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화 못 올 거 같구나!
진남의 시선이 보라색의 전의가 번쩍이는 지존용골창에 꽂혔다.
"마침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연화할 수 있구나."
진남은 입을 크게 벌리고 화염을 위쪽에 토했다.
그리고 연화하기 시작했다.
대황과 대흑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진남을 바라보다가 음흉한 웃음을 머금은 천기서를 돌아봤다.
그들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다시 한 번 절망했다.
'절망스럽군. 자존심도 다 버렸는데……. 이 정도면 들어줄 수도 있잖아?'
시간은 빨리 흘러 팔 일째 되는 날이었다.
산골짜기의 기운은 완전히 평온해졌다.
진남과 우마요조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지존용골창을 연화했어!"
진남은 숨을 내쉬며 시선을 우마요조에게 향했다.
우마요조가 대뜸 말했다.
"진남, 안심하거라. 이번 무량산 대전에서 내가 꼭 너의 탈 것이 되어주마."
"네,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이제 갑시다."
진남은 몸을 날려 그 머리 위에 떨어졌다.
음모-!
우마요조는 하늘을 향해 울었다.
혈통이 진급한 후의 위력을 전부 드러냈다.
끝없는 요기가 마치 커다란 손바닥처럼 동굴의 천장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산을 흔들리게 했다.
* * *
같은 시각, 삼성 세력, 무량산.
종문대전이 열렸다.
무량산은 구름에 닿을 듯 높았고 무량의 기운이 감돌았다.
무량산의 산꼭대기에는 사천여 장 되는 거대한 도장이 있었다.
도장에 들어가려면 무량산 아래에서 산문을 통과하고 무량산 특제 영패를 지니고 십만 개의 산길 계단을 올라야 했다.
무량산 종문대전은 산꼭대기 도장에서 열렸다.
도장엔 옥으로 된 상이 있었고 무인들과 가문, 종문 그리고 무량산의 제자들이 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시끌벅적한 것이 적어도 이천여 명은 되었다.
"너희들은 이성 세력의 사자가 올 것 같아?"
"헛소문이 아닐 거야. 반드시 올 거야."
"난 그딴 거에 관심 없어. 그저 하역 천재가 무량산에 도전한다는 게 사실인지 궁금할 뿐이야. 그게 진짜라면 이번 종문대전이 아주 재미있어질 거야."
토론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많은 사람들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또 다른 재미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바로 그때,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종주, 태상 장로, 각 장로, 비류종(飛流宗), 적염종(赤炎宗), 호탕삼청문(浩蕩三清門), 동주 목부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말에 전체 도장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쿵-!
엄청난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일제히 내려왔는데 바로 비악무조, 비류종 등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대 무조가 내려왔다.
뒤이어 각 무성 정상의 장로가 줄지어 내려왔고 목곤 등이 뒤를 따랐다.
슉-!
각 태상 장로, 장로가 앉은 뒤 아름다운 여인이 하늘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바로 무량산 현재 종주인 임묘가(林妙可)였다.
진남이 그곳에 있었다면 임묘가가 산골짜기에서 만났던 여인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여러 종주들과 세력들 그리고 무인들, 오늘 무량산 종문대전에 와주셔서 고맙소."
임묘가는 맨 앞에 서서 의젓하게 말했다.
"무량산의 제자들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 세력 혼난문(混亂門)의 사자 구음무조(九陰武祖)를 환영하거라!"
그녀의 말은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대 세력들과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우르릉-!
바로 그때.
엄청난 기운이 하늘을 가르며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노인은 얼굴이 이상한 검은색이었다.
그는 온몸에서 음기를 뿜었다. 주변의 온도가 차가워졌다.
그가 바로 구음무조였다.
구음무조는 무조 경지 오 단계였다.
"구음무조의 왕림을 환영합니다."
수백 명의 무량산 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음, 그래. 좋다, 아주 좋아"
구음무조는 훑어보더니 현장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더 이상 예의 차릴 필요 없다. 오늘 내가 온 건 제자 몇 명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이제 종문대전을 시작하거라!"
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날려 제일 윗자리에 앉았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 삼성 세력인 비류종 등은 헛숨을 들이켰다.
'제자 몇 명을 고르다니!'
'이건 앞으로 무량산이 혼난문과의 관계가 깊어질 거라는 걸 말하는 거다!'
많은 무인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앞으로 무량산의 세력은 더욱 커져 앞날이 창창할 것이었다.
"사자가 제자를 고르기 전에 할 말이 있다."
바로 그때, 비악무조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다들 소문을 들었을 거다. 동주의 제일 천재라는 놈이 오늘 무량산을 멸망시키러 온다는 소문 말이다.
별일은 아니다. 내가 한 여인을 붙잡았는데 동주의 천재가 그녀를 구하러 오겠다고 했다. 마침 대전으로 많은 천재들이 모였으니 점심 전까지 나타나는지 지켜보자꾸나."
그 말이 나오자 다들 술렁거렸다.
많은 무인이 더욱 크게 웃었다.
"동주의 천재가 감히 무량산을 멸망시킨다는 말을 하다니!"
"내가 확신하는데 동주의 천재는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어허! 안 온다니? 그는 동주 제일 천재야. 무량산이 뭐라고? 그는 틀림없이 구하러 올 거다. 하하하!"
