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화 중도성
진남은 중얼거렸다.
"태고자금전룡 선배님께서는 이 용린을 나에게 주시며 용제원에 가 원장님을 찾으라고 하셨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상대방은 분명 내게 원하는 게 있을 거다. 음…… 일단 용제원으로 가보자. 거기에는 무제 강자가 있으니 목목의 체내의 독소를 풀 수 있을 거다."
무엇 때문인지 무연각을 만난 후 목목은 침묵을 고수하며 더는 진남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잠시 후 진남은 하역을 떠나 분천고국에 도착했다.
지금의 분천고국은 양대 세력을 합병하여 동주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강자가 수없이 많아졌다.
동주의 각 곳에서 천재들이 모여 분천고국에 가입하여 기세가 커졌다.
진남은 한참 서 있더니 공수하고 바로 중주로 떠났다.
"중주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다음에 홍몽지기가 생기면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그는 중주에 대해 일성 세력, 이성 세력, 삼성 세력으로 나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천기견들은 요즘 진남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대황과 대흑은 정신이 번쩍 들어 얼굴에 희색을 띠고 저도 모르게 멍멍하고 크게 짖었다.
'드디어! 드디어 홍몽자기를 받을 수 있겠구나!'
"허허, 진남. 먼저 이 삼대 세력에 대해 말해주마. 삼대 세력은 남천신지(南天神地), 요지성산(瑤池聖山), 무도종(武道宗)이다. 그중에서는 남천신지가 가장 강하다.
이 삼대 세력은 모두 중주의 끝에 있다. 소문에 그곳은 천도, 신도, 구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란다. 때문에, 반신지국(半神之國)이라고도 불린다."
소극적이던 대황은 적극적으로 나서더니 중주에 대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반신지국? 중주의 끝이요?"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삼대 세력엔 어떻게 가입합니까?"
그는 지금 중주로 가야 했기에 세력에 가입하는 건 최선의 선택이었다.
만약 세 개 세력에 다 가입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일이었다.
줄곧 침묵하고 있던 목목도 눈을 반짝거렸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무도를 좋아했다.
때문에, 그녀는 무도 세계를 동경했다.
"삼대 세력에 들어가는 방법을 말하기 전에 우선 중주의 제방과 신방에 대해 얘기해줄게."
대황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방? 신방?"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혹시 잠룡방처럼 천재 순위인가?'
"제방, 신방은 간단한 천재 순위가 아니다. 소문에 이 두 방은 모두 창람대륙의 신물이 변한 것이라고 한다.
설사 무신 강자도 오묘함을 전부 꿰뚫어 보지 못한다고 하지. 게다가 제방에 들어가면 제명쟁탈전(帝命爭奪戰)에 참가할 수 있다."
"제명쟁탈전은 뭐예요?"
목목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허허! 계집애, 잘 듣거라. 중주에는 무제 강자가 되려는 무인이나 요수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무제 강자가 될 수 있겠느냐? 자신의 실력으로 무제가 되는 건 매우 어렵다. 대부분은 제명쟁탈전을 통해 무제를 이룬다."
대황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제명쟁탈전에서는 무제명격(武帝命格)을 다툰다. 누구든지 그걸 연화한다면 무제가 될 수 있다!"
"무제명격이요?"
진남은 눈에 빛이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럼 무신이 되려면 신방의 쟁탈전에 참가해야 합니까?"
"맞다. 신방이 바로 신격쟁탈전이다. 물론 신방에도 제명쟁탈전이 있다. 때문에, 신방에 들어간 천재들은 제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진남은 완전히 깨달았다.
'중주에는 실력이 강한 강자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천재들 대부분은 제방과 신방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두 개 방에 들어가려면 어떤 조건이 있습니까?"
목목의 두 눈에도 빛이 반짝거렸다.
제명쟁탈전, 신격쟁탈전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천재들이 그걸 뺏기 위해 싸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가 이런 싸움에 참가할 수 있을까?'
"창람혼한에 따르면 천급 일품 무혼부터 천급 오품까지만 무제가 될 자격이 있다. 천급 육품부터 천급 십품이 되여야만 무신이 될 자격이 있다. 제방과 신방은 이 기준에 따라 제자들을 받아들인다."
대흑이 어쩌다 입을 열었다.
"진남, 네가 방금 말한 삼대 세력은 천급 육품 무혼에 도달한 사람만 제자로 받아들인다."
"전에 나는 제령(帝令)을 찾아 제방 심사에 참가했었다. 그런데 하마터면 제방 사자에게 맞아 병신이 될 뻔했다."
대황은 옛날을 생각하니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목목은 완전히 침묵했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느껴졌다.
삼대 세력!
제방, 신방!
천급 일품 무혼부터 시작이다!
그녀와 같은 실력은 무량산 같은 삼성 세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성 세력이나 제방에 오른 사람들과 비하면 가장 낮았다.
"좋아요. 좋습니다!"
진남은 연거푸 좋다고 외쳤다.
그는 기세가 드높아져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중주는 대단하군요! 제방이나 신방도 마음에 듭니다. 제명쟁탈전, 신격쟁탈전 좋네요. 좋습니다, 진짜 좋습니다!"
진남은 온몸의 피가 들끓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중주는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파란만장하고 천재가 많고 강자가 숲을 이루고 무신이 하늘을 덮는 곳이었다.
그는 마음에 들었다.
중주와 같은 곳이라야만 그는 통쾌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었다.
"미친놈이구나."
