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화 드디어!
진남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꺼져라!"
축항은 눈앞이 시커메졌다. 방대한 힘이 그에게 날아왔다.
"단청, 너……!"
축항은 화가 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했다.
'이 자식이 또 나를 걷어차다니!'
쿵!
그가 마음속의 분노를 드러내기도 전에 방대한 힘이 가차 없이 그를 때렸다. 방어했지만 여전히 이십 층 정도 밀렸다.
슥!
진남은 계속 공격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앞으로 날아갔다.
"응?"
방어하려던 축항은 어리둥절했다.
'나를 다시 맨 아래로 내려보내려는 게 아니었나? 설마 포기했나?'
'후!'
축항은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청은 등천제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지만, 그는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단청이 계속 자신을 노리면 그는 삼 주 향이 타는 시간 내에 제단에 오르는 건 매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때 단청의 목소리가 높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축항, 난 지금 위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 말에 축항은 다리가 풀려 하마터면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상도맹 맹주는 안색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
그는 단청이 등천제에서 이런 수단을 쓸 줄 예상치 못했다.
'이러면 어떻게 천기부조를 얻지?'
문도 노조, 만향루 루주 등 거물들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보기 싫던 안색이 좀 부드러워졌다. 단청은 다른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축항과 둘이 싸우다 보니 양공, 옥나찰 등에게 많은 시간을 벌어줬다. 그들이 바라던 바였다.
"진남……."
분천황제, 혈익봉황 등은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일로 분천황제는 단청이 뒤끝이 있는 사람이고 기회가 있으면 꼭 복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궁양, 조방 등은 엄청난 빛을 뿜으며 끊임없이 앞으로 돌진했다.
한참 후 그들은 천여 층에 올라갔다. 다른 무인들도 이미 천 층에 도착했다.
우르릉!
진남은 무인지경에 들어가는 것처럼 곧게 위로 올라가 눈 깜짝할 사이에 궁양 등을 넘어 맨 앞에 섰다.
오천 층!
만 층!
이만 층!
삼만 층!
한참 후 진남은 오만 층에 도착했다. 오만 층에 도착한 후 그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서 올라가자!"
"너무 늦으면 안 되겠어."
천여 층에 있는 무인들은 이 광경에 온갖 수단을 펼쳤다. 이제부터 분초를 다투어야 했다.
궁양, 조방, 강벽난 등도 강한 수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궁양의 주위에 아홉 개의 형상이 연거푸 반짝거렸다. 조방의 발아래에는 꽃잎이 생겨 꽃잎 왕좌를 이루었다. 강벽난은 사망지기를 움직이지 않고 다른 고술을 썼다.
"강벽난이 사망지기를 쓰지 않은 건 문도 노조 등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발견되면 그녀는 편치 못할 것이다. 나도 조심해야겠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잘 몰라도 문도 노조는 나를 잘 안다. 그에게 발견되면 나도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이 중얼거렸다.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축항을 바라봤다.
축항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고 매우 복잡했다.
모든 무인들이 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걸 본 그는 모든 경지를 드러내 위로 돌진하고 싶었다. 그러나 단청은 오만 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만 층에 도착하면 등천제의 압력이 무척 커져 그는 경지를 별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었다.
반면에, 단청은 아무런 압력도 받지 않으니 그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만약 오만 층에서 떨어지면 그는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는 위로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천기부조가 눈앞에 있는데 이대로 포기한단 말인가?'
"죽일 놈의 단청! 어디 끝까지 해보자!"
축항은 크게 소리 지르며 발을 내디뎠다. 그의 등 뒤에서 두 개의 성광이 동시에 떠올랐다. 양대 성도지기였다. 양대 성도지기가 도와주니 그도 속도가 빨라져 얼마 안 돼 무인들 대부분을 초월하여 궁양 등을 따라잡았다. 심지어 궁양을 초월했다.
축항은 제단에서 부조를 쟁취할 때 쓸 힘을 남기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제단에 오르는 것이었다. 제단에도 오르지 못한다면 부조를 쟁취하는 건 어림도 없었다.
태고 싸움터 밖에서는 상도맹 맹주를 비롯한 거물들이 모두 가슴을 졸였다.
축항이 제단에 오르고 오르지 못하고는 그 자신에게 달렸다.
오천 층!
만 층!
사만 층에 도달하는 데 궁양 등은 이미 일 주 향의 시간을 썼다. 다른 무인들은 삼만 오천 층에 도달하자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위로 올라갈수록 등천제의 압력이 점점 더 커졌다.
쿵 쿵 쿵!
축항은 혼자 앞에서 달려 제일 먼저 사만 오천 층에 도달했다.
그는 더는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단청이 오만 층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좀만 기다리자. 반 주 향 정도 남게 되면 단청은 참지 못하고 먼저 제단에 올라갈 것이다. 나는 그때 한꺼번에 제단에 올라가자.'
쿵!
이때 엄청난 기세가 용솟음쳤다. 진남이었다. 축항이 움직이지 않자 그는 먼저 공격했다.
"단청, 너 나를 속였구나! 오만 층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느냐!"
축항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봉황격천술!"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주먹을 날리자 봉황이 나타나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날아왔다.
"막아라!"
축항은 크게 소리 질렀다. 등 뒤의 두 개의 성도지기가 엄청나고 신비한 권능을 뿜어 성망(聖網)을 이루었다.
펑!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봉황격천술이 막혔다. 그러나 그는 몇백 보나 밀려 사만 오천 층에서 사만 사천 층으로 떨어졌다.
"봉황격천술!"
"봉황! 하늘을 공격하거라!"
"봉황……!"
