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화 용제원에 가입해라!
"나는 임노(林老)요."
임노는 장내를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 용제원의 제자를 심사하는 날이오. 그러니 싸우지 말고 규정을 어기지 말기 바라오.
나는 쓸데없이 말을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소. 바로 말하겠소. 금년에는 내문 제자 한 명, 외문 제자 오십 명을 모집하오. 기명 제자는 따로 정해 놓진 않고 천 명 안쪽으로 모집하오."
임노는 순식간에 요수들의 주의력을 돌렸다.
백흥앙과 현월도 그에게 끌렸다.
"뭐라고?"
"내문 제자를 한 명만 모집한다고?"
"아니, 작년에는 내문 제자를 다섯 명 모집했는데 금년에는 한 명밖에 모집하지 않다니!
하지만 백흥앙과 현월 대인이 있으니 내문 제자는 희망 없겠구나. 외문 제자나 노려야겠다!"
요수들은 모두 안색이 좋지 않았다.
용제원에서 내문 제자와 외문 제자의 대우는 천지 차이였다.
"흥! 내문 제자는 내 것이다!"
현월은 백흥앙을 힐끗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백흥앙은 무덤덤했다.
깊은 물처럼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현월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현월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백흥앙을 혼쭐내주고 싶었다.
'진짜 건방지구나! 홍룡족이면 대단한 줄 알아?'
도장의 분위기를 파악한 임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월과 백흥앙이 진짜 싸우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들이 싸우면 그에게 아무런 좋은 점이 없었다.
임노는 문득 둘러보다가 요수들 속의 진남을 보더니, 당황하며 물었다.
"응? 인간족?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느냐? 어……? 용위도 있네?"
모든 이들의 눈길이 순식간에 진남에게 쏠렸다.
백흥앙과 현월이 대치하는 바람에 그들은 진남을 잊고 있었다.
"진남 이 자식은 용제원의 제자가 되겠다고 꿈을 꾸고 있소. 그는 몇천 년 동안 용제원에서 인족제자를 한 명도 받아들인 적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소."
현월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백흥앙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진작에 진남을 혼내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백흥앙도 뭔가 생각하며 진남을 바라봤다.
그가 끼어들어 현월과 대결하려 하여 진남을 도와준 건 진남의 몸에 용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흥앙은 홍룡족이기에 다른 요수들과 달랐다.
그것은 진남의 몸에 있는 용위가 내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꼈다.
"장로를 뵙습니다. 저는 진남입니다. 제가 용제원으로 온 건……."
진남은 앞으로 걸어가 공수하고 말했다.
그는 용제원의 제자가 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용제원으로 온 것은 그저 태고자금전룡 선배의 부탁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 위의 임노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긴말할 필요 없다. 현월의 말이 맞다. 우리 용제원은 천 년 동안 인간족 제자를 받지 않았다.
작년부터 많은 천급 삼품, 사품, 심지어 오품 무혼의 인족 천재들이 우리 용제원의 외문 제자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당했다. 하니, 너도 돌아가거라!"
진남을 속이는 말이 아니었다.
용제원은 성립된 후 한 가지 일이 있던 후부터 더는 인간족 제자를 받지 않았다.
용제원의 쉰여덟 개 봉우리 중에 인간족을 위해 준비한 인족봉(人族峰)이 있지만 몇천 년 동안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전에 수많은 인간족 천재들이 인족봉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당했다.
때문에, 수없이 긴 시간 동안 용제원에서 들인 제자 중에는 인간족이 한 명도 없었다.
"이 영감탱이, 나를 현월 대인이라 부르지 않다니!"
현월은 이를 악물고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속이 좁았다.
누구든지 자신을 대인이라 부르지 않으면 그는 가슴에 새기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복수하려 했다.
"선배님 오해하셨습니다."
진남은 임노의 태도에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용제원의 제자가 되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저는 한 선배님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원장님을 뵈어야 합니다. 원장님을 뵙기만 한 후에 저는 바로 떠날 겁니다. 저에게 원장님을 뵐 수 있는……."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 위의 임노와 현월, 백흥앙, 그리고 모든 요수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우리가 잘못 들었나? 원장님을 뵙겠다고?'
용제원의 원장은 태고자금전룡이고 용제 경지였다.
게다가 평범한 용제가 아니었다.
많은 무제 중에서도 최고의 존재였다.
임노, 현월, 백흥앙 같은 요수는 물론이고 용제원 최고 등급의 진전 제자나 다른 이성 세력의 장로 혹은 일반적인 무제 강자라도 원장을 만나는 건 매우 어려웠다.
'무조도 안 되고 용위가 조금밖에 없는 자식이 원장을 뵙겠다고?'
"하하하!"
현월은 두 손으로 배를 끌어안고 호탕하게 웃었다.
"우습다. 다들 들었느냐? 이자가 원장님을 뵙겠다고 한다. 원장님을 뵙겠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느냐? 네가 무제라도 되는 줄 아느냐? 아이고, 너무 웃겨 배가 아프다."
백흥앙도 눈살을 찌푸렸다.
진남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
"무엄하다!"
임노는 안색이 변하고 눈에 살기가 떠올랐다.
그는 위압을 가하며 사납게 소리쳤다.
"놈! 네가 처음이라 규정을 모르니 이번에는 따지지 않겠다. 네가 계속 용제원 문 앞에서 떠들면 내 너를 혼내주겠다. 시간을 줄 테니 썩 꺼지거라!"
"놈!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임 장로 이자를 죽여야 합니다! 인간 중에 좋은 놈은 없습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다른 요수들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임노,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신물을 갖고 왔습니다. 이 신물을 보시면 원장님께선 저를 만나러 오실 겁니다."
