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431화 (431/1,498)

431화 눈먼 검객의 사정

"문도 노조가 죽었어!"

"문도 삼노도 죽었어!"

"우리 문도산은 완전히 끝났어!"

남은 장로, 제자들은 눈앞의 광경에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들은 문도산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두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최강의 수단을 드러내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죽여라!"

천지를 진동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당청산은 한발 성큼 내딛더니 몇십 개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들은 손에 고도를 들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고도를 내리쳐 한 번에 한 명씩 죽였다.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졌다.

균열이 생긴 설산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청산은 살신 같았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일 주 향의 시간도 안 돼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당청산이 쥐고 있는 고도는 시뻘겋게 물들었다.

땅도 혈색으로 물들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분천황제 등은 이 광경을 보고 눈꺼풀이 푸들거렸다.

"살기가 대단하구나."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남!"

당청산은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봤다.

시뻘게졌던 그의 눈은 점차 핏기가 사라졌다.

"문도 노조는 이미 죽었다. 동주에서 우리 적은 모두 소멸했다. 그러니 나는 동주를 떠나 창람대륙의 중주로 가겠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

당청산의 말을 듣고도 진남은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당청산은 살신의 후계자였다.

구리거울도 그가 도겁하는 걸 도왔으니 그는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진남이 침묵했다.

"말하거라."

당청산은 고도를 등 뒤에 꽂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동주에서든 중주에서든 언젠가 선배님이 살신이 되어 수많은 생명을 죽이게 되면 예전의 청룡 성지를 잊지 마십시오."

진남은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바다처럼 흐르는 걸 보며 천천히 말했다.

당청산은 몸이 살짝 떨렸다.

'예전의 청룡 성지라…….'

"진남 고맙다. 중주에서 기다리겠다."

당청산은 정신을 차리고 차갑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진남을 빤히 보더니 몸을 돌려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가 가자 살기도 사라졌다.

문도산이 소멸했든 말든 강풍과 큰 눈은 여전히 불어왔다.

"선배님들 오늘 일은 잠시 후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진남은 분천황제 등에게 공수하고 몸을 날려 눈먼 검객 앞으로 가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선배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하신 이보가 있으면 스스로 선택하십시오."

진남의 등 뒤에 몇십만 개의 이보가 떠올랐다.

이번에 문도산을 이길 수 있은 건 대부분 눈먼 검객이 도와서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분천황제 등도 이유를 알기에 길게 말하지 않았다.

눈먼 검객의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몸을 움직여 손을 뻗어 많은 이보 중에서 구슬 한 개를 잡았다.

구슬은 겉이 금색이고 안에 흑백 두 가지 기운이 어우러져 끊임없이 성장하고 매우 현묘했다.

"음양금주?"

분천황제 등과 양대 무조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검객이 가지려는 이보는 진짜 범상치 않구나.'

"선배님 감사합니다. 우리의 관계는 이로써 끝났습니다."

진남은 눈먼 검객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눈먼 검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궁양 등을 보며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문도산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너는 나와 함께 어디 좀 다녀오자."

"좋습니다."

궁양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바로 날아갔다.

그들이 떠난 후 분천황제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진남아, 풀을 베려면 뿌리도 뽑아야 한다. 눈먼 검객은 문도산의 거물 중 한 명이다. 그가 방금 선택한 음양금주는 움직이면 체내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분은 우리에게 적의가 없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문도산의 모든 제자와 장로들은 눈먼 검객 앞에서 깨끗이 도륙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눈먼 검객이 문도산에 마음이 없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신의 오른팔이 예전에 눈먼 검객에게 기회를 한 번 줬었다.

이 중에는 틀림없이 그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진남, 문도산은 이미 멸망되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두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 문도산의 오대 진전 제자 서열 일 위와 이 위다. 서열 일 위의 성천가는 잠룡방에서도 서열 일 위고 삼대 천재의 우두머리다. 나중에……."

분천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남의 눈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

성천가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짐작이 맞는다면 문도산이 멸망되었으니 성천가는 함부로 동주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천기도가 열릴 때 다시 나타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선배님들, 이번 싸움은 모두 도움 주신 덕분에 이겼습니다. 저는 이번에 많은 이보를 얻었습니다. 혼자 차지할 수 없습니다. 분천고국에 나눠 드리겠습니다."

진남이 손을 젓자 오만여 개의 이보가 큰 흐름을 이루어 분천황제에게 돌진했다.

"어……?"

분천황제 등은 잠시 얼떨떨해하더니 얼굴에 희색이 번졌다.

이렇게나 많은 이보라면 분천고국의 실력은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

"두 분도 고르십시오."

진남은 양대 무조에게 말했다.

또 바로 주위를 둘러보며 웃으며 말했다.

"공주, 사마공, 용호, 적풍운. 여러분도 고르십시오."

"진남, 난 이것이 마음에 든다."

공주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위엄이 완전히 사라졌다.

"허허, 최선을 다해 도운 보람이 있구나."

양대 무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 * *

그 시각, 문도산에서 몇천 리 떨어진 곳.

