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화 등장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표정이 살짝 변했다.
"사마공과 용호구나."
"저 둘은 경지가 대단해. 잠룡방 순위를 확인했는데 순위가 또 올라갔어."
"문도 영패를 쟁탈전 때 저들과 엮이지 않아야 해."
무인들은 표정이 어두웠다.
적풍운과 같은 천재들을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사마공과 용호 같은 천재들이라면 그들은 무시할 수 없었다.
"너희 둘이 상도맹을 털려고? 그런 기회가 없을 것 같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살기를 품고 울려 퍼졌다.
축항은 성큼성큼 다가와 사마공과 용호를 노려봤다. 그가 손에 든 칼은 빛을 번쩍였다. 몇 개월의 수련을 거쳐 무적존자의 기운이 풍겼다.
문도산의 제자들이 하늘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축항은 벌써 손을 써서 이들을 죽였을 것이었다.
"아이고, 축항 꼬마구나. 누군가 했어. 이 어르신한테 도전하려고?"
사마공은 아무렇지 않게 축항을 도발했다.
주변의 무인들은 그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었다.
사마공은 너무 웃겼다. 동주에서 축항 꼬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너, 이 배신자! 감히 여기서 건방을 떨어!"
축항은 안색이 변하고 몸속의 기운이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축항아, 이런 놈들 때문에 화낼 게 있느냐?"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호였다.
무호는 표정이 음침하고 핏빛이 어린 두 눈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엄청난 살초를 펼칠 것만 같았다.
지난번 일에 그는 타격을 크게 입었다.
주변의 무인들은 시선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무호도 올 줄은 몰랐다.
"이런 놈들이라니? 너 입이 좀 더럽구나."
용호는 고개를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무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잠룡방 서열 십 위였다. 언제 그의 앞에서 이렇게 건방을 떠는 사람이 있었겠는가!
그때였다.
몇십 명의 문도산 제자들이 날아오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문도 영패 쟁탈전을 시작하겠다. 진법에 들어와 싸우거라! 영패를 얻으면 문도보굴에 갈 수 있다."
쿵!
빙하도장에 큰소리가 울리더니 허공이 조금씩 열리고 대문의 형상이 생겨났다.
문을 지나면 싸움터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자!"
무인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은 더 이상 용호 일행과 축항 일행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사람들은 물고기가 용문을 뛰어넘듯이 문을 넘어갔다.
잠시 후, 도장에는 무호, 축항, 사마공, 용호만이 남았다.
"무호 사형, 문도 영패 쟁탈전에 참가하지 않습니까?"
하늘에 있던 문도산의 제자가 무호를 보자 공손하게 말을 했다.
"아니, 한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다."
무호는 손을 저었다. 그리고 사마공 일행을 흘겨보았다.
"왜? 너희들도 한 사람을 기다리느냐?"
적풍운은 사마공과 용호를 쳐다봤다.
"아무나 나한테 말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용호는 눈을 흘기며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한 명이 안 왔어. 그를 기다려야지."
사마공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남은 보물을 팔고 아직 터뜨리지 않았다. 무언가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그는 잘 알지 못했지만, 직감으로 이번 문도보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풍운은 깜짝 놀랐다.
'아직 한 명이 안 왔다고?'
그때 어떤 그림자가 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그자가 폐관 수련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삼 개월 동안 폐관 수련을 했다.
'이번에 그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 * *
문도산의 주 봉우리에 있는 장교전.
제일 위쪽에 앉은 문도 노조가 제일 윗자리에 앉아 있었고 좌우 양쪽은 상도맹주, 부맹주, 만향루 부루주, 혈익봉황, 분천황제, 진국현무, 주벽화, 용연수가 변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보굴이 열릴 때 상도맹주는 직접 오지 않는데, 최근 상도맹이 두 번 연속 실패하자 직접 온 것이었다.
분천황제와 많은 강자들이 총출동한 것은 단청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오지 않았다면, 문도 노조 등은 수단을 써서 단청을 죽이기가 쉬울 것이었다.
장교전에는 두 개의 광막이 있었다.
하나는 다섯 번째 무리의 무인과 천재들이 영패 쟁탈전에 참가하는 모습이고 두 번째는 빙하 도장의 상황이었다.
혈익봉황은 꿈쩍도 하지 않는 무호와 축항을 보며 물었다.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 문도산과 상도맹의 두 천재가 연합하여 단청을 기다립니까? 문도 영패도 못 얻게 하려는 겁니까?"
그는 말을 돌려서 하지 못했다.
"그렇소. 단청을 기다리는 거요. 허허."
문도 노조는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었다.
단청은 천기부조를 가지고 있으니 계속 발전하게 둘 수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단청이 문도 영패를 못 얻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혈익봉황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같은 시각 빙하 도장.
적풍운도 눈치챘다. 무호와 축항은 단청을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문도 영패를 얻을 때 단청을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단청을 도와준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빙하 도장은 금세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무인 중에는 만향루, 상도맹과 다른 세력의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대부분 사마공, 용호 그리고 무호에게 머물렀다.
이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다.
여섯 번째 무리의 사람들도 이내 떠났다.
빙하 도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무인들이 가득 찼다.
"진남, 그놈이 왜 아직도 안 오지?"
