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458화 (458/1,498)

458화 비악무조 대 진남 일행

목부.

드디어 폭발이 잠잠해졌다.

커다란 목부의 삼 분의 일이 평지가 되고 땅바닥이 시커멓게 그을렸다.

펑-!

별안간 엄청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비악무조였다.

그의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온몸이 더러워졌다.

좀 전의 위엄은 모두 사라지고 없어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목곤 등은 더욱 초라해졌다.

그들은 중상을 입었고, 경지가 약한 제자들은 모두 죽었다.

"이런 쓸모없는 자들 같으니라고! 도영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세 녀석 모두 도망갔잖소!"

비악무조는 어두운 얼굴로 연거푸 욕설을 퍼부었다.

'이 폐물 같은 놈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바람에 영감탱이가 세 놈들을 전부 내보냈잖아!'

"하지만 부주, 아무리 머리를 굴린들 어쩌겠소? 보물은 내가 가질 거요. 자네 딸도 무량산에 데려갈 거요! 자네는 결말을 바꿀 수 없소! 하하하!"

비악무조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목부에 울려 퍼졌다.

그는 두 손을 들더니 결인을 만들었다.

"만천지신(萬千地神)이여, 추격하라!"

비악무조는 입을 벌리고 정혈 세 방울을 뱉었다.

정혈은 허공에서 혈진을 이루었다.

그 속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기어 나왔다.

그림자는 마치 이 세상에 속한 것들 같지 않았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몇백 개가 되었다.

그들은 떠날 궁리를 하지 않고 오히려 비악무조를 향해 손짓했다.

"탐욕스러운 놈들!"

비악무조는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입을 벌리고 정혈 다섯 방울을 그림자들에게 뿌렸다.

그러자 몇백 개의 그림자는 아우성을 치며 빛으로 변했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천지 사방으로 뻗어나가 세상을 샅샅이 뒤졌다.

한참 후, 한 그림자가 날아와서 뭐라고 말했다.

"좋다, 좋아!"

비악무조는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그림자를 꽉 잡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진남 일행의 위치를 알아냈다.

"스승님, 저도 가겠습니다."

이때 목풍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악무조는 그를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큰 손을 내밀어 그를 잡고 허공을 찢고 들어갔다.

목곤은 거멓게 그을린 땅과 고통에 신음하는 가문의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원을 이루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쁘지 않았다.

* * *

일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끝없는 바다 위.

진남은 해면을 가르며 날아갔다.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나면 선배님들과 만날 수 있어!"

진남은 영패에서 전해 온 소식을 보더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육지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는 공주를 돌아보았다.

공주는 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남은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슉-.

먼 하늘에서 다급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검이 엄청난 힘을 지닌 채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검의 위력은 무성 경지 정상급의 강자도 한숨에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전신의 왼팔!"

진남은 크게 외치며 공주와 목목을 떨어뜨리고 돌아서서 왼팔로 막았다.

콰콰쾅-!

왼팔은 검을 막았지만 부딪히는 힘이 홍수처럼 강하게 진남의 몸을 밀어냈다.

진남은 순식간에 밀려나며 피를 토했다.

"진남……!"

공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은 몇백 보나 밀려나서야 제대로 섰다.

그리고 묘묘 공주를 향해 외쳤다.

"도망가!"

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도망가려고? 하하하, 고작 너희 셋의 힘으로?"

그림자 하나가 엄청난 위압으로 허공에서 성큼성큼 다가왔다.

해면이 일렁이며 진동했다.

비광무조가 나타났다.

"스승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천기 전승을 얻었습니다. 저놈을 죽이지 말고 병신으로 만듭시다!"

비악무조 곁에 선 목풍사가 얼른 입을 열었다.

"좋다!"

비악무조는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기전승은 역천개명을 할 수도 있을 테고, 무제에 오를 지보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니 금인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비악무조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손을 들어 힘껏 휘둘렀다.

쿵-!

