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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63화 (463/1,498)

463화 절반씩 나누죠

"싸운 지 한참 되는 것 같구나. 여인이나 다른 사람들 그리고 우마요조도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군……."

진남은 왼쪽 눈으로 샅샅이 살폈다.

그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산골짜기가 바로 소요검조가 말한 금지였다.

'저 사람들은 여기에서 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을 거야. 그런데 우마요조가 막아서 싸움이 일어난 건가 보구나."

"어? 저건?"

진남은 산골짜기 뒤편에 있는 언덕에 온통 새까만 꽃들이 몇백 송이나 피어있었다.

꽃잎은 여덟 개이고 꽃잎마다 부문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대황과 대흑은 줄곧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검은 꽃을 보자 놀라서 말했다.

"진남! 저건 마부화(魔符花)야. 마기가 짙은 곳에서 자라는데, 엄청 귀해! 만약 복용한다면 무조 강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마부화?"

진남은 꽃이 엄청난 힘을 품고 있어서 반만 복용해도 무성 경지 정상급을 돌파하는 데 문제없을 것만 같았다.

"아직 희망이 있어!"

진남은 눈에 빛이 스쳤다.

두 무조가 싸우면 반드시 한 쪽은 다치게 될 것이었다.

그럼 그때 진남이 나서면 될 것이었다.

"역겨운 인류들 같으니라고! 내가 허약한 틈을 타서 공격하는구나!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을 다 죽여버리겠다!"

그때 우마요조가 우레 같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그는 사람 말을 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런 그가 사람 말을 한다는 건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음머-!

우마요조의 울음소리가 방원 몇십 리를 진동했다.

그는 몸이 점점 커지더니 털마다 검은빛을 반짝였다.

이내 우마요조의 털들이 우마요조의 작은 그림자들로 변했다.

"종주, 조심하십시오!"

네 명의 무성 경지 강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여인은 가슴이 떨렸다.

그녀도 엄청난 위험을 느꼈다.

"만천우마(漫天牛魔)!"

우마요조는 몸을 떨더니 모든 털을 뿜었다.

털들은 우마로 변신해 대군을 이루고 하늘을 뒤덮으며 홍수처럼 밀려왔다.

산골짜기는 우마의 세상이 되었다.

몇십 리 밖에 있는 진남도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만천우마에 당한다면 진남의 왼팔이라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무량쇄(無量鎖)!"

여인은 무거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금빛이 반짝이고 몇십 장이나 되는 거대한 사슬이 절세의 용처럼 깨어났다.

제기였다.

제기는 여인의 손에서 엄청난 위력을 풍겼다.

"보호하라!"

여인이 법인을 만들자 무량쇄는 하늘에서 거대한 진법으로 변해 그녀와 다른 네 강자를 덮었다.

"아쉽다……."

진남은 저도 몰래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저 여인이라면 혼자였다면 저 정도 실력에 무량쇄를 가지고 있으니 우마요조에게 달려들어도 됐을 것이다. 다만 다른 넷을 보호해야 하니 어쩔 수 없구나.

만천우마가 산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무량쇄가 변한 보호막은 어둠 속에서 촛불처럼 빛이 났다.

수많은 우마가 보호막에 부딪혔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여인은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종주, 우리 갑시다!"

네 무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절대 못 가! 우마요조는 기운이 약해지는 시기가 삼십 년에 한 번 온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어! 걱정 말거라, 우마요조의 경지는 그리 강하지 않다!"

여인은 표정이 단호했다.

'이렇게 큰 힘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물러날 수 없어!'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 눈으로 우마요조를 살펴보니 기운이 허약했다.

또 방금 사용한 만천우마도 금술이라 우마요조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전력은 평소의 십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진남의 눈이 빛났다.

'우마요조는 대요(大妖)이고 요조 사 단계이다. 위급한 상황에 사용하는 수단이 없을까?'

진남의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우마요조는 인간들을 죽이지 못하자 분노가 점점 더 커졌다.

"너희들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천마해체(天魔解體)!"

포효가 사방팔방에 울렸다.

보호막 아래에 있던 여인과 넷은 안색이 변했다.

"우마요조! 우리는 마염화만 필요하다! 마염화를 위해서 나와 죽을 때까지 싸울 거냐?"

여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외침 속에는 정신을 차리게 하는 묘법이 들어 있었다.

"웃기는구나!"

우마요조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인간들은 교활하다. 고작 마염화를 위해 너희들이 이토록 목숨 걸고 달려들었다고? 보물은 꿈도 꾸지 말거라!"

그들의 대화를 들은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다른 귀한 보물이 있어?'

진남이 깊게 생각하기 전에 우마요조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쿵-!

우마요조의 거대한 몸집은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 사내로 변했다.

그의 몸속의 마기는 점점 늘어나더니 기운이 무조 육 단계와 비슷해졌다.

커다란 산골짜기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진남은 심신이 떨리고 엄청난 위압을 느꼈다.

여인은 그 모습을 보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진짜 마염화를 위해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우마요조는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너희 넷은 대진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거라!"

여인은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뒤에 있던 무성 경지 강자들도 위압을 느끼고 혼비백산했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그들은 그녀의 말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성광을 뿜으며 손을 잡고 대진을 만들었다.

"우마창(牛魔槍)!"

우마요조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이마에 난 뿔을 잡았다.

뿔은 순식간에 폭발하여 빛이 되더니 다시 커다란 창으로 변했다.

우마요조는 망설임 없이 여인에게 창을 던졌다.

