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등천제
무인들은 동시에 돌아보았다. 열 개의 그림자를 보자 그들은 심신이 떨렸다.
그들은 동주의 거물들이 모두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진국현무, 혈익봉황 등 거물들은 태고 싸움터를 전부 훑어보았다.
그들은 무인들이 전부 모여있는 모습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허공이 찢어진 깊은 곳에 양대 신궁과 신비한 제단을 보자 표정이 변했다.
'저건 두 개의 반보제기잖아?'
'제단의 신비한 형상은 누구인가? 이렇게 한기가 느껴지다니?'
마지막으로 거물들은 도겁을 진행중인 넷을 보자 깜짝 놀랐다.
'이상 뇌겁!'
'이상 뇌겁이라니!'
'이럴 수가! 저 녀석은 누구길래 이상 뇌겁을 일으킨 거지?'
"잠깐, 저 녀석 얼굴이 낯익은데……? 아니! 살황 당청산이잖아!"
문도 삼노는 동시에 표정이 변했다.
문도산은 진남 일행에 대한 추격에 다른 세력보다 더 큰 노력을 더했다.
그래서 그들은 진남 일행들의 외모, 기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진국현무 일행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엄청난 뇌겁을 일으키다니.'
그들은 사대 세력이 힘을 합쳐 추격하는 당청산 일행이 여기에서 도겁을 진행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도겁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도겁을 멈추게 하거라! 그리고 저놈들을 감금해야 한다!"
문도 삼노는 정신을 차리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공격하려고 했다.
무성지위(武聖之威)가 흘러넘쳤다.
"이 녀석들아, 너희들은 태고 싸움터와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려면 밖에서 기다리거라."
그때, 제단의 신비한 형상이 말을 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쉬익!
무형의 빛이 빠른 속도로 태고 싸움터를 감쌌다.
빛의 기운과 힘은 시혈난해의 것과 똑같았다.
즉, 시혈난해의 금제는 노인 형상이 만든 것이었다.
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문도 삼노의 몸은 빛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빛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청난 힘을 가진 빛이었다.
"아니……."
문도 삼노는 깜짝 놀랐다.
시혈난해에 이렇게 대단한 존재가 나타난 것은 의외였다. 그들은 감히 공격하지 못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번 전승은 내 상상을 벗어났어. 얼른 소식을 전하자!"
진국현무 등 거물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영패를 꺼내고 신념을 전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태고 싸움터를 살폈다.
빛은 그들과 태고 싸움터를 갈라놓았지만, 시선과 소리는 차단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태고 싸움터에 들어가지 못할 뿐이었다.
"방금 천기부조에 대해 설명했으니, 다음은……."
노인 형상은 다시 입을 열었다.
빛 밖의 거물들은 떨떠름했다.
'천기부조?'
'왜 천기부조를 들먹이는 거지?'
거물들은 노인 형상이 들고 있는 천기부조를 보자 깜짝 놀랐다.
'진짜 천기부조다!'
'어찌 된 일이지? 천기부조가 왜 여기에 있어?'
문도 삼노들도 당청산을 죽일 계획만 했는데, 천기부조를 보고는 경악했다.
'천기부조까지 엮이다니, 이번 전승은 정말 대단하구나!'
태고 싸움터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제단 위의 노인 형상을 바라보았다. 지금 모든 거물들이 다 온다고 해도 앞에 있는 전승보다 못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여러 거물들을 보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시혈난해의 금제가 부서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거물들에게 전승에 관한 일을 들킬 줄 몰랐다.
잠시 후, 문도노조, 만향루 루주, 상도맹 맹주도 직접 나타날 게 분명했다.
"문도노조가 당청산을 보면 진압하려고 할거야. 당청산 선배가 도겁에 성공해서 잘 이겨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진남은 심호흡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돌리고 형상을 쳐다보았다.
그는 노인 형상이 양대 무조의 의지, 천기부조 외에 또 어떤 보물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세 번째 물건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보관하던 것인데 보물이라고 하기가 애매하다. 너희들 중 누가 인연이 있는지 보자꾸나."
노인 형상은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뒤집었다. 그의 손바닥에 옥간이 나타났다.
옥간은 무척 평범했다. 마치 돌멩이처럼 아무런 특색이 없었다.
그 모습에 적지 않은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저게 뭐야?'
그러나 진남은 옥간을 보자 안색이 확 변했다.
전신의 왼쪽 눈과 얌전히 있던 전신의 왼팔이 격렬하게 떨리며 무언가 느끼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옥간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바로 전신의 기운이었다.
'뭐지? 저 옥간에서 어떻게 전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야?'
진남은 몸이 긴장되고 신경을 곤두세워 옥간을 죽어라 노려봤다.
천기부조나 무조의 의지 등 보물들에 대해선 진남은 흥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신의 기운에 그는 평정심을 잃었다.
전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전신의 다른 부위와 큰 연관이 있다는 뜻이었다.
검은 제단 위의 노인 형상은 무인들을 둘러보다가 진남을 발견했다. 그녀는 진남을 잠깐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너희들을 위해 세 가지 보물을 전부 꺼냈다."
진남은 다른 말은 안 들리고 오직 옥간만이 보였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번졌다.
어떤 노인의 목소리가 시공을 뛰어넘어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나다."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목소리는 청룡 성주였다.