낮은 설산이 궁양의 앞에 나타났다.

궁양은 힐끔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선배님, 이 설산은 문도산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맞다."

눈먼 검객은 조용히 설산 앞에 서서 말했다.

"문도산이 파멸되기 전에 여기는 금지였다. 이제 문도산이 파멸되었으니 이것은 금지가 아니다. "

궁양은 깜짝 놀랐다.

그는 문도산의 오대 진전 제자 중 한 명이었지만, 문도산에 이런 금지가 있다는 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문도산에서는 아무도 이곳에 들여놓지 않았다.

"잠깐 나를 기다리거라."

눈먼 검객은 음양금주를 꺼내 들고 눈밭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온몸의 검기가 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백 년이다! 무려 삼백 년을 기다렸다. 오늘이…… 드디어 왔구나.'

궁양은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눈먼 검객을 바라보았다.

'눈먼 검객이 이보를 가진 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상처를 치료하는데 왜 여기로 왔을까?'

"돌아오지 않는 자, 금주가 영혼으로 변하거라!"

눈먼 검객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강한 검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검의는 검의 바람으로 변하여 음양금주를 감쌌다.

음양금주가 윙윙 소리를 내며 떨었다.

음양금주에서 현묘한 힘이 흘러 나와 눈먼 검객의 체내로 들어갔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삼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음양금주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그 속의 음양의 현묘한 힘이 눈먼 검객에게 모두 흡수되었다.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눈먼 검객 체내의 파멸의 기운이 사라지고 경지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무성 팔 단계!

무성 구 단계!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성 정상에 도달했다.

'선배님은 무성 정상의 강자였구나.'

궁양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눈먼 검객의 경지는 문도 노조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았다.

"나와 함께 산으로 올라가자."

눈먼 검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지가 회복된 기쁨을 하나도 보이지 않고는 말했다.

궁양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라 문도산의 금지라는 곳에 들어갔다.

산 정상에 올라간 궁양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산 중턱에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조각상들은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표정은 모두 달랐는데, 생동하고 살아있는 것 같았다.

"조각상들은 생전에 모두 산 사람들이었다. 다만 그들이 문도산의 규정을 위반하여 조각상이 되었다."

눈먼 검객의 말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모두 산 사람들인데 조각상이 되었다고요?"

궁양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비밀을 그는 들어본 적 없었다.

"문도산이 건립된 후 이득만을 최고로 여겼다. 적지 않은 문도산의 제자들이 그에 문제 있다는 걸 느꼈다."

눈먼 검객이 임의로 한 조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에 이자는 자신의 사매를 사랑했다. 그런데 문도산에서는 사매를 상도맹의 천재와 혼인시켰다. 상도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이유였지. 이자는 화가 나 따지려다 이렇게 되었지."

궁양은 경악했다.

그는 문도산의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

'이득만이 중요하다고? 이건 아니잖아.'

말을 마친 눈먼 검객은 더 말하지 않고 궁양을 데리고 조각상들 옆을 지나갔다.

바람이 불자 산 중턱에 눈꽃이 날렸다.

궁양은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의지가 아직도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눈먼 검객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떨었다.

궁양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벼랑 끝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외모는 수수하고 미간에 말할 수 없는 영기가 있었다.

이 여인은 생전에 대단한 강자였던 게 틀림없었다.

"선배님."

눈먼 검객이 반응이 없자 궁양은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눈먼 검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의가 가라앉았다.

궁양은 바보가 아니었다.

여인과 선배가 관계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입을 닫았다.

잠시 후 눈먼 검객이 천천히 입을 열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삼백 년 전, 내가 무성이 되었을 때 나는 제자를 여덟 명 들였다. 저 여인은 그중의 한 명이었지. 저 여인은 제자들 중에서 가장 재능이 있었다. 무혼은 지급 팔품이었다.

무존 정상에 도달했을 때 마침 문도보굴이 열려 저 여인은 보굴에 갔다가 신촉도(神燭道)를 만났다. 저 여인은 신촉도에 올라 스무 개의 이보를 얻고 무성이 되었다."

궁양은 침묵했다.

삼백 년 전에 문도산의 신촉도에서 일어난 일을 그는 들은 적 있었다.

"무성이 된 후 저 여인은 나와 사제지간을 끊었다."

눈먼 검객이 말했다.

궁양은 깜짝 놀라 물었다.

"저 여인이 선배님을 배신했습니까?"

"음……."

눈먼 검객은 겸연쩍게 말했다.

"그런 건 아니다. 저 여인은 자신이 나의 제자이면 나와 함께할 수 없다고 나와 사제지간을 끊은 것이었다."

궁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눈먼 검객이 한탄하며 말했다.

"좋은 시간이 오래가지 못했다. 저 여인은 문도산에 반항하고 문도산을 책문했다가 조각상이 되었다. 나는 구해주고 싶었지만 경지가 부족했다."

마지막에 눈먼 검객은 말투가 싸늘해졌다.

궁양은 드디어 왜 눈먼 검객이 문도산에 완전히 실망했는지 깨달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