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화 소란스럽게 등장
진남은 혈익봉황 등에게 신념을 전했다.
그리고는 혼자 길을 떠났다.
"가기 전에 분천고국을 한번 봐 보자!"
떠나기 전에 진남은 허공에 서서 백호성을 내려다보았다.
백호성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으며, 예전보다 더욱 번영했다.
백호성 중앙에는 도장이 있었다.
도장은 방원 천 리에 달하고 아래에 수많은 진법이 펼쳐져 있어 영기가 충분했다.
도장 위에는 커다란 조각상이 있었다.
바로 진남이었다.
조각상 아래에는 금색 글자가 쓰여있었다.
동주에서의 진남의 전적들이 모두 적혀 있었다.
조각상 앞에서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열심히 무예를 연습하고 있었다.
어떤 제자들은 힘들 때면 진남의 조각상을 보고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연습을 계속했다.
"선배님들도 참……."
진남은 조금 민망했다.
잠깐 후 그는 뭔가 생각 난 듯 손가락을 튕겨 조각상에 빛을 주입했다.
세 개의 제술이었다.
세 개의 제술은 인연이 있는 자에게 남겨주는 것이었다.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하늘로 솟아올라 빛으로 변해 머나먼 하늘로 사라졌다.
* * *
끝없는 바다는 동주와 중주의 장벽처럼 넓고 끝이 없었다.
바닷물은 금색이고 바다 위는 날씨가 변화무쌍했다.
수시로 끝없는 폭풍을 일으켰다.
무성강자도 이 폭풍을 만나면 바로 죽을 수 있었다.
때문에, 동주의 무인들 대부분은 동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공연도에 들어가 목부에서 만든 특수한 배를 탔다.
진남은 공연도까지 오는 데 닷새가 걸렸다.
닷새 동안 그는 쉬지 않고 능운무제의 각종 고술, 제술을 연마했다.
그는 고술, 제술의 기초를 장악했다.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실력도 더 강해졌다.
"여기가 공연도구나. 음……. 재미있구나."
진남은 금색 바다 위에 서서 아래에 있는 커다란 섬을 내려다봤다.
섬 안에 방대하고 강한 무성 정상의 기운이 잠자고 있었다.
공연도의 영이었다.
좀 더 둘러보았다.
공연도에는 공연성(空緣城)이라는 커다란 성이 있었다.
공연성 안은 무인들이 왔다 갔다하며 무척 시끄러웠다.
다른 편은 목부였다.
목부는 금제가 덮여있어 전신의 왼쪽 눈도 조금밖에 꿰뚫어 보지 못했다.
"진남, 너의 기운을 느꼈다!"
묘묘 공주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줄곧 기다렸다! 드디어 왔구나!"
"공주, 지금 바로 목부로 갈게."
진남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묘묘 공주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였다.
그는 문득 묘묘 공주가 보고 싶어졌다.
"응. 당당하게 대문으로 들어오거라. 다들 네가 온 걸 알 수 있도록 하거라. 네가 왕생회몽화를 가지고 있기에 목부 사람들은 너를 공격하지 못한다!"
묘묘 공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소란을 피우라는 거야?"
진남을 눈을 찌푸리더니 공연성 앞으로 내려갔다.
그는 비용을 지불하고 성에 들어가 목부로 향했다.
잠깐 후 진남은 커다란 저택 앞에 도착했다.
저택은 벽돌이나 기와 등에 모두 노란색 신비한 돌을 사용하여 무척이나 견고한 느낌이 들었다.
설사 무존 강자가 주먹으로 쳐도 조금의 자국도 남을 것 같지 않았다.
저택 문 앞에 문패가 걸려 있었다.
문패에 쓰인 "목부" 두 글자는 옛 정취가 넘쳐흐르고 현묘한 의지가 가득하다.
또 무조의 기운이 있었다.
일반 사람들은 감히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대문의 양편에는 시위가 서 있었다.
그들의 기운은 존자 정상이었다.
진남은 마음을 다잡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거기 누구요?"
시위들은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드러냈다.
목부는 동주의 주인이었지만 저택 안의 사람들은 보통 동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목부의 제자들도 목부를 드나드는 일이 드물었다.
시위들은 자주 드나드는 일부 제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진남이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마지막에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시위들은 표정이 굳었다.
'진남?'
'꽤 익숙한 이름인데…….'
아니나 다를까 진남의 호통에 반응이 왔다.
저택 안이 시끄러워졌다.
강한 기세가 폭발하여 천군만마가 대문으로 오는 것만 같았다.
극히 보기 드문 상황이었다.
시위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놀라움을 드러냈다.
'진남! 진남이 오다니!'
이어 한 개의 신념이 시위들의 머릿속에 전해왔다.
"안, 안으로 드시오!"
시위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이 왔다는 소문에 장로들도 놀랐구나.'
그들은 진남이 목부에 들어서면 줄곧 조용하던 목부에 어떤 폭풍이 일어날지 상상해봤다.
진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사양하지 않고 성큼성큼 목부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진남은 큰길 위의 허공에 십여 명의 남자와 노인들이 떠 있는 걸 발견했다.
다들 무성 강자였다.
심지어 무성 정상급 강자도 있었다.
큰길에는 청년들이 서 있었다.
모두 목부의 제자들이었다.
쿵-!
진남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십여 명의 강자들의 몸에서 엄청난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제자들은 눈을 찌푸렸다.
그들은 진남의 이름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동주의 제일 천재였다.
문도보굴의 지보를 얻고 문도산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천기도의 전승을 얻고 목천성 등을 죽였다.
한 인물이었다.
