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화 하필 건드려도……
동주에서 엄청난 폭풍이 일고 있을 때 진남과 소일백호는 백호성 황궁으로 돌아왔다.
"넌 봉황영으로 가서 주벽화를 찾거라, 난 좀 휴식하겠다."
소일백호는 몸을 흔들어 흰색 빛으로 변하여 제천도장에 떨어졌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다시 한번 공수하고 몸을 날려 봉황영으로 왔다.
황토도장에서 주벽화, 왕노, 적풍운, 용호, 목성야 등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진남을 보자 주벽화와 왕노는 웃으며 말했다,
"잘했다!"
적풍운과 목성야 등의 눈에 존경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시혈난해의 장면을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청이 역경을 뚫고 천기부조 등 삼 대 지보를 얻다니.
그들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천황제, 혈익봉황 등 거물들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분천고국의 모든 강자들이 진남의 앞에 모여들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진남은 분천고국의 중심이 되었다.
"이번에 제가 천기부조 등을 얻을 수 있고 순조롭게 분천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훗날 이 정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진남은 정중한 표정으로 공수하고 말했다.
"너 이 자식……."
혈익봉황, 주벽화, 진국현무는 코끝이 찡했다.
분천황제는 눈빛을 반짝였다. 긴장했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번에 분천고국은 최선을 다해 진남을 돕느라 손실이 엄청났다. 만일 진남이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분천고국은 진짜 손해가 클 것이었다.
"앞으로 삼대 세력이 너를 주시할 거다. 우리가 네 몸에 신식낙인을 찍으면 네가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 우리 제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분천황제는 무언가 생각난 듯 당부했다.
혈익봉황 등도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거절하지 않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람들과 시혈난해에서 있는 일들을 얘기하고 난 후 봉황영 부근의 산맥으로 와 은밀한 곳을 찾아 금제를 치고 품에서 전신의 옥간을 꺼냈다.
"후……."
진남은 눈빛이 예리해져 천천히 탁한 기운을 뿜었다.
그는 체내의 혼돈지기를 움직여 전신의 옥간에 주입했다.
그는 전신의 오른팔이 지금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옥간에 적힌 내용을 보는 순간 그는 어리둥절했다.
전신의 옥간에는 일곱 글자뿐이었다.
문도산, 문도보굴!
진남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의 표정이 복잡했다. 그는 전신의 오른팔이 문도산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건 전신의 오른팔이 일부러 계획한 것일 수 있어."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지금 문도산의 문도 노조 등과 관계가 아주 나빴다. 언젠가는 반드시 생사대전을 해야 했다. 한데, 전신의 오른팔이 여기 있다는 건 뭔가를 암시하는 게 분명했다.
"전에 하역에서 청룡 성주는 문도 노조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남겨준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전신의 오른팔이 여기 문도산의 문도보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미리 준비해 놓은 것 같구나……."
진남은 인과를 전부 깨달았다.
이건 청룡 성주와 전신의 오른팔이 그를 단련하기 위해 꾸민 것이었다.
"그런데 문도보굴은 어떤 곳이지? 음……. 나중에 선배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어 여러 가지 생각을 전부 떨쳐냈다.
전신의 오른팔이 있는 곳을 알았으니 그는 조급해하면 안 됐다. 우선 체내의 양대 무조의 의지와 천기부조를 잘 처리하고 다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천기부조……."
진남은 단전 내의 부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부조는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줄곧 꿈틀거리며 혼돈지기를 전부 삼켜버렸다. 지난번에는 그나마 말을 잘 들었지만, 이번에는 말을 듣지 않고 미친 듯이 빼앗을 수도 있었다.
"먼저 너에게 조금 주겠다. 반항하지 말거라. 아니면 혼돈지기를 한 개도 얻지 못할 거다!"
진남은 외쳤다.
천기부조는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진남도 인색하지 않고 바로 삼천 개의 혼돈지기를 뿜어 천기부조에게 줬다.
윙.
부조는 살짝 흔들리더니 빛의 용이 헤엄치는 것처럼 아래위로 꿈틀거렸다. 현묘한 기운이 안에서 꿈틀거렸다. 마치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응? 설마 영체를 만드는 건가?"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 속의 오묘함을 보아내지는 못했지만, 생명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쩐지 이 부적이 스스로 달려온다 했어……. 혼돈지기가 그것의 영성을 키울 수 있구나."
진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의 긴장도 풀렸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몇 달이 지나지 않고는 천기부조 내의 영체는 완전히 자랄 수 없었다.
"양대 무조의 의지에 혼돈지기를 조금 주입하자!"
진남은 각각 천 개의 혼돈지기를 내보내 두 개 의지 속에 주입했다.
쿵!
두 개의 방대한 기세가 의지에서 용솟음쳤다. 진남 등 뒤에도 두 개의 빛이 솟아오르더니 천천히 사람 형상을 이루었다.
"봉황원신과 같구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혼돈지기를 안에 주입하면 양대 의지가 양대 무조로 부활할 수도 있었다. 물론 가능성이 있을 뿐이었지만.
"하하! 드디어 깨어났다!"
"흥!"
큰 웃음소리와 차가운 콧방귀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생김새가 비슷했다. 모두 흰색 팔자수염을 기른 노인이었다. 한 명은 파란색 장포를 걸쳤고 한 명은 혈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한 명은 차갑고 한 명은 뜨거웠다.
두 사람은 각각 난해무조(亂海武祖)와 시혈무조(弑血武祖)였다.