천기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만난 동주, 서주, 북주, 남주의 천재들은 중주에 들어온 후 답답해하거나 매우 강한 압력을 느껴 감히 웃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전에 있던 곳에서는 최고의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남은 달랐다.
그는 중주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흥분되었다.
"이 자식……."
천기견들은 속으로 진남을 욕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야말로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목목도 진남을 보더니 어이없어했다.
'두렵지도 않나?'
"중주에는 수많은 강자와 천재들이 있어 풍운을 일으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중주도 기연과 금지들이 셀 수 없이 많아 역천개명하는 건 매우 쉽다."
이때 대황이 말했다.
"중주에서는 해마다 많은 천재들이 커다란 기연을 얻어 역천개명하고 비상한다."
"역천개명이 그렇게 쉽나요?"
목목이 물었다.
그녀는 역천개명은 범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허, 그건 어떤 역천개명인가를 봐야지. 황급 무혼이 현급 무혼으로 진급하는 것도 역천개명이다. 그런데 무슨 소용 있느냐?"
대황과 대흑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들 기준에선 역천개명은 쉬웠다.
그러나 역천개명에도 등급이 있었다.
다시 말해 천급 무혼 이상, 천급 오품 무혼 이상이 되는 건 매우 어려웠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삼황자가 생각났다.
삼황자는 역천개명하여 지급 십품 무혼을 이루었다.
강해 보였지만 무제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럼 나의 명격은……."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나는 전신의 혼을 갖고 있다. 나는 무혼 등급을 계속 진급할 수 있다.'
며칠 후 진남은 끝없는 바다를 날아 넘어 중주에 도착했다.
"진남, 너 용제원에 가려면 반드시 중도성에 가야 한다. 중도성에 가는 건 쉽다. 적마성을 통해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홍몽지기가 있다는 걸 안 후 천기견들은 무척 적극적이었다.
이전처럼 개가 되었다고 절망하지 않았다.
"중도성이요?"
진남의 눈에 의혹이 드러났다.
"중도성은 이성 세력이 세운 것이다. 성지에는 여러 가지 전송진법이 있는데 다른 이성 세력이나 삼성 세력의 산문으로 갈 수 있다.
허허, 생각해 보거라. 중주의 몇백 개 세력을 직접 다 날아다닌다는 것은 무제라면 모를까, 무조와 무성도 힘들어 죽을 거다."
대황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진남에게 이런 잡다한 내용을 설명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네가 아무리 운이 좋고 보물이 많고 천부가 비범한들 어쩌겠느냐? 이런 것들은 모르짆아.'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마성으로 날아가 원석을 내고 전송진법에 올랐다.
진법에서 나오니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에 온 것만 같았다.
"여기가 중도성입니까?"
진남은 전송진법에서 걸어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등 뒤의 목목도 눈을 크게 뜨고 좌우를 둘러보며 수시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 같았다.
중도성은 방원 천 리나 되었는데, 성안의 벽이나 길은 모두 파란색이었다.
"강자들이 많구나."
왼쪽 눈으로 훑어보던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성 안에는 무조 강자들이 몇백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성 안을 오가며 모퉁이에 있는 전송진법에 들어가 사라졌다.
무성 강자, 무존 강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여기가 바로 중주의 중심 중도성이었다.
여기를 통과해야만 여러 세력으로 갈 수 있었다.
"중도성의 지도를 팝니다. 만 개의 원석이면 됩니다!"
"중도성에서 십 년을 생활한 무인이 길을 안내해드립니다. 중도성의 모든 걸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원석 오천 개입니다. 오늘 하루뿐입니다."
"특가로 할인합니다. 중도성 지도 한 개에 팔천 개 원석입니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진남 등이 서 있는 전송진법을 본 무인들의 눈에 간절함이 드러났다.
"중도성은 여러 세력이 만든 것이라 다르구나. 비행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신식도 쓸 수 없다니."
진남은 훑어보더니 모든 걸 파악하고 팔천 개 원석으로 지도를 하나 샀다.
중도성에는 여러 세력으로 가는 진법이 몇백 개나 되어 어지러웠다.
때문에, 무조건 지도가 필요했다.
진남은 지도를 열고 한번 훑어보고 모든 세력에 대해 대충 알게 되었다.
또 용제원으로 가는 전송진법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봤다.
"이성 세력 전송점은 중도성의 왼쪽이고, 삼성 세력의 전송점은 오른쪽에 있구나."
진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목목을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면 너를 데리고 용제원으로 가겠다. 아니면 중주에서 버려져 비참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중도성으로 오는 길에 진남은 금인을 써 목목의 식해를 눌렀다.
그는 전신의 힘을 그녀의 몸에 주입하여 혈, 경맥, 단전을 모두 막았다.
그녀는 일 할의 실력밖에 발휘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정도로 미련하지 않다."
목목은 쌀쌀하게 말했다.
그녀는 진남이 왜 자신을 죽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진남을 따라다니는 것이 최선이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와 함께 중도성의 왼쪽으로 걸어갔다.
중도성의 왼쪽으로 온 진남은 여러 세력의 전송진법 위에 기운이 매우 강한 천재들이 진법에서 나와 다급히 다른 진법으로 가는 걸 봤다.
또, 매우 강한 무인들이 걸어와 안으로 들어갔다.
"응?"
그때, 한 전송진법 위에 익숙한 형상이 떠올랐다.
형상은 머무르지 않고 발을 굴려 다른 진법으로 넘어가 진남이 인사하기도 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