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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13화 (413/1,498)

413화 검을 업신여기는 거냐!

"다들 닥치거라!"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진남도 그 목소리에 몸이 떨렸다. 보통의 호통 소리가 아니었다. 듣는 사람의 심경에 영향을 주었는데 경지가 낮으면 심경이 무너져서 멍청해질 수도 있었다.

도장에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은 일제히 돌아보았다.

한 청년이 느긋하게 다가왔는데 존자 정상급의 기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신기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한쪽 눈에 열여덟 개의 혈점(血點)이 무질서하게 있었는데 진법 같기도 하고 심연(深淵) 같기도 했다.

"무호(武昊)!"

"무호도 왔어!"

"무호가 직접 왔다니!"

무인들과 제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존경스럽고 두려운 시선으로 무호를 바라보았다.

궁양이 왔을 때도 이런 반응은 아니었다.

"계속 떠들어댈 거야?"

무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 핏빛이 언뜻 스쳤다. 마치 당장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다.

무인과 제자들은 가슴이 서늘했다. 사신이 목구멍을 꽉 누르고 있는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찮은 이들이 자신의 앞에서 떠드는 것을 싫어했다.

'지급 구품 무혼에 존자 정상급의 경지를 가지고 있어. 아니야, 무적 존자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아. 그리고 저자의 눈은 천성적으로 이동(異瞳)이야. 엄청난 힘을 가진 눈이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무호를 한번 훑었다.

무호의 존자의 힘은 구백아흔아홉 개를 넘어 천 개였다.

존자의 힘이 천 개에 달한 이는 무적 존자라고 불렀다.

궁양도 무적 무존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 양공 사제도 여기 있었구나!"

무호는 시선을 돌리다가 궁양을 발견하고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것 같았다.

"무 사형을 뵙습니다."

궁양은 눈에 차가움이 스쳤다. 그는 무표정하게 공수하고 인사를 했다.

문도산의 오대 진전 제자 중 궁양은 오 위이고 무호는 사 위였다. 최근 이 년 동안 궁양이 급히 치고 올라왔고, 위기감을 느낀 무호는 여러 번 궁양에게 싸움을 걸고 시비를 걸었다.

짧은 인사에서 진남은 둘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공 사제, 이번에 온 것은 문도보굴 때문이냐? 응? 이자는 누구냐?"

무호는 그제야 궁양 옆에 있는 진남을 발견하고 아래위로 살폈다. 진남이 경지가 고작 존자 팔 단계라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를 잃었다.

'양공의 친구라고 해서 절세천재인 줄 알았네!'

"그냥 친구입니다."

궁양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때.

눈먼 검객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천재들도 다 왔으니 심사를 준비하거라. 이번 심사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너희들 중에서 한 명만이 문도보굴에 들어갈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검객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눈먼 검객이 한 사람만 보굴에 들어가게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몇십 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면 그들과 같은 제자들과 무인들이 어떻게 양공이나 축항 그리고 무호 같은 천재들과 겨룰 수 있겠는가?

궁양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문도산에 와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데, 진남을 순조롭게 문도보굴에 들여보내지 못한다면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었다.

후!

궁양은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계획에 없었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이번 심사에 참가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무호와 축항은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궁양은 심사에서 통과된다면 보굴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진남에게 줄 예정이었다.

"선배님, 심사 내용은 무엇입니까?"

무호와 축항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호는 궁양을 무시했다. 그러나 궁양이 진지하게 대해야 할 상대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심사 내용은 쉽다."

눈먼 검객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심사 내용을 말하기 전에 한마디 충고하마. 이번 심사가 끝나고 한 달 내에는 누구도 문도보굴에 들여보내지 않을 거다. 이번에는 문도 노조가 와서 부탁해도 안 된다. 문도보굴은 삼 개월이 지난 후 다시 열린다."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문도산은 문도보굴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외부 무인들도 심사를 통과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으로 보굴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게 했다. 이 방법은 문도산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혹시 기인이 나타나서 문도보굴을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이들이 온 것은 문도보굴의 이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 달 후에 보굴이 원상태를 회복하면 어떻게 이변을 알아본단 말인가?

"심사 내용은 매우 쉽다. 검흔(劍痕)을 보고 검의(劍意)를 깨달으면 된다. 먼저 깨닫는 사람이 승자이다. 동시에 깨닫는다면 다시 무예를 겨루겠다."

눈먼 검색은 손가락으로 바닥에 금을 그었다.

쿵!

하늘에 닿을 듯한 검의가 폭발하더니 도장을 둘로 갈랐다. 엄청난 검의가 낙인처럼 깊이 새겨져서 흩어지지도 않고 방대한 힘을 풍겼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검의만으로도 그들을 죽이기 충분했다.

"검흔을 보고 검의를 깨닫는다라……."

진남은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운이 좋군, 심사 내용은 내가 잘하는 종목이다!'

"지금부터 시작하거라!"

눈먼 검객은 한마디하고는 입을 닫았다.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그는 눈꺼풀을 살짝 움직였다. 그는 앞에 있는 여러 천재들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벌써 몇천 년이 지났다. 그자가 진짜 나타날까?'

