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화 공주의 등장
분천황제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는 손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목부의 부주가 무조 강자이기 때문이었다.
무성과 무조는 차이가 엄청나고 넘을 수 없었다. 오늘 이 청년을 죽인다면 목부에서 분천고국을 공격할 것이었다.
"그리고 너! 진남이라고 했지? 네가 얻은 지보를 당장 내놓거라. 그러면 내 너를 살려주겠다."
청년은 기고만장하여 진남을 내려다봤다.
'나는 목부의 핵심 제자이다. 동주의 여러 거물들도 나를 존중해야 한다.'
"이보게……."
그의 말에 문도 노조는 깜짝 놀랐다.
'진남을 놔준다면 문도산은 손해가 엄청나다.'
"네? 불만 있으십니까?"
청년이 정색했다.
그는 말투가 건방졌지만 미련하지 않았다.
분천고국은 사대 세력의 하나로 목부보다 조금 약한 정도였다.
만약 진짜 분천고국을 사지로 몰아 분천고국을 화나게 하면 그가 아무리 핵심 제자라 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었다.
지보를 가지고 싸움을 진압하면 충분했다.
분천황제 등은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올랐다.
'진남의 지보를 욕심내다니!'
세상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진남에게 쏠렸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진남의 두 눈에 수많은 한기가 용솟음쳤다.
'목부면 어때서! 감히 내가 문도산을 멸망하는 걸 방해하고 나의 지보를 욕심내다니! 분수를 모르는구나!'
"지보들은 내 명령을 듣거라. 저자를 죽여라!"
진남은 큰소리로 외치며 단천도를 쳐들었다.
그는 경지가 무존 일 단계로 떨어졌지만 몇십만 개의 이보들은 모두 그의 것이라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우르릉! 쾅!
모든 이보들이 절세의 위력을 뿜어내며 청년을 공격했다.
거물들과 무인들은 모두 경악했다.
'미쳤구나!'
'진남 진짜 미쳤어!'
'감히 목부의 핵심제자를 공격하다니!'
"너……!"
청년은 표정이 굳었다.
그의 두 눈에서 엄청난 분노가 뿜어 나왔다.
'감히 이런 살초를 펼쳐 나를 공격하다니.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진남, 너 오늘 죽었다!"
청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영패를 꺼냈다.
그는 몇십만 개의 이보를 당할 수 없었다.
하여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수많은 빛이 하늘에서 커다란 진법을 이루었다.
진법은 청년이 나타날 때의 진법과 똑같았다.
다만 열 배나 컸다.
"진남, 아직 공격하지 말거라."
이때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르륵.
진법에서 그림자 몇 개가 걸어 나왔다.
맨 앞에는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늘씬하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얼굴은 새하얗고 몸에서 고귀한 기질이 뿜어져 나왔다.
여인의 뒤에는 다섯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무성 경지였다.
이변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어안이 벙벙했다.
'또 누가 온 거지?'
"공…… 공주?"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행동을 멈추었다.
많은 이보들도 공격을 멈추고 허공에 떠 있었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공주! 진짜 공주다! 어떻게 왔지?'
"그분이다! 설마 이미……."
진국현무는 몸이 떨렸다.
그는 여인을 본 적 있었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연이은 변화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청년은 고개를 돌려 여인을 봤다.
그는 깜짝 놀라며 공주와 말했다.
"묘 장로, 어떻게 오셨습니까?"
청년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건 앞에 있는 여인이 이미 목부에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이었다.
목부의 큰 아가씨와 관계가 좋고 또 목부 부주가 중히 여겼다.
그의 아버지도 여인과 지위가 비슷했다.
"묘 장로?"
문도 노조와 상도맹의 맹주 등은 모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목부에는 장로가 극히 적었다.
목부의 장로라면 지위가 무척 높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다.
'목부의 장로까지 오다니?'
'근데 진남이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묘묘 공주는 싸움터를 훑어보더니 상황 파악을 했다.
그리고 진남의 몸에 난 상처를 보는 순간 분노가 솟아올랐다.
"목천성(穆天星), 너 감히! 진남은 나의 사람이다. 감히 진남을 공격한 것이냐?"
문도 노조가 불러온 청년이 목천성이었다.
목천성은 갑작스런 호통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진남이 묘 장로의 사람이라고?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분천고국의 인재 따위가 묘 장로와 관계가 있는 거지?'
"저자를 잡아라!"
묘묘 공주는 표정이 싸늘했다.
"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다섯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신통한 수법을 펼쳐 쇠사슬을 만들어 목천성을 꽁꽁 묶었다.
"묘 장로,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목천성이 다급히 말했다.
"설사 너의 아버지가 왔다 해도 마찬가지다. 저자를 끌고 목부로 돌아가거라."
묘묘 공주가 손을 저었다.
다섯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허공을 찢고 목천성이 말할 새도 없이 끌고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세상이 다시 조용해졌다.
문도 노조, 문도 삼노, 상도맹 맹주, 분천황제 등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다른 무인들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기고만장하던 목부의 핵심 제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개처럼 끌려가다니.'
'묘 장로가 진남과 관계가 매우 깊은 것 같구나.'
묘묘 공주는 고개를 돌리고 문도 노조 등을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분천황제, 뭐 하느냐? 문도산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거라!"
공주는 엄청난 위엄을 드러냈다.
분천황제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호해주던 목천성도 없고 주천신마대진도 부서졌는데 왜 문도산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죽어라!"
분천황제의 눈에 독한 빛이 드러났다.
그는 몸을 날려 성위를 뿜었다.
혈익봉황 등도 잇달아 성위를 드러내고 엄청난 힘을 뿜었다.
