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화 뭐가 이렇게 쉬워?
"흥, 거만한 청년이군. 그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을 거야!"
강자들은 진남이 아니꼬웠던 참에 저주를 퍼부었다.
"닥치거라!"
여인은 시선이 차갑게 변하더니 말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한다. 다들 오늘 일을 잘 생각해보거라. 아니면 오늘 같은 마음가짐으로 무조 경지를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
말을 마친 여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날아갔다.
네 강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 * *
"요기가 짙구나!"
진남은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는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커다란 동굴이 있고 그 안에 요기가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요기들은 계속 움직여서 진남은 왼쪽 눈으로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남, 우리 돌아가자. 안에 엄청 무서운 게 있는 것 같아……."
대황과 대흑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몸까지 덜덜 떨었다.
심지어 천기서도 찍찍거리며 불안한 정서를 드러냈다.
"구리거울이 나를 지켜준다. 구리거울과 요수들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 같으니 이번에도 나에게 기회가 있을 거다. 그러니 반드시 시도해봐야겠어!"
진남은 천기견들을 무시하고 발을 굴러 빛으로 변하더니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어두컴컴하고 습했다.
벽에는 부문들이 가득했는데 마치 옛 금제 같았다.
바로 그때, 동굴에 화가 잔뜩 난 시뻘건 눈알이 나타났다.
눈알의 주인은 우마요조였다.
"인간! 내가 한 걸음 물러났는데 경고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네가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더라고,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
우마요조는 고개를 젖히고 포효했다.
동굴이 진동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운이 솟아올랐다.
우마요조는 이제 분노가 극에 달했다.
"금인은 몸을 보호하라!"
진남은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안색이 변해서 금인을 꺼냈다.
그는 구리거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금인과 구리거울이 연관이 있는 것 같으니 효과가 있을 것만 같았다.
만일 우마요조가 그를 동굴에 못 들어서게 한다면 금지의 보물을 가질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응?"
우마요조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의 핏빛 눈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우마요조는 금인에서 신비한 기운을 느꼈다.
기운은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했지만 요수에게는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 기운에 굴복하고 싶은 마음과 경외심이 생겼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인간이 어떻게 대요의 지보를 가지고 있는 거지?'
"소우, 그만하고 그 녀석을 들여보내거라. 오랜만에 인간을 보는구나……."
이때 동굴에서 우레 같은 목소리가 터졌다.
"그, 그게……. 알겠습니다!"
우마요조는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보며 말했다.
"들어가거라!"
"고맙습니다!"
진남은 우마요조에게 공수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구리거울과 금인으로 동굴의 보물을 얻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설마 이 녀석이 왕이 기다리던 사람인가?"
진남은 알지 못했다.
우마요조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혹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바, 방금 그 목소리는 너무 무섭다……. 동굴에 있는 대요는 우마요조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 것만……."
대황과 대흑은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은 이제 천기견이 되었기에 요수 계통에 속했고 혈통의 억압을 받게 되었다.
요수들은 인간과 달리 혈통으로 상하를 나누었다.
혈통이 강하면 무황 경지라고 해도 무존 경지를 진압할 수 있었다.
진남은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의 왼쪽 눈으로 동굴의 내부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큰 요수는 신비하고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동굴은 깊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남은 동굴의 끝에 이르렀다.
동굴의 끝에서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진남은 저도 몰래 고개를 숙였다가 방대한 그것을 보고 표정이 확 바뀌었다.
천기견들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전설 속에 나오던 태고 대요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호수에는 길이가 삼십여 장이 되는 큰 용이 있었다.
용은 비늘이 온통 보라색이라서 무척 고귀해 보였다.
그의 이마에 난 뿔 두 개는 전의를 풍겼다.
그는 커다란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타고난 용의 위엄이 마치 세상의 생명을 가진 것들은 모두 굴복시키려는 것 같았다.
교룡이나 구두사(九頭蛇) 같은 것들이 아니라 진짜 용이었다.
"세, 세상에! 태고자금전룡이잖아! 발가락이 다섯이다! 용족들 중에서도 왕자다!
진남, 우리 이제 끝이야. 용족은 싸움을 좋아해서 강한 자나 약한 자 가리지 않고 싸운다. 저 용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죽어! 크, 큰일이구나! 용왕을 여기서 만나다니……."
천기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덜덜 떨었다.
그들은 희망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개로 변한 후 처음으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희망을 가졌다.
한데, 중주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서운 대요를 만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진남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용은 어떤 시대에서도 힘을 대표했다.
하늘의 편애를 받는 엄청난 존재였다.
용 중에는 홍룡, 백룡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용은 그들 중에서도 왕자였다.
"응? 이상한데?"
진남은 왼쪽 눈으로 태고자금전룡 안에서 멸망의 기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꿈틀거리는 기운은 수시로 태고자금전룡의 육체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중상을 입었구나. 그래서 경지가 요조 일 단계도 안 돼!"
진남은 순식간에 눈치를 챘다.
그때 태고자금전룡이 입을 크게 벌리고 우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꼬맹아, 네 몸에서 요족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그 물건을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
태고자금전룡은 불안한 마음으로 말을 했다.
'내가 잘못 느낀 걸까? 그분의 기운이 맞을까? 만약 그분의 기운이 아니라면 앞에 있는 인간은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다. 그럼 또다시 기다려야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물론입니다!"