사람들은 흥미진진해 했다.
그들이 보기에 동주의 제일 천재라고 하는 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는 놈이었다.
'무량산에 와서 사람을 구하겠다고?'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이제 인질을 끌어내 오겠다."
비악무조는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 부디 겁먹지 말거라. 아, 하역의 무슨 고국인지 하는 데 사람들도 같이 오면 좋을 텐데.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 있게 말이야!'
슉-!
도장의 한 가운데 한 여인이 나타났는데 바로 공주였다.
공주는 몸에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그녀는 움직일 수도 없고 경지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공주의 곁에는 남녀가 서 있었다.
흰 치마에 물 위에 갓 핀 연꽃처럼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그 여인은 바로 목목이었다.
그리고 옆에 남자는 바로 목풍사였다.
"허, 엄청 예쁘구나."
"흰 치마 입은 여인은 누구야, 왜 무량산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인데 비악무조가 모질게 죽이려는 거구나. 안타까워라, 차라리 나한테 주면 좋을 텐데."
모든 시선이 그녀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공주, 아직도 진남을 믿습니까? 저에게 굴복하라고 진작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면 죽음은 면할 수 있을 텐데……."
목풍사의 안색은 흉해졌다.
그는 공주에게 여러 번 권했지만, 매번 무시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공주는 목풍사를 무시했다.
그녀는 목목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목목, 널 정말 속이지 않았다. 비악무조와 목부의 사람들이 널 속인 것이다. 그들이 네 아버지를 죽이고 네 몸에……."
"입 다물어."
목목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공주, 내가 그렇게 널 믿었는데 진남, 그놈이 소요검조와 손을 잡고 아버지를 죽일 줄은 몰랐다. 오늘 진남이 널 구하러 온다면 내 손으로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
묘묘 공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목풍사, 비악무조, 목곤 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목부에 변고가 생겼을 때 목목은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난 모든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
비악무조는 기회를 틈타 목곤과 함께 사실을 왜곡했다.
그들은 목목에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진남, 소요검조와 공주라고 알려줬다.
목목은 그들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공주는 목목의 몸에 어떤 독이 은근히 배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악무조 등이 목목을 속이기 위해 독을 사용한 게 분명했다.
"다들 조용 하거라!"
비악무조는 공주가 분노하자 입가에 조소를 띠고 큰소리로 선포했다.
"오늘 정중하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 무량산에 새로운 천재가 한 명 가입했다. 혼난문에서 눈여겨보는 천재이기도 하다. 그녀는 목목이다. 동주 목부 부주의 딸이고, 천급 일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천급 일품 무혼?"
"혼난문에서 왜 사자까지 보냈나 했더니, 이런 천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네!"
"천급 일품 무혼이 이 정도 자질이라면 제방에 오를 만해. 더욱이 역천개명까지 한다면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창할 거야."
사람들의 시선이 목목에게 쏠렸다.
중주에서 천급 무혼을 가진 천재는 희소했다.
때문에, 천급 무혼을 가지면 이성 세력들이 눈독 들였다.
비악무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목곤과 눈이 마주쳤다.
둘은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비악무조는 묘묘 공주와 목목으로 진남을 유인하려고 했다.
진남을 죽여야 그의 전승을 빼앗을 수 있었다.
비악무조는 우연히 목목이 천급 일품 무혼의 천재이고 목부에서 일어난 일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목곤과 손을 잡고 사실을 날조하여 부주의 죽음이 진남, 공주, 소요검조 때문이라고 목목에게 알려줬다.
부주의 야라 족쇄는 소요검조가 펼쳤기 때문이다.
목목은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비악무조의 특제 '혼령독(混靈毒)'을 마신 뒤부터 굳게 믿었다.
목목을 속여서 비악무조는 이성 세력인 혼난문과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혼난문의 구음무조와 연합하여 임묘가를 죽이고 무량산의 종주가 될 꿍꿍이를 했다.
그는 진남의 전승을 빼앗으려 할 뿐 아니라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
"목목, 나는 혼란문을 대표해 널 내문 제자로 들이려고 한다. 이에 동의하느냐?"
구음무조는 목목을 쳐다보며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동의합니다."
목목은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아버지 죽음의 주범인 소요검조를 직접 죽이고 싶었다.
"종문대전을 시작하겠다. 제자들은 무예를 겨루거라.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오시(午時)가 돼도 동주의 제일 천재가 오지 않으면 이 여인은 당장에서 머리를 자르겠소."
비악무조가 입을 열었다.
도장이 떠들썩해 졌다.
무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었다.
비악무조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구음무조와 비류종 등 세력의 거물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묘가는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상황이 비악무조에게 유리해.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임묘가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비악무조가 목목을 끌어들이고 구음무조와 연합해 종주 자리를 빼앗으려고 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조 경지 삼 단계이고 구음무조는 무조 경지 오 단계라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스승님이 물려준 무량산 종주 자리를 이렇게 내줘야 하는 걸까?'
임묘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하늘의 태양도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오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비악, 내가 보기엔 동주의 제일 천재는 못 올 것 같구나! 하하하!"
구음무조는 크게 웃으며 아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비악무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오면 모든 일은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가 오지 않는다고 하면 좀 귀찮게 되긴 하겠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목곤을 부려 동주에서 진남을 추격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는 진남의 전승을 반드시 가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