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화 이상한 광경
축항의 등 뒤에 세 개의 성도지기와 몇백 개의 왕도지기가 일제히 떠올라 천지를 뒤엎었다.
지급 팔품 무혼이 솟아오르더니 축항이 마지막 순간에 엄청난 속도를 내 위로 돌진했다.
얼마 안 돼 그는 제단 위에 도착했다.
그가 방금 도착하자 등천제 위에서 땅! 하는 낮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르륵!
등천제에서 반짝이는 빛이 뿜어 나와 파도처럼 나머지 무인들을 날려 버렸다.
삼 주 향의 시간이 되었다.
수많은 후회하는 소리, 한탄하는 소리, 분노하는 소리, 절망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등천제에서 떨어지면서 그들은 몸이 상처를 입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컸다.
육신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희망도 사라졌다.
진남은 전신의 옥간을 잘 간수하고 고개를 돌렸다. 축항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축항이구나. 수단이 좋구나. 무사히 제단까지 오다니!"
진남의 말에 축항은 입꼬리가 떨렸다. 마음속의 분노를 터뜨릴 뻔했다.
'수단이 좋기는 개뿔!'
그는 단청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 때문에 줄곧 시간을 세고 있었다. 거의 삼 주 향이 타는 시간이 되었을 때쯤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한데, 단청은 보물을 얻는데 정신 팔려 그를 공격할 겨를이 없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런데 소모가 너무 컸다.
좀 전에 돌진하며 거의 삼 분의 이의 힘을 소모했다.
"기다려라!"
축항은 사납게 한마디 하고는 천기부조를 보더니, 바로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제단에 고술이 반짝거렸다. 수많은 계략, 공법, 보물이 일제히 펼쳐졌다. 짜릿한 접전이 벌어졌다.
진남까지 하면 제단 위에는 육십 명이나 있었다.
이 육십 명은 경지가 비범하고 세력이 컸다.
분천황제, 혈익봉황은 이 광경을 보자 마음이 답답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라 방법이 없었다.
'옥간을 얻었으니 이제 천기부조를 얻으려 하겠지……?'
분천황제 등은 생각했다.
그러나 진남은 의외의 행동을 했다. 그는 제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진남의 호흡이 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뭐 해……."
분천황제 등은 일제히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도 노조 등 거물들도 넋이 나갔다.
'설마 수련하는 건가?'
'아니다. 진남 이 자식은 사람들이 싸우는 틈을 타 실력을 보존하려는 걸 거다.'
진국현무와 분천황제 등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문도 노조 등 거물들도 이 점을 느꼈다.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수련할 수 있지?'
그들은 진남이 진짜 뺏을 생각이 없다는 걸 몰랐다. 그는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옥간을 얻은 후 신식을 주입하는 중에 금제가 하나 더 있는 걸 발견했다.
"이 금제는 좀 이상해……."
진남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전신의 옥간에 옅은 흰색 안개가 떠 있었다. 아무리 신식을 주입하려 애써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전신의 왼쪽 눈도 전신의 옥간의 오묘함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문득 진남은 살기를 느꼈다.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천기부조와 무조의 의지를 쟁탈하던 무인들이 가끔 차가운 눈길로 진남을 흘겨보고 있었다.
이들은 진남이 실력을 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나는 두 물건에 관심 없어. 나를 건드리지 마."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 그에게 시급한 건 전신의 옥간을 여는 것이었다. 천기부조와 무조의 의지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말에 쟁탈에 참가했던 무인들은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조롱 섞인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천기부조에 관심 없다고? 우리를 속이려고?'
휙! 휙!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몇 무인들이 고술을 움직여 진남을 공격했다.
"……."
진남은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오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공격을 꿰뚫어 보며 몸을 날렸다.
제단 위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다.
궁양, 조방, 강벽난, 축항 등은 엄청난 공격을 펼쳐 자신을 공격하는 무인들을 모두 물리쳤다. 물리치면서 또 번개처럼 빠르게 손을 뻗어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를 잡으려 했다.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는 전신의 옥간과 달랐다. 아무런 금제가 없었다. 하지만, 마치 영성이 있는 것처럼 무인들이 잡으려는 순간 피했다.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궁양 등이 손을 썼지만 모두 피해냈다.
궁양, 옥나찰, 강벽난 등은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시작할 때 그들은 천기 할멈이 준 신비한 그물을 받았다. 지금 보니 천기부조를 잡는 데 쓰는 물건인 것 같았다.
진남은 그런 그들을 힐끗 보고는 일심이용하여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전신의 옥간은 청룡 성주께서 남기신 거다. 나를 위해 준비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금제는 나도 꿰뚫어 볼 수 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없고 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조치는 다른 사람들이 옥간을 얻어 안에 담긴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열 수 있지?'
진남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전신의 옥간을 여는 건 나에게 있는 물건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물건이 전신과 연관 있지? 전신의 왼팔, 전신의 왼쪽 눈이 아니면 혼돈지기일 것이다.'
"해보자!"
진남은 체내의 혼돈지기를 움직여 전신의 옥간에 주입했다.
지난번에 원석을 삼킨 후 그의 체내에는 또 엄청난 혼돈지기가 모였다.
그러나 진남은 자신이 혼돈지기를 움직이자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무인들을 피하던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가 살짝 머뭇거린 걸 느끼지 못했다.
잠깐 머뭇거리자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번개처럼 빠르게 손을 써 뺏으려 했다.
"되는구나!"
진남의 입가에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방금 그가 혼돈지기를 전신의 옥간에 주입하자 옥간 속의 흰색 안개가 옅어졌다.
