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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61화 (461/1,498)

461화 중주에 도착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마음을 가다듬고 변화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본 그는 깜짝 놀랐다.

그의 식해 중앙에는 구리거울이 아니라 검은 원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성으로 진급하기 전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이게 뭐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조심스럽게 신식을 살폈다.

검은 원점은 무언가 느낀 것처럼 흠칫하더니 진남의 식해를 전부 삼켰다.

쿵-!

진남은 머리가 진동하는 것 같고 사방의 천지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주변이 시커멓게 변했다.

어둠 속에 태고 세계가 떠올랐다.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검은 원점은 태고 세계로 통하는 길이구나!"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전에 그는 단약이나 원석을 삼켜야 태고 세계와 교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언젠가 태고 세계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웅-!

태고 세계에서 신비한 기운이 시공간을 넘어왔다.

"혼돈지기?"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는 곧 그 기운의 완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운은 온통 청색이었는데, 혼돈지기와 똑같은 근원의 기운을 뿜었다.

그러나 혼돈지기보다 강하고 웅장했다.

슉!

진남의 의지는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신비한 기운도 그의 단전에 들어왔다.

"혼돈지기가 아니다. 그럼 뭐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무성 경지를 돌파했기에 혼돈지기도 진급한 것이었다.

진남의 단전에는 칠백아흔아홉 개의 성자의 힘과 세 개의 존자의 힘이 변한 정석, 전신칠식이 있는 칠층 작은 탑 그리고 세 마리의 요수가 있었다.

천기서와 천기견들이었다.

천기서는 요즘 깊은 잠이 들어 폐관한 상태였다.

천기견들은 세상을 다 잃은 듯이 누워있었다.

전혀 생기가 없었다.

어떤 무조든 개로 변하면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양대 무조는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슬프게도 개의 육체가 너무 단단해서 자살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더욱 슬프고 외로웠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천기견들은 먼 곳에서 오는 따뜻한 힘을 느꼈다.

진남이 또 이득을 얻은 게 분명했다.

천기견들은 진남의 운수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이미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이번에 진남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확인한 그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랐다.

"어?"

난해무조가 변한 천기견은 경악했다.

"홍몽지기……? 진짜 홍몽지기야?"

* * *

같은 시각 진남 식해의 구리거울.

그녀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진남의 몸속에 있는 혼돈지기에 대해서도 흥미를 잃었다.

금인이 나타났을 때에도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은 마치 진남에게 흥미를 잃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신비한 여인은 진남의 무혼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태고 세계를 드나들면서 진남의 신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녀는 진남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응? 홍몽지기?"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의 놀란 목소리가 구천에서 울려 퍼졌다.

"금인도 얻었고 세 번째 보물까지 손에 넣는다면 삼생겁은 이 자의 몸에서 벌어질 것이다. 한데, 그렇다고 해도 전신이 죽은 건 여전히 이상하다……."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진남이 세 번째 보물까지 손에 넣는다면 그녀가 창람대륙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가 온다면 그녀는 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진남은 홍몽지기의 탄생이 구리거울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양대 무조의 말을 듣고는 물었다.

"홍몽지기? 난해무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난해무조가 변한 천기견은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진남, 혼돈지기나 홍몽지기나 다 근원지기의 한 종류이다. 혼돈지기는 중주에서도 매우 귀하지. 그러나 홍몽지기는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생각에 잠겼다.

전신의 신비함 외에 그의 식해와 연결되어 있는 태고 세계도 매우 기묘한 것 같았다.

"진남, 상의할 일이 있다! 우리 두 사람이 너를 위해 일을 하는데 나중에 홍몽지기를 줄 수 있느냐?"

양대 무조는 풀이 잔뜩 죽은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일말의 기대를 품고는 물었다.

그들은 홍몽지기에 한 가지 용도를 알았다.

홍몽지기가 있다면 육체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이 개의 몸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이요?"

진남은 둘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콜록, 우리 둘이 안 좋은 일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천기견으로서 천기서에게 진압을 당하지 않느냐? 이제는 너를 배신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천기견은 용도가 많다. 금제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고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양대 무조는 얼른 말했다.

"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듣고 보니 천기견의 능력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천기서를 힐끗 봤다.

천기서는 언제 깨어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즉 저들을 완전히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기대하겠습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본래 배신을 용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주로 가는 길, 그리고 중주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중주에 가는 길을 천기견들이 도와준다면 많은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들에게 다시 이름을 지어주겠습니다. 본명을 부르려니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닙니다."

진남은 입을 열었다.

천기견들은 기대에 차서 그를 쳐다보았다.

진남은 천기견들의 털 색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난해무조는 대황, 시혈무조는 대흑!"

'뭐?'

양대 무조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들은 황당했고. 화도 났다.

'진남, 이 나쁜 놈! 그런 이름을 지어주다니! 너무 하잖아!'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양대 무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우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때 잘할걸…….'

"됐습니다. 이제부터 잘하면 홍몽지기를 드리겠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고 천기견들을 무시하고 바닷속을 살폈다.

무진지해에는 수많은 요수들이 있었는데, 요수들의 경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다들 요황이나 요존 경지였다.

"일심이용, 무예를 연마하고 경지를 수련하자!"

진남은 무혼을 드러내고 천기의 영기를 빨아들였다.

동시에, 그는 바닷속에 뛰어들어 전력을 무황 경지 일 단계로 낮추고 단천도로 요수들을 때려잡았다.