쿵-!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창은 모든 것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을 담고 있었다.

"무조의 나무! 천지를 가르라!"

여인은 창백한 얼굴로 빠르게 대응했다.

그녀의 뒤로 반 장 높이가 되는 무조의 나무가 솟아올랐다.

순간, 무도 의지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무도의 벽이 되어 천지를 갈랐다.

쿵-!

두 초식은 부딪혔다.

산골짜기가 세차게 진동하면서 돌멩이들이 연달아 터져 나갔다.

풉-!

여인은 창을 맞고 피를 토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무성 경지 정상급인 강자들도 충격에 날아가서 바닥에 세게 떨어졌다.

겨우 창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다들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우마요조는 비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창자가 뒤틀리는 듯했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죽어라!"

우마요조는 고함을 지르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안 돼!"

여인과 강자들은 본능적으로 기운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우마요조가 달려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인의 눈에 후회가 스쳤다.

그녀는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우마요조의 기운이 약해질 때는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

"멈춰!"

그때 우레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이었다.

"어?"

여인의 눈에 희망이 떠올랐다.

그러나 무조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청년이 나타나자 그녀의 눈에 떠올랐던 희망이 사라졌다.

"가거라!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여인은 얼른 입을 열었다.

"역시 인간은 교활하다! 숨어서 구경하고 있었구나! 너희들을 다 같이 죽여주마!"

우마요조는 진남을 보더니 엄청난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그는 진남도 함께 죽이려고 했다.

"무엄하다!"

위험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호통을 쳤다.

엄청난 제위가 거센 강물처럼 진남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제의 시골은 지난번에 뇌겁을 막느라 상처가 깊었지만, 아직 힘이 남아있었다.

제위를 모방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이건……."

여인은 충격을 받았다.

'제위?'

'제위라고? 잘못 본 건가?'

'설마 이 청년이 무제 강자라는 거야?'

"너……."

우마요조는 대뜸 안색이 변했다.

그는 더럭 겁이 났다.

'재수 없게 무제 강자를 만난 거야? 아니다! 위장한 걸 수도 있어!'

"제가 기운을 속인 것인지 아닌지를 떠나 우마요조의 기운은 이미 엉망이 되었습니다. 죽을 각오하고 계속 싸우시겠습니까?

아직 한 번 더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한 번으로 저를 죽일 수 없습니다."

진남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말투는 날카로웠다.

"저를 죽이지 못하면 저는 선배님을 죽일 수 있습니다."

우마요조는 충격을 받았다.

'내 기운을 알아보다니! 이제 한 번 공격할 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정말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도 진짜인가?'

우마요조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진남의 말처럼 온 힘을 다해 최후의 일격을 펼친다면 그의 몸은 무척 허약한 상태가 될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무성 경지의 강자도 쉽게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즉, 진남을 죽이지 못하면 우마요조가 죽어야 했다.

음모-!

우마요조는 포효하더니 시뻘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네놈들이 감히 그곳에 온다면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들을 죽일 것이다!"

우마요조는 검은빛으로 변하더니 산골짜기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우마요조는 모험할 수 없었다.

그는 왠지 자신의 실력으로 앞에 있는 청년을 죽이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이들이 그곳에 온다면 그때 목숨 걸고 싸워도 된다! 그러니 지금은 그만두자, 나도 죽는 건 두려우니까.'

"후……."

진남은 우마요조가 떠나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의 몸은 땀에 흠뻑 젖었다.

그는 방금 모험을 했다.

우마요조가 공격을 했을 때 왼팔로 막는다고 해도 우마요조의 마지막 진기는 그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남은 큰 손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진짜 갔어?"

여인과 일행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넋이 나갔다.

그녀는 우마요조가 영역 의식이 강해서 쉽게 합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들은 진남이 무제가 아니고 무조도 아니라는 것을 이미 눈치챘다.

'그런데 무성의 두어 마디에 우마요조가 물러갔다고?'

"마염화는 절반씩 나누는 게 어떻습니까?"

진남은 여인 일행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여인 일행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럴 수 없소!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큰 힘을 들여 우마요조와 싸웠는지 아시오? 그런데 절반을 나눠달라는 게 말이 되오? 게다가 우리는 사람이……."

한 무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좋다, 절반으로 나누자!"

그 무인이 말을 마치기 전에 여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우마요조를 물리친 데 네 공이 크다. 뭐라고 부르면 되느냐?"

네 명의 강자들은 안색이 변해서 입을 열려고 했지만, 여인의 시선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호칭은 서로 알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남은 마염화를 절반 취하고 말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진남은 우마요조가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의 행동에 여인과 일행들은 안색이 변했다.

'저자는 그곳에 가려는 걸까?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진짜 모르는 거야?'

"멈추거라!"

여인은 고함을 질렀다.

"그곳은 무조 사 단계가 들어갔다가 무조의 나무에 크게 상처를 입고 나온 곳이다. 역천 영약이 있으면 모를까 그곳에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려면 몇백 년이 걸린다."

"그런들 어떻습니까?"

진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마디 던지고 사라졌다.

마염화를 얻었으니 진남은 무성 경지 정상급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량산 대전에 참가하기엔 아직도 부족했다.

그러니 진남은 반드시 그곳에 가서 보물을 얻어야 했다.

위험하더라도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들 어떻냐고……? 저자는 죽는 게 두렵지 않은 건가?"

여인은 얼떨떨했다.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이 많아졌다.

'모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강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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