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화 순서는 상관없다
"문도보굴을 열거라!"
눈먼 검객의 몸에서 방대한 검의가 용솟음쳤다.
목소리도 더는 잠기지 않고 오히려 쩌렁쩌렁했다.
그의 손에 영패가 열 개 나타났다.
영패 속에 성자의 힘을 주입하자 열 개의 엄청난 빛이 하늘로 솟아올라 문도보굴 앞의 광막에 부딪혔다.
쾅! 쾅!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광막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는데 엄청난 보물의 기운이 꿈틀거렸다.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단천도……."
진남은 이 광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문도 노조가 궁전 안에 앉아서 청석도장의 단청을 보고 있었다.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단청을 만난 적이 있고 자신과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고도를 쓴다. 기세가 이토록 비범한 자는 상역에도 몇 명 없다. 그리고 몇 가지 공법을 융합하는 수단도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고.'
문도 노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생각을 정리하자 머릿속의 형상이 점점 뚜렷해졌다.
그러나 이때, 문도보굴에서 엄청난 힘이 뿜어 나왔다.
이 힘은 먼 곳에서 온 것 같은데 깊이를 알 수 없고 신비하기 그지없고 기세가 높았다.
문도 노조 등도 이 힘 앞에선 모두 매우 작아 보였다.
"이건!"
문도 노조는 깜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쿵!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음이 문도산에 울려 퍼졌다!
문도보굴이 폭발했다.
휙!
연기와 먼지 속에서 엄청난 빛이 허공 속으로 날아갔다.
빛은 별안간 사방으로 펼쳐져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방원 이십 리에 퍼졌다.
마치 커다란 태양 같았다.
빛 속에서 수많은 진귀한 보물이 떠올라 엄청난 보광을 반짝였다.
슥 슥 슥.
광막 아래에 높이가 반 장 정도 되는 거대한 촛불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은 몇십만 개나 되었다.
촛불은 양쪽에 늘어섰다.
촛불은 광막의 최정상까지 이어졌다.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어떻게 문도보굴이 날아온 거지?'
"신촉도(神燭道)다! 신촉도야!"
문도 노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상도맹 맹주, 만향루 부 루주, 분천황제 등도 더없이 놀랐다.
신촉도는 삼백 년 전에 한 번 나타난 적이 있었다!
신촉도는 무인과 천재들은 촛불에 불을 많이 켤수록 진귀한 보물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삼백 년 전, 문도산의 한 천재가 신촉도에 올라 무려 스무 개의 진귀한 보물을 얻어 단번에 동주의 강자가 되었다!
한데, 지금 신촉도가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쿵!
신촉도가 닿는 광막의 끝에서 엄청난 금빛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금색의 궁전을 이루었다.
궁전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윙 윙 윙!
하늘의 광막에 걸려 있던 몇십만 개의 진귀한 보물이 동시에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금색 신궁과 지보가 나타났다. 신촉도의 끝이 바로 지보다!"
문도 노조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보다! 몇천 년 이래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전설에 지보를 얻기만 하면 십만 개의 진귀한 보물을 호령할 수 있고 위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했다. 역천개명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지보다!"
분천황제 등도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청석도장은 정적에 빠졌다.
사람들은 엄청난 변동에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도보굴이 날아오고 신촉도가 나타나고 신촉도 끝에 금색 궁전이 이루어진 것을 보자 그는 바로 궁전 안에 단천도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단청! 신촉도에 올라 끝까지 걸어가면 지보를 얻을 수 있다!"
이때 눈먼 검객이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하늘로 솟아올랐다.
지난번에 그는 경지가 부족했다!
이번에 그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
지금은 단천도만 뽑으면 큰 싸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신촉도 끝의 금색 궁전은 무언가 느낀 듯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남의 뜨거운 마음과 서로 호응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단청이다!"
"단청이야!
"그가 솟아올랐어!"
놀라움에 빠져있던 무인, 천재들은 진남의 행동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청! 당장 내려오거라!"
그러나 진남이 신촉도에 오르려는 순간 엄청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소리친 사람은 문도 노조였다!
쿵!
문도 노조는 번개처럼 빠르게 손을 썼다.
끝없는 성자의 힘이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손으로 변하여 진남을 잡으려 했다.
문도 노조는 음노와 달랐다.
그는 무성 정상의 존재라 커다란 손의 위력은 진남을 멸할 수 있었다!
"문도 노조, 꿈도 꾸지 말거라!"
혈익봉황은 사납게 소리치며 끝없는 불꽃을 뿜어 진남의 앞을 막았다.
쿵!
양대 강자의 싸움으로 엄청난 힘이 순식간에 사방에 퍼졌다.
혈익봉황은 신음을 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의 지금의 경지로 문도 노조를 상대하기는 아직 부족했다.
진남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끼지 못한 듯 매우 빠르게 신촉도로 달려갔다.
"내려오거라!"
문도 노조의 눈에서 엄청난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쿵!
그 순간 서른여섯 개의 설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산 산꼭대기에 떠 있던 신비한 대진은 부름을 받은 것처럼 빠르게 얼기설기 무늬를 만들었다.
마치 큰 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싸움이 일어나 설산을 뒤덮었다.
큰 위압이 용솟음쳐 올랐다.
서른여섯 개의 설산, 그리고 모든 생명을 멸하려는 것 같았다!