진남은 말하면서 용린을 꺼냈다.
"신물? 인간족이 신물 같은 소……."
진남의 말에 현월은 본능적으로 반응하여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용린을 본 순간 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뿐만 아니라 임노, 백흥앙, 모든 요수들은 용린을 본 순간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것만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저건 태고자금전룡족의 역린이잖아! 어떻게 인간족이 이런 물건을 갖고 있을 수 있지?'
'용의 역린을 다치게 한 자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
……그리고 용의 역린은 다른 뜻이 있다. 누구든지 역린을 얻으면 그가 요수든 사람이든 그 용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만약 역린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요수의 노여움을 사면 죽을 때까지 용의 공격을 받게 된다.
용족의 강자들은 자신이 아끼는 제자가 생기면 역린을 줘서 다른 무인들에게 자신의 사람임을 표명하고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곤 했다.
한데 지금 진남이 용의 역린을 내놓다니! 심지어 태고자금전룡의 역린을!'
태고자금전룡은 무엇인가?
태고자금전룡은 바로 용 중의 왕이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혈통이 천급의 존재와 대등했다.
홍룡이나 소일천랑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태고자금전룡이 진남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어……."
임노와 현월은 당황했다.
백흥앙도 당황했다.
그들이 언제 보잘것없는 인간족이 신분이 이 정도로 대단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도장은 순식간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조롱하는 소리, 귀찮아하던 소리, 그리고 살의가 가득한 눈길이 모두 사라졌다.
진남 등 뒤의 목목은 이 광경을 보자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녀는 진남에게 이런 비장의 수가 있을 줄 몰랐다.
중주의 이성 세력 중에서도 가장 강한 용제원에서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
"장로, 저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원장님을 만나 뵈려 합니다. 데려다주실 수 있으십니까?"
진남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는 요수들의 반응에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고 물었다.
그는 그저 선배님의 부탁을 완성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어……."
임노는 정신을 차리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함부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진남을 데려다주지 않으면? 무려 태고자금전룡의 역린이다! 만일 금기라도 건드리면 내가 장로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거다!
진남을 데리고 가면? 근데 중요한 건 나도 원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이때 도장 위의 허공에 틈이 생겼다.
틈에서 몸에 보라색 빛이 반짝이는 길이가 칠 촌 정도 되는 작은 용의 그림자가 천천히 헤엄쳐왔다.
형용할 수 없는 방대한 위압이 장내를 내리눌렀다.
우르릉-!
현월과 백흥앙은 안색이 크게 변하고 창백해졌다.
다른 요수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눌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심지어 어떤 요수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자룡, 칠 촌, 이건…… 원장의 전령룡(傳令龍)이다!"
임노는 대뜸 정신을 차리고 크게 소리쳤다.
"전령룡이 나타났소. 원장님께서 직접 오신 것과 같소. 다들 원장님께 공손히 인사드리시오!"
'원장님께서 직접 오신 것과 같다고?'
"원장님을 뵙습니다!"
현월과 백흥앙 등 요수들은 몸을 떨며 서둘러 공수했다.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용제원 원장, 전설 속의 용제는 줄곧 그들의 마음속에서 신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인사할 필요 없다!"
길이가 칠 촌 되는 자룡은 도장을 주시했다.
자룡의 눈길이 천천히 진남을 향했다.
그가 담담하게 물었다.
"네 이름이 뭐냐? 어디서 이 역린을 얻었느냐?"
"저는 진남입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이 역린은 제가 전에 적마산맥에서 얻은 겁니다.
태고자금전룡 선배님은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저에게 이 역린을 갖고 용제원으로 가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주위의 요수들은 모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진남의 말을 들은 자룡의 눈에 엄청 빛이 스쳤다.
'이자가 그자인가?'
그는 묘한 눈빛을 매우 빨리 숨겼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자룡이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남이라고 했느냐? 너는 용제원, 태고자금전룡족과 인연이 깊은 것 같구나. 네가 그가 아끼는 사람이라니, 오늘부터 너는 용제원에 남아 용제원의 제자가 되거라."
그 말에 임노와 현월, 백흥앙 그리고 다른 요수들은 깜짝 놀랐다.
'용제원의 제자가 되라고?'
'몇천 년 동안 용제원은 인간족을 받지 않았다. 한데, 오늘 그 규정이 무너지는 건가?'
'인족봉, 하나의 산봉우리를 진남이 차지하게 되잖아?'
"원장님, 죄송합니다. 용제원의 제자가 되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커다란 용제원에 인간족 제자가 자신 혼자일 걸 생각만 해도 그는 어색했다.
"뭐? 설마 거절한 건가?"
임노 등 요수들은 표정이 굳었다.
'수많은 인간족 천재들은 머리를 쥐어짜며 방법을 생각해 용제원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단칼에 거절하다니?'
"안 된다. 이 일은 의논할 여지가 없다. 너는 반드시 우리 용제원의 제자가 되어야 한다!"
자룡이 정색하며 말했다.
"진남, 내 너를 섭섭하지 않게 할 거다. 용제원의 내문 제자가 되거라. 태도가 좋으면 진전 제자로 진급시켜주겠다!"
그의 말에 도장의 요수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내문 제자?'
'태도가 좋으면 진전 제자가 된다고?'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거절하려 했다.
이때 진남의 단전 내의 천기서가 찍찍 짖으며 두 발을 허우적거렸다.
'안에 들어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 용제의 요구에 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용제원에 가입하면 틀림없이 좋은 점이 많을 것이다."
천기견들이 동시에 말했다.
그들의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
그들은 용제원에 가입하면 자신들에게도 떨어지는 좋은 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