 연합했는데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럼 나는?'
진남은 현재 역천 무성이고 무조 경지도 돌파하지 못했다.
남천신지에 들어가서 제자가 될 자격도 없었다.
벌레에게 주먹을 휘둘러 거인을 넘어뜨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던가?
"퉤!"
진남은 갑자기 일어서서 침을 뱉었다.
문득 그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패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전신은 최고의 기연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나머지 육체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반드시 가져와야 해! 경지가 낮아서 안 돼? 그럼 조금씩이라도 강해지면 된다! 나는 아직 젊고 시간이 있어!
무혼 등급이 낮아? 그럼 등급을 높이면 되지!'
진남은 천급 십품 무혼으로도 진급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 그가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남천신지? 남천문? 언젠가 내가 반드시 부숴버릴 거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수림에는 전의가 사라지고 다시 잠잠해졌다.
진남의 감정도 다시 차분해졌다.
"남천문을 부수는 것이 나의 중주에서의 목표이다. 지금의 나는 중주에서 작은 역할일 뿐이야."
진남은 냉정하게 분석했다.
"지금 중요한 일은 전신의 혼을 등급을 높일 방법을 찾고 경지를 높이는 거야."
진남은 상황을 철저히 분석했다.
전신의 혼 등급을 높이는 일은 인연을 따라야 했다.
인연이 되면 차차 답을 알게 될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모든 우선순위를 수련하는 일에 두어야 했다.
"인족봉 수련대전에 있는 비경들은 엄청나. 수련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산봉우리의 내부에 있는 그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꽤 크다."
진남은 왼쪽 눈을 빛내며 허공을 살폈다.
산봉우리 내부에는 용맥이 흘러 인족봉의 운행을 지탱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무조 경지 이 단계 정도라도 좋을 텐데."
진남은 잠시 산봉우리를 쳐다보더니 서슴없이 걸음을 옮겨 산봉우리 내부로 들어갔다.
* * *
같은 시각 인적봉 수련대전 마원동천.
"흥!"
현월은 진남의 기척을 느끼곤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시큰둥해하며 말했다.
"산봉우리 내부에 있는 용맥이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 그렇다면 내가 왜 동천에서 수련을 하겠어? 그것이 너에게 단단히 교훈을 주겠지."
말을 마친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 * *
산봉우리 내부.
진남은 안으로 들어서자 방대한 영기가 주변에 가득한 것을 느꼈다.
영기는 다른 것들과 조금 달랐는데 여섯 개의 신비한 의지가 섞여 있어서 놀라웠다.
"이건……."
진남은 살펴보더니 깜짝 놀랐다.
커다란 용이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그 길이가 백 장은 되었다.
용맥은 엄청난 힘을 풍겼다.
일반 용맥과 다른 점이라면 이 용맥은 여섯 개의 용머리가 있었다.
용머리들은 몽환적으로 보였다.
"전설 속의 육령용맥(六靈龍脈)인가?"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지의 기물인 용맥은 여러 종류가 있었다.
육령용맥은 제 모습을 갖추기만 한다면 여섯 개의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사방에 위엄을 떨칠 수 있었다.
육령용맥은 보기 드문 것이라 무척 귀했다.
육령용맥의 영기는 방대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생겨나서 사용해도 끝이 없고 마르지 않았다.
게다가 육룡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만약 육령영맥을 흡수한다면 진남에게도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었다.
앞에 있는 육령용맥은 무조 경지 이 단계에 해당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비록 아직 제 모습을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기세가 엄청났다.
마치 여섯 개의 무조 경지 이 단계를 합한 것 같았다.
"인간이냐?"
이때 여섯 개 용 머리들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방대한 압력이 흘러나오고 진남의 흑포가 펄럭거렸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공수하고 말했다.
"저는 용제원에 새로 들어온 내문제자 진남입니다. 오늘 온 것은 선배님의 힘을 빌어 경지를 높이려고……."
그러나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여섯 개의 용머리가 동시에 호통을 쳤다.
"의외군. 이토록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용제원에서 인간족 제자를 받아들였구나.
그러나 내 경지를 이용하려면 나와 싸워서 이기거나 인족봉 봉주가 되어 용제원의 장로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으면 나를 통해 경지를 높일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여섯 개의 용머리가 거만함을 드러냈다.
인족봉은 거의 죽어가고 용머리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의 오기는 여전했다.
아무나 그의 힘을 빌어 경지를 높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선배님을 이기면 된다는 말입니까? 그럼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전의를 드러냈다.
육령용맥의 전력이 대단했지만 그렇다고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쿵-!
진남은 바로 성큼 나서서 왼쪽 주먹으로 육령용맥을 내리쳤다.
"고작 역천 무성 주제에 나를 도발하느냐?"
여섯 개의 용머리들은 깜짝 놀랐다.
진남이 공격하자 용머리들은 바로 진남의 경지를 알아보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구나!"
용머리들은 동시에 콧방귀를 뀌더니 큰 입을 떡 벌렸다.
천지의 영기들이 격렬하게 모여 여섯 개의 빛이 변해 날아왔다.
단 한 방이었다.
