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화 처음 전례를 깨다
쿵!
상도맹 맹주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손바닥만 한 옥쇄가 하늘을 가르며 솟아올라 짙은 제위를 가지고 태고 싸움터의 위에 나타났다.
옥쇄는 반보제기였다.
반보제기라고 해도 권능이 충분히 대단했다.
"만강무계(萬疆無界)!"
상도맹 맹주가 큰소리로 외쳤다.
화르륵!
옥쇄에서 수많은 빛이 뿜어 나와 커다란 광막을 이루었다. 커다란 그릇처럼 태고 싸움터를 덮었다.
"응?"
분천황제 등은 안색이 변했다.
태고 싸움터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자 더 시끄러워졌다.
"상도맹 맹주는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야?"
사람들 속에 섞여 움직이던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 의문이 가득했다.
"죽어라!"
상도맹 맹주의 화신이 성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주위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상도맹 맹주는 미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가두고 그의 분신이 고술을 펼쳐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했다. 분신이 공격하면 무인들은 반항할 게 뻔했다. 반항하는 걸 보고 상도맹 맹주는 상대방이 단청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진남은 상도맹 맹주의 화신이 공격한 사람들 속에 있었다.
"큰일 났구나!"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차리자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전신의 왼팔, 마신포 등을 드러내 막으면 상도맹 맹주에게 발견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흥!
이때, 엄청난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고 싸움터 밖의 허공이 부서지더니 커다란 물건이 나타나 커다란 발을 휘둘렀다. 커다란 발에서 엄청난 한기가 솟아올라 반보제기 옥쇄가 만든 광막을 내리쳤다.
광막이 크게 흔들렸다.
소일백호의 석상이 나타났다.
진남이 천기부조를 얻은 후 분천황제 등은 분천고국에 있는 주벽화와 연락하여 거물들의 연합공격을 막을 수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소일백호의 석상이었다.
소일백호는 석상으로 변했지만, 경지는 여전히 무성에 달하고 잠재력이 풍부했다. 반보제기는 그것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분천황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었구나……!"
상도맹 맹주 그리고 거물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들은 소일백호가 온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쿵!
아니나 다를까 허공에서 방대한 기운이 연거푸 강림했다.
두 눈에서 빛이 번쩍이는 중년 남자의 조각상이 나타났다. 마치 세상을 꿰뚫어 보려는 것만 같았다.
이는 선제의 조각상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천고국이 선제의 영정마저 움직이다니!"
상도맹 맹주를 비롯한 거물들은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선제 영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선제 영정의 위력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제의 영정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움직일 수 있는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단청을 위하여, 천기부조를 위하여 분천고국이 이렇게 밑천을 아끼지 않고 지키려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우르릉!
이때, 소일백호의 커다란 발이 예리한 빛을 번쩍이며 반보제기 옥쇄가 뿜어낸 광막을 완전히 찢어버리더니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고 포효했다.
"단청! 올라오거라!"
태고 싸움터의 진남은 이 광경을 보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예리한 검처럼 몸을 날려 위로 올라갔다.
"우리가 천기부조를 얻지 못하면 너희 분천고국도 얻을 생각을 말거라!"
상도맹 맹주의 화신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몸에서 희미한 불꽃이 타기 시작했다. 상도맹 맹주는 단청을 죽이기 위해 화신을 버리고 최강일격을 드러냈다.
쿵!
상도맹 맹주의 화신이 불빛으로 변하더니 운석처럼 진남을 향해 날아왔다. 운석은 속도가 무척 빨랐다.
"큰일 났구나!"
분천황제 등 거물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공격은 무성 일 단계를 죽이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거라 그들은 미처 도와줄 겨를이 없었다. 선제의 영정도 손을 쓰지 못했다.
위급한 순간에 진남은 왼팔을 들어 가슴을 막았다.
우르릉!
불빛이 진남의 몸에 부딪혀 엄청난 소리를 냈다,
진남의 왼팔은 감각을 잃은 것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엄청난 후폭풍이 연거푸 그를 충격했다. 마신포가 보호하고 있었지만, 진남은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는 목숨은 건졌다.
"두 번째 폭발!"
상도맹 맹주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단청의 몸에 강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미리 다른 준비도 했다. 첫 번째 공격에 단청에게 중상을 입히고 두 번째 공격에 단청을 완전히 죽이려 했다.
"응?'
중상을 입은 진남은 주위에서 훨훨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방대한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왼팔을 들려 했다. 그러나 그는 중상을 입어 왼팔을 들 수 없었다.
펑!
방대한 힘이 솟아올랐다.
중요한 순간에 엄청난 살기를 띤 커다란 형상이 불바다를 찢고 커다란 몸으로 진남을 감쌌다.
쿵!
두 번째 폭발에서 발생한 힘이 전부 커다란 형상을 때렸다. 형상은 고통스러워 신음 소리를 냈다. 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형상은 바로 소일백호였다.
상도맹 맹주가 화신을 이용하여 첫 번째 공격을 펼칠 때 그는 이미 돌진해 왔다. 상도맹 맹주가 두 번째 공격을 하자 그는 자신의 몸으로 진남을 보호했다.
"백호……."
진남은 아래에 서서 소일백호의 찢어진 아래턱을 보았다.
"저번에 네가 나를 죽이지 않은 신세를 갚는 것이다!"
소일백호가 입을 벌려 웃자 아래턱에서 돌덩이들이 떨어졌다. 아래턱이 모두 붕괴될 것 같자 그는 서둘러 입을 다물고 중얼거렸다
"빨리 올라오지 않고 뭐 하는 거냐!"
