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화 인간족을 받지 않던 이유
'음……. 용제원의 내문 제자도 나쁘진 않지. 좀 불편한 것 외에 다른 건 괜찮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바로 공수하고 말했다.
"염치없지만 따르겠습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나중에 용제원에 적응하기 어렵다면 나오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너는 처음이라 우리 용제원에 대해 잘 모를 거다. 또 너는 인간족이라 요족과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자룡은 아래에 있는 백흥앙과 현월을 보더니 말했다.
"오늘부터 현월이 너의 시종 노릇을 할 거다. 기한은 이 년이다. 현월, 명령을 어기지 말거라."
그의 말에 장내는 벼락이 내리친 것만 같았다.
도장이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요수들은 모두 경악했다.
그들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용제원 몇천 년의 역사에서 첫 번째 인간의 제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분이 존귀한 내문 제자가 되었다.
한데, 그렇다고 해도 원장님께서 직접 현월더러 진남의 시종이 되라고 하다니?'
진남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무슨 뜻이지?"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 화가 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원장님, 전 따를 수 없습니다!"
소리친 자는 현월이었다.
그는 분노하여 두 눈에 혈광을 번쩍였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는 거야! 소일천랑의 소주이고 천급 사품 무혼의 혈통과 대등한 소일천랑족의 소주인 내가 이름 없는 인간의 하인이 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때려죽인다고 해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따를 수 없다고?"
하늘 위의 자룡은 콧방귀를 뀌더니 꼬리를 저었다.
커다란 용 꼬리가 허공을 뚫고 내리쳤다.
우르릉-!
혈통이 높은 현월도 자룡의 용위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연거푸 뒤로 밀렸다.
그러나 그는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두 눈에서 혈광이 솟아올랐다.
'용위가 아무리 강하면 뭐해? 아무리 강해도 나를 꺾을 수 없다! 설령 내가 오늘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따를 수 없다!'
이 광경을 본 자룡은 눈에 빛이 스치더니 현월에게 전음했다.
"이 년 동안만 시종 노릇을 하거라. 이 년 후에 너를 진전 제자로 받아주겠다. 물론 네가 거절하면 나는 다른 사람을……."
"뭐라고요? 진, 진전 제자요?"
현월은 마음속의 분노, 굽힐 수 없는 의지 등이 순간 모두 사라졌다.
그것은 말을 더듬었다.
용제원의 진전 제자는 신분이나 지위가 매우 비범했다.
지금 용제원의 진전 제자는 스무 명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진전 제자가 돼야만 전설 속의 만요원에 들어가 수련할 수 있었다.
현월은 이번에 용제원에 오면서 오 년 안에 진전 제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엄청난 유혹이었다.
"그래, 진전 제자. 어때? 하겠느냐?"
자룡은 이것이 마지막 제안이라는 듯이 물었다.
"그게……."
현월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물고 말했다.
"하겠습니다. 고작 이 년 동안만 시종 노릇을 하면 되잖습니까?"
진전 제자가 될 수 있다면 어떤 고생이나 굴욕도 가치가 있었다.
도장의 요수들은 모두 얼떨떨했다.
'좀 전까지 현월은 화가 나 펄쩍 뛰지 않았나? 왜 잠깐 사이에 완전히 변했지?'
"다들 들어라!"
자룡은 도장을 훑어보며 우레와 같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진남은 내문 제자다. 그는 앞으로 인족봉에서 지내고 현월은 그의 시종이다! 너희들은 계속 심사에 참가하거라. 나는 너희들에게 기대가 크다."
말을 마친 자룡은 꼬리를 흔들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도장의 대요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허, 인간족이 이렇게 쉽게 내문 제자가 되다니!"
"현월이 정말로 인간족의 시종을 한다고?"
도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진남은 그런 그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월은 이렇게 쉽게 복종할 리 없다. 틀림없이 원장님께서 무언가를 주겠다고 약속하셨을 것이다. 원장님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설마 내 옆에 감시자를 두려는 건가?'
