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화 대체 누가 한 짓이냐!
"안 돼! 단청이 다 가져갔어!"
"이 많은 보물들을 혼자 차지하려고? 단청을 잡자!"
무인들은 두 눈에 불을 뿜으며 살기등등하게 달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무인들은 대군을 이루어 진남을 추격했다.
"큰일 났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공격하면 우리는 버틸 수 없을 거야. 내가 막겠다. 먼저 가!"
난풍이 진남에게 말했다.
"너 혼자 어떻게 저들을 상대해?"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서른이 되는 무인들은 경지가 낮지 않았다. 그들이 연합한다면 진남이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었다.
슉! 슉!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사람들은 그들 뒤를 바짝 쫓아왔다.
진남은 무성의 무덤에서 나온 뒤 멈칫하더니 더 가지 않고 오히려 칼을 뽑았다. 그는 엄청난 살기를 풍겼다.
"누가 나를 공격할 거냐! 오늘 끝까지 싸워보자."
진남은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마신포는 바람에 펄럭이며 마신처럼 사람들에게 포효했다.
서른 명의 무인들은 모두 표정이 굳었다.
'단청은 고작 존자 칠 단계다. 무슨 배짱으로 우리에게 덤비는 걸까?'
난풍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하려는 거지?'
그때, 한 무인이 무언가 발견했는지 안색이 변하며 소리 질렀다.
"삼성자가 살해되었다!"
그의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세 구의 시체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삼, 삼성자가 죽었어! 셋이 손을 잡으면 잠룡방 서열 십오 위가 되는 강자도 조용히 죽일 수 있는 삼성자가 죽었다!'
사람들은 순간 단청이 무성의 무덤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밖에 남았던 일이 떠올랐다.
'설마…… 단청이 삼성자를 죽인 걸까?'
무인들은 숨을 못 쉬었다. 난풍도 마찬가지였다.
'단청은 존자 칠 단계다. 혼자서 삼성자와 싸워 이기고 상처도 입지 않았다고?'
"다들 겁먹지 말아. 우리가 함께 싸운다면 단청을 죽일 수 있어!"
존자 팔 단계의 무인이 외쳤다.
그의 말에 무인들은 그제야 마음이 움직였다.
'맞아!'
'우리가 전부 연합한다면 단청을 상대하는 건 문제 없을 거야!'
"네가 해 볼래?"
진남의 눈에 전광이 번쩍였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에 칼을 들었다. 봉황시혼화와 성공지뇌 등 힘이 전부 모여 엄청난 도기가 형성되더니 존자 팔 단계 무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서른 명의 무인들은 안색이 변하고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그들은 단청이 휘두른 칼에서 엄청난 위험을 느꼈다.
존자 팔 단계의 무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기, 기다려……."
존자 팔 단계 무인은 연속 세 걸음이나 물러나서야 마음을 다잡고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는 단청이 자신을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한 방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희가 손을 잡으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건 인정해. 솔직하게 말할게. 나는 최강일격을 일곱 번 휘두를 수 있어. 다만, 일곱 번 후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
진남은 사람들을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싸우고 싶으면 싸워도 돼. 하지만, 제일 먼저 달려 나오는 일곱 명은 반드시 죽을 거다!"
순간, 엄청난 악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서른 명의 무인은 심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우리들 중 누가 감히 죽을 각오로 덤비겠는가?'
감히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쫓아오는 사람은 죽는다."
진남은 살기를 거둬들이고, 싸늘하게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힘껏 발을 구르고 날아갔다.
무인들은 숨을 참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단청이 보물을 가지고 떠나게 한단 말인가?'
"나는 삼문고술(三門古術)이 필요 없다.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하거라."
그때, 멀리서 진남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늘을 날던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고술을 담은 옥간 세 개가 허공을 뚫고 날아왔다.
"고술은 내 거야!"
"비켜! 내 거야!"
서른 명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세 개의 옥간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고술을 얻기 위한 그들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난풍은 방금 일어난 일들을 넋이 나가서 지켜봤다.
서른 명의 무인들이 연합하여 그들을 상대했더라면, 도망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단청이 먼저 위엄을 드러내고 손을 쓰자, 서른 명의 무인들은 함부로 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삼문고술을 떨어뜨린 것은 그들의 주의를 돌려 우리를 못 쫓아오게 하기 위해서야?"
난풍은 궁금해서 질문했다. 만약 그렇다면 단청은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맞긴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야."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삼문고술이 나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고술은 많이 수련한다고 해도 오히려 잡다해지기만 했다.
진남은 이미 여러 고술을 익혔는데, 그거면 충분했다. 게다가 불사봉황술은 아직 충분히 익히지도 못했다.
그러니 고술들을 진남이 가지고 있는 건 낭비였다.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만약 그가 필요한 것이라면 군웅들과 싸우고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빠르게 떠나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야 비로소 멈췄다.
"여기, 혈옥 영패다."
진남은 삼백 개의 혈옥 영패를 꺼내 난풍에게 주었다. 난풍은 잠시 고민하더니 영패를 넘겨받았다.
방금 도의가 있는 곳에서 둘은 혈옥 영패 오십 개를 얻었다. 후에 다른 작은 곳들을 털면서 각각 사십 개의 혈옥 영패를 얻었다. 이번에 삼성자에게서 백오십 개의 혈옥 영패를 얻었고 성자의 무덤에서 또 오백 개를 얻었다.
