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적마산맥
"이성 세력은 말하기 어렵다. 무량산의 순위는 그닥 높지 않잖아.
하지만 얼마 전 무량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어. 대전이 열리면 동주 제일 천재라는 녀석이 무량산에 시비를 걸려고 찾아온대."
"뭐?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동주의 제일 천재라니?"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진남이라고 했나? 맞아, 진남이야."
"하하하,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동주의 제일 천재 따위가 감히 무량산에 시비를 걸려고 온다고? 목부도 그런 배짱은 없을 텐데!"
주루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이유 없이 진남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동주 서열 삼 위, 서주 일 위, 북주 이 위의 천재라는 자들은 중주에 온 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니 무량산에 시비를 걸려고 온다는 건 더 말이 되지 않았다.
무량산은 중주에서 대단한 세력은 아니었지만, 기초가 단단해서 많은 천재들을 키워냈다.
그런데 다른 주의 천재가 와서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흥, 저 나쁜 놈들이 뭘 알아서 그래! 무량산이 다 뭐야? 진남, 저들의 헛소리를 듣지 말거라. 너는 무제가 되고도 남을 사람이야!"
대황과 대흑은 확신에 차서 큰 소리로 말했다.
진남은 둘을 힐끗 보더니 무시했다.
이때 부주가 준 영패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담담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소요문에 와서 나를 찾거라!"
소요검조였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주루의 심부름꾼을 불러 자세히 물어봤다.
그제야 그는 소요문, 무량산, 수류종이 적마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남의 경지로 두 시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자!"
진남은 바로 허공을 찢고 들어갔다.
주루는 순간 조용해졌다.
무인들은 놀란 표정으로 돌아봤다.
'어디서 온 청년이지? 설마 적마성에서는 허공을 찢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무엄하다! 적마성은 허공을 넘는 것을 금지한다! 설령 무성 경지의 강자라고 해도 어길 수 없다……!"
호통이 울려 퍼졌다.
적마성의 무성 강자가 나타나 손을 휘둘러 진남을 잡으려고 했다.
"용서하십시오!"
진남은 공수하고 몸을 날려 엄청난 속도로 허공에 사라졌다.
무성 강자와 무인들은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갔다.
'빠르다!'
'이 속도는……. 설마 무성 경지 정상급인가?'
'방금 그 청년이 무성 경지 정상급 강자란 말인가?'
중주에는 무성 경지 강자가 많았다.
그러나 무성 경지 강자 정도라면 중주를 누비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청년은 앳돼 보였는데 변신술을 쓴 게 아니라면 많아봤자 스무 살 정도로 보였다.
"제방(帝榜)에 이름을 올린 천재인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진남은 자신의 행동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그는 허공에서 두 시진을 달려 소요문에 도착했다.
* * *
"이, 이게 소요문이야?"
진남은 앞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앞에는 집들이 늘어서 있고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여인들은 김을 매며 이야기를 나누고 성인 사내들은 돌을 나르고 나무를 패는 등 일을 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길가에 세워진 나무 팻말에 '소요문'이라고 쓰여있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할 뻔했다.
"어?"
둘러보던 진남은 갑자기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왼쪽 눈을 통해 진남은 마을의 사람들이 영기는 가득하지만, 생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그들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림자들이었다.
어떤 능력으로 만들어낸 사람 형상들이었다.
"재미있는 환상이구나……. 지나가자!"
진남은 눈을 반짝이며 한 걸음 나섰다.
슉-!
마을이 사라지고 작은 수림이 나타났다.
수림에는 나무집이 있었는데 그 앞에 '소요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 앞에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흰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있고 그 옆에는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무성 경지 삼 단계였다.
그의 등 뒤에 열 개의 금빛이 번쩍이더니 검은색 그림자가 허공에 떠올랐다.
몽염(夢魘)이었다.
"대단하오! 몽염 무혼이 만든 몽염 공간을 알아보다니!"
청년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동주의 천재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이제 알겠느냐? 네 몽염 공간은 너무나도 약하다!"
중년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진남, 네가 잘못 본 게 아니다. 나는 소요검조이고 이 아이는 내 제자이다. 우리 소요문은, 음, 그러니까 우리 문파는 우리 둘뿐이다."
소요검조는 진남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진남은 마른기침했다.
그는 두 사람뿐인 종문은 처음 봤다.
그러나 이내 공수하며 말했다.
"선배님, 목목과 제 벗이 무량산에 잡혀갔습니다. 여드레 후, 무량산에서 종문대전이 열리는데 그들을 구하려면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남은 소요검조의 경지가 무조 오 단계라는 것을 보아냈다.
그가 도와준다면 무량산에 무조가 두 명 있다고 해도 두려울 게 없었다.
소요검조와 부주의 관계를 그는 깊게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
"진남이라고 했소? 무량산의 종주는 무조 사 단계요. 태상 장로인 비악무조는 무조 이 단계이고.
게다가 무량산에는 무성 경지 정상급의 강자와 무성 강자들도 많고 금제 수단들도 있소. 나와 스승님이 자네를 돕는다고 해도 그녀들을 구할 수 없을 거요."
옆에 있던 청년이 말했다.
"선배님이 도와준다면 가능하오."
진남은 단호하게 말했다.
청년은 멈칫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남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얼마나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자신이 소요검조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슉-!
말이 없던 소요검조는 손가락을 튕겨 찬란한 검기를 뿜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운이 진남을 덮쳤다.
무성 팔 단계라도 이 공격을 맞으면 죽을 수 있었다.