"왜들 소란이냐! 다들 입 다물어라!"
현월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위압이 도장을 휩쓸었다.
요수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하여 조용해졌다.
"흥!"
현월은 콧방귀를 뀌고 진남을 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가자! 내 너를 인족봉으로 데려다주겠다."
말을 마친 현월은 진남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고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용제원은 재미있구나."
진남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현월을 따라갔다.
잠시 후 도장에서 벌어진 일이 폭풍처럼 용제원에 전해졌다.
"뭐? 태고자금전룡의 역린이 있다고? 도대체 무슨 내력이 있는 거지?"
"용제원엔 몇천 년 동안 인간족 제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 내문 제자가 되었대. 그리고 소일천랑족의 소주가 진남의 시종이 되었대."
"뭐가 뭔지 진짜 모르겠다."
용제원 안의 수많은 거물들, 천재들은 이번 사건으로 크게 놀랐다.
동시에 진남과 현월은 명성이 자자해졌다.
그리고 이성 세력의 우두머리인 용제원은 수많은 세력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전례를 타파하고 인간족 제자를 받아들인 일도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진남이란 이름이 조금씩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 * *
용제원 쉰여덟 번째 산맥의 신비한 공간.
세 개의 그림자가 내려왔다.
맨 앞에 선 자는 중년 사내였다.
그의 옆에는 곱사등 사내고 서 있었고, 다른 쪽에는 놀랄 만한 빛을 뿜는 묘령의 여인이 서 있었다.
만약 용제원의 장로, 제자들이 그들을 봤다면 엄청난 파문이 일었을 것이다.
이들은 바로 용제원의 삼대 요제이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진남을 이대로 내버려 둘 겁니까?"
곱사등 사내가 먼저 말했다.
"원장님께서 신경 쓸 생각이 없으시면 우리 암흑기린족(暗黑麒麟族)이 그자를 잘 키워보겠습니다."
"우리 구미천호족(九尾天狐族)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묘령의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눈에 진남은 지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중년 사내가 퉁명스럽게 손가락질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그에게 신경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가 스스로 성장하게 해야 하오.
모든 건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소. 미래엔 변수가 수없이 많소."
"변수요?"
곱사등 사내가 물었다.
중년 남자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만약 진남이 그 사람이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있겠소? 진남이 정말로 그라면 스스로 중주에서 끝없는 폭풍을 일으킬 거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오!"
곱사등 사내와 묘령의 여인이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의 눈이 빛났다.
잠시 후 진남 등은 인족봉 산기슭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인족봉이다.
용제원에는 쉰여덟 개 산봉우리가 있다. 그중 서른 개에는 요족의 서열 삼십 위 안에 든 존재들이 살고 있다. 소일천랑족은 우리만의 소일천랑봉이 있다. 소일천랑의 제자들만 받는다. 나머지 몇십 개는 잡다한 요족들이 수련하는 곳이며, 그중엔 거래봉도 있다."
현월은 자랑스레 말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용제원의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용제원은 규칙이나 수련 등 여러 면에서 이성 세력의 우두머리고 중주의 권력자였다.
하지만 체계 등은 분천고국, 청룡 성지, 현령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용제원에는 독립된 공간이 있다. 만요원이다. 요수가 수련하는 곳이다. 만요원은 진전 제자가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현월은 말하면서 눈길이 뜨거워졌다.
그는 진전 제자가 되어 만요원에 들어가기 위해 진남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만일 원장이 그가 시종 노릇을 잘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진전 제자 자격을 주지 않는다면 손실이 컸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관심 없었다.
"인족봉에 대해 말해 보거라."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방금 왼쪽 눈으로 훑어보았다.
인족봉은 커다란 진법에 덮여 있었다.
진법은 매우 강하여 그의 왼쪽 눈으로도 조금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법을 펼친 사람의 경지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인 것 같았다.