이것은 문도산에서 몇천 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대진이었다.
운용이기만 하면 위력은 상상할 수 없었다!
문도 노조는 오늘 진남을 막기 위해 이런 대진마저 움직인 것이었다!
"단청을 보호하거라!"
분천황제가 크게 외치자 분천고국의 강자들이 몸을 날려 진남의 뒤로 다가왔다.
"단청을 죽여라!"
문도 노조의 말에서 끝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문도 삼노도 정신을 차렸고, 사대 무성 강자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하늘 위의 대진도 신위를 내뿜었다.
대진은 마치 하늘이 천벌을 내리는 것처럼 분천황제 등을 공격했다.
기세가 엄청났다!
"큰일 났다!"
분천황제 등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문도 노조 네 명 중 분천황제는 한두 명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도 노조가 대진을 운용했고, 그 위력이 대단하여 억지로 싸운다면 아마 진남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단청, 우리 먼저 가자!"
분천황제가 크게 외치며 천자인을 펼쳐 순식간에 진남을 뒤덮었다.
혈익봉황이 크게 소리치자 불꽃이 사람들을 감싸고 허공을 누볐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문도 노조 등과 진법의 공격을 전부 피했다.
쿵!
문도 노조 일행이 번개처럼 신촉도 앞에 내려왔다.
화르륵!
그들의 몸에서 성광이 용솟음쳤고, 한데 엉켜 성광사슬을 만들어 방원 삼 리를 전부 봉쇄했다.
무성 강자가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분천황제 등은 몸을 날려 다른 쪽에서 나타났다
"단청……."
분천황제 등은 모두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의 표정을 보더니 더는 말하지 않았다.
진남은 안색이 물처럼 고요했다. 다만, 이마에 핏대가 희미하게 솟아 있었다.
"하늘 위의 대진이 이런 신위가 있을 줄 몰랐다."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좀 전에 그가 신촉도에 올라갔을 때 하늘 위의 대진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분천황제 등이 연합하여 그를 위해 잠깐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잠깐이면 그가 신촉도에 올라 단천도를 뽑기에 충분했다!
"반드시 단천도를 가지고 말겠다!"
진남의 눈빛이 또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 그는 칼을 뽑기 위해 왔다. 다른 사람은 뽑지 못할 게 뻔했다.
무인들과 거물들은 모두 연속되는 이변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도 노조가 차가운 시선으로 단청 등을 훑어보더니 외쳤다.
"너희들은 잘못 본 게 아니다. 이 신촉도의 끝에 있는 금색 궁전이 바로 지보다! 신촉도에 올라 모든 촛불에 불을 붙이면 지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말에 무인들과 거물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신촉도!'
'신촉도의 끝이 전설 속의 지보라니!'
'단청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든 이유가 지보 때문이었구나!'
모든 무인들과 거물들의 눈빛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만약 지보를 얻으면 역천개명은 당연한 거고, 앞날은 상상할 수 없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문도보굴은 우리 문도산의 것이다!"
문도 노조가 높은 소리로 외쳤다.
"문도보굴에는 오직 무성 이하만 들어갈 수 있다! 먼저 우리 문도산 무성 아래의 제자들을 신촉도에 올라가게 하겠다! 나머지 무인들과 거물들은 잠시 후에 신촉도에 올라가게 하겠다!"
이 말에 적지 않은 무인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먼저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지보와 인연이 있는 자라면 먼저 가든 아니면 후에 가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소!"
"문도산에서 먼저 들어가시오!"
"우리는 의견이 없소!"
상도맹 맹주 그리고 만향루 부 루주는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촉도에 올라갈 기회만 있다면 선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도산이 그들을 신촉도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지만 않으면 됐다.
"물론……. 단청 그리고 분천고국의 사람들은 제일 마지막에 신촉도에 들어갈 수 있다!"
문도 노조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단청, 너 첫 번째로 들어가고 싶지?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첫 번째로 들여보내지 않겠다! 오히려 너를 맨 마지막에 들어가게 하겠다!'
"문도 노조, 그게 무슨 뜻이오?"
분천황제 등의 눈에 원망의 빛이 용솟음쳤다. 성자의 엄청난 위압이 사방으로 퍼졌다.
"괜찮습니다."
이때, 진남이 분천황제 등에게 전음했다.
"먼저 들어가든 후에 들어가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뭐라고……?"
분천황제 등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방금 진남은 제일 앞에서 돌진했고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듯했다.
진남은 안색이 평온해졌다.
그는 문도보굴에 이변이 발생하고 신촉도가 나타난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지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 모든 건 아마도 전신의 오른팔이 일부러 만든 상황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진남은 지난번에 칼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예 만약 진남이 여전히 뽑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공개했다.
'내가 여기 있는 한 내가 칼을 뽑을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아무도 단천도를 뽑지 못할 것이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때문에, 순서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명을 전달하거라. 무성 이하의 제자들은 모두 문도보굴로 오거라!"
문도 노조가 명령을 내렸다.
잠깐 사이에 문도산의 서른여섯 개 설산 속에서 다급한 구리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어 수많은 신념이 제자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영패 속에 주입되었다.
잠시 후 문도산이 시끄러워졌다.
"뭐라고? 신촉도가 나타났다! 지보를 얻을 기회가 왔다!"
"뭐? 빨리 가자!"
"내가 먼저 하겠다!"
휙! 휙!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