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화 남천문(南天門)
"왜? 천기견을 본 적 없느냐?"
대황이 콧대를 쳐들고 경멸하듯이 현월을 보며 말했다.
"잘 듣거라. 앞으로 나를 황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
"나는 흑 형이라고 불러라!"
천기서는 더 건방졌다.
그것은 작은 머리를 쳐들고 찍찍거렸다.
자신을 쥐 나으리라고 부르라는 것이었다.
"이 폐물들!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현월은 버럭 화를 내며 소일천랑의 요위를 뿜었다.
그러나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현월의 요위는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진남은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목목을 보며 말했다.
"여기는 인족봉이다. 수련대전 안에 여러 가지 수련 경지가 있다고 하니. 너도 들어가서 수련해 보거라."
목목은 잠시 얼떨떨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갔다.
진남은 인족봉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단천대제가 인족봉에 뭔가 남기지 않았을까?'
"음…… 아무것도 없군."
진남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월은 천기견들과 천기서 때문에 화가 나서 붉으락푸르락 했다.
화가 채 가시지 않은 현월은 진남을 보자 냉소를 지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거라. 진짜 보물 같은 게 있었더라면 용제 일당들이 이미 가져갔겠지. 그럼 이제부터 경지를 잘 수련하거라. 한 달 후면 제방 심사에 참가해야 한다."
"제방 심사라고 하셨소?"
"그래. 중주의 이성 세력, 삼성 세력은 일 년에 한 번씩 제자를 들인다. 신입 제자들은 제방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한다. 나중에 제명쟁탈전에 참가하려면 반드시 제방 심사에 참가해야 하니까."
현월은 말했다.
"그렇군……."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먼저 수련을 시작하겠다."
현월은 그 말만 던지고 자리를 떴다.
그는 제방심사에서 높은 순위에 들고 싶었다.
순위가 높을수록 이득도 많았다.
진남은 주변을 살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목목은 인족봉을 누비면서 원하는 곳을 찾아 뒤지거나 수련을 하고 있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더니 잡생각은 털어버리고 수림의 깊은 곳에 있는 큰 돌로 날아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는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수련을 했다.
그가 숨을 내쉬더니 눈을 떴다.
용제원에 온 덕분에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천급 일품 무혼은 중주에서 별거 아니었다.
용제원의 제자 모집에 현월과 백흥앙과 같은 천급 사 품에 맞먹는 무혼이 나타났다.
그리고 천급 일, 이 품에 맞먹는 요수들은 몇십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이미 용제원에 소속이 된 제자들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겠는가?
용제원의 제자들만을 말해도 이 정도나 많았다.
다른 몇십 개의 이성 세력과 몇백 개의 삼성 세력들까지 합치면 천급 이상의 무혼을 가진 천재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었다.
"역린을 원장에서 주고 나도 용제원의 내문 제자가 되었다. 중주에서 다른 볼일도 없고 이제 제일 중요한 건……."
진남은 자신의 무혼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두 눈에서 빛이 돌았다.
그는 무혼 등급이 낮았지만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전신의 혼을 천급 일품까지 높였지만, 더 높일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은 황급일 때 단약들을 삼키면 진급했고, 지급일 때는 원석을 복용하면 진급했다. 그렇다면 천급에서는 무엇으로 진급할 수 있을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가 아픈 문제였다.
그러나 한가지는 명확했다.
처음의 단약이나, 두 번째 원석은 모두 하역이나 동주에서 유통하던 물건이었다.
무인들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던 것들이었다.
천급에서 진급하려면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잠깐!"
순간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전신의 혼은 단약을 먹거나 원석을 먹는 것만으로 진급한 게 아니었다.
전신의 다른 부위를 연화해서 진급할 수도 있었다.
'전신의 다른 부위를 연화하기만 하면 전신의 혼이 진급할 수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오른팔이 저번에 옥간을 주면서 중주에 가서 열어보라고 했잖아!"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옥간을 꺼냈다.
오른팔의 말에 의하면 전신의 다른 부위들은 옥간에 표시되어 있다고 했다.
진남은 바로 신념을 옥간에 불어넣었다.
"어라? 왜 이러지?"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옥간에는 크고 작은 몇백 개의 진법이 겹쳐 있었는데, 진법들이 마치 벽처럼 그의 신식을 막았다.
'왜 이렇게 많은 진법으로 봉인한 거지?'
"하나씩 풀어보자!"
진남은 차분하게 앉아 심신으로 진법을 일일이 풀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마지막 하나 남았어!"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마지막 진법도 부숴버렸다.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슉-
엄청난 힘이 찬란한 빛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진남의 머릿속으로 날아들었다.
"뭐, 뭐야?"
진남은 안색이 대뜸 변해서 머릿속을 살폈다.
그의 머릿속에 흰색 광점이 하나 생겼다.
쿵-!
흰색 광점이 훅 터졌다.
진남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강한 폭발의 힘에 기절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 보니 주변이 모두 변했다.
주변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그의 육체는 마치 신비한 힘에 의해 영혼이 육체에서 나와 심연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이, 이게 뭐지? 여기는 어디야?"
진남은 표정이 계속 변했다.
'옥간은 전신의 다른 부위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게 아니었나? 왜 이렇게 됐지?'
"어? 저건?"
앞쪽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살펴보니 그 물건이 점점 또렷하게 보였다.
그것은 문이었다.
문은 끝없이 높은 곳까지 우뚝 서 있었다.