"감사합니다!"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마신포를 휘날리며 백호의 머리 위에 앉았다.
소일백호는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단청은 자신의 머리 위에 앉을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명심하거라! 요수의 머리 위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일백호는 나지막한 소리로 외치더니 몸을 날려 허공을 찢고 떠나가려 했다.
상도맹 맹주 등 거물들은 이 광경을 보자 일제히 두 눈을 부릅떴다. 그들은 이렇게 단청을 떠나보내면 다음에는 잡기 더 힘들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윙!
순간 거물들은 소름이 끼쳤다.
선제의 영정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는 왼쪽 손에 금빛성검을 쥐고 있었다. 성검 끝은 상도맹 맹주를 향하고 있었다.
엄청난 분노가 성제의 영정에서 뿜어져 나왔다.
"궁 형, 조방!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떠나기 전에 진남은 태고 싸움터에서 궁양과 조방을 찾아 신념을 전했다.
이들은 이번에 그를 많이 도와줬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
궁양과 조방은 웃으며 감개무량한 눈빛을 드러냈다.
"강벽난, 너에게 대답한 건 반드시 말한 대로 할 것이다!"
진남은 잊지 않고 강벽난에게도 신념을 전했다. 강벽난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얼굴이 평온해지더니 걸음을 움직여 사람들 속에서 사라졌다.
"선배님……."
진남은 허공을 바라보며 당청산에게 신념을 전했다.
한창 문도 노조와 싸우던 당청산은 몸이 떨렸다.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본 그는 경악했다.
'천기부조 등 세 가지 보물을 얻은 자식이 진남이었어?'
"지금은 문도산을 멸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우리 함께 문도산을 쳐들어갑시다! 그러니 선배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진남의 눈에 차가운 빛이 반짝거렸다.
허공의 틈이 벌어졌다. 소일백호는 그의 몸을 받들고 그 속으로 사라졌다.
"단청이 도망갔다!"
태고 싸움터에서 아직 도망가지 못한 무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도맹 맹주 등 거물들은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침울하고 보기 흉했다.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났다. 설사 그들이 아직 펼치지 못한 다른 수단이 있다 해도 쓸 기회가 없었다.
단청이 없다면 분천고국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문도 노조, 다음에 다시 자네를 죽이러 오겠소!"
당청산은 허공에서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 사람과 검이 하나로 되어 대적할 수 없는 검광을 뿜으며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문도 노조가 온갖 수단을 펼친다고 해도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개자식!"
문도 노조는 두 눈에서 불을 뿜었다.
"이만 물러가자!"
상도맹 맹주 등 거물들은 아무리 속으로 납득 되지 않아도 이를 악물고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계속 싸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 시혈난해에서 벌어진 일은 동주에서 한 차례 커다란 폭풍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그들도 전략을 바꾸고 분천고국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했다.
거물들은 각각 제자들을 거느리고 철수했다.
분천황제 등도 추격하지 않고 분천고국으로 돌아갔다.
한 시진이 지난 후 시혈난해는 조용해졌다. 난풍과 난씨 가문 사람들은 시혈난해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시혈난해는 완전히 조용할 것이고 무인들이 찾아오는 일도 없을 거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동정은 마지막까지 나타나지 않았네요……."
난풍이 말했다.
"상관없다. 우리 난씨 가문은 이번에 잘못 걸지 않았다."
난성걸이 웃으며 말했다.
"명을 전하거라. 우리 가문은 이주하여 분천고국으로 간다!"
난풍과 장로들은 몸이 떨렸다. 그들은 난성걸이 또 도박을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단청이 미래에 상역 동주에서 눈부시게 빛날 거라고 걸었다.
두 시진 후 시혈난해의 소식이 동주 전역에 전해졌다.
동주 전역이 순식간에 들끓었다.
"대단하다! 단청이 세 개의 지보를 얻다니! 천기부조도 그의 손에 들어가다니!"
"분천고국은 다시 일어설 것 같구나!"
"하역에서 온 당청산도 대단하구나! 분명 역천개명했을 거야. 이상 뇌겁이 공격했을 때도 신비한 강자가 도와 도겁했다니! 그리고 도겁하자마자 무성 육 단계로 진급했대."
"동주가 다시 시끄러워지겠구나!"
수많은 무인들은 감탄했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의 눈길을 드러냈다. 또 일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청과 당청산은 동주에 이름 날렸다.
얼마 안 돼 동주의 잠룡방 서열에 변화가 생겼다.
"빨리 보자! 단청은 몇 위지?"
"단청은 존자 팔 단계다. 불과 네 명이서 천재들을 막았고 또 무성의 공격을 받고도 죽지 않았다."
"그래도 기껏해야 십육 위 정도일걸?"
무인들은 궁금증을 가득 품고 잠룡방을 보았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단청은 잠룡방에서 서열 구 위고 무도산의 양공을 초월했다.
서열 구 위지만 빛나는 전적이 있었다. 팔 위, 칠 위, 육 위와 비교해도 여덟 번째, 일곱 번째, 여섯 번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잠룡방 서열 십오 위 안의 강자들은 무혼이 지급 구품이었다. 지급 구품 무혼만이 서열 십오 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데, 단청은 무혼이 지급 팔 품밖에 안 됐다,
동주에서 한 차례 풍파가 일었다.
"지급 팔품 무혼이 잠룡방 서열 구 위에 들어갈 수 있다니. 설마 잠룡방은 단청이 천기부조를 가졌으니 역천개명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대단하다, 대단해. 이건 잠룡방 역사 이래 처음으로 전례를 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