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화 한 달 후에 보자
"태악시천(太鰐撕天)!"
비악무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높이 들더니 분천황제 일행들에게 힘껏 휘둘렀다.
쿵-!
엄청난 빛이 폭발하더니 허공을 찢었다.
마치 만물을 다 찢을 것 같은 기세였다.
분천황제 일행은 안색이 변해 방어했다.
그러나 여전히 뒤로 밀렸다.
역시 무조였다.
그들은 무성 경지 정상급이었다.
무적무성이나 역천무적의 경계에도 못 이르렀으니 비악무조의 최강 살초를 당해낼 수 없었다.
"놈, 가진 걸 모두 내놓아라."
비악무조는 진남을 돌아보며 탐욕을 드러냈다.
그는 손을 뻗어 진남을 잡으려고 했다.
그는 이제 금인을 욕심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남이 가지고 있는 천기전승, 진남의 왼팔과 왼쪽 눈동자의 비밀을 얻고 싶었다.
비악무조는 그것들을 얻으면 역천개명하고 중주에서 새로운 무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국의 현무!"
"불사봉황술!"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큰소리로 외치더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그들은 자신의 몸으로 진남을 보호했다.
"선배님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두 짐승 새끼 주제에 나를 막아?"
비악무조는 화를 버럭 냈다.
방금 전에도 짐승이 그를 방해했다.
이번에는 두 마리나 달려들었다.
그는 바로 태악시천술을 사용해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물어뜯었다.
쿵-! 쿵-! 쿵-!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몸에 연신 충격을 받았다.
거대한 몸집은 빛에 긁혀 상처가 생기고 피를 흘렸다.
하지만 그들은 산처럼 끄덕하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진남은 분천고국의 사람이다! 네놈이 데려갈 수 없다!"
양대 요수는 아픔을 참으며 포효했다.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죽일 놈의 짐승 새끼들, 왜 이렇게 방어력이 센 거야!"
계속 공격하던 비악무조는 화가 나 욕을 퍼부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두 요수 정도의 실력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들의 방어를 뚫고 진남을 데려갈 수 없었다.
"설마 동주의 토종 하나 잡아갈 수 없다는 말인가?"
지금 진남을 잡아가지 않으면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진남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주면 더욱 강한 존재로 진급할 것이었다.
그럼 무량산에 큰 재난을 가져올 수 있었다.
"스승님, 진남을 잡지 못하면 저 두 여인이라도 잡아갑시다. 두 여인은 진남과 보통 사이가 아닙니다. 그녀들을 잡아서 진남을 위협하면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
이때 멀리에 있던 목풍사가 상황을 파악하고 비악무조에게 전음했다.
목풍사는 진남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진남은 의리와 정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물론 두 여인으로 진남을 위협할 수 없으면 적어도 묘묘 공주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목풍사는 생각했다.
"오? 그 방법이 좋겠다!"
비악무조는 어두운 표정이 사라지고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동주 녀석들이 무조인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는구나! 그렇다면 나도 목숨 걸고 싸우겠다. 내 초식을 받거라!"
비악무조는 허공에 떠서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마치 최고의 살초를 펼치려는 것 같았다.
"저자를 막아라!"
분천황제와 강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방어를 준비했다.
그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태악시천……!"
비악무조는 고함을 지르며 발톱을 하늘에 찔러 넣고 살초를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왼손 깊숙한 곳에서 힘을 모아 커다란 손 모양을 만들더니 바다에 날려 보냈다.
너무 빨리 일어난 변화에 거물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안 돼……!"
분천 황제는 헛숨을 들이켰다.
"공주! 저자의 목표는 공주와 목목이다! 선배님들, 저자를 막아주십시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빠르게 방향을 틀어 날아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비악무조는 손바닥을 빠르게 내보냈다가 빠르게 거둬들였다.
묘묘 공주와 목목은 그의 손에 잡혔다.
비악무조는 수많은 금제로 두 여인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다.
"공주!"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둘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당장 멈춰!"
비악무조는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호통쳤다.
분천황제 일행은 그대로 굳어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진남과 묘묘 공주가 어떤 사이인지 잘 알았다.
드디어 싸움이 잠잠해졌다.
비악무조는 그 모습을 보자 확신이 생겨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진남아, 잘 듣거라. 시간이 없어서 지금 당장 너를 혼낼 수는 없다. 한 달 후 무량산에서 종문대전이 열린다. 이 둘이 살기를 바란다면 그때 오너라. 내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말을 마친 비악무조는 손을 콱 움켜쥐었다.
묘묘 공주와 목목은 타격을 받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 진남……. 이자의 말을 듣지 말 거라. 나, 나는…… 괜, 괜찮다……."
묘묘 공주는 고통을 참으며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분천고국의 강자들은 화가 났지만 아무도 공격하지 못했다.
"비악무조!"
진남은 두 눈에 엄청난 화가 드러났다.
그는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비악무조, 약속하겠습니다. 한 달 후 무량산에 찾아가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보물들은 얻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그럼 기다리겠다!"
