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453화 (453/1,498)

453화 목부의 상황

목부에서 장로는 지위가 무척 높았다.

설령 무성 강자라도 장로 앞에서는 건방지게 굴 수 없었다.

"팔장로께서 오셨다!"

"설마 직접 공격하려는 건가?"

"만약 팔장로가 직접 공격하면 일이 커진다!"

목부의 강자들과 제자들은 모두 가슴이 떨렸다.

지금 목부에서는 암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들 속으로 짐작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몰랐다.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옅게 웃으며 물었다.

"왜요? 팔장로께서도 저를 막으시렵니까?"

팔장로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

'진짜 건방진 놈이군. 이리도 예의가 없다니.'

평소대로라면 그는 틀림없이 진남을 톡톡히 혼냈을 것이었다.

길게 숨을 들이쉰 후 팔장로는 차갑게 말했다.

"나는 너를 막지 않을 거다. 목부의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한다. 지금 묘 장로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어서 가거라!"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날려 사라졌다.

주위의 강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사방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신념들을 무시하고 발을 움직여 앞으로 걸어갔다.

얼마 안 돼 그는 길의 끝에 긴 머리를 허리까지 드리우고 허리가 잘록한 흰색 긴 치마를 입은 묘묘 공주가 환하게 웃고 있는 걸 봤다.

"잘했어!"

묘묘 공주는 손을 내밀어 진남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랑 어디 좀 가자."

"좋아."

진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신념들의 주시를 받으며 그들은 목부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같은 시각, 목부의 강자들은 한곳에 모여 굳은 표정으로 뭔가 의논하고 있었다.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남은 공주를 따라 여러 장치들과 금제를 넘어 작은 정원으로 왔다.

정원은 크지 않았지만, 온갖 꽃과 풀들이 자라 그윽한 향기가 가득했다.

진남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공주, 진남이 왔어?"

여인의 들뜬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응, 왔어."

묘묘 공주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오라는데 오지 않을 리가 있겠어?"

진남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선녀 같은 한 여인이 조용히 그의 앞에 다가왔다.

여인은 공주와 달랐다.

공주는 예쁘게 생기고 장난기가 있었지만, 이 여인은 기질이 청순하고 단아했다.

신비한 흡인력이 있어서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었다.

"진남, 안녕? 나는 목목이야. 나는 너를……."

여인은 얼굴이 상기되었다.

작은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악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정원이 순식간에 시커메졌다.

목목 뒤의 사악한 기운은 뱀 그림자로 변하여 허공을 가득 채웠다.

알 수 없는 위압이 널리 퍼져 소름이 끼쳤다.

좀 전까지 선녀였다면, 지금의 그녀는 구유여왕(九幽女王)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차! 앞당겨 폭발했구나!"

묘묘 공주는 아름다운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법인을 만들며 소리쳤다.

"온갖 꽃이여, 만개해라! 봉신삼중곡(封神三重曲)이여, 울려라!"

화르륵-.

수많은 기이한 꽃들이 활짝 피어나 어둠 속에 빠르게 퍼졌다.

마치 어둠 속을 꽉 채워 꽃으로 된 바다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

목목의 등 뒤의 뱀 그림자는 뭔가 느낀 것처럼 괴이한 소리를 냈다.

진남은 그 소리가 심히 날카로워서 고막이 찢길 것만 같았다.

뱀 그림자가 큰 힘으로 반항하자 꽃바다는 더 퍼지지 못했다.

"그새 또 강해졌구나!"

묘묘 공주가 낮게 소리쳤다.

"진남! 나를 도와줘!"

"알겠어!"

진남은 진작부터 준비가 있었다.

그는 체내의 만 개의 존자의 힘과 전신의 힘을 동시에 폭발시켰다.

"사방으로 퍼져 양극(陽極)을 이루어라! 유제지술(儒帝之術)은 천마(天魔)를 눌러라!"

큰 외침과 함께 진남이 눈부신 금빛을 뿜었다.

하늘 위의 태양이 된 것처럼 정기가 몰려왔다.

검은 뱀의 그림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천적을 만난 것처럼 목목의 체내로 숨어들었다.

그제야 뱀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정원도 평온을 되찾았다.

"후……."

묘묘 공주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진남이 도와줬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녀는 근원의 힘을 써야 했을 수도 있었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목목이 이토록 사악한 힘을 폭발시킬 줄 몰랐다.

그의 왼쪽 눈에서 찬란한 보라색 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그녀를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커먼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천유만절의 체질이야. 엄청나게 강한 천유만절의 힘을 갖고 태어났어."

묘묘 공주가 말했다.

"이런 체질은 나이가 들수록 힘이 점점 더 강해져. 최후에는 절세의 악마가 되어 천하를 시해할 수 있어!"

"천유만절의 체질?"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목목이 목부 부주의 딸일 거라고 짐작했다.

묘묘 공주가 목부의 아홉 번째 장로가 된 것도 이 때문일 것 같았다.

공주는 선약이라 이런 체질을 누를 방법이 가득했다.

"그녀가 폭발시키는 힘은 점점 세지고 있어. 진남 어서 왕생회몽화를 나에게 줘. 나는 약을 만들어 목목의 목숨을 삼 년 연장해줘야 해."

묘묘 공주가 말했다.

"목숨을 삼 년 연장한다고? 고작 삼 년밖에 버티지 못해? 다른 방법은 없……."

