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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14화 (414/1,498)

414화 보굴 안으로 들어가다

"선배님, 오해십니다. 칼이나 검이나 사용하는 사람의 실력을 봐야지 무기 그 자체는 강약이 없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검을 사용하지 않기에 검의를 드러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의 검의를 도의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진남은 손가락을 굽히고 아래로 힘껏 휘둘렀다.

차가운 빛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도의가 도장을 갈랐다. 도의는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는데 눈먼 검객의 검의와 똑같았다. 위력이나 두께가 무호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이게……."

이제 무호까지 깜짝 놀랐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청년은 고작 십 주 향이 타는 동안 검의를 깨닫고 그것을 자신의 도의로 바꿨어?"

'대체 얼마나 대단한 무예 천부를 가지면 가능한 일일까?'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지 상황이 정리되었다.

"이번 심사는 검흔을 보고 검의를 깨닫는 것이었다. 본질을 보면 무예 천부와 오성을 비기는 것이다. 나는 칼을 사용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번 시합은 네가 이겼다. 보굴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도 너에게 주겠다."

눈먼 검객은 말투에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칼을 쓰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저 청년은 대체 어디서 왔기에 무호도 그의 상대가 안 되는 것일까?'

궁양은 한숨을 내쉬고 실소를 터뜨렸다.

'이 녀석, 한결같이 곧구나. 살짝 바꿔서 검을 사용해도 되는데 굳이 검의를 자신이 사용하는 도의로 바꾸다니!'

유독 무호만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졌다! 내가 졌다니! 그것도 이름도 없는 하찮은 놈한테 지다니!'

"이럴 수가……."

무호는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눈먼 검객이 없었다면 그는 최강 살초를 사용해서라도 신비한 청년을 죽였을 것이다.

축항도 정신을 차리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문도보굴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하다니! 이걸 상도맹에 어떻게 말하지?'

시혈난해에서도 그는 두 번이나 실패했다!

"저, 저기……. 나는 축항이다. 부탁이 있는데 문도보굴에 들어가거든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나에게 알려줄 수 있느냐? 걱정 말거라. 네가 원하는 보물을 상도맹에서 다 주겠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큰 신세를 진 거로 하면 안 되겠느냐?"

축항은 앞으로 다가가 진남에게 직접 물었다.

상황은 이미 결정이 되었다. 축항이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니 그저 자세를 낮추고 이 청년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축항은 자신이 제시한 조건이면 앞에 있는 청년은 반드시 대답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축항이 제 발로 찾아올 줄 몰랐다.

'상도맹은 문도보굴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쓰는가 보구나!'

"미안한데 난 너를 모른다. 그러니 귀찮게 하지 말거라."

진남은 입꼬리를 올리고 인정사정 보지 않고 거절했다.

축항은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나를 모른다고? 장난해? 동주에서 누구나 나를 아는 건 아니지만 많은 천재들과 세력들은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나와 저 청년은 갈등도 없잖아.'

"받거라!"

축항이 허튼 생각을 하기 전에 눈먼 검객은 손을 굽혀 칠색지광(七色之光)을 튕겼다. 칠색지광은 불꽃처럼 진남의 몸에 닿더니 온몸에 퍼져 진남을 칠색지인(七色之人)으로 만들었다.

"한 주 향이 탈 동안이다. 빨리 갔다 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바로 죽는다!"

눈먼 검객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궁양에게 눈짓했다. 그리고 성큼성큼 동굴 입구에 있는 광문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보굴에 들어가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이제 여기에서 떠나거라!"

눈먼 검객이 차갑게 말했다.

목소리가 높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선……."

무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눈먼 검객의 위엄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궁양을 한번 노려보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다른 제자들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

도장은 조용해졌다.

눈먼 검객은 손가락으로 검의를 튕겨 도장을 감쌌다. 그것은 검의로 된 금제였다. 이제부터 도장에서 싸움이 벌어진다고 해도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설마 그 녀석인가?"

눈먼 검객은 놀란 말투로 중얼거렸다.

* * *

진남은 광막을 지나서 별 탈 없이 문도보굴에 들어섰다.

"드디어 들어왔어……."

진남은 한숨을 쉬었다.

이때 그의 왼쪽 눈, 왼팔 그리고 피까지 자극을 받은 것처럼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진남은 먼 곳에서 익숙한 기운이 자신을 이끈다는 것을 느꼈다.

진남의 단전에서 경지를 회복 중이던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도 무언가 느끼고 주변을 살피더니 경악했다.

"문도보굴이잖아?"

"너 왜 여기로 왔느냐?"

진남은 두 무조의 질문을 무시하고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문도보굴은 단순히 동굴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었다.

발아래는 검붉은 땅이 끝없이 이어졌고, 머리 위에는 끝없는 어둠이라서 허공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어둠 속에는 이보들이 걸려 반짝반짝 빛을 냈는데 마치 밤하늘의 별들 같았다.

엄청난 세계에서 진남은 작게만 느껴졌다.

여기가 바로 문도보굴이었다.

"여기에 있는 이보들은……."

진남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충격받은 말투였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대략 살폈다. 여기에 있는 이보들은 하늘의 은하수처럼 양이 엄청나서 셀 수 없었다.

콩닥, 콩닥, 콩닥…….

진남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신비하고 묘하기도 하며 익숙한 부름이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아까보다 더 격렬했다.

