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삼성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난해성에 전해졌다.
"뭐라고? 삼성자가 살해됐다고?"
"고응이나 문도산과 만향루의 천재가 한 걸 거야!"
다른 세력의 거물들은 냉소를 지었다. 상도맹의 인재가 많이 죽을수록 그들에게 유리했다. 다만, 아무도 단청이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독 진국현무만 두 눈이 끊임없이 반짝거렸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남이 한 짓 같았다.
"이런, 자꾸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진국현무는 눈을 감았다.
조용하던 난해성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거물들은 시혈난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더욱 흥미를 가졌다.
* * *
같은 시각, 시혈난해 태고 싸움터.
진남은 동굴에서 나와 난풍 옆으로 왔다.
"네 경지가……."
난풍의 눈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진남의 기세가 더 대단해진 것을 느꼈다. 다만, 그녀는 구체적인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전승이 있는 곳이 또 있어?"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없어. 그 두 개가 비교적 큰 전승이야."
난풍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예전엔 싸움이 너무 처참해서 많은 강자들은 전승을 남길 생각을 하지 못했어."
진남은 살짝 실망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무성의 무덤의 전승이 몇 개만 더 있어도 그는 태고 싸움터에서 역천무존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한 달이 되려면 아직 십며칠이 더 남았어. 우리 다른 기우지기도 더 알아보자."
진남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평범한 곳에는 보물들이 그리 많지 않을 테지만 조금이라도 더 얻는 게 좋았다.
"그래."
둘은 태고 싸움터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는 곳에는 보물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십며칠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진남은 많은 영약을 얻어 전부 존자정석이 삼키게 했다. 그의 경지는 계속 늘어가고 존자의 힘도 팔백오십 개가 되었다. 존자 구 단계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보물들도 놀라울 정도로 많아졌다.
완전한 성도지기 하나, 약간의 흠이 있는 성도지기 다섯 개, 수백 개의 불완전한 왕도지기, 그리고 오만 개의 태고 보물 조각들을 얻었다.
혼돈지기로 보물 조각들을 회복시켜 팔면 많은 재부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진남이 아쉬웠던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축항을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웅!
태고 싸움터의 중앙에서 가벼운 진동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달이 다 되었어. 우리도 가보자!"
진남은 눈을 반짝이더니 난풍과 함께 그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들은 태고 싸움터의 중앙에 도착했다.
백광도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무인들이 와 있었다. 무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근한 신경전을 느낄 수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떠들썩했다.
무인들 뒤에 수호지령이 서 있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단청이다! 봐, 단청이야!"
"설마, 진짜로 단청이 삼성자를 죽인 걸까?"
무인들의 시선이 전부 진남에게 쏠렸다. 그들은 진남을 경계했다.
그들은 단청이 그렇게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
진남과 난풍은 무표정하게 그 소리들을 무시했다.
무인들은 연속해서 도착했다. 두 개의 향이 타는 시간에 백광도장에는 몇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중 대부분은 기운이 많이 강해졌다. 한 달 동안 수확이 적지 않았던 것 같았다
"양공, 양공이다! 문도산이 왔어!"
"옥나찰이다. 만향루도 왔어!"
"양대 세력의 제자들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구나."
궁양과 조방은 앞에서 걸었는데 기세가 대단했다. 그들은 많은 제자들을 이끌고 힘차게 걸어왔다.
진남은 그 둘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둘은 진남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곧 연무대 시합이 시작되었다. 서열 오 위에 들어 광문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단청!"
이때,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축항이 상도맹 제자들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빛이 번쩍거리는 보의를 입고 기운은 엄청났다. 하지만 축항의 두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주변의 온도도 내려간 것 같았다.
"네가 삼성자를 죽였느냐?"
축항은 진남을 노려봤다.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 읽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인들은 숨을 죽이고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지켜봤다.
"곧 연무대 시합이다. 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축항은 싸늘한 시선으로 진남을 쳐다봤다. 그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돌아서서 갔다.
'저 녀석도 태고 싸움터에서 기우를 꽤 만난 것 같아. 실력이 무적존자 경지에 가까워…….'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축항을 훑어보았다.
축항의 경지는 존자 정상급이고 구백아흔아홉 개의 존자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존자의 힘은 곧 구백아흔아홉 개를 돌파할 것 같았다.
"어?"
진남은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는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에게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그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피자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사람들 속에 모습을 감추었다.
'강벽난?'
진남은 시선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는 궁양이나 조방처럼 운명을 바꾼 사람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알아볼 수 없지만, 기운이 익숙했다. 그런 사람은 강벽난밖에 없었다.
'시혈난해에 들어올 때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설마 궁양과 함께 왔나?'
진남은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다만, 깊게 생각할 새가 없었다. 백광도장의 수호지령이 두 눈에서 엄청난 빛을 뿜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첫 번째 심사는 끝났다. 혈옥 영패를 얻은 개수가 서열 삼십 위 안에 든 자들은 두 번째 관문인 연무대 시합을 시작하겠다!"