용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 몸의 시간은 귀하다고!'
쿵!
바로 그때 엄청난 기운이 몰려왔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기세는 무적 무존의 기운이고 심지어는 무호보다 좀 더 큰 기운이었다.
사람은 고개를 돌리고 온 사람을 보더니, 안색이 변하였다.
"동성위(童星衛)! 동성위다! 저자가 왜 온 거야?"
"저런 인물은 문파에서 문도 영패를 줘야지 여기까지 오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런!"
나타난 사람은 흰색 옷을 입고 얼굴이 칼로 깎은 것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눈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옅은 하늘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더 이상한 것은 그의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찌르고 목숨을 앗아갈 것 같았다.
적풍운도 깜짝 놀랐다.
동성위!
문도산 오대 진전 제자들 중 서열 일 위로 양공 위에 있었다. 잠룡방 서열 칠 위이고 실력이 강했다.
"사형!"
무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얼굴에 존경을 드러냈다. 축항도 급히 공수했다.
"응. 단청이 오면 알려줘."
동성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둘을 보지도 않은 채 빙하 도장의 중앙에 내려앉아 눈을 감았다. 호흡도 고른 것이, 마치 잠을 자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에게선 한기가 뿜어져 나와 방원 이십 리 안에 있던 천재들은 몸을 부르르 떨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주변이 텅 빈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저놈……. 자는 척하기는……."
용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동성위는 무호 같지 않았다. 쉽게 건드리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문도산에서 동성위까지 불러 단청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사마공은 혼잣말을 했다.
적풍운 등은 일제히 안색이 나빠졌다. 무호과 축항이 손을 잡은 것은 그들이 연합하면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성위가 더해 졌으니 만향루, 문도산, 그리고 상도맹의 제자들까지 목숨을 건 시합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예상한 대로였다.
아홉 번째 무인들을 안으로 데려갔다.
열 번째 무리!
열두 번째 무리!
열다섯 번째 무리!
스물아홉 번째로 무인들이 허공의 문에 들어가자 빙하 도장에는 동성위, 무호, 축항을 우두머리로 한 서른여 명의 만도산, 만향루, 상도맹의 제자들만 남았다.
다들 인재들이라서 경지가 엄청났다.
그들은 세력을 뭉치진 않았지만, 적풍운 등에게 보이지 않는 큰 위엄을 드러냈다.
"이렇게 많은 천재가……."
적풍운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들은 단청에 대한 믿음이 컸지만, 이렇게 많은 천재들이 모여 혼전이 벌어지면 걱정이 되었다.
단청이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콜록! 사마공, 우리 문도보굴에 참가하지 말까?"
용호는 헛기침을 했다. 아까의 거만함은 전혀 없었다.
사마공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왜 그리 못났소?"
그러나 사마공도 눈살을 찌푸렸다. 진남은 그에게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도 진남이 문도보굴에 올지 잘 몰랐다. 지금의 형세를 보면 진남이 문도보굴에 오는 것이 백해무익했다.
진남이 첫 번째 공격을 이겨낸다고 해도 그들은 문도산에 있으니 문도 노조와 같은 인물들이 손 쓰기 좋은 장소였다.
"이제는 마지막이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분천고국의 단청은 왜 오지 않느냐? 설마 겁을 먹은 거냐?"
축항이 성큼 나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
무호와 다른 천재들도 표정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충분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반나절이나 기다려도 단청이 오지 않자 답답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멀리 장교대전에 있던 문도 노조도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변신의 술책을 써서 어물쩍 넘어간 것일까, 아니면 정말 감히 오지 못했을까?'
그렇다고 실망은 하지 않았다. 이 계획은 자그마한 계략일 뿐이었다.
단청이 감히 오지 못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그들의 예상했던 것이었다.
분천황제 등 사람들은 시종일관 안색이 변함이 없었다.
그때 빙하도장 하늘에서 빛이 별똥별처럼 하늘을 가르더니 엄청난 기운으로 다가왔다.
천재들은 안색이 변했다.
동성위도 눈을 번쩍 떴다.
'대단한 기세야!'
"하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나타난 사람은 진남이었다.
* * *
주봉 장교대전.
"저놈이 감히 나타나다니!"
문도 노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빙하 도장에는 동성위 등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었다.
'누가 봐도 음모가 가득한데 단청이 나타난 것은 자신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걸까?'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진남을 훑어보았다.
삼 개월이 지난 후 진남은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기운은 무척 강해졌다.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문도 노조 등 거물들도 다 들여다볼 수 없었다.
"저 녀석……."
분천황제 일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들은 마음속에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삼 개월이 지났다.
'단청은 이번에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 * *
빙하 도장.
"단청!"
"진짜 단청이야!"
"허! 강한 기운이다. 동성위보다 못하지 않아!"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무인들은 오래전부터 단청의 이름을 들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데, 오늘 만나보니 그의 기운에 기가 눌렸다.
"어이!"
용호는 고개를 들고 부르더니 거만해졌다.
"자식, 왔구나! 봤느냐? 형님이 데리고 온 늑대인간들이 멋있지? 대단하지? 가지고 싶으냐? 하하하, 안 줘!"
도장에는 용호의 거만한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사마공은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