그 한 방은 천지가 흔들릴 정도로 위엄이 대단했다.
진남은 바로 왼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진남은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몸은 하늘로 다시 솟아올랐다.
진남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
전신의 첫 번째 초식, 전신무쌍.
"응? 아무렇지도 않아?"
여섯 용머리들은 놀라워했다.
그들이 조금 전에 한 공격은 보통의 무조 일 단계도 막아낼 수 없었다.
용 머리들은 흥분해서 호통쳤다.
"이 녀석, 재주가 좀 있구나! 이제부터 내가 하는 공격을 세 번 막아내면 네 수련을 도와주마! 육룡환령(六龍喚靈)! 강림하라!"
여섯 용 머리는 길게 외쳤다.
영기들이 끝없이 밀려오더니 여섯 개의 용 형상이 나타났다.
용의 형상들은 엄청난 신위를 풍겼는데, 각자 무조 일 단계의 힘을 뿜었다.
여섯 존자의 힘을 가진 형상이 동시에 진남에게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공격을 읽어내고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을 전부 피했다.
"오? 강한 동술이구나! 보아하니 기술을 좀 더 사용해도 되겠어!"
여섯 개의 용머리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더욱 흥분했다.
그때, 진남의 두 눈에 엄청난 빛이 번뜩였다.
"단천도!"
쿵-!
오른팔이 칼 모습을 갖추었다.
진남은 단천도를 잡고 여섯 개의 그림자 사이를 누비며 용머리들을 힘껏 내리쳤다.
"이건……!"
여섯 개의 용머리는 칼을 보자 경악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저 칼은 분명…….'
"잠깐!"
여섯 개의 용머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네?"
진남은 행동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네, 네가 들고 있는 게 단천도 맞느냐?"
여섯 용머리는 긴장한 시선으로 진남이 들고 있는 칼을 봤다.
육령용맥은 저도 몰래 목소리를 떨었다.
* * *
같은 시각, 수련대전 마원동천.
"응?"
현월은 눈을 떴다.
'동굴 내부의 엄청난 기운이 멈췄다?'
"가보자!"
현월은 바로 산봉우리 내부로 향했다.
만약 진남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도 진전제자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선배님, 이 칼을 아십니까?"
진남은 놀라서 물었다.
그러나 금세 깨달았다.
이곳은 인족봉이었다.
예전에 단천대제가 태어난 곳이었다.
"모른다."
여섯 개의 용머리는 칼을 보며 말했다.
"삼백 년 전에 단천대제가 이 칼을 만들 때 나는 인족봉에 있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칼의 기운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말을 마친 용머리들은 여섯 쌍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천 년 전 단천대제는 인족봉에서 태어났다.
그때, 얼마나 대단한 풍채를 풍겼던가?
용제원의 수많은 대요들도 그의 기운에 눌려서 대적할 자가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백 년 전에 단천대제는 평생의 힘을 모아 단천도를 만들었다.
"……단천 보물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느냐?"
여섯 개의 용머리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진남에게 물었다.
"단천 보물이요?"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설마 단천대제가 보물을 남겼습니까?"
"당연하지! 무신에 가까웠던 단천대제가 죽기 전에 아무런 보물도 안 남겼겠느냐?
물론 단천 보물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단천도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단천대제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것 같구나."
여섯 개의 용머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언젠가 네가 단천 보물을 얻고 다시 단천대제의 위엄을 떨치기를 바란다."
"보물이 있다면 반드시 제가 가지겠습니다. 선배님, 걱정 마십시오. 절대 단천대제의 명성에 흠이 될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못을 박듯 확신에 차서 말했다.
단천대제는 그를 위해 단천도를 만들었다.
삼백 년이 지나 둘은 서로 다른 세상에 있지만, 진남은 아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었다.
"좋다!"
여섯 개의 용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제 네 실력을 인정한다. 게다가 단천대제의 후계자라고 하니 이리 들어오너라. 네가 경지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마."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기뻐했다.
그는 바로 여섯 개의 용머리의 중심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나는 육령용맥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섯 가지 천지 영기 의지를 지니고 있다. 네가 이 여섯 가지 의지를 잘 깨우친다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게다."
여섯 개의 용머리는 위엄 있게 말하며 몸에서 빛을 뿜어 진남에게 넣었다.
육룡의 의지였다.
'현묘하기 그지없구나!'
진남은 몸을 흠칫 떨더니 육룡의 의지를 흡수했다.
그의 몸속에 있던 전신의 힘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의지를 힘껏 빨아들였다.
산봉우리 내부는 잠잠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그림자가 당돌하게 쳐들어왔다.
현월이었다.
"어라? 이게 무슨 상황이야?"
현월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다.
'육령용맥이 이리 쉽게 진남에게 수련을 허락했다고? 육령용맥은 거만하기 그지없는데……. 설마 진남이 인간족이라서 허락한 걸까?'
"이 녀석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현월은 두 눈에 질투가 어렸다.
그는 이곳에서 수련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안 돼, 나도 도전해봐야겠어. 진남이 성공한 일을 내가 못 할까?"
현월은 결심을 하고 육령용맥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