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화 마찰적독과
탁-!
옥수 하나가 진남을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응……?"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옥나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일성 전승지를 통과하고 천기 전승을 쟁취하려면 힘을 남겨둬야 해."
옥나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놈은 내가 처리할게."
쿵-!
옥나찰이 엄청난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기운은 무성 경지가 아니었지만, 점점 더 늘어났다.
심오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성보다 더 강해졌는데, 심지어 요광무조보다 약하지 않았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옥나찰이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옥나찰은 역천개명을 했지만, 지급 구품 무혼이라 강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을 진남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강한 기운을 방출한 것을 보면 옥나찰은 분명 매우 귀한 것을 희생했을 것이었다.
"아니……."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옥나찰이 날아갔다.
슉-.
옥나찰이 발걸음을 내디뎌 순식간에 요광무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등 뒤로 수많은 분홍 복숭아꽃이 나타나 천지를 뒤덮었다.
천지가 꽃밭으로 변했다.
"흥! 숨겨놓은 수가 있긴 했구나! 하나, 요광무조인 날 이기려 하다니!"
요광무조는 크게 외쳤다.
그의 몸에서 빛이 떠오르더니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흔들거렸다.
흔들- 흔들-.
빛이 계속 흔들거렸다.
빛은 흔들릴 때마다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요광무조가 최강 일격을 날렸다.
빛이 날아와 옥나찰을 휘감더니 배 모양이 되어 가볍게 흔들리며 그녀의 육체를 부수려고 했다.
위급한 순간에 무표정의 옥나찰은 오히려 두 손을 모으고 가볍게 탄식했다.
휴-!
그 탄식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감정은 불가사의한 형태로 세상에 나타났다.
순간, 요광의 배가 엄청 무서운 공격을 받은 것처럼 그림자조차 도망 나오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아니……!"
요광무조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박식하고 경험이 많았지만, 이런 기괴한 수법은 본 적이 없었다.
옥나찰은 두 손을 앞으로 밀었다.
우르릉-!
하늘로 솟구쳐오른 기세가 요광무조를 덮쳤다.
요광무조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 공격은 그의 육체를 산산조각 낼 수도 있었다.
"광영무형보(光影無形步)."
요광무조는 낮게 외쳤다.
그의 몸 전체가 빛으로 변하더니 빠른 속도로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슉-.
다급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광무조는 신출귀몰하여 옥나찰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든 광선을 옥나찰의 뒤통수에 꽂았다.
요광무조의 공격은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나서려고 했다.
옥나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공법이 나타났다.
그녀의 등 뒤에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와 요광요조를 공격했다.
"이런!"
요광무조는 표정이 변했다.
그는 공격하려던 방향을 틀어 급하게 피했다.
그는 힘에 밀려 연거푸 뒷걸음질 쳤다.
샤라락-!
그 순간, 허공에서는 수많은 꽃잎이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힘을 지닌 꽃잎들이 흩날렸다.
꽃잎이 지나가는 곳마다 폭발하고 만물이 부서졌다.
옥나찰의 위엄이 완전히 드러났다.
"요광 비법은 불운을 최대한 모아라!"
요광무조는 위기를 눈치채고 고함을 질렀다.
그의 입에서는 정혈이 뿜어져 나왔고 법인을 형성했다.
슈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흐릿한 형상이 요광무조의 몸에서 나왔다.
날아오는 꽃잎을 흐릿한 형상이 막아냈다.
"하하하. 무존 정상 경지의 네가 이런 전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은 너희 둘이 손을 잡아도 날 이길 수는 없어! 적어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는 날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요광무조가 크게 웃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혼로가 마찰적독과의 진압에서 벗어나면 그는 진남과 옥나찰을 죽일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마찰적독과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광요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용양……영탄."
그때, 옥나찰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영혼을 보조로 용양지제를 불러내는 것이었다.
쿵-!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복숭아꽃 꽃잎이 용솟음쳤다.
웅장한 그림자가 허공에서 땅 위로 솟아올랐다.
그림자는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했다.
때로는 요염하고 때로는 포악했고, 기질은 형언하기 어려웠다.
그림자의 기운은 바다처럼 끝이 없었다.
"이럴 수가……."
요광무조의 얼굴빛이 크게 달라졌다.
'이것이 진짜 무존 정상의 초식이란 말인가?'
아무리 큰 대가를 치러도 이렇게 끔찍한 초식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우르릉-!
그림자는 단호하게 공격했다.
천지가 무너져 내리고 세상이 붕괴될 것만 같았다.
공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억……!"
요광무조는 두 눈을 부릅떴다.
생사의 고비에서 그가 본능적으로 수많은 초식을 펼쳐 방어했다.
그러나 그가 펼친 초식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파괴되었다.
그는 자신의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끝내 호흡마저도 사라졌다.
그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요광무조는 죽었다.
그는 계획을 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펑- 펑- 펑!
끝없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에 떠 있던 문혼로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문혼로는 요광무조의 경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요광무조가 죽으니 문혼로도 사라졌다.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옥나찰이 진짜 요광무조를 죽였어?'
진남은 무언가 느낀 듯 고개를 들더니 안색이 변했다.
"옥나찰!"
옥나찰은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진남은 훌쩍 뛰어서 망설임 없이 그를 안고 땅으로 내려왔다.
"너……."
진남은 창백한 얼굴의 그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왜 이 고생을 하십니까? 요광무조는 제가 상대해도 됐을 텐데."