요수들은 습격을 받고 화가 나 달려들었다.

"전자무쌍!"

진남은 짙은 전의를 풍겼다.

그의 왼쪽 눈, 왼팔은 부름을 받은 듯이 신비한 힘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왼쪽 눈! 죽여라!"

진남의 왼쪽 눈이 빛을 뿜었다.

빛이 닿는 곳마다 요황 경지 이 단계의 요수들이라도 순식간에 터져 죽었다.

"왼팔! 공격해라!"

진남은 왼팔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힘이 솟아올랐다.

"단천참(斷天斬)!"

칼에서 청색의 도기가 솟아오르더니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진남은 무황 경지 일 단계의 힘을 사용했다.

그러나 마치 무적의 전신이 된 것처럼 요존 이 단계, 삼 단계들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끝없는 살육이 바닷속에서 펼쳐졌다.

진남은 전자무쌍을 펼치면서 세 부위의 힘을 사용했다.

그리고 능운무제의 여러 제술들을 바꿔가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사용했다.

그가 싸우는 동안 전신의 혼은 천지의 영기를 계속 빨아들였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진남은 피곤함을 모르는 것처럼 한시도 멈추지도 않았다.

그는 강해지고 또 강해졌다.

드디어 진남이 무진지해에 들어간 지 스무날이 되었을 때 웅 소리와 함께 그의 몸속에서 성자의 힘이 솟아올랐다.

그는 무성 구 단계를 돌파하고 팔백아흔아홉 개의 성자의 힘을 모았다.

"역시 천급 무혼이야. 이렇게 빨리 진급하다니.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해. 무성 십 단계를 지나 무적무성, 역천무성 그리고 전신무성까지 네 개 경계를 더 돌파해야 한다. 빨리 경지를 돌파할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진남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무성 경지 구 단계는 무량산에 쳐들어가 비악무조를 죽일 실력이 안 되었다.

"어?"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 육지가 보였다.

"드디어 중주에 왔구나!"

진남은 훌쩍 뛰어 육지에 올라갔다.

"여기가 중주구나!"

진남은 주위의 울창한 숲과 황량한 모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생각했던 중주와 좀 달랐다.

"진남. 우리는 이제 중주의 가장자리에 왔다. 가장 척박한 곳이지."

대황은 진남의 마음을 읽은 듯이 말했다.

"앞으로 너는 알게 될 거다. 중주는 다른 사대 주와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좀 더 가면 적마성이라는 곳이 있다. 무량산은 적마성과 가까이에 있으니 거기로 가면 된다."

"적마성?"

진남은 부주가 줬던 영패를 꺼내고 잠깐 고민하더니 신념을 불어넣었다.

소요검조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악무조……. 기다려라!"

진남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얼마 후, 진남의 앞에 커다란 성이 나타났다.

성벽에는 움푹 파인 곳이 가득했다.

성벽은 검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수많은 싸움을 치른 것만 같았다.

진남은 성의 통과하기 위한 금액을 내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응? 무성 강자 열 명에, 두 명의 무성 경지 정상급……."

진남은 성을 훑어보더니 얼굴에 경이로운 빛을 띠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경지가 무척 낮았는데, 무종 경지가 많았고 무왕 경지도 몇 되지 않았다.

"저기가 제일 시끌벅적하니 저기로 가 보자."

진남은 몸을 날려 중심에 있는 주루에 가서 영주 한 주전자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며칠 후면 무량산에서 종문대전이 열린다. 무량산은 비악무조가 나타나서 이제 두 명의 무조가 있어. 그렇다면 무량산은 삼성(三星) 세력 중에서 아마 십오 위에는 들 수 있을 거야."

"나도 들었어. 종문대전이 열리면 소요문이나 수류종(水流宗)도 참가하겠지."

바로 이때, 존자 정상급에 용모가 우락부락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거 알아? 이번 종문대전이 끝나면 이성(二星) 세력에서도 사자를 보내 무량산을 살펴볼 거야. 무량산이 통과되면 이제부터는 이성 세력의 지부가 될 거다."

"그래?"

여기저기서 헛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무인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성의 지부가 된다는 것은 무량산의 제자들이 이성 세력에 들어갈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

진남은 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무량산에 무조가 두 명이야? 근데 삼성, 이성은 또 뭐지?'

대황은 즉시 입을 열었다.

"중주는 다른 주와 달라. 중주에는 무조가 한 명 있으면 삼성 세력이라 부를 수 있고 무제가 있으면 이성 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어! 무신이 있다면 그건 일성 세력이다! 무조도 없으면 가문이라고 하거나 용병단이라고 한다. 세력도 아니라는 거지."

"또 이런 구분이 있습니까?"

진남은 얼떨떨했다.

대흑은 탄식을 하더니 말했다.

"중주는 다른 주와 다르다. 면적은 사대 주를 합쳐도 고작 중주의 사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실력을 보면 삼성 세력이 적어도 사오백 개는 있고 이성 세력은 적다. 서른 개밖에 되지 않아. 일성 세력은……."

대황과 대흑은 약속이나 한 듯 존경스러움을 드러냈다.

"대륙을 통틀어 딱 세 개가 있다."

이 말을 들은 진남은 충격을 받았다.

즉, 적어도 사오백 명의 무조, 서른여 명의 무제, 세 명의 무신 강자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적게 친 것이었다.

혼자서 움직이는 강자들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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