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화 양대 뇌겁
화르륵-!
방대한 강풍이 불어와 얼굴이 따가웠다.
무인들 속을 누비며 싸우던 진남이 어느새 그들을 보고 성큼 날아와 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강비범과 성천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의 주먹은 강대했다.
"삼족금오(三足金烏)!"
"무혼을 드러내거라!"
둘은 크게 소리치며 전력을 뿜어냈다.
열 개의 금빛이 동시에 솟아올랐다.
발가락이 세 개인 금색 화염대조(火焰大鳥)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강비범의 등 뒤에는 희미한 태고의 성이 떠올랐다.
성은 제기였는데, 강력하고 신기한 힘을 뿜고 있었다.
"막아라!"
강비범이 순식간에 전음했다.
성천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삼족금오를 움직였다.
삼족금오는 날카로운 발톱을 벌리고 불꽃을 뿜으며 진남을 잡으려 했다.
발가락과 주먹이 부딪치며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전의가 더 짙어졌다.
그는 연속해서 주먹을 날려 금오를 때렸다.
금오는 비명을 질렀다.
금오의 몸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작 한 개의 무혼으로 진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진남은 사방의 무인들과 천재들을 서른여 명이나 죽였다.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모습이 남은 무인들과 천재들의 마음속에 깊숙히 각인이 되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겼다.
천재들이 맞아 죽는 걸 보면서도 사람들은 막아내지 못했다.
일부 실력이 강한 무인들과 천재들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옆으로 피하며 실력을 남겨두려고 했다.
"강비범! 빨리 공격해!"
성천가가 호통쳤다.
"신혼합일!"
강비범이 크게 소리쳤다.
태고의 비법이 펼쳐졌다.
그는 커다란 제기의 형상과 천천히 융합되더니 기세가 드높고 방대한 고성으로 변하여 절세의 제위를 뿜었다.
이 순간 강비범이 제기이고 제기가 바로 강비범이었다.
강비범의 살초였다.
신혼합일을 이루면 경지가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물론 경지의 제한으로 신혼합일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는 제기의 위력을 완전히 드러낼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반보제기 정도였다.
"눌러라!"
강비범이 크게 소리쳤다.
커다란 성에 수많은 진법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커다란 산봉우리처럼 진남을 눌렀다.
주위의 무인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공격이면 진남을 누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반짝거렸다.
한 개의 전신의 힘!
만 개의 존자의 힘!
존자의 힘과 전신의 힘이 동시에 움직이고 폭발했다.
"다 깨져라!"
진남의 보라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그의 몸이 솟아올라 잔영을 남기며, 성에 부딪혔다.
우르릉-!
폭발음이 울리더니 사람과 성이 부딪치며 엄청난 강기가 퍼져 사방을 흔들었다.
모든 천재들과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엄청난 장면을 목격했다.
작은 그림자가 드높고 커다란 성을 날려버렸다.
풉-!
강비범은 성에서 날려 나와 피를 토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을 보는 그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방금의 충돌로 그는 정확하게 느꼈다.
그는 진남의 힘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진남이 온 힘을 드러내면 모든 걸 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법이 대단한 그도 전혀 진남의 상대가 안 되었다.
"강비범은 능력이 겨우 이 정도구나!"
목천성은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쓸 수 없었다.
비장의 수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또 누군가 진남을 막아야 했다.
이때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
큰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성천가였다.
그는 허공에 날아올라 진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진남,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네가 제일 강한 천재라는 걸 인정한다. 너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네가 문도산을 멸망시켰으니 문도산의 제자로서 어떻게 해서든 너를 죽이겠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위의 허공에서 천지의 힘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성천가는 설마…….'
"맞다! 네가 전에 문도산을 멸망시켰으니 오늘 나는 네놈과 똑같은 방법으로 너를 멸망시키겠다!"
성천가가 사납게 소리쳤다.
쿵-!
그의 체내에 눌려있던 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이 폭발했다.
사방의 허공에서 커다란 천지의 힘이 밀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만 리나 되는 먹구름을 이루어 도장 전체가 시커메졌다.
수많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천가가 뇌겁을 펼치려 했다.
그는 뇌겁으로 진남을 죽이려 했다.
"뇌겁이다!"
"뇌겁을 펼치다니!"
"하하, 이제 희망이 보인다!"
모든 천재와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성천가가 이런 수단을 준비했을 줄 몰랐다.
"좋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면 한 마리는 꼭 다칠 것이다. 둘 다 중상을 입으면 좋겠다."
목천성은 목부의 다른 세 제자들을 봤다.
그들도 비슷하게 생각을 했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때 도장 위쪽의 뇌겁이 점점 커졌다.
수많은 먹구름이 주위를 휩쓸고 그 안에서 번개가 번쩍거리고 천지를 흔들었다.
만 리, 이만 리, 삼만 리…….
눈 깜짝할 사이에 뇌겁은 십만 리나 퍼졌다.
폭발음이 울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뇌광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성천가는 잠룡방 서열 일 위였다.
그의 뇌겁은 이상뇌겁이 틀림없었다!
이상뇌겁의 위력으로 진남을 상대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변이 발생했다.
천기도에서 힘이 검처럼 순식간에 끊임없이 내려오는 천기의 힘을 잘랐다.
성천가가 천기도에서 도겁하면서 지나치게 강한 천지의 힘이 천기도에 막혔던 것이었다.