"보통은 인족봉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소일천랑족의 소주이기에 인족봉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
현월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몇천 년 전에 용제원은 인간족 제자를 받았다. 그때 인족봉에 거물이 나타났다. 그는 제방의 제명쟁탈전에서 승리하여 무제가 되었다. 그가 바로 단천대제다!
그 후로 용제원은 다시는 인간족 제자를 받지 않았다."
"단천대제?"
진남은 놀랐다.
다른 무제라면 그는 잘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단천대제는 잘 알고 있었다.
삼백 년 전에 전신의 왼팔이 단천대제를 찾아갔다.
그리고 단천대제는 자신의 육신, 공법, 무신의 뇌겁으로 단천도를 만들었다.
"맞다! 삼백 년 전에 단천도를 만든 그 단천대제다!"
현월은 뭔가 생각난 듯 분노하며 말했다.
"그는 천 년 전에 무제에 오른 후 용제원에 돌아와 몇십 가지 요족 혈통의 피를 뽑았다. 또, 만요원에서 많은 재료를 가져갔다.
그는 그것으로 요족을 상대하는 이보를 만들려 했다. 나중에 용제원의 여러 요제들이 이를 알고 화가 나 단천대제를 쫓아냈다. 또 모든 인간족도 함께 쫓아냈다."
"요족을 상대하는 이보를 만들려 했다고?"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무제구나. 요수들이 가득한 용제원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용제원에서 인간족 제자를 받지 않을 법하구나.'
"그러나 이제 인족봉은 모두 우리 것이다. 안에 있는 수련자원도 모두 우리 것이다. 허허허."
현월은 웃으며 말했다.
진남을 따르는 유일한 좋은 점이었다.
다른 산봉우리들은 제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자원도 나눠 가져야 했기에 한 명이 가질 수 있는 양은 제한되었다.
인족봉은 진남 일행뿐이기에 자원이 적다 해도 충분히 나눌 수 있었다.
인긴족의 천재들이 기를 쓰고 용제원에 들어가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인족봉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아쉽다. 인족봉은 아마 이미 여러 요제들이 약탈하여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이 없을 거다.'
진남은 속으로 한탄했다.
그는 단천대제가 만들려던 요족을 상대하는 이보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우선 들어가자.'
진남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몸을 날려 입구로 왔다.
입구에는 커다란 진법이 떠 있었다.
기운이 무척 강하여 요조 정상이라도 억지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진남이 영패를 꺼내 진안에 넣자 진법이 열렸다.
"어……?"
인족봉에 들어서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커다란 산봉우리 위에 대전들과 초목이 줄지어 있었다.
하늘에는 용 모양의 금색 영기가 떠 있었다.
영기가 얼마나 짙은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영기의 바다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생겼다.
"영약전(靈藥殿)! 단약전! 공법전! 수련전! 무예전! 연기전(煉器殿)……."
왼쪽 눈으로 훑어보던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점점 짙어졌다.
대전들은 모두 완벽했다.
안에 보관한 영약, 단약, 공법, 비경 등도 아직 그대로 있었다.
"산맥 깊은 곳에도 있다!"
진남은 헛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그는 산맥 깊은 곳에 깨끗한 힘이 숨어있는 걸 발견했다.
그 힘은 용맥처럼 산봉우리를 떠받들고 있었다.
"이번에 많은 걸 얻을 수 있겠다!"
진남은 크게 흥분했다.
용제원에 가입한 건 공짜로 그만의 수련성지가 생긴 것이었다.
모든 것이 원하는 만큼 가득했다.
현월은 펼쳐진 광경에 넋이 나갔다.
목목은 얼떨떨하여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멍-! 멍-!
진남 체내의 천기견들 그리고 천기서가 뛰어나왔다.
그것들은 흥분한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응? 천기서? 천기견?"
현월은 개 두 마리와 쥐 한 마리를 보고는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