"그냥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옥나찰은 몸을 가누었다.
그는 원기를 회복한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넌 내 사제잖아……."
진남은 멈칫하다가 머릿속에 예전의 장면을 회상했다.
청룡 성지, 단목봉 큰 사형 조방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진남은 무의식적으로 몸서리를 쳤다.
그는 조방의 마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괜찮아. 친구라 생각해 주면 돼."
옥나찰은 조금 전 진남의 미세한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그는 숨을 약간 멈추었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빨리 가서 마찰적독과를 연화해. 나는 원기를 회복하고 있을게."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휴-.
진남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옥나찰이 한 일에 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감정은 억지로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이 마음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신세는 마음속에 새기자. 나중에 그가 원하는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얻어주면 된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마찰적독과를 바라봤다.
그는 과일을 옥나찰에게 넘겨주려 했다.
하지만 옥나찰의 태도를 보아하니 받지 않을 것 같았다.
휴-!
진남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스렸다.
"마찰적독과, 너는 일성 전승지의 보물이다. 이제부터 나를 따를 수 있겠느냐?"
진남의 기세가 완전히 변했다.
마치 전신이 된 듯 눈을 아래로 떨군 채 세계의 만물을 내려다보듯이 위압을 가했다.
"진남! 모든 보물은 반으로 나눈다고 했잖아! 어찌 혼자 가지려고 드느냐? 너 약속을 어기려는 거냐? 어서 마찰적독과를 반으로 가르거라……!"
양대 무조는 비명을 질렀다.
이에 천기서기 이를 드러내며 흉악한 모습을 했다.
마치 양대 무조에게 계속 난리를 치면 물어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 더러운 쥐야! 감히 우리를 노려보다니!"
양대 무조는 노발대발했다.
진남이 신용을 지키지 않는 것도 모자라 쥐까지 그들을 무시했다.
천기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욕설을 퍼붓듯 옹알거렸다.
두 사람과 쥐의 싸움이 붙었다.
진남은 그들을 무시했다.
그는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마찰적독과를 반으로 가를 수는 없었다.
그때, 마찰적독과에서 신념이 뿜어져 나왔다.
"네 위엄으로 날 제압하지 말거라.
내키진 않지만, 솔직히 전승지의 규칙에 따르면 네가 요광무조를 죽인 것은 시험을 통과한 것과 같다.
그러니 내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식해를 열거라."
마찰적독과는 불쾌감을 진남에게 전했다.
마찰적독과는 천지기물(天地奇物)로서, 품는 이를 역천개명 할 수 있었다.
하나, 설령 연화되더라도 최소한 개세(慨世) 인물을 따르고 싶었다.
"그래? 그렇다면 식해를 열어줄 테니 겪어 보거라."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마찰적독과에게 사실을 알려 주려고 했지만, 태도를 보자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직접 보면 알겠지.'
휙-!
마찰적독과가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것은 진남의 미간으로 들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식해에 이르렀다.
"천지무유유(天地無悠悠), 오지변무혼(吾之變武魂)……."
마찰적독과에 찬란한 빛이 피어났다.
그것은 무혼으로 변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것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소리가 뚝 그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놈 식해에 어찌 이런 이보가 있을 수 있지?
심지어 구리거울의 기운은 다 억압되어 있어. 이놈 내력이 범상치 않은가 보구나!'
마찰적독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제야 그것은 마음이 약간 내켰다.
과일은 부서지면서 어두운 연무가 되었다.
연무는 천지를 뛰어넘은 듯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슉-
연무가 움직이면서 진남의 영혼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
그것은 진남의 무혼을 깨뜨리고 그의 새로운 영혼이 되려 했다.
그러나 전신의 혼을 보는 순간 그것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천급 일품 무혼? 이놈이 천급 일품 무혼이었다니?
어떻게 된 거지? 동주에서 언제 이런 개세 천재가 나왔던 거지?'
"하하하, 어쩐지 안색이 무덤덤하더라니! 천급 무혼이었었구나!
아주 좋다! 이제야 나에게 어울리는구나! 그럼 너에게 한가지 능력을 더 얹어주마!"
마찰적독과는 크게 웃으면서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영웅에게만 어울리는 법이었다.
슉-
연무가 날리면서 전신의 혼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웅장한 전신의 혼이 알아차린 듯 눈을 떴다.
'꺼져라!'
전신의 혼의 눈에서 엄청난 힘을 뿜어져 나왔다.
마찰적독과에게 엄청난 위압이 가해졌다.
위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허억……."
마찰적독과는 숨이 막혔다.
마찰적독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전신의 혼이 더욱 엄청난 힘을 뿜었다.
마찰적독과가 변한 연무가 그대로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전신의 혼에 융합되려고? 너 따위는 그럴 자격이 없다!'
"역시 마찰적독과는 전신의 혼에 융합될 수 없어. 그렇다면 내 육체로 그것을 직접 연화해야겠어."
진남은 방금 자신의 식해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느꼈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힘을 다해 심신을 움직여 연무를 가두고 심화를 드러내 그것을 체내로 흡수했다.
마찰적독과는 이제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고 진남에게 연화되었다.
마찰적독과의 영은 진남에게 연화되면서 머릿속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놈은 대체 누구지……?'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이 떠오른 바로 다음 순간 마찰적독과는 진남의 일부가 되었다.
몇 년 후, 그때도 마찰독적과의 영혼이 남아있다면 그가 구천에 이름을 날린 개세 전설을 따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