진남은 저도 몰래 발을 옮겨 그쪽으로 향했다.

"단청, 너 왜 그래?"

난해무조는 깜짝 놀랐다. 단청의 모습은 마치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어둠에 들어가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 같았다.

진남은 호통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이내 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앞에는 끝없는 어둠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남은 한 걸음, 한 걸음 검붉은 땅에서 소리 없이 전진했다.

진남은 처음에는 기쁨, 기대 등으로 기분이 복잡했지만, 이제는 차분해졌다.

전신의 왼쪽 눈이나 전신의 왼팔을 얻을 때는 우연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찾아왔다.

"단청, 이런……. 너 괜찮은 거지?"

난해무조는 진남을 살폈다. 시혈무조도 표정이 무거워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의 정신이 온전한 것을 확인하자 두 사람은 시름을 놓았다.

"허허, 내가 너를 걱정하겠느냐? 그저 호기심에 물어본 거다……."

난해무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시혈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진남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으면 그들도 부활할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이쿠, 저거 적염우(赤焰羽) 아니냐! 이렇게 오랫동안 가져간 사람이 없었어? 이 창도 엄청 대단하지! 한번 찌르면 방원 백 리에 불꽃이 폭발하는 것이 반보제기도 비교가 안 된다."

난해무조는 과장된 소리를 질렀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살폈다.

하늘에는 세 장이나 되는 불꽃에 둘러싸인 창이 있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창은 얌전히 허공에 걸려서 엄청난 위엄을 풍겼다.

이러한 이보는 성도지기나 반보제기와 완전히 달랐다.

이보는 천지가 낳은 보물이고 생겨난 후에는 독특한 위력을 뽐냈다.

이보는 반보제기보다 강한 것도 있고 영기보다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문도보굴의 이보는 달랐다. 몇십만 개의 보물들은 엄청난 위엄을 가졌는데 보물들마다 명성이 자자해서 동주 강자들이 욕심을 냈다.

"와! 횡립혈도(橫立血刀)는 아직도 여기 있구나!"

말수가 적은 시혈무조도 말문이 트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횡립혈도를 가지고 싶었다. 그의 경지에서 횡립혈도를 사용한다면 최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러 번 노력해도 얻을 수 없었다.

"아이고, 무언정(無言鼎)도 가져간 사람이 없구나……."

"허, 무정무법검진(無情無法劍陣)도 아직 있구나. 이렇게 좋은 보물들을 안 가져간 걸 보니 예전에 들어왔던 천재들은 눈이 멀었나 보구나!"

"혈망령(血芒鈴), 혈망령이다!"

양대 무조는 풍채를 잃고 과장되게 비명을 질렀다.

문도보굴은 보물 세계 같았다.

그러니 무조들이라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문도산이 몇천 년 동안 보굴의 물건들을 가지고 싶어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보들을 다 가지게 되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강해질 수 있었다.

진남은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여기에 있는 보물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때, 진남은 앞쪽에 타원형의 광막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광막은 무지개색으로 빛이 났다. 엄청난 위엄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그 위압 앞에서 무조들도 개미처럼 느껴졌다.

"이건…… 전신의 기운이다!"

진남은 두 눈에서 끝없는 정광이 뿜어 나왔다.

전신의 오른팔이 무지갯빛 광막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청! 앞으로 가지 말거라! 광막 속에 있는 보물은 보굴의 지보이다! 몇천 년 동안 무조 강자라고 해도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 우레 같은 공격을 받았다."

난해무조는 안색이 확 바뀌더니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는 진남이 일시적인 기분에 달려들 것 같았다.

"그래, 함부로 가지 말거라."

시혈무조도 그를 말렸다.

슉!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광막에 달려들었다.

"아니……!"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방금 경고했잖아! 단청, 네 이놈! 막무가내로 뛰어들면 죽는다니까!"

"막아야 해!"

두 무조는 안색이 변해서 얼른 진남을 막을 수단을 펼치려고 했다. 그런데 진남의 몸에서 강한 힘이 드러나 둘이 말릴 수도 없게 했다.

진남은 그대로 광막에 부딪혔다.

'끝났다!'

무조들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들은 부활하기 위해 천기도에 들어갔고 천기 할멈의 도움으로 어렵게 진남의 몸에 들어가서 희망이 생겼다.

'이놈이 함께 죽자는 거야? 억울해 죽겠네!'

"응?"

그때 문득 두 무조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들은 앞을 살펴보더니 충격을 받았다.

'어찌 된 일이지?'

'광막에 부딪혔는데 아무 일도 없어?'

'이, 이건 논리에 맞지 않아!'

'어, 어떻게 한 거지?'

진남은 광막에 뛰어든 후 두 무조의 충격을 무시하고 앞쪽을 보았다.

광막에 낡은 제단이 떠 있었다.

제단 위에는 각양각색의 요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신들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신마들의 선창(禪唱)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도심(道心)이 진동했다.

제단의 중앙에는 세 구의 백골이 있었는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받쳐 들고 고개는 약간 뒤로 젖힌 모습이 보였다.

백골들의 중심에는 칼이 잔잔하게 떠 있었다.

칼은 무늬도 없고 부문도 없고 금제도 없었다. 특이한 점이 없는 보통의 칼이었다.

그러나 누구든, 어떤 경지의 사람이든 그 칼을 보면 무릎을 꿇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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