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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34화 (434/1,498)

434화 전신무존

웅!

눈부신 보라색 빛이 혈무 가운데서 솟아올랐다.

빛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혈무를 빨아들이더니 혈신(血身)으로 만들었다.

얼마 안 돼 혈신은 진남의 모습으로 변했다.

진남의 의식도 육체와 합쳐졌다.

말로 할 수 없는 힘이 그의 속에서 솟아올랐다.

'열반(涅槃)! 다시 살아났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진남의 피부는 보라색 빛이 감돌았다.

그의 피는 보라색 눈으로 변했다.

그의 뼈는 보라색 뼈로 뭉쳤다.

그의 내장도 전부 보라색으로 변했다.

그의 단전에 있던 만 개의 존자의 힘은 흩어지더니 가운데 자리를 비웠다.

가운데 자리에 신비한 힘이 나타났다.

신비한 힘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더니 '전(戰)'자 모양이 되었다.

"전! 모든 이변은 왼쪽 눈, 왼팔 그리고 오른팔이 신비한 힘을 자극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야."

진남은 전신의 오른팔이 그의 몸 안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정한 전신의 자세를 각성하라고 했었다.

'설마……. 나는 이제 전신무존이 된 건가?'

"틀림없어, 전신무존이 되었어!"

진남의 두 눈에 찬란한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일렁이는 파도처럼 감정이 벅차 올랐다.

전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진남은 전신의 세 개 신체 부위를 얻고 합쳤다.

그리고 이번에 전신무존으로 변한 것이었다.

전신무존은 진정한 전신과 비교하면 씨앗과 무성한 나무 같았다.

씨앗은 싹을 틔우고 자라 언젠가 큰 나무가 된다.

쉽게 말해서 진남은 전신무존을 기초로 해서 전신이 될 수 있었다.

이게 진정한 전신의 자세였다.

아무리 작고 힘없는 기본적인 모습의 전신무존이라고 해도 역천무존보다 훨씬 강하고 창람대륙의 규칙이나 창람혼한 위에 군림하고 독특한 자아가 될 수 있었다.

천지도 이 자아를 속박할 수 없었다.

'전'자의 마지막 획을 찍으려는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우 우 우…….

수많은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검은 기운들이 밀려 들어왔다.

검은 기운은 성왕동천의 금제를 무시하고 진남 앞으로 몰려들었다.

검은 기운은 순식간에 삼천삼백서른세 개가 되었다.

검은 기운은 회오리바람처럼 한데 모이더니 그림자로 변했다.

흐릿한 그림자는 신비한 기운을 풍겼다.

그러나 그가 풍기는 기운은 욕심, 분노, 슬픔, 질투, 미움, 편협함, 배신 등등의 부정적인 힘이었다.

세상의 모든 추악한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았다.

성왕동천에 가득하던 성왕지기도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뭐지?"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의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뿜어 나왔다.

"평범한 인간이 역천하는 것도 모자라 독립적인 자아를 만들려고 하느냐? 나는 천지악과다. 네 놈은 죄가 중하니 이대로 죽어 나에게 귀속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아니하면……."

그림자는 포효했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모든 것을 터뜨릴 것 같았다.

"천지악과는 개뿔!"

진남은 살기를 드러냈다.

그의 오른팔이 찬란한 빛을 뿜더니 단천도로 변했다.

진남은 왼팔을 뻗어 칼을 잡았다.

그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경지도 없는 것이 감히 방해하다니!'

"네놈이 감히 칼을 휘두른다면 끝없는 업보가 내려지고 끝없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럼 너는 평생 천지의 배척을 받고 악운이 계속되겠지.

부모가 처참하게 죽고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고 나라가 망하며, 아내가 배신하며 아들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검은색 그림자는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모든 불행을 진남에게 전부 뒤집어씌우는 것 같았다.

"죽어라!"

진남은 화가 났다.

그는 칼을 휘둘러 그림자를 부숴버렸다.

그림자가 부서진 후 세간의 악한 기운이 해골로 변해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진남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끝없는 업보와 저주가 내려졌다.

"무엄하다! 나는 전신의 주인이다. 감히 천지악과 따위가 어디라고 나서느냐?"

진남의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불꽃이 그의 머리카락을 활활 태우더니 보라색으로 변했다.

진남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악과를 노려봤다.

천지를 노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위압이 그의 몸에서 퍼졌다.

진남의 굴하지 않는 의지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지악과 따위를 믿지 않았다.

끝없는 저주도 믿지 않았다.

진남은 삼 척이 되는 칼을 들고 있었다.

만약 감히 하늘이 공격하고, 땅이 감히 저주를 내린다면 그는 신선이 되어 하늘과 땅을 베겠다고 결심했다.

아!

시커먼 해골은 무서운 존재를 만난 것처럼 처참한 비명을 지르더니 스스로 터졌다.

성왕 공간은 다시 조용해졌다.

"주인님……. 제 자리로 돌아오십시오!"

왼쪽 눈, 왼팔, 오른팔의 그림자가 떠오르더니 선창을 했다.

세 부위는 전신의 힘을 방출했다.

전신의 힘이 육신을 만들고 천지악과의 의지를 시험했다.

천지악과를 이겨냈다.