"큰일 났어! 도망가자!"
"문도산은 이제 끝났어!"
"도망가자!"
순식간에 문도산의 장로와 제자들은 깜짝 놀라 모든 수단을 펼쳐 허겁지겁 사방으로 도망쳤다.
"가자!"
이 광경을 본 상도맹 맹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신통을 펼쳐 허공을 찢더니 축항 등을 끌고 떠나가려 했다.
그러나 혈익봉황과 진국현무가 쫓아와 그를 눌렀다.
상도맹 맹주는 안색이 크게 변하여 축항과 상도맹의 제자들을 뿌리치고 수단을 펼쳐 혼자 도망갔다.
맹주는 경지가 무성 정상에 도달하여 그가 도망가려고 마음먹으니 아무도 잡을 수 없었다.
지금 분천황제가 상대하려는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가자!"
이 광경을 본 문도 노조는 큰소리로 외쳤다.
문도산이고 뭐고 다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었다.
"도망가려고?"
주벽화가 콧방귀를 뀌었다.
우르릉!
선제의 영정이 강림하여 사방을 막았다.
문도 노조 등은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용연수는 나뭇잎을 뿜어내 나무 덩굴을 만들어 문도 노조 일행을 꽁꽁 묶었다.
슥!
분천황제, 혈익봉황, 진국현무, 용연수, 선제의 영정, 주벽화, 난해무조, 시혈무조 등이 연합하여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를 상대했다.
지금의 문도산에선 이들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당청산 일행은 손에 칼을 들고 제자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도광이 스치는 곳마다 피가 흥건하고 수많은 제자와 장로들이 목숨을 잃었다.
살기가 엄청났다.
부서진 문도보굴 앞에 서 있던 눈먼 검객은 처음에는 눈썹을 움찔거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남을 비롯한 분천황제 일행이 문도산을 공격했다.
문도산의 대세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진남!"
옷자락을 날리며 허공에 떠 있는 묘묘 공주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노여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서 싸움이 일고 있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공주……. 어떻게 왔어?"
진남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묘묘 공주는 더욱 수려해졌다.
동주에 온 후에 그녀는 짧은 시간에 신분이나 지위가 무척이나 높아졌다.
"말하기도 귀찮다."
공주는 진남을 흘겨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짙은 근원의 힘이 뿜어 나와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진남의 상처가 눈에 띄게 빠르게 회복되었다.
"너는 경지가 낮지만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잖아. 가거라. 이 싸움은 네가 일으킨 것인데 네가 쥐고 있는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묘묘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은 몸이 떨렸다.
"하하하! 맞아! 공주, 잠시 후에 다시 얘기하자!"
진남이 큰소리로 웃자 그의 등 뒤에서 온갖 이보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끝없는 전의가 용솟음쳐 올라 순식간에 싸움터에 뛰어들었다.
싸움터는 혼란스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진남은 축항과 동성위 등을 주시했다.
그들은 변신술을 써 싸움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도망가려고? 어림없다!"
진남은 크게 부르짖으며 온갖 이보들을 끌고 그들을 공격했다.
"진남……"
축항 등은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진남이 자신들의 변신술을 꿰뚫어 볼 줄 몰랐다.
많은 보물들의 위력은 엄청났다.
그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쿵!
진남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이보들로 공격했다.
수많은 능력이 전부 드러났다.
원한과 갈등으로 엮인 천재들이 재가 되어 날아갔다.
휙! 휙!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청산의 눈길이 닿는 곳, 그의 칼끝이 가리키는 곳마다 문도산의 제자들과 문도보굴에 참가하러 왔던 무인들이 그의 도기에 잘려 두 동강이 나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피비린내의 자극으로 당청산의 살기는 더 맹렬해졌다.
선제의 영정 아래에는 분천황제 등의 진압을 받은 문도 노조와 문도 삼노 네 명이 쓰러져 있었다.
대진이 부서지며 중상을 입고 금술도 펼칠 수 없게 되어 그들은 일 주 향의 시간도 안 돼 무너지고 피를 토하고 기운이 떨어졌다.
"진남. 이 영감탱이들은 네가 죽이거라!"
분천황제는 낮게 소리치며 천자인으로 그들을 눌렀다.
진국현무는 크게 소리 지르더니 몸집이 급격히 늘려 그들의 등을 눌렀다.
선제의 영정이 손을 뻗어 찬란한 빛을 뿜어 짓눌렀다.
거물 셋이 동시에 공격했다.
문도 노조 등은 선혈을 뿜었다.
그들은 경지가 뚝 떨어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빳빳하게 쳐들었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성큼 내디뎌 그들의 앞으로 왔다.
바닥에 넙죽 엎드려있던 그들은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
시뻘게진 두 눈으로 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진남……. 너…… 제명에 죽지 못할 거다."
문도 노조의 거친 목소리는 마귀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이 지경이 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청룡 성주께서 왜 여러분을 죽이지 않으셨는지 아십니까? 저의 적이라서 저더러 직접 죽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청룡 성주를 여러분이 넘볼 수 있었던 상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진남은 말투가 평온했다.
문도 노조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진남은 문도 노조를 보며 물었다.
"노조께선 하역에서부터 상역 동주까지 저를 추격하셨는데, 저의 칼에 죽을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문도 노조는 가슴이 답답했다.
'진남의 칼에 죽는다고? 내가 어떻게 이 하룻강아지의 칼에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철컥!
진남은 손을 휘둘러 쥐고 있던 칼을 내리쳤다.
문도 노조, 문도 삼노의 머리가 하늘로 솟아올라 피를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