"큰일 났다!"
성천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수많은 뇌광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뇌광은 기세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희미한 뇌검이 천천히 떠오르더니 검 끝에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이상뇌겁은 뇌검만을 만들어냈다.
뇌검은 심지어 희미하다 못해 투명할 정도였다.
당청산의 뇌겁과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저 정도 위능의 뇌겁으로 진남을 죽일 수 있겠어?"
"아쉽게 됐다."
흥분되어 들떴던 천재와 무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진남의 전력은 엄청 대단하구나. 무성 강자라도 상대가 안 될 것만 같다. 뇌겁의 위력만 봐도 진남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하하하! 좋았어!"
옆에 서 있던 용호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방금 성천가가 뇌겁을 펼칠 때 깜짝 놀랐다.
강벽난은 표정이 평온했다.
그녀는 성천가가 뇌겁을 펼쳐도 위력이 강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아쉽구나."
하늘 위의 뇌겁을 본 진남은 들끓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뇌겁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는 단천도를 뽑았을 것이었다.
그는 아직 뇌겁을 자르는 것처럼 엄청난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천기도! 괘씸하구나! 이런 상황에서 진남을 도와주다니!"
목천성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큰 상처를 입고 바닥에 누워있는 강비범을 본 그는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목천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걸 써도 될 것 같다.'
휙-!
목천성이 손가락을 튕겼다.
찬란한 핏빛이 강비범의 몸에 들어갔다.
"뭐지?"
싸움을 구경하던 강비범은 무언가가 자신의 체내에 들어오자 안색이 크게 변하여 다급히 훑어봤다.
방대하고 깨끗한 혈기가 솟구쳐오르더니 그의 온몸을 적셨다.
중상을 입었던 그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원 상태를 회복했다.
"목천성,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정신을 차린 강비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목천성이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
목천성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비범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방대한 힘의 도움으로 그의 체내의 존자의 힘이 구천구백아흔아홉 개로 많아졌다.
게다가 방대한 힘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존자의 힘이 계속 커졌다.
그의 체내의 존자의 힘은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기묘한 흡입력을 뿜어 하늘에 주입했다.
윙- 윙- 윙-
수많은 천지의 힘이 다시 한 번 모여오더니, 먹구름이 하늘에 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강비범도 뇌겁을 불러오는 건가?"
"하하! 진남은 죽음을 면치 못하겠구나!"
"양대 뇌겁이다!"
무인들과 천재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강비범이 왜 갑자기 뇌겁을 일으켰는지 전혀 관심 없었다.
그들은 진남이 뇌겁에 맞아서 죽을 것만을 기대했다.
"어떻게 된 거지?"
용호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천성만 한숨을 내쉬며 안색이 사나워졌다.
그가 방금 뿜은 혈광은 무성 정상의 강자가 만들어낸 한 방울의 정혈이었다.
신통한 효용이 무척 많았으며, 매우 진귀했다.
강비범은 역천무존 대원만(逆天武尊大圓滿)의 경지였다.
무성을 한 발 앞두고 있던 상태에서 정혈을 주입했으니 뇌겁을 일으킨 것이었다.
한 개로 부족하면 두 개를 일으켜서라도 진남을 죽이려 했다.
설령 죽이지 못하더라도 진남에게 중상을 입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었다.
우르릉-.
우르릉-.
도장에 천둥이 울려 퍼졌다.
강비범도 성천가처럼 이상뇌겁을 일으키는 순간 천기도의 방해를 받았다.
그가 일으킨 거대한 뇌겁은 투명해지고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강비범, 너……."
성천가는 눈이 휘둥그레져 강비범을 바라보았다.
한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천성의 계략인 것 같구나. 그러나 상관없다! 우리 연합하여 진남을 패퇴시키고 도겁하여 보물을 빼앗자!"
정신이 든 강비범은 성천가에게 전음했다.
성천가는 몸을 떨더니 빠르게 머리를 굴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둘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진남을 내려다봤다.
"진남! 죽어라!"
그들의 큰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둘은 동시에 진남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그들의 등 뒤에 떠 있던 뇌정대검은 뭔가 느낀 것처럼 내리꽂듯이 떨어졌다.
"진남……."
강벽난 일행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 개 뇌겁이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데 두 개 뇌겁을 진남이 당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말아. 너희들은 다른 무인들을 막아주기만 하면 된다. 이 두 개 뇌겁은 나에게 맡겨라!"
진남은 강벽난 등에게 신념을 전하고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온몸의 전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휙-!
진남은 물러서지 않고 되레 전진했다.
무지갯빛 잔상을 남기며 뇌겁을 향해 달려갔다.
"부숴져라!"
진남이 크게 부르짖자 체내의 만 개의 존자의 힘과 한 개의 전신의 힘이 뿜어져 나와 왼팔에 주입되었다.
진남의 왼팔이 양대 뇌겁을 내리쳤다.
쿵-!
진남의 공격에 허공이 흔들렸다.
목천성 등 천재들과 무인들은 양대 뇌겁을 마주하고도 진남이 피하려 하지 않고 도리어 맞서 싸울 줄은 생각지 못했다.
순간 그들은 숨을 멈추고 광경을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양대 뇌겁과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양대 뇌겁이 어떤 검술을 쓰든 모두 진남의 주먹에 부서졌다.
그들은 힘이 엇비슷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