그들은 의지에서 사람 형상을 되찾았지만, 기세 외에 경지는 별로 강해지지 않았다.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진남이 태연하게 공수하며 말했다.
"응? 꼬맹아, 너에게 본원의 기가 있는 거냐?"
난해무조는 고개를 숙여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눈에 빛이 드러났다.
"더 많은 혼돈지기로 우리를 회복시켜주면 너에게 나의 제자가 될 기회를 주겠다."
시혈무조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위엄 있는 눈길로 높은 곳에 서서 내려다봤다.
"허허……."
난해무조가 웃으며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시혈의 말이 맞다. 꼬맹아, 우리 양대 무조를 회복시킬 수 있는 건 너의 영광이다. 네가 만약 우리의 제자가 된다면 전체 상역 동주에 너를 괴롭힐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말에 진남은 소리 없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대량의 혼돈지기를 소모하여 이들을 회복시켜주는데 고작 제자가 될 기회를 준다고? 어찌 됐건 나는 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자신들의 무조를 믿고 이런 태도로 은인을 대한단 말인가?'
"죄송합니다만 싫습니다."
진남은 손을 저었다.
"싫다고?"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는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우리는 무조다! 무조 경지의 존재다!'
'우리 무조를 위해 충성할 기회를 주는데 이 자식이 싫다고?'
"꼬맹아,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양대 무조는 거의 동시에 안색이 차가워졌다. 엄청난 위압이 홍수처럼 산맥에 퍼졌다. 산맥 안의 요수들은 대단한 존재를 만난 것처럼 안색이 크게 변해 도망쳤다.
진남은 여전히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저더러 두 분을 회복시켜달라고 하시는 건 두 분이 저에게 부탁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되려 저를 위협하시는 겁니까?"
진남은 조롱하듯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진짜 난폭하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들을 보면 머리를 숙이고 굴복할 줄 아나?'
"간이 부었구나! 내 바로 너를 혼내주겠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난해무조와 시혈무조는 진남의 말을 듣자 화를 내더니 두 개의 빛으로 변하여 진남의 식해로 돌진했다.
그들은 방금 사람 형상을 회복했기에 경지가 그다지 높지 못해 진남을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쓸 수 있는 것은 강한 고술 뿐이었다. 의지의 힘으로 식해를 공격하여 진남을 톡톡히 혼내주고 꼬맹이에게 무조가 뭔지 알려주려 했다.
"……."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 공격할 곳이 없어서 식해를 공격할까? 이들은 스스로 매를 버는구나!'
식해로 들어가자 난해무조는 시혈무조를 보더니, 얼굴의 분노가 사라지고 오히려 허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아직 약하니 연합하여 고술을 펼쳐 우선 이 꼬맹이의 식해를 뚫읍시다."
"좋소!"
시혈무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남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부는 후배들이 제일 싫었다.
양대 무조는 고개를 들자 식해 가운데에 떠 있는 구리거울을 발견했다.
"아이고, 이 녀석 괜찮군. 보배가 식해를 지키고 있군."
난해무조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슬쩍 훑어보았다. 뭔가 생각난 듯이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럼 우선 보물을 박살 냅시다. 그리고 이 자식이 계속 말을 듣지 않으면 식해를 부숴버립시다."
시혈무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괜찮은 것 같았다.
어찌 됐건 꼬맹이가 그들을 구했기에 바로 식해를 부수는 건 옳지 않았다.
"부서져라!"
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강한 고술을 드러냈다. 고술이 큰 창을 만들어 구리거울을 공격했다.
조용하던 구리거울에서 문득 빛이 반짝거렸다.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구천에서 울려 퍼졌다. 이번엔 분노가 담겨 있었다.
"누구냐!"
차가운 한마디에 시혈무조와 난해무조는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지고 눈에 짙은 두려움이 나타났다. 좀 전에 느낀 위압을 그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예전에 무제를 만났을 때보다도 훨씬 강했다.
"설마 이 구리거울은……."
양대 무조는 두려웠지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구리거울이 그저 일반적인 지보인 줄만 알았다.
'존자 팔 단계의 꼬맹이에게 어떻게 이런 엄청난 보물이 있을 수 있지?'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구천에서 울려 퍼졌다.
구리거울은 진남의 식해에 들어온 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자들이 줄곧 진남을 차지하려고 망상하며 식해로 들어와 그녀를 귀찮게 했다.
그녀는 화가 나 살수를 썼다.
"선배님, 방금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정신이 번쩍 든 양대 무조는 무서워 벌벌 떨었다. 만약 구리거울이 공격한다면 그들의 의지는 소멸될 게 뻔했다. 겨우 살아날 희망이 생겼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꺼지거라!"
구리거울은 한참 침묵하더니 살기를 거두고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
쿵!
엄청난 보이지 않는 힘이 커다란 손처럼 양대 무조를 내리쳤다. 양대 무조는 커다란 손의 공격에 식해에서 튕겨 나갔고 진남의 체내에서 튕겨 나왔다. 그들은 앞에 있는 돌에 부딪혀 폭발 소리를 냈다.
진남은 거꾸로 날려 나가는 그들의 형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필 구리거울을 건드리다니.'
"켁켁……."
연기 속에서 양대 무조가 다시 일어났다. 몇 번 기침하더니 겨우 실체가 드러났던 몸이 희미해졌다. 언제든 다시 영지가 없는 의지로 변할 것 같았다. 방금 전의 공격은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중상을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