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화 용위를 드러내다
"당청산 선배님이잖아?"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당청산은 이성 세력의 진법에서 걸어 나와 다른 이성 세력의 진법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미 이성 세력에 가입한 게 틀림없었다.
심지어 제방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아쉽다. 너무 빨리 가셨어……."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공주, 궁양, 강벽난, 옥나찰은 지금 중주의 어느 곳에 있을까?'
"됐다. 생각하지 말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발을 굴렀다.
그의 앞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 * *
웅대하고 늠름한 저택이 우뚝 서 있었다.
저택 문 앞에는 '용제원'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멀리서부터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을 줬다.
다른 이성 세력은 모퉁이나 정원을 차지하고 있어 용제원과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응? 안에 대요들도 적지 않구나."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용제원에는 사람의 기운이 없고 전부 요기뿐이었다.
두 개의 요기는 무조 경지에 도달했다.
"진남, 조심하거라. 용제원 안에는 모두 요수들이고 사람이 없다. 소문으로 들은 거지만 용제원의 대요들 대부분은 사람들에게 편견이 있다고 했다."
대황은 두려워하며 서둘러 말했다.
그는 전에 지옥의 머리가 세 개 달린 개에게 몇백 리나 쫓긴 적 있었다.
창람대륙에서 요족들은 사람들이 수련하는 대상이었다.
또, 인간과 요족들은 화목하지 않고 자주 싸움을 일으켰다.
그 말은 들은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을 굴러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우르릉-!
용제원에 들어오자 엄청난 요수의 기운이 천지를 뒤덮었다.
요수의 기운은 드넓은 바다처럼 진남을 눌렀다.
한 요수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인간이야?"
저택 안의 전송진법에 젊은 여인들이 스무 명 서 있었다.
진법의 양편에 백발노인 두 명이 있었다.
그것들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두 눈에 가득한 살기와 요기를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진남 등 뒤의 목목도 긴장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남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저는 진남입니다. 용제원에 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웃기는구나. 인간이 우리 용제원으로 가겠다고? 썩 꺼지거라! 아니면 내 당장 너를 먹어버리겠다!"
이때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조가 진남에게 화를 냈다.
용제원은 이성 세력에서 가장 강한 곳이었다.
때문에, 두 명의 요조가 지키고 있었다.
진남은 포효하는 요조를 힐끗 봤다.
그것의 본체는 황금만우(黃金蠻牛)였다.
요족 중에서 혈통이 좋은 편이었으며, 성질이 난폭했다.
전송진법 위의 젊은 여인들은 진남을 조롱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경지가 자신들처럼 무성 경지라는 걸 발견했다.
다만, 역천무성인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왜요? 용제원에는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됩니까?"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었다.
요수들은 얼떨떨했다.
사람이 용제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다만 요 몇 년 동안 무조 정상의 인간족 강자들과 인간족 무제 외에 인간족은 거의 오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게 두시오."
다른 요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자식이 스스로 굴욕을 자처하겠다면 들여보내지 뭐.'
황금만우가 그 말을 듣고는 화를 버럭 냈다.
"조용히 하시오!"
황금만우 요조는 눈을 크게 뜨고 진남에게 호통을 쳤다.
"규정이 없어? 이제 내가 규정이다. 내가 꺼지라고 하면 너는 반드시 꺼져야 한다."
그는 다른 요족들처럼 사람을 싫어했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간사하고 나쁘다고 생각했다.
"물론……."
요조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들어가도 된다. 나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한다면 말이지."
요족은 혈통을 중히 여기고 무력을 숭배했다.
다른 요족의 무인들은 흥미진진하게 진남을 바라보았다.
'과연 동의할까?'
"좋습니다."
진남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진작에 상대방의 경지가 요조 일 단계란 걸 꿰뚫어 봤다.
"황금만우소천권(黃金蠻牛嘯天拳)!"
진남의 말을 들은 요조는 기뻐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엄청난 요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끝없는 금빛이 번쩍이는 주먹이 진남을 공격했다.
그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지게 구는 인간족 사내를 한 방에 중상 입히려 했다.
진남은 평온하게 발을 구르더니 빛처럼 몸을 날렸다.
그는 목목을 데리고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요조의 공격은 무산되었다.
"응?"
황금만우 요조는 어리둥절했다.
다른 요족 무인들은 살짝 놀랐다.
'피했다고?'
'어떻게 한 거지? 이 인간족 무인은 겨우 무성 경지잖아!'
"공격을 받아라!"
요조는 큰소리로 외치면서 또 주먹을 날렸다.
진남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성자의 힘을 뿜어 요조에게 주먹을 날렸다.
쿵-쾅-!
그들의 충돌에 저택이 떨렸다.
"이건……."
요족 무인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금만우 요조의 공격에 맞서다니?'
'요족은 태어날 때부터 육신이 대단하다. 요족의 공격은 일반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너!"
황금만우 요조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한 방을 막으라고 하시더니 왜 두 번 공격하는 겁니까? 계속 싸울 생각입니까?"
진남의 눈에 빛이 번쩍거렸다.
그는 요족 무인들 앞에서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너……."