진남이 물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묘묘 공주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남은 바로 침묵했다.

"목목은 무도를 좋아해. 이 몇 년 동안 외출할 수 없지만, 그녀는 혼자 이 작은 정원에서 고독을 이기며 무성 일 단계까지 이뤘어.

아 참, 목목은 너를 숭배한대. 무도를 추구한다면 너처럼 은원을 정확히 구분하고 시원시원해야 한대."

묘묘 공주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은 원래부터 이렇게 불공평했다.

진남은 한탄했다.

방금 짧은 접촉과 공주가 말한 내용으로 그는 지난날 목목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체질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 세계를 선망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아, 진남. 내 예상이 맞는다면 잠시 후 장로들이 일을 꾸며 부주를 난처하게 할 것이야. 지금 부주는 직접 나설 수 없다.

그러니 네가 먼저 가서 그들을 잡아둘 수 있을지 보거라."

묘묘 공주의 눈에 싸늘한 빛이 반짝거렸다.

"부주가 직접 나설 수 없다고?"

진남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전신의 왼쪽 눈으로 관찰한 데 의하면 목부에서 부주만이 무조 경지의 강자였다.

대장로 이장로 등은 모두 반보무조 혹은 무성 정상의 강자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부주는 몸에 이상한 상처를 입었어. 나도 방법이 없어. 부주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어.

때문에, 부주는 폐관하고 거의 나서지 않고 있어. 그러다 보니 대장로 등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거야."

묘묘 공주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이들 부녀는 지위가 높으니 매일 행복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 부녀의 운명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그들이 어찌 알까?'

"진남, 부주는 나에게 은혜가 산 같다. 때문에 너는 반드시 나를 도와야 한다. 나는 지금 분신이라 너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묘묘 공주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정중하게 부탁했다.

"좋아. 문제없어."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공주가 부탁하는데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이 영패를 받아라. 진짜 방법이 없게 된다면 부주를 깨우거라. 명심하거라. 억지로 버티지 말거라. 내겐 네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묘묘 공주는 영패를 진남에게 건네주며 경고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그녀가 진남의 목숨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묘묘 공주는 그를 힐끗 보고는 긴말하지 않고 목목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집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나무집은 철옹성처럼 견고해졌다.

진남은 나무집을 힐끗 보았다.

무조 강자가 온다 해도 이 나무집을 부수지 못할 것 같았다.

이 금제는 부주가 직접 친 것이 틀림없었다.

"음……. 어떻게 그자들을 붙잡아두지?"

머리를 굴리던 진남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방법이 생각났다.

이때.

둥 둥 둥 하는 다급한 동종소리가 목부에 울려 퍼졌다.

"모든 장로들과 핵심 제자들은 빠르게 가주 대전으로 오거라. 중요한 일이다!"

매우 위엄 있는 목소리가 목부에서 울려 퍼졌다.

목부의 수많은 강자들과 핵심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지난번에 목천성이 죽었을 때 가문 회의를 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가문 회의가 열린 적은 없었다.

'설마……."

사람들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가주 대전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목부는 방원 천 리나 되고 크고 작은 대전이 엄청 많았다.

가문의 대전은 정중앙에 있었다.

가주 대전의 처마에는 금룡 두 마리가 도사리고 있어 매우 위풍 있었다.

대문 앞에는 수정구가 있었다.

수정구를 통한다면 동주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커다란 그림자들이 날아왔다.

얼마 안 돼 가문의 대전에는 서른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장로부터 팔장로까지 여러 장로들과 가문의 무성 강자들과 직계 제자들이었다.

"대장로께서 오셨습니다!"

이때 외침이 들렸다.

시끄럽던 대전 안이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한 중년 남자가 보라색 긴 두루마기를 입고 걸어왔다.

기운이 반보무조에 달했다.

바로 현재의 대장로 목곤(穆昆)이었다.

목곤의 뒤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바로 목곤의 큰아들 목풍사(穆風沙)였다.

목풍사는 목부의 두 번째 천재였다.

그는 지급 십품 무혼이고 경지가 무성 사 단계였다.

그들의 뒤에 열 명의 시위가 따르고 있었다.

시위들은 모두 존자 정상이었다.

대장로 일행은 등장부터 성대했다.

"대장로를 뵙습니다!"

"……."

대전 안의 장로들과 제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하고 말했다.

목부는 규칙이 엄했다.

목곤의 지위는 부주 다음이었다.

목곤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대전으로 들어갔다.

그는 오른쪽 첫 번째 자리에 앉지 않고 곧장 상석으로 가 앉았다.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앉은 자리는 부주의 자리였다.

"목곤, 뭐 하는 거요? 거긴 부주의 자리인데, 감히 거기 앉다니! 대역무도하군!"

칠장로가 성큼 나서더니 화를 버럭 내며 호통쳤다.

다들 사람들도 화난 얼굴로 나섰다.

"칠장로. 이렇게 화를 낼 필요 있소? 여러분 화내지 마시오. 내가 오늘 가문 회의를 연 건 여러분에게 두 가지 일을 알려 주기 위해서요. 오늘부터 내가 바로 목부의 부주요."

목곤의 말은 천둥이 내리친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을 목부 부주라고 하다니?'

'반역이다!'

"그게 무슨……."

칠장로와 다른 사람들은 노여움을 금방이라도 폭발시킬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