눈먼 검객은 중얼거리며 야윈 손을 꽉 쥐었다.

제자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깊은 골짜기처럼 패인 검흔을 살폈다.

검의를 깨닫는 것은 사실 무예 천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런 심사는 일분일초가 소중했다. 여러 무인들은 이미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신을 드러내 검흔을 덮고 자세히 느끼기 시작했다.

"하하, 검의를 깨닫는 심사라니!"

별안간 커다란 웃음소리가 당돌하게 울려 퍼졌다.

무호였다.

무호는 본래 성이 무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이동(異瞳)을 지니고 태어나고 뛰어난 무예 천부를 보여줬기에 성을 무씨로 고쳤다.

무예 천부만 놓고 본다면 문도산에서 최고였다.

축항은 무호의 천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시름을 놓았다. 이번 기회는 어렵게 얻은 것이라 다른 변고가 생기지 않기를 바랬다.

궁양은 무표정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무호의 무예 천부가 대단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무예 천부가 대단한들 진남에게 비교할 수 있을까?

진남의 무예 천부는 동주뿐만 아니라 창람대륙에서도 최고였다. 이번 심사는 특별히 진남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 양공의 표정이 왜 저렇게 홀가분하지?'

무호는 궁양을 힐끗 보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마 비장의 수라도 있는 걸까? 양공은 무예 천부가 나보다 못하다. 그런데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옆에 있는 청년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무호는 진남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어찌 됐든 검의를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해!'

무호, 축항, 궁양,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신을 드러내고 검의를 느꼈다.

여러 사람들과 다른 것은 진남은 왼쪽 눈을 뜨고 검의를 훑어봤다.

'검의는 단단하고 맹렬해서 용 같은 기세를 가졌다. 때문에 검의가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는 거야. 삼도성이 남긴 도의와 완전히 다른 풍격이다…….'

진남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검의에 대한 이해도 점점 뚜렷해졌다.

도장은 침묵이 흘렀다. 무인과 제자들은 검의를 깨달으려고 애를 썼다.

눈먼 검객은 동굴 앞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일 주 향.

이 주 향.

삼 주 향.

십 주의 향이 타들어 갔을 때, 두 개의 기운이 동시에 터지며 방대한 검의를 풍겼다. 눈먼 검객의 검의와 똑같았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도장은 들끓기 시작했다.

"고작 십 주 향이 탔을 뿐인데 깨닫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두 명이나!"

"무호다! 무호의 무예 천부는 역시나 대단해! 그런데…… 저 녀석은 누구지?"

"나도 몰라! 양 사형이 데려온 자 같아! 한데, 무예 천부가 무호와 비슷하다니!"

제자들은 모두 눈을 떴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무호와 무예 재능을 비길 수 있는 사람이라니 너무 대단했다.

무호와 축항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들도 생각지 못한 결과였다.

"양공!"

무호는 살짝 어두워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네가 데려온 친구는 무예 천부가 나와 비슷하구나. 참 대단하다!"

무호는 그제야 양공이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러나 궁양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진남을 보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무호의 무예 재능이 진남과 비슷하다고? 그럴 리 없다! 진남은 사신대도 부순 대단한 사람이다!"

"다들 조용히 하거라!"

눈먼 검객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은 동시에 검의를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 무예를 겨루거라. 누구의 검의가 더 강한지 보자꾸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무호와 진남을 번갈아 보았다.

그들은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무호와 신비한 청년이 무예를 겨루면 누가 이길지 궁금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상역 동주에서 나와 무예 천부를 겨룰 수 있는 사람은 네가 유일하다. 그것만으로도 너는 영광스러워해도 된다. 그러나 시합은 내가 반드시 이길 것이다!"

무호는 눈에서 핏빛을 뿜었다.

그는 손가락을 도장에 대고 힘껏 휘둘렀다.

쿵!

방대한 검의는 엄청난 힘을 풍기며 도장을 갈랐다.

골짜기에서 풍기는 검의는 눈먼 검객의 것과 똑같았다. 다만 위력이 조금 부족했다.

"대단해!"

제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작 십 주 향이 타는 동안 무호는 눈먼 검객의 검의를 완전히 깨우쳤다.

"네 차례다!"

무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앞에 있는 청년이 짙고 두터운 검의를 뛰어넘지 못할 거라고 무호는 확신했다.

진남은 앞으로 나섰다. 사람들이 주목하는데도 표정은 여전히 평소와 같았다.

그는 눈먼 검객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검을 쓸 줄 모르고 칼을 사용하는데, 혹시……."

쿵!

별안간 눈먼 검객은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뭐라? 검을 업신여기는 것이냐? 칼이 뭐가 좋으냐? 검이야말로 병기 중의 왕이다!"

눈먼 검객은 한마디 한마디 힘을 실어서 말했다.

엄청난 기운은 큰 산처럼 사람들을 눌렀다. 마치 그들의 무릎이라도 꿇게 하려는 것 같았다.

진남의 말에 눈먼 검객이 기분이 상한 것이다.

눈먼 검객은 평생 검을 좋아하고 검만 사용했다. 칼을 사용하는 사람을 약간 얕잡아보기도 했다.

진남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 정도 위압에 겁을 먹을 진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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