진남은 문 앞에서 먼지나 개미처럼 작디작은 존재였다.
별안간 문 중앙에 몽환적인 불꽃이 생겼다.
몽환적인 불꽃에 문이 녹아내리더니 뒤쪽을 보여주었다.
"어?"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불꽃에 절반 정도 녹아내린 문이 안쪽을 다 드러냈다.
진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끝없는 허공 속에 우뚝 선 신비한 문 속.
태고의 크고 웅장한 육신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인데 뿜어내는 기운이 천지를 뛰어넘고 만물을 뛰어넘었다.
그의 앞에선 모든 것들이 빛을 잃었다.
그 육신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왼쪽 눈이 없고 두 팔이 없었다.
그 순간, 그 육신이 무언가 느낀 듯이 꼭 감고 있던 오른쪽 눈을 번쩍 떴다.
촤르륵-!
어둠이 밝아진 것 같았다.
태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의 주인! 내가 여기서 너를 기다렸다! 네가 남천문(南天門)을 부수기를 기다렸다. 우리 둘이 다시 하나가 되자!"
육체의 말이 끝나자 어둠이 사라졌다.
동시에, 진남의 의식이 다시 자신의 육체로 돌아왔다.
모든 일이 마치 일어난 적 없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진남의 두 눈과 몸도 덜덜 떨렸다.
그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왼쪽 눈이 없고 두 팔이 없는 태고의 육신은…….
그 기운은 전신의 육신이었다.
왼쪽 눈이나 두 팔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나머지 육신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남은 육신을 전부 융합하면 전신의 육신과 내가 하나가 되는 거야?'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과 두 팔을 얻은 것만으로도 지금 경지에 이르렀다.
'나머지 육신을 전부 얻는다면 나의 경지는 얼마나 대단해질까?'
'상상할 수도 없을 힘을 가질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된다면 진정한 전신이 될 것이었다.
전신과 같은 힘을 가질 것이다.
예전의 전신은 얼마나 강했는가?
창람대륙에 그 질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없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자!"
진남은 심신을 가다듬었다.
"의외로군. 오른팔이 준 옥간이 전신의 나머지 육신이 있는 곳과 연관이 있다니!"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전신의 모든 육체 부위들이 흩어져 있고 하나씩 찾아서 융합해야 하는 줄 알았다.
진남이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남천문은 어떤 곳이지?"
전신의 육신을 전부 융합하려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남은 신비한 공간의 문이 떠올랐다.
전신의 육신은 그 문 뒤에 있었다. 그 문이 남천문인 것 같았다.
남천문을 부숴야만 육신을 전부 융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월에게 물어보자!"
진남은 남천문에 대해 전혀 몰랐다.
소일천랑일족의 소주인 현월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진남은 수련대전으로 날아갔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동시에 '환심향(幻心鄕)'이라 불리는 비경에 들어갔다.
목목은 '고해무도(苦海武道)'라는 비경에 들어갔다.
현월은 '마원동천(魔源洞天)'이라는 비경으로 들어갔다.
"현월, 나오시오!"
진남은 마원동천 입구에 서서 왼쪽 눈에 빛을 뿜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
현월은 입구에 나타나더니 붉으락푸르락해서 진남에게 고함을 질렀다.
"어르신이 수련하는 게 안 보이느냐? 진남, 감히 이런 때에도 나를 귀찮게 하다니! 내가 네 하인이야?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위압감을 드러냈다.
"응? 저 녀석이 화를 내는데 왜 두려운 마음이 들지?"
현월은 눈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했다.
"하나만 묻겠소. 남천문을 아시오?"
진남은 숨을 들이쉬며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물었다.
"남천문?"
현월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말했다.
"남천문은 중주의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걸? 반신지국이라고 알지? 반신지국에 삼대 세력이 있는데 그 중 남천신지가 일 위이다. 그리고 남천신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문이 있는데 그게 남천문이다!"
"남천문이 남천신지에 있소?"
진남은 깜짝 놀랐다.
현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말했다.
"전설에 의하면 그 문은 창람대륙에서 솟아 구천을 잇는다고 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남천문은 신비할 뿐만 아니라 위력까디 대단해서 남천신지의 제일 지보이다."
현월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아, 맞다……. 전설이 있는데, 남천문 뒤쪽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 하더군. 그 비밀을 얻는 자는 창람대륙을 떠나 구천에 갈 수 있고 무신 경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삼천 년 전에 한 명의 무신 경지 강자와 세 명의 무제 경지 정상급 강자가 연합하여 남천신지를 공격하고 남천문을 부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지."
"한 명의 무신 경지 강자와 세 명의 무제 경지 정상급의 강자도 실패했단 말이오?"
진남은 놀랐다.
"실패하는 게 정상이지! 남천신지는 창람대륙의 일 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두 명의 무신 경지 강자가 있다. 그러니 남천문은 아무나 부수고 싶다고 부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월은 진남을 흘겨보며 말했다.
"왜? 남천문을 부수고 그 뒤에 있는 비밀이라도 얻으려고?"
"고맙소! 나는 이만 가보겠소!"
진남은 공수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뭐야, 궁금한 것만 듣고 내 물음은 무시하고 그냥 가는 거야?"
현월은 황당했다.
"다급하게 나를 찾더니 정말로 고작 그거 몇 마디 물어보고 가버린 거야?"
현월은 두어 마디 중얼거리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비경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