진남은 왼쪽 눈을 반짝이더니 몸을 날려 두 사람 앞에 왔다.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이런……."
청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방금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남은 아주 쉽게 공격을 피했다.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 이렇게 대단한 경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제방의 천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오, 꽤나 괜찮구나."
소요검조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남, 너를 도와줄 순 있다. 그러나 너도 나를 한 번 도와줘야 한다. 그 전에 원석 한 개 있느냐?"
"스승님……."
청년은 얼른 입을 열었다.
"원석 한 개요? 있습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원석 한 개를 넘겨주었다.
"보수는 이미 받았다. 여드레 후, 무량산 종문대전에 함께 가주겠다. 오랫동안 몸을 못 썼으니 이제 싸우고 죽이고 할 때도 된 것 같구나."
소요검조는 원석을 던지며 진남을 쫓아냈다.
"나는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다. 너를 속이지 않으니 가도 된다."
"……."
진남은 입을 벙긋하며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소요검조의 속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부주가 죽기 전에 소요검조를 언급했으니 믿을만한 사람인 것 같았다.
"검조 선배님, 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저는 경지가 아직 부족합니다. 때문에, 실력을 높이고 싶습니다. 어디로 가면 빠르게 실력을 높일 수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위험해도 상관없습니다."
진남은 얼른 말했다.
소요검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전부 그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빨리 실력을 제고하고 싶고 위험해도 상관없다고?"
소요검조는 잠깐 생각하다가 지도를 꺼내 진남에게 던져주며 느릿느릿 말했다.
"적마산 산맥의 깊은 곳에 금지가 있다. 죽는 게 두렵지 않으면 가보거라."
"진남, 적마산맥은 여기서 멀지 않다. 무량산과 수류종은 산을 따라 지은 거라고 할 수 있다. 산맥의 깊은 곳에는 요수들도 많고 옛 비밀들도 많지. 무조들도 그 비밀을 다 캐지 못했는데, 보통은 여러 세력에서 제자들을 보내 연마하게 하지."
대황과 대흑은 중주를 누볐던 사람들답게 알고 있는 것이 많았다.
"고맙습니다, 검조!"
진남은 결정을 내리자 인사를 하고 바로 허공을 찢어 떠났다.
소요검조 옆에 있던 청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 그 금지를 건널 수 있을까?'
"스승님!"
청년은 고개를 젓더니 무언가 생각나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동주의 부주와는 목숨을 건 원수잖아요? 그런데 왜 도와줘요?"
그는 성격이 이상한 스승이 언젠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까 봐 걱정되었다.
"녀석아, 너는 모른다. 원수? 적? 그럴 수도 있지."
소요검조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혼잣말했다.
"그 영감탱이가 죽기 전에 진남에게 나를 찾아가라고 한 것처럼, 평생 싸우던 사람이 없어지니 뭔가 허전하구나."
소요검조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청년은 가슴이 아팠다.
그는 소탈하고 자유분방한 스승이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 녀석아, 술이나 준비하고 칼을 갈거라."
소요검조는 고개를 저으며 감정을 다잡았다.
"예, 스승님."
청년은 마음이 흠칫했다.
그는 스승이 살육하기 전에 꼭 좋은 술을 마시고 칼을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스승을 말리지 않았다.
* * *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산맥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적마산맥인가?"
진남은 고개를 들고 왼쪽 눈에서 보랏빛이 반짝거렸다.
많은 무인들이 요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강하고 짙은 영기가 일렁거렸다.
산맥의 깊은 곳에 가슴 떨리는 힘도 있었다.
"허허, 진남, 중주는 이렇다! 적마산맥 같은 산이 적어도 몇백 개는 더 되지. 이런 산맥이 동주에 있었다면 아마 금지라고 했겠지……."
대황과 대흑이 동시에 말했다.
그들은 홍몽지기를 본 이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산맥에서 뜻밖의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
"어? 지도가 가리키는 대로라면 이곳 깊숙한 곳에 보물이 있어!"
진남은 지도를 자세히 보더니, 번개로 변해 산맥에 들어섰다.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허공을 날던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기운을 거두고 수림에 내렸다.
그리고 마신포로 자신을 은폐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무조들이 싸우고 있다니?"
진남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방금 왼쪽 눈을 통해 멀지 않은 곳에 두 개의 강한 무조 기운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계속 싸웠는데, 싸움의 여파로 천지가 진동했다.
"설마 다른 강자들도 이 산맥을 알고 특별히 찾아온 걸까? 에잇, 모르겠다. 일단은 가서 살펴보자!"
진남은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곧 결정을 내리고 세 개의 전신의 힘으로 온몸을 적셔 기운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무조 강자가 온 대도 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진남은 바짝 긴장하고 속도를 늦추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무조 강자가 엮인 일은 조심해야 했다.
얼마 후, 진남의 눈앞에 골짜기가 나타났다.
골짜기에는 마기가 넘쳐났다.
몸매가 아름답고 이목구비가 또렷하며 성숙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과 두 눈이 시뻘겋고 온몸에 시커먼 털이 나 있으며 이마에 금색 뿔이 나 있는 우마(牛魔)가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사용한 살초가 서로 부딪히며 엄청난 힘을 뿜었다.
여인과 마우는 모두 무조 강자였다.
여인은 무조 경지 삼 단계였고 마우는 요조 오 단계였다.
그 아래에는 세 사내와 한 여인이 있었는데, 모두 무성 경지 최고봉 강자들이었다.
그러나 무조 경지 강자들에 비해 그들의 기운은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