진남의 식해에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형상이 떠올랐다.
청룡 성주의 풍모는 여전했다.
"이건 내 잔념이다. 네가 천기 할멈을 만났을 때 저절로 나타나지."
청룡 성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천기 할멈에게 옥간을 보관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스승님이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천기 할멈이 옥간은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럼 청룡 성주는 내가 시혈난해로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왜 나에게 직접 옥간을 주지 않은 거지?'
"그럼……."
진남이 묻기 전에 청룡 성주는 깊은 두 눈으로 진남의 생각을 보아냈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전신의 주인이다. 전신의 여러 부위는 흩어져서 네가 수행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전신의 여러 부위들은 너를 기다리는 방식 또한 다 다르다. 예를 들면 왼쪽 눈은 용호산맥에 갔을 때 너를 유인했고, 하마터면 네 목숨을 빼앗을 뻔하기도 했지. 그리고 나는 청룡 성지에서 너를 기다렸다."
그의 설명을 들은 진남은 알아차렸다.
"전신의 오른팔이 어디 있는지 옥간에 적혀있다. 진남, 전신의 오른팔을 얻으려면 네 노력이 필요하다……."
청룡 성주는 말을 마치고 형상이 점점 흐릿해졌다.
"잘 있거라."
청룡 성주의 형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성주!"
진남은 얼른 불렀다. 그러나 청룡 성주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성주……."
진남의 두 눈은 날카롭게 빛이 났다.
"걱정 마십시오. 전신의 오른팔을 반드시 얻겠습니다. 저 옥간을 반드시 가져오겠습니다."
전신의 혼이나 전신의 육체의 부위는 엄청나게 큰 기연이었다.
* * *
태고 싸움터 밖.
쿵!
허공이 찢어지더니 그 틈 사이로 엄청난 기운과 위엄을 풍기며 형상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분천황제, 만향루 루주, 상도맹 맹주, 문도노조였다.
동주의 사대 거물이 직접 나타났다.
태고 싸움터의 무인들도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사대 거물을 발견한 그들은 눈빛이 매서워졌다. 시혈난해에 사대 세력의 거물들이 전부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천기부조가 나타났으니 그들이 직접 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문도노조, 역시 왔구나……."
진남은 고개를 들고 빛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시선을 제단으로 돌렸다. 당청산 일행이 도겁을 진행하는 일에 그가 도움을 줄 게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전신의 옥간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응?"
분천황제는 태고 싸움터를 살피더니 진국현무, 혈익봉황과 신식으로 교류를 했다.
그는 오기 전에 여기 일들을 이미 들었기에 별로 놀랍거나 충격받지 않았다.
"단청은 아직 안에 있습니다. 경지는 이미 무존 팔 단계를 돌파했으니 축항과 다른 천재들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겁니다. 다만, 천기부조와 양대 무조의 의지를 얻는 일은 그가 원하는지 봐야 합니다……."
진국 현무가 말했다.
분천황제와 혈익봉황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당청산 일행의 일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상도맹 맹주와 만향루 루주는 눈빛을 반짝거리는 것이 무언가 교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식도 전해지지 않아서 축항과 조방 등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분천황제와 마찬가지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당청산 저놈이 시혈난해에서 기우를 얻다니!'
"노조, 우리 이제……."
문도 삼노 중 하나인 양노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일단은 기다리시오."
문도 노조는 목소리에 차가운 살기를 띠었다.
"물론 일이 끝나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당청산을 진압할 것이요. 그를 통해 진남의 행방을 알아내야 하오. 그들이 무성 진급에 성공해서 도망할 구멍이 생긴다면 다른 세력들과 연합해서 같이 잡으면 되오!"
"좋소!"
문도 삼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오. 지금 중요한 건 천기부조 등 전승을 가져오는 일이요. 만일 양공이 얻으면 우리는 그를 최선을 다해 지키면 되오."
문도 노조는 당부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원망과 계획은 잠시 따지지 않기로 했다.
사대 세력의 거물들은 마음을 졸이며 자신들의 데리고 있는 천재가 보물들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 * *
태고 싸움터의 노인 형상이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이 세 보물을 어떻게 얻는지 알려주마."
그녀의 말에 무인들과 싸움터 밖의 거인들도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세 개의 보물을 얻는 방법은 쉽다."
노인 형상은 손을 들더니 구만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등천제이다. 너희들은 등천제를 통해 제단에 올 수 있다. 삼 주 향이 탈 동안 제단까지 올라오면 된다. 시간을 넘기면 소용없다.
보물 세 개는 여기에 두겠다. 얻고 말고는 너희들 능력이다. 이 자리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참가할 수 있다. 원래는 연무대 시합을 통해 다섯만 뽑으려고 했는데, 예상외로 이놈들이 도겁을 요란하게 했지.
연무대 시합에서 남은 열다섯 명은 싸우느라고 애썼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천기부조를 좀 쉽게 얻으라고 이것들을 준비했다."
제단의 노인 형상이 손가락을 튕겼다.
열다섯 개의 빛이 허공을 넘어 계단을 넘어 아래로 날아와 눈 깜짝할 새에 진남 등 사람들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응……?"
진남은 몸을 흠칫하고 얼른 살펴보았다. 살펴본 진남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