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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32화 (432/1,498)

432화 만남을 기약하다

"문도산은 진짜 염치없네요."

궁양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이미 끝난 일이니 더 말할 필요 없다."

눈먼 검객은 몸을 돌리고 궁양을 보며 말했다.

"나는 이제 걱정이 없다. 나의 검술을 너에게 물려주겠다. 네가 그걸 더욱 발전시키고 이름을 날리길 바란다."

그는 손으로 옥간을 잡아 정중하게 궁양에게 전해줬다.

"아……."

궁양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왜 나에게 검술을 전수해주시는 거지?'

의문스러웠지만 그는 받았다.

눈먼 검객은 돌아서 발을 들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쿵!

그의 몸에서 희미한 불꽃이 타올랐다.

이 광경을 본 궁양은 표정이 확 어두워져 물었다.

"선배님,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수명을 태우십니까?"

그렇다!

눈먼 검객은 수명을 태우고 있었다.

눈먼 검객은 듣지 못한 것처럼 중얼거리며 태고의 금술을 펼쳤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여덟 보를 움직였다.

"하늘이시여, 저는 백 년의 수명을 태워서라도 하루라도 빛을 되찾고 싶습니다."

눈먼 검객은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화르륵.

그의 몸에서 방대한 생명의 힘이 사라졌다.

눈먼 검객은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새하얘지고 주름은 더 깊어졌다.

"선배님……."

궁양은 눈먼 검객이 금술을 펼친 것이 시력을 되찾기 위해서일 줄 상상도 못했다.

"궁양,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어 한 번도 빛을 본 적 없다. 그러나 나는 검의만으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기에 보이고 보이지 않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한 번만이라도 저 여인을 보고 싶다."

그가 진남과 거래하여 이보를 얻은 건 경지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술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단 하루라도 앞을 보고 싶었다.

"선배님……."

궁양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님은 경지가 강하여 검의만으로도 그녀의 생김새를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굳이 백 년의 수명을 태워 그녀를 볼 필요 있습니까?"

궁양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웃으면 무척이나 예쁘다고 했다. 전에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만 들을 수 있고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보고 싶어졌을 때 그녀는 죽음에 이르렀지."

눈먼 검객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눈꺼풀이 끊임없이 떨리더니, 드디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뜬 낯선 느낌에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드디어 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눈먼 검객은 손을 내밀어 조각상이 된 여인의 얼굴을 만졌다.

말투가 전에 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궁양은 뭔가 말하려다 참았다.

그는 눈을 뜨면 뭐 하냐고, 그녀는 이미 죽었다고, 더는 그를 향해 웃을 수 없다고 말하려 했다.

"후,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궁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그는 생기가 없던 여인의 조각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봤다.

마치 꽃이 만발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웃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광경을 본 궁양은 몸이 떨리고 말을 잃었다.

* * *

분천황제 등은 문도산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대 세력 중 하나인 문도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동주도 천지가 뒤집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상도맹은 백호성 절반의 통제권을 포기하고 백호성을 떠나 만향루 부근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만향루와 동맹을 맺고 서로 하나가 되었다고 선포했다.

동주에는 두 개 세력밖에 남지 않았다.

문도산의 일은 동주 전역에 전해져 폭풍을 일으켰다.

"대단하다! 진남은 진짜 대단해!"

"한 번에 문도산을 멸망시켰다. 동주 전역에서 어느 천재가 이 정도로 강하단 말이야."

"설사 잠룡방 서열 삼 위에 든 자라도 진남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너희들 잊었느냐? 진남은 자신의 뇌겁을 움직여 문도산의 주천신마대진과 함께 죽으려 했다. 하마터면 폐물이 될 뻔했다."

"폐물? 너 같은 놈이 진남을 폐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 너는 이런 전적을 이룰 수 있느냐? 너는 진남의 솜털도 이길 수 없다."

"맞다!"

"진남의 뇌겁이 부서진 건 예상했던 일이다. 진남이 천기부조를 얻은 걸 잊었느냐? 천기도에 들어가면 그는 역천개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기도에 들어가면 성천가는 틀림 없이 진남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분천고국에서 성천가를 추격하고 있는 걸 몰라?"

"소문에 목부의 장로가 진남과 사이가 돈독하대. 과연 성천가가 진남을 상대할 용기가 있을까?"

동주 전역이 시끌벅적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속으로 진남에게 탄복했다.

젊은 청년들은 진남을 목표로, 꿈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진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시큰둥했다.

많은 사람이 천기도가 열렸을 때 진남과 잠룡방 서열 일 위인 성천가가 만나기를 기대했다.

어찌 됐건 동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진남.

이 두 글자는 이미 동주에서 제일 빛나는 두 개 별이 되었다.

* * *

그 시각, 분천고국, 봉황영, 황토 도장.

진남, 묘묘 공주, 사마공, 용호, 궁양이 한곳에 모였다.

"궁 형,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진남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문도산에서 돌아온 후 그는 아직 단천도를 연화하러 가지 않았다.

"나는 중주에 가겠다."

궁양은 몇 사람을 둘러보며 옅게 웃었다.

이어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 나는 구자를 얻었다. 이건 엄청난 기연이다. 그러나 나는 커다란 사명을 짊어지고 있어.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다시 모일 것이다."

"좋습니다."