비악무조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목풍사도 한 손에 잡더니 허공을 찢고 넘어가려 했다.
마침 시간이 다 되어서 떠나야 했다.
"분하다……."
분천황제 일행은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동주 토종들이 그딴 시선으로 나를 보다니! 그렇다면 가기 전에 큰 선물이나 주고 가야겠다!"
비악무조는 허공의 틈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악랄하게 웃었다.
"태악환무살(太鰐幻舞殺)!"
쿵-!
그의 입에서 엄청난 광구가 뿜어져 나왔다.
광구가 사람들 머리 위에서 터졌다.
수많은 태고 악어의 형상들이 엄청난 살기를 풍기며 강자들에게 달려들었다.
분천황제 등은 깜짝 놀랐다.
방심한 사이 비악무조가 초식을 던져놓고 갈 줄이야.
그들은 서둘러 반격했다.
그러나 그들 이외의 많은 존자 정상급의 강자들은 미처 반격하지 못했다.
그들은 타격을 입고 피를 토했다.
"하하하, 하찮은 놈들!"
비악무조는 그 모습을 보고 경멸스럽게 웃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비악!"
진남은 두 눈에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그는 화가 나 폭발할 것 같았다.
"침착하자, 침착해. 큰일이 닥쳤을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분노에 이성을 잃으면 안 돼."
진남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모든 것들이 잠잠해졌다.
진남은 분천고국의 강자들을 돌아보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치료 중이었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소일백호를 건져내서 같이 상처 치료했다.
분천황제 등은 사람들 사이를 누비면서 위안도 하고 치료를 도와주기도 했다.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아팠다.
목부에서는 부주가 자폭을 해서 살길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결국 자신 때문에 공주와 목목이 잡혀가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분천고국의 사람들도 따라 고생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다! 다 내 탓이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고 풀지 않았다.
그는 이제 전신 무존이 되어 무성 사 단계도 죽일 수 있었다.
동주 대륙에 이런 실력을 지닌 천재는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게다가 전신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무연각과 신비한 구리거울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을 얕잡아볼 수 없었다.
이 세계는 때로는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해도 실력만이 요구되는 경우도 많았다.
무성 경지 오 단계의 강자는 진남을 죽일 수 있을 것이고, 비악무조도 그를 죽일 수 있었다.
무제와 무신은 더욱 말할 나위도 없었다.
진남은 아직 실력이 부족했다.
진남은 바다 위에 굳은 듯이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나는 하루에 세 번 나를 반성한다.)
실패했으면 자신을 둘러봐야 했다.
분천고국의 강자들은 진남의 모습을 보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를 방해하지 않고 계속 상처를 회복하는 데 힘썼다.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드디어 마음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배님들……."
진남이 입을 열자 사람들은 전부 그를 쳐다봤다.
진남은 공수하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이번 일은 저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여러분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오늘의 신세는 가슴에 새기고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돌려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열 배로 은혜를 갚겠습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분천고국 사람 중에는 진남보다 경지가 낮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사과할 건 사과해야 했다.
"영장,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영장은 분천고국의 제일 천재이고 동주의 제일 천재이자 우리의 자랑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영장이 외부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습니까?"
"맞소! 우리의 힘은 한계가 있지만 두렵지 않소!"
분천황제 등 강자들은 소리 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분천고국이 지금처럼 강해진 것은 진남 덕분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동주에서 수많은 기적을 창조한 진남이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대륙 전체에 이름을 날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했다.
"시간이 촉박하여 저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목부에서의 일이 끝나면 낙하왕국으로 가서 아버지를 뵐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해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는 중주로 가야 했다.
"진남, 허튼짓이다!"
상처를 회복 중이던 소일백호는 눈을 뜨고 호되게 말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비악무조가 미리 계산한 것이다. 네가 무진지해를 건너고 중주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스무날이 걸린다. 네가 중주에 적응하려면 열흘이 걸릴 거다. 그때 무량산에 간다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다."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악무조가 왜 진남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줬을까?'
'진남이 실력을 늘리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걱정 마십시오! 시간이 한 달밖에 없지만 저는 저를 믿습니다. 앞에 도산화해(刀山火海)가 펼쳐진다고 해도 저는 묘묘 공주와 목목을 구해 올 것입니다."
진남은 다짐하듯 외쳤다.
그의 눈에는 고집이 가득했다.
그의 고집을 사람들은 전부 느꼈다.
"너……."
소일백호는 입을 벙긋거리기만 하고 말을 잇지 못하곤 그저 탄식하기만 했다.
그는 진남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혈익봉황, 진국현무, 주벽화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애써도 진남을 말릴 수 없었다.
"꼭 가야겠다면 우리도 같이 가자!"
소일배호는 코를 훌쩍거리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선배님들, 위험한 일입니다. 저 혼자 가능합니다."
진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님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한번 공수하고 허리 굽혀 인사를 하더니 공중에 떠서 해면으로 날아갔다.
그는 바로 무진지해를 건너려고 했다.
"저 녀석 고집도 참……."
소일백호 등 강자들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진남이 다시 기적을 이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