하늘에서 엄청난 힘이 폭발하면서 찬란한 빛으로 변했다.

마치 별똥별이 진남 일행에게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빛들은 기세가 대단하고 피할 수도 없었다.

왼팔로 막아도 역부족이었다.

그 공격에 셋은 더욱 작아 보였다.

"단천도!"

진남은 길게 외치며 마신포를 휘둘러 묘묘 공주와 목목을 감쌌다.

그리고 비악무조에게 덤비듯이 날아갔다.

"폐인으로 만들어버려라!"

비악무조는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의념만으로 몇만 개의 빛을 움직였다.

빛들은 춤을 추며 피할 수 없는 각도로 진남을 향해 날아왔다.

빛들을 맞으면 폐인이 될 수도 있었다.

바로 그때.

크롸아아아-!

엄청난 포효 소리가 울리고 세 개의 성광이 솟아올라 주먹으로 변하더니 모든 광점을 부셨다.

"응?"

비악무조는 미간을 찌푸리고 살펴보더니 얼굴이 살짝 굳었다.

거수 세 마리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 뒤에 분천황제, 주벽화, 용연수, 선제의 영정, 왕노 등 강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엄청난 대군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고작 진남을 위해 이렇게 많은 강자들이 왔다고?"

비악무조는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지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도 없고 동주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비악무조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들 듣거라! 나는 무량산의 태상 장로 비악무조다. 너희들이 감히 이 싸움에 끼어든다면 무량산의 사람들은 이후에 반드시 동주에 쳐들어와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 그러니 썩 물러가거라!"

비악무조가 호통을 치자 기세가 구름을 뚫고 군웅을 놀라게 했다.

"여러분, 허튼소리요! 듣지 마시오. 저자는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지 못하오. 그러니 손을 잡고 진남을 보호합시다!"

소일백호가 외쳤다.

그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기에 소일백호의 외침에 바로 응답했다.

"진남을 지키자!"

"영장을 지키겠습니다!"

"중주의 사람이 뭘 믿고 동주에서 명령하는 거요? 협박해도 소용없소!"

강자들이 동시에 고함을 지르는 소리는 우레 같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들이구나! 내 비록 시간이 별로 없지만 너희들에게 교훈을 줘야겠다. 무조가 어떤 건지 느껴보거라!"

비악무조는 안색이 굳었다.

그는 소일백호 등에게 겁을 주려던 게 맞았다.

무량산에서 많은 사람이 건너올 수는 없었다.

그가 온 것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머물 수 있는 시간도 무척 짧았다.

하지만 이들이 감히 반항하자 그는 크게 화가 났다.

"무도천영(武道天影), 난무(亂舞)로 저들을 죽여라!"

비악무조는 강자들 머리 위에 날아올랐다.

그의 몸속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쏟아져 나왔다.

그림자들이 모두 엄청난 무도를 뿜으며 강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그림자 대군이 만들어졌다.

쿠쿵-!

순식간에 싸움이 시작됐다.

수많은 고술, 제술, 엄청난 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삼수진(三獸陣)!"

"천자인(天子印)!"

"봉황창(鳳凰槍)!"

"불후탄(不朽歎)!"

순식간에 분천 고국의 강자들은 행동을 취했다.

삼대 신수는 대진을 형성하고 기운을 한데 모아 비악무조에게 힘껏 달려들었다.

천자인은 끝없는 천자의 기운을 담고 비악무조를 진압했다.

주벽화의 봉황창은 막기 어려운 각도로 날아갔다.

먼 곳에 있던 선제의 영정은 두 손을 합장하고 사시(史詩) 고문(古文)을 읊으며 글로 무예를 만들었다.

"무도의 나무!"

비악무조는 망설이지 않고 외쳤다.

그의 등 뒤로 반 장 높이의 나무가 솟아올라 수많은 무도를 뿜었다.

펑-! 펑-! 펑-!

분천 황제와 거물들은 몸이 튕겨 나갔다.