진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들 사이에 긴말할 필요 없었다.

"다시 만나자."

궁양은 여러 명을 보며 머릿속에 눈먼 검객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눈먼 검객은 동주에서 풍운을 일으킬 기회를 포기하고 산에 남아 조각상의 곁을 지키는 걸 선택했다.

궁양은 큰 감명을 받았다.

사랑은 아름다웠다.

그는 구자의 당부를 완성하고 자신의 인생을 추구하고 싶었다.

궁양은 걸음을 떼더니 떠나갔다.

"하하, 진남. 나는 동주의 금지들을 찾아 휩쓸고 싶소.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요."

사마공은 진남에게 눈을 찡긋거리고는 긴말하지 않고 떠나갔다.

도제의 후계자들은 상도맹 것만 훔치는 것이 아니었다.

"공주, 나 좀 봐. 키도 크고 몸도 건장해. 목부에서 혼자 있느라 많이 외로웠지? 마침 나 같은 사람이 필요……."

용호는 묘묘 공주를 바라보았다.

어린 소녀가 지금은 경국지색이 되어 용호는 가슴이 떨렸다.

"썩 꺼져."

묘묘 공주는 용호를 흘겨봤다.

"아! 왜 상처를 입는 사람은 항상 나일까?"

용호는 비분에 극에 달하여 하늘을 우러러 크게 소리쳤다.

"진남, 나와 함께 가자."

묘묘 공주는 희고 부드러운 손으로 진남을 잡았다.

두려운 것 없이 세상을 휩쓸던 진남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는 묘묘 공주가 이끄는 대로 멀리 날아갔다.

* * *

얼마 안 돼 그들은 봉황영에서 멀지 않은 산맥의 정상에 도착했다.

날이 어두워져 시커먼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절세의 그림 같았다.

묘묘 공주는 진남의 손을 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을 보며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진남, 내 물건은?"

진남은 공주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공주는 긴 머리가 흩날리고 피부가 하얗고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환상의 경지를 통해 그는 묘묘 공주가 점점 예뻐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설마 자신이 그녀에게 빠져들 줄은 몰랐다.

그가 말이 없자 묘묘 공주는 정색하며 물었다.

"설마 줄곧 나를 속인 거야?"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주마마, 제가 어찌 감히 속이겠습니까? 술 여기 있다."

말을 마친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저장 주머니 안에 들었던 술을 전부 꺼내어 바닥에 펼쳐놓았다.

술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와! 좋다!"

공주는 눈을 반짝였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진남은 다시 한번 넋이 나갔다.

그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이상하다. 지금의 경지와 마음으로 어떻게 여자에게 끌리지?'

"안 돼. 도심을 굳건히 해야 해……."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 와서 나같이 마시자!"

공주는 어느새 한 병을 다 마시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진남은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도심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병을 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뭔가 떠올라 말했다.

"공주, 너 어떻게 목부에 갔느냐? 그리고 목부에서 지위가 낮지 않은 것 같던데."

"이런 얘기 하지 말고 네가 상역에 있을 때의 일을 얘기해 봐. 나는 우리 진남이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모을 줄 몰랐다. 대단하구나."

묘묘 공주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다.

"켁켁. 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 시혈난해에서의 일이 끝난 후……."

진남은 술기운 덕인지 아니면 문도산을 멸망시켜 마음의 병이 없어졌는지 작은 일까지 얘기하기 시작했다.

밤바람이 불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미소를 짓고 대작했다.

둘의 모습은 마치 그림 같았다.

앞에 있는 공주를 보니 진남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그는 끝없이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진남은 자신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술이 너무 센가? ……그런 거 같아.'

다음 날 아침.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원기가 넘쳤다.

"깼어?"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존이라는 자가 영주를 좀 마시고 취하다니."

공주는 입을 가리고 깔깔 웃었다.

진남은 얼굴이 후끈거리고 기침을 했다.

존자인 자신이 어젯밤에 술 마시고 취한 건 무척이나 창피한 일이었다.

그때, 공주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영패가 살짝 떨렸다.

영패를 열어 힐끗 보던 공주는 안색이 살짝 어두워져 무겁게 말했다.

"진남, 목부에 일이 생겨서 지금 빨리 가 봐야 해. 맞다, 차천초 너한테 있지?"

진남은 문득 떠올랐다.

전에 죽음의 바다에서 일곱 개의 지보를 얻었는데, 차천초는 그중 하나였다.

그가 차천초를 줄곧 먹지 않은 건 그때 삼대 세력이 사람을 보내 뺏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동주에 일련의 일이 벌어져 차천초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여기 있어. 가져가거라."

진남은 뭔가 생각난 듯 지도를 꺼내 말했다.

"이건 내가 우연히 얻은 지도인데, 기회가 있으면 잘 연구해 보거라."

진남은 유실약원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지금은 유실약원에 대한 말을 꺼내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응."

묘묘 공주는 차천초와 지도를 받았다.

그녀의 발아래에 현묘한 빛이 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이 몇십 장 밖으로 퍼져 전송 대진을 이루었다.

슥!

대진이 움직이자 묘묘 공주는 사라졌다.

사라지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명심하거라. 나중에 꼭 목부에 와서 나를 찾거라. 그리고 상처를 회복할 수 없으면 나에게 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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