진남의 의지가 적합한 수준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마지막 획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진남의 단전에 '전'자가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쿵!

진남의 기운은 천지가 개벽할 듯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역천무존을 뛰어넘고 천지를 뛰어넘어 이 세상에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했다.

동시에 세상에 유일무이한 전신무존이 되었다.

성왕동천의 모든 것들이 잠잠해졌다.

진남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려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기운이 평범했다가 별안간 엄청나게 커지는 등, 기복이 심하고 변화가 많았다.

"예전의 공법들을 전부 잊어버렸어."

진남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전신무존이 되는 순간 예전에 알던 공법들, 취천일격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전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공법의 이름은 기억이 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무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왼쪽 눈, 왼팔 그리고 오른팔이 변한 단천도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예기가 남달라졌다.

왼쪽 눈, 왼팔 그리고 오른팔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 부위는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진남이 세 부위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몸속에 전신의 힘이 충족하다면 또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진남의 몸속에는 전신의 힘이 하나밖에 없었다.

"존자의 힘으로도 전신의 부위를 움직이고 위력을 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신의 힘으로 움직이면 당연히 위력이 더 크겠지."

진남은 중얼거렸다.

새로운 무인의 길을 걷게 되고 새로운 싸움 방식이 생겼다.

"지금은 기운이 불안정하다. 성왕동천에서 좀 더 수련해서 몸을 단련시키고 출관을 해야겠어."

진남은 마음을 다스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그는 성왕동천의 성왕지기를 전부 흡수하더니 엄청난 기운으로 이상을 일으켰다.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이 개월이 되었다.

이 개월이 지나 드디어 문도산이 멸망된 일이 잠잠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진남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진남이 분천고국을 떠났다는 소식에 그가 상처를 회복하러 갔다고 생각했다.

뇌겁이 부서졌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진남이 회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어떤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사람은 전혀 믿지 않았다.

* * *

잠룡방의 천재들이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마공은 연신 무인들의 주머니를 털고 금지 보물들을 훔쳐 이름을 날렸다.

옥나찰은 만향루의 인연배에 오르더니, 인연못을 터뜨리고 인연배의 전승을 얻고 경지가 상승했다.

다른 천재들도 끊임없이 연마하고 기연을 찾았다.

잠룡방 서열 삼 위에 든 천재들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다.

* * *

요안림, 성왕동천.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기운은 점점 안정되고 그의 의지에 따라 바뀌었다.

그가 작정한다면 무성 경지 정상급이라고 해도, 심지어 무조라고 해도 그의 경지를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전신무존으로 환골탈태를 하니 신비함이 무궁무진했다.

"아……. 큰일 났다."

진남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신의 혼은 천급 일급 무혼으로 진급을 한 후 흡입력이 지급 십품일 때 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래서 성왕동천의 성왕지기는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양대 무조가 깨어나면 길길이 날뛰고 진남과 사이가 틀어질 것이었다.

"우선 여기서 나가자!"

진남은 몸을 날렸다.

그는 왼쪽 눈을 반짝거리며 성왕동천에서 나왔다.

예전에는 금제가 엄청 강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했다.

"천기도가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 목부로 먼저 가야 하나?"

진남은 요안림에 서서 고민했다.

전신무존으로 진급한 그는 천기도가 열리지 않았다면 동주에 남아있을 의미가 없었다.

목부로 가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 * *

"어찌 되었든 나도 무조인데 좀 구경하게 해 주면 죽어? 꼭 기절시켜야 하냐고!"

이때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난해무조가 깨어났다.

시혈무조도 표정이 우울했다.

진남을 안 이후로 무조의 존엄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어? 진남아 성왕동천에서 나온 게냐? 단천도는? 연화했느냐?"

시혈무조는 문득 무언가 발견하고 질문했다.

"나왔습니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연화했습니다."

양대 무조는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들은 의지 형태로 진남의 단전에 존재했고 진남의 식해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의 식해와 단전에는 단천도가 없었다.

진남이 등에 짊어지고 있지도 않았다.

'저장 주머니에 넣었나?'

그때.

"네 기운은……."

양대 무조는 무언가 발견하고 더욱 놀라워했다.

그들은 진남의 경지를 느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진남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비록 경지를 느낄 수 없었지만 양대 무조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진남은 이제 무척 대단한 존재가 되었다.

단천도를 연화한 후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게 분명했다.

난해무조는 부럽고 질투가 나서 말했다.

"진남, 명심하거라. 단천도는 창람대륙의 강자들이 다 욕심 내는 보물이다. 단천도 때문에 서로 전쟁을 일으킨 대제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무신들도 엮여 있었다.

너는 지금 동주에 있으니 다행이지만 목부나 중주(中州)에 가면 조심해야 한다. 단천도를 사용하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고, 단천도를 본 사람은 다 죽여야 한다. 알겠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무조나 무제 등급의 강자가 나타난다면 그에게는 재난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단천도를 쓰지 말아야겠어.'

"선배님, 귀띔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인사했다.

그는 경지가 아무리 높고 전신무존이 되었다고 해도 인간의 기본은 여전히 지켰다.

"응."

난해무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

'네놈이 적을 불러들여 우리가 위험에 빠질까 봐 걱정하는 거다. 아니면 무슨 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하겠느냐?'

순간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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