진남은 마신이 폭주한 것처럼 체내의 존자의 힘을 끊임없이 발휘해 봉황을 만들었다. 봉황이 부르짖으며 온 세상을 뒤덮으며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단청……!!!"
축항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성도지기를 드러냈다.
세 개의 성도지기로 성도대진(聖道大陣)을 이루었다. 위력이 엄청났다.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등천제에서 울려 퍼졌다.
세 개의 성도지기를 드러냈지만 축항은 난폭한 공격에 연거푸 밀렸다.
천 보, 이천 보, 삼천 보…… 얼마 안 돼 축항은 삼만 층까지 밀렸다.
다른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미친 듯이 앞으로 돌진했다. 축항과 단청이 맹렬하게 싸울수록 그들은 희망이 더 컸다.
"단청! 내 너와 끝장을 보겠다!"
축항은 이만 오천 보까지 밀리자 눈이 시뻘게졌다.
"목숨을 살려줄게. 이따 혼내주겠다."
진남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는 등천제에서 축항과 죽기 살기로 싸울 정도로 미련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축항을 죽도록 누른다 해도 그를 죽이는 건 당장은 어려웠다.
그러면 축항을 죽이지도 못하고 존자의 힘만 낭비하는 것이었다.
"안녕!"
진남은 한발 성큼 내디뎌 몸을 위로 솟구쳤다. 그는 얼마 안 돼 궁양 등을 넘어 선두에 섰다.
"얄미운 자식!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축항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맹세했다.
'만약 단청을 잡으면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평생 후회하게 만들 거야!"
축항뿐만 아니라 가면을 쓴 상도맹 맹주의 이마에도 핏줄이 불끈 솟아오르고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분노했다.
상도맹 맹주는 무성 정상의 실력이 있었지만, 축항이 당하는 광경을 보고 있기만 할 뿐 도와줄 수 없었다.
그는 무척이나 답답했다.
으득.
"단청……!"
상도맹 맹주는 이를 갈았다.
* * *
허공의 찢어진 틈 속의 한 반보제기 위에서 단목 봉주 등이 잇달아 도겁하여 뇌광을 번쩍거렸다.
다른 반보제기 위에서는 이상 뇌겁(異象雷劫)이 엄청난 신위를 드러내며 당청산이 서 있는 반보제기를 내리쳐 금이 쭉 쭉 갔다.
당청산 등은 등천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들이 도겁하면서 기세가 엄청났지만, 문도 노조 등 거물들과 무인들은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등천제를 바라봤다.
수많은 무인과 궁양 등 인재들 위로 진남은 단독 질주를 했다.
칠만 층!
팔만 층!
구만 층!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훌쩍 뛰어 완전히 제단 위에 올라갔다.
모든 거물들과 무인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무거워졌다.
'제단에 먼저 도착했으니 먼저 천기부조를 가질 수 있겠구나.'
물론 모두들 세가지 보물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무인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돌진했다. 거물들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어?"
진남은 제단을 힐끗 봤다.
제단은 이상하고 매우 신비로웠다. 하지만 그는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보물은 제단의 세 곳에 나뉘어 있었다. 양대 무조의 의지가 왼쪽 모서리에 떠 있고 천기부조가 가운데 있고, 전신의 옥간은 오른쪽에 떠 있었다.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전신의 옥간은 얻기 쉽지 않구나. 위에 금제가 여러 겹 걸려있구나."
진남은 왼쪽 눈으로 전신의 옥간을 힐끗 보았다. 숨을 길게 들이쉬고 성큼 내디뎌 위로 돌진했다.
마침 금제일 뿐이라 전신의 왼쪽 눈이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거물들과 무인들 눈에는 경뇌와 같았다.
'어떻게 된 거지?'
'천기부조를 가지지 않고 보잘것없는 옥간을 가지려 하다니?'
'저 옥간이 무슨 엄청난 보물이라도 되나? 천기부조보다 더 진귀한 거야?'
'그럴 리 없는데……. 만약 천기부조보다 더 진귀하면 천기할멈이 왜 설명하지 않았을까?'
수많은 의혹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떠올랐다.
분천황제와 진국현무, 혈익봉황 셋의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굳어버렸다.
'단청 이 자식. 또 뭐 하려는 거지?'
'전에는 선제의 영혼을 거절하더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 천기부조를 가지지 않다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좋다. 좋아."
문도 노조, 만향루 루주 등 거물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청이 옥간을 가지면 그들의 천재들이 천기부조를 얻을 기회가 더 컸다.
태고 싸움터의 많은 무인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두 눈이 더 뜨거워졌다.
단청은 등천제의 압력을 무시할 수 있어 가장 먼제 등천제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 천기부조를 포기했다. 그들은 옥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천기부조를 얻으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들은 미친 듯이 돌진했다.
그러나 진남은 싸움터 밖의 분천황제 등의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두 손으로 환영을 만들어 전신의 옥간 위의 금제를 연거푸 풀었다.
천기할멈은 수단이 대단했다. 이렇게 많은 금제는 전신의 왼쪽 눈이 있다 해도 풀려면 시간이 한참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른 무인들은 제단에 왔다 하도 싸우는 외에 금제를 풀어야 하기에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를 얻는 건 무척이나 힘들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잠시 후 궁양 등도 모두 제단에 왔다.
다른 무인들도 연이어 왔다.
그들은 싸우느라 진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파! 하는 소리와 함께 전신의 옥간 위의 마지막 금제가 완전히 풀렸다.
"드디어!"
진남은 기뻐하며 손을 뻗어 옥간을 잡으려 했다.
그와 동시에 등천제 위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