진남은 바로 신비한 금인을 꺼내 태고자금전룡에게 넘겼다.
상처를 입은 전룡이 신비한 금인과 연관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동굴에 들어 온 것은 잘한 일 같았다.
'동굴에 어떤 지보가 있을까?'
진남이 생각에 잠긴 사이 태고자금전룡은 두 눈이 가늘어지고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는 마음이 요동쳤다.
'이 기운은……. 그분이 맞다! 이 녀석이 그분의 지보를 가지고 있다니!'
태고자금전룡은 감정을 누르고 진남에게 말했다.
"꼬맹아, 이름이 뭐냐? 이런 지보가 또 있느냐?"
"저는 진남이라고 합니다."
진남은 두 눈에 의혹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 보물은 우연하게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구리거울이 있는데 혹시 선배님께서는 그것의 내력을 아십니까?"
"구리거울이 있다라!"
태고자금전룡은 그 말을 듣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두 개! 그분의 두 지보가 이 녀석 손에 있어!'
용은 그분이 수단을 남겨 후계자를 골랐다고 확신했다.
'천기할멈의 말대로 이 아이가 참천자(斬天者)일까? 정말로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맞나? 태고자금전룡 일족을 이끌고 영예를 되찾을 사람일까?
맞아! 그 사람이 맞다! 그분이 마음에 들어 한 진남은 반드시 그 사람일 것이야!'
태고자금전룡은 피가 끓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서 두 발을 마구 굴렀다.
호수는 태고자금전룡의 발의 움직임을 따라 일렁거렸다.
"큰일이다. 끝이야. 진남, 용이 전의를 드러냈어. 우리 견생(犬生)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천기견들은 풀이 죽어서 중얼거렸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동굴에 들어오며 놀라움은 있었지만, 위험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물을 얻어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진남!"
태고자금전룡은 진남을 보더니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풀썩-!
천기견들은 놀라서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진남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기가 죽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
자금전룡은 용들의 왕이긴 해도 그의 용위는 진남을 흔들 수 없었다.
"금인이나 네 몸속에 있는 구리거울의 내력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해 줄 수는 없다. 다만 그것들은 너의 커다란 능력이니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태고자금전룡은 엄숙하고 무거운 말투로 천천히 말했다.
그분이 엮인 일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진남은 아직도 구리거울의 내력을 알 수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꾸나.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다 알게 될 거다. 너에게 묻겠다. 이 동굴에는 왜 왔느냐?"
태고자금전룡은 심호흡으로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표정으로 진남에게 물었다.
"선배님, 저는 경지를 높이고 무량산을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무량산을 멸망시키겠다니?"
태고자금전룡은 깜짝 놀랐다.
그는 진남을 훑어봤다.
다른 무조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용은 진남의 경지가 고작 무성 경지 구 단계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무성 경지 구 단계가 무량산을 멸망시키겠다니?'
"하하하! 좋다! 멋진 말이다! 내 너를 지지하마!"
태고자금전룡은 두 눈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
전의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용족은 싸우기를 즐기는 종족이었다.
특히 종문 전체를 멸망시키는 것 같은 일들을 좋아했다.
"어? 이, 이럴 수가! 이런 경우도 있네……."
천기견들은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탄복했다.
그들도 죽다 살아나기를 경험했지만, 기분이 좋기는커녕 우울했다.
'세상에 이런 경우도 다 있어?'
'진남은 무량산을 멸망시키겠다고 말만 했는데 태고자금전룡의 인정을 받았다. 자존심 강한 용에게 이렇게 쉽게 인정을 받다니?'
천기견들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태고자금전룡은 이미 한 방 먹였을 것이었다.
진남도 살짝 놀랐다.
태고자금전룡 일족은 천기견들 말처럼 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용의 그런 천성은 전신의 혼과 비슷했다.
"선배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저는 지금 경지가 부족합니다. 선배님께서 혹시 빠르게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여드레에 적어도 무적 무성 경지까지 돌파해야 합니다.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주신다면 저에게 있는 홍몽지기가 선배님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진남은 요수들이 혼돈지기를 무척 좋아하던 일이 생각났다.
'홍몽지기는 태고자금전룡에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안 된다!"
홍몽지기는 요수나 강자들에게 귀했다.
그러나 태고자금전룡에게는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내 몸속에 있는 상처는 아무리 많은 홍몽지기라도 소용이 없다."
태고자금전룡은 말했다.
"진남, 보상을 받지 않고 네 경지를 높여줄 수 있다. 너를 도와 무량산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 한다!"
"어떤 부탁 말씀입니까?"
진남은 용이 하는 말을 듣고도 기쁜 기색이 없었다.
"이 용린을 가지고 용제원(龍帝院) 원장을 찾아가거라!"
태고자금전룡이 손가락을 튕기자 특이한 용린이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용의 비늘이었다.
"어라? 뭐가 이렇게 쉬워? 용제원 원장을 찾아가라고?"
천기견들은 회의감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태고자금전룡의 도움을 얻다니? 말도 안 돼!'
"두 분, 쓸데없는 대화는 그만하십시오! 다시 육체를 얻고 싶지 않으십니까? 용제원은 어떤 곳입니까?"
진남은 천기견들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