그 이름이 바로 진남이었다.
목부 사람들은 진남을 보고 싶었다.
오늘 드디어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진남, 잘했다. 신경 쓰지 말고 큰길로 올라오거라. 내가 위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묘묘 공주는 이곳의 상황을 눈치챈 듯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뚝뚝하게 곧게 걸어갔다.
여기 있는 강자들과 제자들을 완전히 무시했다.
"진남은 기운이 강하군. 경지를 가늠할 수 없어!"
"간이 부었구나. 한마디도 없이 바로 걸어 들어오다니! 설마 진남은 우리 목부를 신경도 쓰지 않는 건가?"
"사형들을 네 명이나 죽이고 여기 올 용기가 있다니!"
"호기롭구나!"
큰길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어떤 사람은 화를 냈다.
어떤 사람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어떤 사람은 기대하는 듯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채로웠다.
그때 강한 신념이 목부 깊은 곳에서 전해왔다.
목부에 암암리에 숨어 있던 거물들은 모두 진남이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목부에는 강자들이 정말 많구나."
진남은 주위를 훑어봤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서른여 명의 무성 강자 기운을 느꼈다.
그중 열두 명은 무성 정상이었다.
심지어 한 명은 반보무조였다.
목부의 깊은 곳에 가장 강한 기운이 있었는데, 그 기운은 무성을 초월해 있었다.
목부 부주임이 틀림없었다.
또, 두 곳은 기운이 신비하기 그지없었는데,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내공이 이렇게 엄청나다니. 역시 현재의 동주 주인은 다르구나. 분천고국 등 여러 세력들이 연합해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구나!
그런데 왜 목부는 깊이 숨어 동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진남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게 서거라!"
이때 큰 외침이 목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림자가 하늘로 솟아올라 무성 사 단계의 짙은 기운을 드러냈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주위의 사람들과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목부의 강자들은 모두 눈빛이 흔들렸다.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겠군!'
"목침이다. 목침 사숙이야!"
"싸움이 일어날까?"
"나는 싸움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진남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보고 싶다."
"……."
큰길 위에 서 있던 강자들과 제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목침이라는 중년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짙은 살기를 띤 눈으로 호통쳤다.
"진남, 진짜 건방지구나! 목천성 일행을 죽이고도 감히 목부로 오다니.
목부를 무시하는 거냐? 어서 왕생회몽화를 내놓거라. 그러면 너를 살려주겠다!"
그의 말은 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
이는 그가 익힌 고술이었다.
목소리가 마귀 소리 같았으며, 사람 마음에 스며들어 두려움이 생기게 했다.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고술로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목침은 표정이 굳었다.
그의 고술은 위력이 강하진 않았지만, 꽤 쓸 만한 고술이었다.
그런데 진남이 아예 대놓고 무시한 것이었다.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무릎을 꿇어라!"
목침이 크게 소리쳤다.
그는 체내의 성자 힘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
목침이 성광고상(聖光古象)으로 변하였다.
그는 긴 코를 휘저으며 풍운을 만들고, 세상을 멸망시킬 기세로 커다란 발을 내디뎠다.
성상진천지(聖象鎭天地) 고술이었다.
주위의 강자들과 제자들, 그리고 목부 깊은 곳에서 신념을 뿜어내며 지켜보던 거물들은 모두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진남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제술을 펼쳤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지더니 진남의 몸을 중심으로 그림자가 만들어졌다.
그림자들은 진남과 똑같은 형상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백 명의 진남이 나타났다.
능운무제의 제술 중 하나인 난영미신술(亂影迷神術)이었다.
이 제술을 펼쳐 분신을 만들면 동술이 아무리 강해도 조금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은 기초를 장악했을 뿐인데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더 깊게 장악하면 순식간에 이러한 그림자를 만 개나 만들 수 있었다.
"이, 이건……."
목침은 표정이 굳었다.
높게 쳐들었던 발도 허공에 멈췄다.
'어느 것이 진남이지?'
"대단한 분신술이구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강자들은 모두 감탄했다.
그들은 경험이 풍부하고 눈썰미가 좋았다.
그들은 제술임을 알아봤다.
"이런 작은 술수로 기고만장하다니! 다 없애주마!"
목침은 무성 사 단계의 강자였다.
그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코끼리의 체구가 몇십 배나 커졌다.
그는 코를 휘저으며 몇백 명의 진남을 후려쳤다.
'분신이 몇백 개나 되면 뭐 해! 전부 없애면 진남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잖아!'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크게 소리쳤다.
"신법결! 비켜라!"
스윽-!
몇백 개의 진남의 그림자가 빛으로 변하여 빠른 속도로 앞으로 움직였다.
잠깐도 안 되는 사이에 몇백 개의 그림자가 앞쪽의 큰길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몇백 명의 진남이 목침을 뒤로 돌아갔다.
"어……."
주위의 강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드러냈다.
'엄청 빠르구나!'
'속도는 무성 오 단계의 강자와 비교할 수 있겠는데?'
목침은 넋을 잃고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무성 사 단계이고 목부에서 여러 가지 강한 고술을 배웠는데 고작 존자조차 막지 못하다니?'
으득-!
'전부 죽여버리겠다!'
"성상풍뢰(聖象風雷) 부딪쳐라!"
목침이 살초를 움직였다.
'어떻게 해서든 진남을 막아야 한다. 아니면 체면이 깎이게 된다.'
"창피한 줄도 모르느냐? 그만 멈춰라!"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목부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백발의 노인이 화가 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는 무성 팔 단계의 경지를 조금도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냈다.
"팔, 팔장로!"
목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