무조는 무도의 끝에 도달하고 무도의 근본에 도달했다.

그렇기에 무도의 나무가 나타나기만 해도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고작 한 무리 개미들 주제에!"

비악무조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입을 벌리더니 태고의 악어 그림자를 토해냈다.

악어 그림자는 강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악무조는 순식간에 분천고국의 강자들을 전부 제압했다.

"구전선령가(九轉仙靈歌)!"

그때 묘묘 공주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경건한 표정으로 묘한 노래를 불렀다.

기묘한 약효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분천고국 강자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강자들은 경지가 회복되고 상처가 나았다.

"응?"

비악무조는 힐끗 쳐다보았다.

'성가시구나!'

"선배님들 제 지휘에 따라주십시오!"

진남은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전신의 왼쪽 눈을 최대로 움직여 하늘에 있는 비악무조를 살폈다.

"황제 폐하는 저자의 단전을 공격하십시오!"

"선제는 왼쪽을 치십시오!'

"영장, 봉황화를 드러내 무도의 나무를 태우십시오!"

진남의 신념이 여러 강자들의 식해에 전달되었다.

쿵-! 쿵!- 쿵-!

강자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진남의 말대로 공격했다.

분천황제가 제일 먼저 천자인을 긴 창으로 만들고 제황의 위엄을 실어 비악무조의 단전을 향해 휙 던졌다.

"흥!"

비악무조는 냉소를 지으며 성큼 나서서 고술을 펼쳤다.

그의 몸은 바람이 되어 형체 없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꿰뚫어 본 것처럼 선제의 영정이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어?"

비악무조는 고술을 펼쳐 선제의 영정을 물리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앞이 까맣게 되더니 삼대 신수가 만든 삼수진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그는 눈꺼풀이 떨렸다.

펑-! 펑-! 펑-!

초식들이 연속해서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분천황제와 강자들의 공격은 점점 예리했다.

마치 비악무조의 초식들을 다 간파한 것처럼 그를 연신 몰아냈다.

비악무조는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의 모든 행동들을 진남은 다 읽어냈다.

"안 돼! 시간이 없다!"

비악무조는 안색이 변했다.

오래전에 맺은 조약에 의하여 그는 동주에 들어오면 제약을 받았다.

수단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잠깐이라도 더 머물면 신비한 힘에 의해 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목숨 걸고 싸우자! 태악부체(太鰐附體)!"

비악무조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옛 금술을 펼쳐졌다.

쿵-!

비악무조의 머리 위에 거대한 악어의 그림자가 떠올라 천천히 비악무조와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거대해지더니, 심장 떨리는 악기를 풍겼다.

"썩 꺼지거라!"

비악무조가 고함을 지르며 앞쪽으로 힘껏 부딪혔다.

엄청난 진기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안 돼!"

분천황제와 강자들은 안색이 크게 변해서 막았다.

그러나 그들은 힘에 부딪혀 십여 보나 밀려났다.

기운도 흐트러졌다.

슉-.

눈 깜짝할 사이에 비악무조의 날카로운 발톱이 진남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날아갔다.

그는 진남을 꽉 잡으려고 했다.

그때 그림자가 달려오더니 진남의 앞을 막았다.

소일백호였다.

쿵-!

날카로운 발톱이 소일백호의 몸을 찢으면서 수많은 돌 부스러기들이 날렸다.

"백호!"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도망가! 우리는 상관하지 말고!"

소일백호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비악무조는 다시 콧방귀를 뀌며 날카로운 발톱을 콱 잡아 소일백호의 육체를 완전히 부숴 던졌다.

소일백호는 바다로 떨어졌다.

"진남, 백호는 안 죽었다. 내가 구하러 갈게."

묘묘 공주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목목을 업은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백호는 조각상이라 아무 일도 없었다.

육체였더라면 이미 죽었을 것이었다.

"죽어라!"

분천황제 일행은 분노가 가득 차서 살초를 펼치며 비악무조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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