"좀 더!"
진남은 천 개의 혼돈지기를 움직여 전신의 옥간에 주입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는 뭔가 느낀 것처럼 찬란한 빛을 뿜더니 속도가 다시 한번 빨라져 잔영을 반짝이며 무인들의 공격을 피하고 진남에게로 날아왔다.
눈앞의 변화에 무인들과 거물들은 모두 당황했다.
혼돈지기를 뿜던 진남도 뭔가 느낀 것처럼 서둘러 행동을 멈추고 눈을 뜨고 바라봤다. 그는 안색이 굳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가 모두 나에게 날아오지?'
"설마……."
진남은 문득 뭔가 생각났다. 예전에 청룡 성지의 문도어와 앞에 있는 이 두 가지 보물은 태도가 똑같았다.
"설마 혼돈지기를 삼키러 오는 건가?"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양대 보물이 이유 없이 자신에게 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보물들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건 혼돈지기 때문임이 틀림 없었다.
"젠장!"
진남은 욕을 내뱉었다.
그는 두 가지 보물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가지 보물은 그의 혼돈지기를 노렸다.
혼돈지기는 진귀하고 묘한 쓰임이 많았다. 그는 나중에 혼돈지기를 이용해 큰일을 할 생각이었다.
양대 무도의지는 쓸모 있었지만, 천기부조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진남은 이런 지보를 무조건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많은 무인과 거물들이 모여 있는데, 그가 만약 천기부조를 가지면 순식간에 협공을 당하는 상대가 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고 별다른 쓸모도 없고 혼돈지기도 소모하게 되므로, 그는 전혀 욕심나지 않았다.
스윽!
진남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발을 움직이더니 몸을 날려 먼 곳으로 날아갔다.
'우선 천기부조를 따돌리고 보자. 양대 무조의 의지는 수단을 써 따로 거둬들이면 된다.'
제단 위에 이상한 광경이 나타났다.
수많은 무인과 거물들이 그토록 염려하고 쟁탈하고 미친 듯이 얻으려 하던 천기부조, 양대 무조의 의지가 진남을 쫓고 있었다. 그런데 진남은 엄청 싫은 물건을 만난 것처럼 몸을 날려 계속 피했다.
태고 싸움터 밖의 혈익봉황은 눈앞의 광경에 풉 하고 봉황화를 뿜으며 표정이 굳었다.
'진남 이 녀석! 진짜 대단하구나! 절세의 진귀한 보물이 제 발로 찾아왔는데 거부하다니!'
다른 거물들도 잇달아 정신을 차렸다.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양대 지보가 어떻게 모두 단청을 눈독 들인 거지?"
"어떻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문도 노조 등 거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상한 사람과 일을 겪었지만, 이 광경에 그들은 말문이 막히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이 정도이니 제단 위의 무인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상한 광경이 그들의 세계관을 뒤집었다.
그들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거두자!"
진남은 천기부조가 모퉁이를 돌지 못한 틈을 타 손을 뻗어 양대 무조의 의지를 잡아챘다.
양대 무조의 의지는 심하게 떨렸다. 조금도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흥분한 듯했다.
슥!
양대 무조의 의지가 진남의 체내에 들어왔다.
진남의 예상대로 체내에 들어가자 흡입력과 의지를 폭발해 오백 개의 혼돈지기를 빨아들였다. 진남은 빠르게 심신을 움직여 혼돈지기를 진압해 그것들이 더 이상 빨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다행이다……."
진남은 한숨을 쉬었다.
양대 무조의 의지가 그의 체내의 혼돈지기를 모두 빨아들였다면, 그는 엄청 화가 났을 것이다.
진남은 문득 소름이 끼쳤다.
천기부조는 그가 양대 무조의 의지를 빨아들이는 틈을 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몸을 움직였다. 아슬아슬하게 천기부조와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는 조금도 머무를 수 없어 걸음을 다그쳐 왼쪽 눈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며 천기부조를 피하고 거리를 늘렸다.
"궁양, 조방! 뭐 합니까? 빨리 천기부조를 빨아들이십시오!"
진남은 사람들을 힐끗 봤다. 사람들이 제 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전음했다.
궁양과 조방은 정신을 차렸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자 진남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우두커니 서서 뭐 해! 빨리 손을 쓰거라!"
다른 무인들도 그의 외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들도 그 순간 굳어버렸다.
'우리보고 천기부조를 거둬들이라고?'
이때 천기부조는 뭔가 느낀 것처럼 울음소리를 내더니 분노한 듯 포효했다. 부적에서 팔괘, 음양, 오행 등 빛을 뿜고 속도도 빨라졌다. 진남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것이 미간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만 있었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떨렸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혼돈지기를 진압했다.
천기부조는 진남의 체내에 들어오더니 물 만난 고기처럼 통쾌한 울음소리를 냈다. 흡입력을 폭발해 전혀 사양 않고 삼천 개의 혼돈지기를 전부 빨아들였다.
그것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계속 흡입력을 폭발했다.
"감히!"
진남은 화를 내며 크게 소리 질렀다.
천기부조는 그의 혼돈지기를 전부 빨아가려 했다.
천기부조는 살짝 떨더니 빛이 폭등했다 조용해졌다.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잠시 지나자 그것은 완전히 평온을 찾았다.
"응? 천기부조는 문도어보다는 난폭하지 않구나."
이 광경에 진남은 어리둥절하며 점점 긴장을 풀었다.
누가 보물을 얻고 싶지 않을까?
천기부조가 멋대로 하지 않으면 그것을 거둬들이는 것은 아무 문제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