황금만우 요조는 마음이 매우 답답하여 진남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시무룩하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리 요족은 성실하고 약속을 지킨다. 올라가거라! 이 진법은 마침 한 번에 스물두 명을 전송할 수 있다!"
진남은 공수하고 목목과 함께 진법으로 걸어갔다.
요수들의 눈길에도 신식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목목은 진남의 옆모습을 보았다.
진남은 정말 멋있었다.
온갖 강자들 앞에서 태연자약할 수 있는 기질은 일반적인 천재들에게는 있을 수 없었다.
전에 동주에 있을 때 그녀는 진남을 매우 숭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송을 시작하겠다!"
양대 요조가 마주 보더니 손으로 법인을 만들며 호통쳤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잠깐!"
호통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요위(妖威)가 용솟음쳤다.
양대 요조와 진법 위의 요수들은 안색이 변하여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건 요족 혈통의 압박이었다.
다시 말해 온 사람은 혈통이 그들보다 더 강한 요족이었다.
"표문조천후(豹紋朝天犼)!"
고개를 돌려 본 대요들은 심신이 떨렸다.
표문조천후는 요족 내 서열이 매우 높았다.
적어도 오십 위 안에는 들었다.
용제원에서 새 제자를 받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대단한 대요의 후세가 올 줄 몰랐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한 청년과 두 중년 사내가 있었다.
두 중년 사내는 무조 경지였다.
두 중년인도 표문조천후였지만 혈통이 강하진 않았다.
청년은 경지가 요성(妖聖) 팔 단계였다.
그는 미간에 오만과 악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용제원의 제자 심사에 참가하러 왔다. 어서 전송진을 열어라."
청년은 한발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위세가 대단했다.
무조를 마주하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공, 공자. 우리 요족은 본체의 육신이 강하기 때문에 전송진법은 스물두 명밖에 전송하지 못하오. 공자는 다음번에……."
황금만우 요조가 쩔쩔대며 말했다.
"다음번을 기다리라고? 지금 나더러 다음번을 기다리라는 거냐?"
청년의 눈에 악기가 스쳤다.
그는 진법을 둘러보더니 진남과 목목을 발견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요조! 간이 부었구나! 이 둘을 용제원에 보내면서 나에게 자리를 주지 않는 거냐? 어서 이 둘을 내려오라고 하거라. 아니면……."
청년은 기세가 높아졌다.
예리한 검이 칼집에서 나온 것처럼 시뻘건 입을 벌렸다.
엄청난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사방의 허공에 파문이 일었다.
요수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연거푸 몇 걸음 뒤로 밀렸다.
어흥-!
그가 하늘을 향해 소리치자 요수들이 벌벌 떨었다.
"너……."
황금만우 요조는 진남을 보며 뭔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방금 진남에게 자신의 공격을 막으면 용제원에 갈 수 있다고 약속했었다.
"인간! 내려오거라!"
황금만우 요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사나운 눈길로 말했다.
"표문조천후족의 공자가 전송진에 타려 한다. 그러니 자리를 내드리거라! 물론 내 약속은 유효하다. 다음번에 전송진이 움직이면 너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그의 말을 잘랐다.
진남은 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이게 요족이군요! 이렇게 염치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자의 혈통이 높다고 한번 소리 지르자 규정을 파괴하고 저를 내려가라는 겁니까?"
청년은 진남을 보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놈! 헛소리하지 말거라!"
진남의 말에 황금만우 요조가 자극받고 크게 소리쳤다.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네놈을 죽이겠다!"
"죽이십시오. 저는 절대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흥! 요수의 위엄? 나도 있어!"
쿵-!
그의 체내의 태고자금전룡의 용위가 기세등등하게 용솟음쳤다.
용위가 벼락처럼 저택을 내리쳤다.
표문조천후를 포함한 대요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처럼 연거푸 뒤로 물러섰다.
마음속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어, 어……."
황금만우 요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다란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표문조천후는 겁을 먹은 듯이 크게 눈을 뜨고 벌벌 떨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이 인간족의 몸에 용위가 있다니!'
그러나 그것들은 진남이 태고자금전룡의 용혈에 몸을 담갔기에 용위가 있다는 걸 몰랐다.
진남이 용위를 펼치는 방법을 몰랐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태고자금전룡의 용위를 완전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요수들은 모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는 용왕의 위엄을 갖고 있었다.
"왜요? 아직도 저를 내려가라고 할 겁니까?"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택 안의 모든 요수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인간이 용위가 있다는 건 그가 용족과 연관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연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것들 같은 등급의 요수는 무례를 범할 수 없었다.
도장의 요수들은 진남이 왜 용제원으로 왔는지 이해되었다.
"전송진을 움직이십시오!"
진남은 황금만우 요조를 보며 용위를 뿜어 사정없이 그를 눌렀다.
"그, 그래……."
황금만우 요조는 방금의 기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진남의 용위에 완전히 눌렸다.
그것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른 요조와 손으로 법인을 만들더니 전송진법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슥-!
전송진법에서 엄청난 빛이 반짝거리더니 진남 등을 전부 감쌌다.
빛이 사라지자 저택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진남이 사라졌음에도 표문조천후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황금만우를 나무라지 않았으며, 고분고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