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목부의 청년
"하하하!"
진남은 호탕하게 웃었다.
'뇌겁을 부수려면 부수라지! 나에게는 단천도가 있다! 뇌겁이 부서지면 단천도를 연화하겠다.'
'단천도가 다시 세상에 나오면 어쩌면 역천무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하늘 위의 문도 노조는 진남의 웃음소리에 어리둥절했다.
'왜 저러는 거지? 뇌겁이 부서질지도 모르는데 웃다니? 이상하구나!'
이때 하늘 위의 주천신마대진이 변하여 이루어진 커다란 형상이 엄청난 신위를 뿜으며 천지뇌겁에 부딪쳤다.
우르릉! 쾅!
하늘이 부서지고 시커메지더니 수많은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격은 천지를 흔들었다.
당청산 등도 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봤다.
풉!
문도 노조 등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피를 토했다.
그들의 몸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들은 비법을 펼쳐 자신의 기운을 주천신마대진에 주입했었다.
그런데 대진이 부서졌으니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문도산의 서른여섯 개 설산이 영성이 있는 것처럼 윙윙 소리를 냈다.
설산마다 균열이 생겼다.
산봉우리가 산산조각 나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
주천신마대진은 문도산에서 천 년이나 축적한 대진이었다.
그러한 대진이 부서졌으니 문도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진남의 몸이 휘청하더니 선혈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뇌겁이 부서졌다.
존자정석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존자정석에서 윙윙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에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존자정석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터져 영롱한 빛으로 변했다.
진남의 기운이 확 폭락했다.
존자 십 단계!
존자 구 단계!
존자 팔 단계!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경지는 존자 일 단계까지 떨어졌다.
중상을 입은 몸에서 구백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만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먼지와 연기가 흩어지고 힘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평온을 되찾았다.
거물들이나 무인들이나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의 충돌은 그들의 인지를 초월했다.
"진남!"
당청산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성큼 움직여 수단을 펼쳐 진남을 회복하려 했다.
윙!
이때 단천도에서 엄청난 도기가 뿜어 나와 진남을 감쌌다.
도기는 살기가 없고 오히려 신비한 힘이 있었다.
진남의 상처가 점차 회복되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진남은 선혈을 토했다.
창백한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당청산 등은 깜짝 놀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문도 노조, 어떻습니까? 노조는 전에 엄청 대단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보셨습니까? 일 년도 안 돼 저는 주천신마대진을 돌파했습니다."
진남은 몸을 곧게 펴고 먼 곳에 있는 문도 노조를 보며 오만하게 웃었다.
"진남!"
문도 노조 등은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표정이 사나웠다.
'주천신마대진이 사라지면 설사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몇백 년 사이에 문도산은 원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기고만장하지 말거라! 대진을 부수면 뭐 하냐? 너도 폐물이 되었는데. 오늘부터 너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
문도 노조가 사납게 소리쳤다.
"폐물이요?"
진남은 하하 웃었다. 웃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폐물이면 어떻습니까? 통쾌하군요. 주천대진을 멸망했으니 폐인이 된다고 해도 저는 기쁩니다!"
모든 무인들과 거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뇌겁이 부서진 후 이렇게 기쁘게 웃는 사람을 처음 봤다.
"너!"
문도 노조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체내의 남은 성위를 전부 드러냈다.
"다들 듣거라! 오늘이 바로 문도산이 멸망하는 날이다! 오늘부터 동주에는 문도산이 없다! 죽여라!"
이때 분천황제, 당청산 등이 사납게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진남이 이 정도까지 했는데 우리가 어찌 가만있는단 말인가?'
그들의 세력으로 문도산을 멸하는 건 충분했다.
"그렇소?"
문도 노조는 한 번 훑어봤다.
서른여섯 개의 설산이 갈라졌다.
싸움이 진행되면서 문도산의 장로들과 제자들이 모두 죽었다.
검붉은 선혈만이 바닥에 흥건했다.
문도 노조는 이를 악물었다.
이 지경이 되었으니 많은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쓰고 싶지 않았지만, 영패를 사용하여 난관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문도산의 몇천 년의 내공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것 같소?"
문도 노조는 영패 하나를 꺼내 들더니 정혈을 불태워 신념을 영패에 주입했다.
당청산의 두 눈에 한기가 번쩍이더니 엄청난 도광이 천지를 물들였다.
그때, 허공에 태고의 부문이 나타났다.
속도가 무척 빨라 얼마 안 돼 엄청난 대진을 이루었다.
대진 가운데서 빛이 반짝이더니 사람 형상이 천천히 나타났다.
"응?"
당청산과 분천황제 등은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
대진 가운데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청년은 금색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눈길이 예리했다.
청년의 기운은 무성 삼 단계밖에 안 되었지만 입고 있는 긴 두루마기 가운데에 '목'자가 씌어 있었다.
상역 동주에서 가운데 '목'자가 쓰인 긴 두루마기를 걸치는 사람은 목부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문도산과 목부가 연관이 있나?'
"음?"
청년은 이상한 눈빛으로 싸움터를 훑어보더니 바로 문도 노조를 바라봤다.
그의 말투는 살짝 오만했다.
"문도 노조, 전에 우리 아버지와 조금 친분이 있어 문도산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면 도와드리겠다고 이 영패를 드렸습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바쁘셔서 오실 수 없으니 제가 왔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그의 말에 분천황제 등은 숨이 턱 멎었다.