무인들은 조용히 수호지령을 쳐다보았다.
수호지령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진남의 저장 주머니에 있는 혈옥 영패가 어떤 부름을 받은 것처럼 날아가더니 붉은빛이 되어 수호지령의 손에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의 혈옥 영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서열 삼십 위에 든 자들이다."
수호지령이 손을 휘두르자 광막이 펼쳐졌다.
무인들은 긴장되어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들은 혈옥 영패가 적어서 삼십 위에 들지 말지는 운을 봐야 했다.
"서열 일 위, 축항, 천 개."
"서열 이 위, 양공, 팔백 개."
"서열 삼 위, 옥나찰, 칠백 개."
"……."
진남은 자신이 서열 칠 위, 난풍이 팔 위인 것을 확인했다.
"축항은 태고 싸움터에서 기우를 많이 얻었구나. 그런데 왜 강벽난의 이름이 없지? 설마 그녀도 신분을 바꿨나?"
진남은 혼잣말했다.
여기저기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인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급되지 않은 무인들은 연무대 시합에 참가할 자격도 없으니 천기부조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이 천재들 중에서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일말의 환상을 품고 있었다.
삼십 위에 든 천재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했다. 마치 결과를 예상한 것처럼 무덤덤해 보였다.
"순위 안에 들지 못한 자들은 전부 도장에서 나가거라!"
수호지령은 두 눈에 감정이 없었다. 그는 입을 벌리고 바람을 토해내어 도장을 감쌌다. 삼십 위 안에 들지 못한 무인들은 반항할 새도 없이 떨어져 나갔다.
진남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금부터 연무대 시합을 시작하겠다. 연무대의 규칙은 간단하다. 추첨을 통해 상대를 결정하는데 첫 번째 시합에서 열다섯 명을 탈락시키고 두 번째 시합에서 열 명을 탈락시키겠다."
수호지령이 말했다.
연무대 아래로 떨어진 몇천 명의 무인들은 눈앞의 광경에 정신을 차렸다. 실망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빨랐다. 그들은 보기 드문 인재들의 대결을 보고 배우려고 했다.
진남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장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돌았다. 마치 폭풍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백광도장의 뒤쪽에 세워져 있던 흰색 광문에 파동이 생기더니 묵직한 폭발음이 들리고 천지지위(天地之威)가 느껴졌다.
그러나 이변은 이내 사라졌다.
백광도장에 있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어찌 된 일이지?'
'광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광문에서 풍기던 기운은 엄청났어. 게다가 묵직한 소리는 천지대겁이 올 때 내리는 천둥 같았고…….'
거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천지대겁? 설마 광문 뒤쪽에서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 선배들이 도겁을 시작한 걸까? 그럴 가능성이 커!'
수호지령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잠시 후,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규칙을 바꾸겠다. 연무대 시합을 하지 않고, 혼전을 진행하겠다. 이 도장이 바로 싸움터다. 여기서 떨어지면 자격을 잃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다섯 명만 광문에 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규칙을 바꿨어? 혼전을 진행한다고? 설마 광문 뒤에서 벌어진 이변 때문이야?'
"혼전?"
진남은 살짝 얼떨떨했지만,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혼전을 하면 바로 축항과 싸울 수 있잖아?'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수호지령은 큰소리로 외쳤다.
광문의 이변부터 규칙을 바꾸고 또 바로 싸움을 시작하기까지 모든 것은 무척이나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어리둥절해 있던 인재들은 정신을 차리고 서로 거리를 두고 섰다. 그래야 불의의 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무인들은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도장은 순식간에 살기가 가득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혼전에선 누가 어떻게 공격할지 알 수 없었다. 불의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고 포위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하하하, 단청. 연무대 시합이 혼전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 너와 싸울 수 없을까 봐 괜히 걱정했잖아? 이제 차이가 무엇인지 알려주마!"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깼다.
축항이었다.
"축항, 으스대지 말거라. 내 오늘 실컷 상대해주마."
담담한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궁양과 그의 곁에 있던 조방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둘은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축항을 노려봤다.
"너희들……."
축항은 안색이 변했다.
'어떻게 된 거냐? 저 둘이 단청을 보호하기 위해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이건 혼전이다. 만약 우리 셋이 다친다면 광문에 들어갈 기회는 다른 무인들에게 주어진다.'
다른 무인들도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 몰랐다.
혼전이 세 천재의 대결이 되었다.
진남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양 형과 조방은 내가 아직도 축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저를 위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진남은 둘에게 신식으로 전음했다.
쿵!
궁양과 조방은 못 들은 것처럼 성큼 나서서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둘은 축항의 머리 위로 날아가 수많은 고술 빛을 동시에 발산했다.
궁양과 조방은 운명을 바꾼 사람들이었다. 구백구십구 개의 존자의 힘이 있고 역천지기까지 가지고 있어서 일반 존자 정상급보다 더 강력했다.
"악!"
이때, 갑자기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