그들은 문도산이 목부와 연계가 있을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앞에 있는 청년의 경지로 보와 목부의 직계 핵심 제자 중 한 명인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의 아버지도 엄청 대단할 것이다.'
'만약 목부가 참견한다면 오늘 어떻게 문도산을 멸망시킨단 말이냐.'
'문도산 대단하구나. 이런 비장의 수도 있다니!'
상도맹 맹주도 속으로 깜짝 놀랐다.
또, 그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문도산을 지키고 도와주기를 잘했어. 진남 이 자식! 오늘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길이 사나워졌다.
'목부…….'
그는 목부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분천황제 등의 표정에서 이 청년이 말하는 목부가 세력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진남, 일이 좀 시끄럽게 됐구나……."
난해무조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문도산이 목부를 끌어들일 줄 생각지 못했다.
목부는 동주의 주인으로 줄곧 세력들의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다투지 않았다.
만약 그의 경지가 정상 단계라면 목부 직계 핵심 제자가 아니라 목부의 부주(府主)가 온다고 해도 그를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와 시혈은 겨우 무성 경지였다.
"선배님들, 목부는 도대체 뭡니까?"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
"모르느냐?"
난해무조는 진남을 바라봤다.
"상역은 다섯 개 주로 나뉜다. 중주 외에 동서남북 각 주에는 모두 주인이 있다. 목부는 동주의 주인이고 사대 세력을 누르고 있다. 목부의 부주는 경지가 무조이고……."
시혈무조가 옆에서 설명했다.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대 세력 위에 동주의 주인 목부가 있을 줄 진짜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부주는 무조 경지구나. 그러니 이 청년이 문도 노조도 안중에 두지 않는 거구나.'
그때, 문도 노조가 청년에게 다가가 겸손하게 말했다.
"우리 문도산에 문도보굴이 있는데 몇천 년 동안 아무도 열지 못한 걸 알고 있소?"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도보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전에 그도 분장하고 보굴에 들어갔지만 지보를 얻지 못했다.
"진남 이 자식이 문도보굴의 지보를 가져갔소! 지보를 가져간 후 우리 문도산의 눈먼 검객과 내통하여 뇌령수를 타파하고 뇌검을 내려 우리 주천신마대진을 부쉈소."
문도 노조는 진남을 가리키며 흉악한 얼굴로 벌어진 일들을 낱낱이 설명했다.
청년은 진남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문도산에 와서 문도산의 상황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앞에 있는 청년이 한 짓이라니? 동주에 언제 이런 절세 천재가 나타났지?'
"저자가 지보를 가져갔다고 하셨습니까?"
청년이 물었다.
그의 눈길은 진남이 쥐고 있는 단천도에 멈췄다.
그는 진남의 등 뒤의 몇십만 개의 진귀한 보물들을 보니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소문에 지보를 얻으면 역천개명은 별거 아니라고 했다. 이 칼의 내력을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몇십만 개의 이보도 있잖아!'
목부의 핵심 제자인 그도 이렇게 많은 보물 앞에서 태연자약할 수 없었다.
"맞소!"
교활한 문도 노조는 바로 말을 이었다.
"오늘 만약 목부에서 우리를 도와 문도산의 위기를 해결해준다면 우리는 이 지보를 선물로 자네 아버지께 드리겠소. 또 여기 몇십만 개의 이보는 자네에게 주겠소."
문도 노조는 아까웠지만, 오늘 진남을 죽이면 그는 아직 예전의 청룡 성주를 얻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의 말에 청년은 두 눈에서 신광이 번쩍거렸다.
그는 엄숙하게 호통쳤다.
"다들 내 말을 듣거라. 목부에서 왔으니 싸움을 멈추거라. 감히 함부로 움직이면 우리 동주 목부에 도전하는 것이다."
쿵!
청년의 몸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빛은 '목'자를 만들었다.
글자가 나타나자 사방의 모든 것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세상에 이 글자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큰일 났어!"
분천황제 등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이 제일 바라지 않던 광경이었다.
'목부에서 끼어들었구나. 만약 목부와 적이 되어 목부 부주가 화가 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거다.'
'만약 손을 쓰지 않고 진남이 뇌겁을 잃으면 주천신마대진을 부수고 얻은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된다.'
'청년의 표정으로 보아 진남이 쥐고 있는 지보가 마음에 든 것 같구나. 어떻게 해야 하지?'
"살 길이 생겼어!"
"오늘의 원한은 마음에 굳게 새길 것이다!"
"맞아. 절대 잊으면 안 돼. 우리 문도산이 원기를 회복하면 분천고국을 멸망시켜야 해!"
문도산의 장로들과 내문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까지도 그들은 죽음의 절망을 느끼고 도망치려 했었다.
축항, 동성위, 무호 등도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위기가 사라졌다.
분천황제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도우, 목부는 동주의 주인이고 부주는 무조의 존재요. 우리 분천고국은 부주를 존경하오. 목부는 지금까지 줄곧 세력 간의 싸움에 참견하지 않았소. 자네의 말 한마디……."
상도맹 맹주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분천황제, 자네 무슨 뜻이오? 목부를 안중에 두지 않는 거요?"
"제가 어떻게 하든 상관할 바 있습니까? 제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한번 해 보십시오."
하늘 위의 청년은 분천황제의 말에 기색이 차가워졌다.
그는 분천황제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천황제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