즉, 진남에게 이미 사백사십 개의 혈옥 영패가 있고 난풍에게 삼백구십 개가 있어 합치면 팔백삼십 개가 되었다. 이는 총, 오 분의 일을 차지했다.
둘이 가진 혈옥 영패의 양으로 서열 삼십 위에 드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가서 폐관 수련할만한 자리를 알아보마."
진남은 한마디를 남기고 훌쩍 날아올라 전신의 왼쪽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드디어 은밀한 동굴을 찾았다. 동굴에 금제를 여러 개 친 후 그는 삼백삼십만 개의 원석을 전부 꺼냈다.
"후."
진남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무혼을 진급하자."
슉!
그의 두 손은 그림자로 변해 원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십만 개!
삼십만 개!
육십만 개!
백오십만 개의 원석을 삼켰지만, 전신의 혼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급 팔품 무혼이 된 후 사백삼십 개의 원석을 삼켰다. 지금 또 백오십만 개를 삼켰으니 오백팔십 만개를 삼킨 것이다……."
진남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많은 원석으로 지급 구품으로 진급하지 못했는데 지급 십품, 천급으로 진급할 때는 또 얼마나 많은 원석이 들까?'
생각만 해도 진남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계속 진급하자!"
진남은 마음을 조절하고 원석을 계속 삼켰다.
이백만 개!
삼백만 개!
삼백십만 개!
모든 원석을 전부 삼키고 진남이 긴장해 있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던 전신의 혼이 찬란한 금빛을 뿜었다. 온몸의 위압이 더욱 커지고 대단해졌다.
"드디어…… 진급했어!"
진남은 한숨을 돌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급 구품 무혼은 그가 잠룡방에서 다른 등급으로 올라갔다는 의미였다.
지급 십품 무혼이 되면 동주의 사대 천재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은 진급했어.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해. 이제 무성의 시체와 다른 것들도 전부 연화해서 존자 팔 단계를 돌파해야겠어! 존자 팔 단계가 되어야 축항과 겨룰 수 있어!"
진남의 두 눈에 빛이 드러났다. 그는 보라색 무성의 시체를 꺼냈다. 그는 입으로 봉황시혼화를 뿜어 시체를 활활 태웠다.
"뭉쳐라!"
진남은 손끝으로 정혈 세 방울을 뿜어 시체의 이마에 떨궜다.
쿵!
순식간에 엄청난 무성의 위압이 시체에서 흘러나와 진남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위압은 날뛰는 요수처럼 진남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때 구리거울이 살짝 빛을 반짝거렸다. 곧이어 무성의 위압이 사라졌다.
"구리거울이 식해를 지키고 있어 많은 귀찮음을 덜었어."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시체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연화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정혈을 시체에 떨구어 관계를 이루고 봉황시혼화를 이용하여 시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자신의 몸속에 빨아들였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봉황시혼화가 시체를 완전히 연화하기까지 하루 밤낮이 걸렸다.
진남의 앞에 있던 시체는 사라지고 보라색 빛무리가 생겨났다. 빛무리는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기운은 성자의 것이었다. 성자의 기운은 조금만 있어도 존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존자 정석! 흡수하거라!"
진남의 눈에 단호함이 스쳤다. 그는 보라색 빛무리를 전부 들이켰다. 그의 몸속에 있던 존자 정석은 피 냄새를 맡은 늑대마냥 커다란 흡입력을 발휘해 보라색 빛무리를 전부 빨아들였다.
쿵! 쿵! 쿵!
커다란 폭발음이 진남의 몸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존자 정석이 엄청난 신위를 발휘했지만, 성자의 기운은 존자 칠 단계가 함부로 넘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힘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강기가 흩어지면서 진남은 오장육부가 칼로 에이는 듯 아팠다.
아픔이 클수록 얻는 것도 많았다.
진남의 몸속에 있던 존자의 힘이 하나, 둘 계속 늘어나고 기운은 점점 더 강해졌다.
존자 정석이 힘을 빨아들일수록 보라색 빛무리의 힘은 점점 작아졌다. 사방으로 퍼지던 강기도 점점 약해지고 진남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다.
하루!
이틀!
사흘!
네 번째 날 오시, 동굴에 있던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찬란한 빛이 반짝거렸다.
우르릉! 쾅!
진남의 몸속에 있던 존자의 힘은 칠백아흔아홉 개가 되고 기운도 장벽을 뚫고 존자 팔 단계로 진급했다.
또한, 그의 식해에 하얀색 빛이 모여 조용히 떠 있었다.
그 빛은 희미하고 약했다. 그러나 존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을 풍겼다.
그것은 무성의 기운이었다.
무성의 시체를 연화한 후 진남의 체내에도 무성의 기운이 생겼다. 무성의 기운이 있으면 나중에 진남이 무성을 깨우칠 때 시간과 정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묘한 쓰임도 있었다.
"드디어 존자 팔 단계에 도달했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축항. 이번에는 술 겨루기 말고 제대로 한번 겨뤄보자!'
* * *
같은 시각, 난해성.
각종 수단을 사용해도 시혈난해를 들여다볼 수 없으니 분천황제와 문도 노조 등 거물들은 일찍 자리를 떴다. 진국현무와 상도맹 태상 장로, 문도 음노가 자리를 지켰다. 떠들썩하던 난해성도 점차 조용해졌다.
상도맹 태상 장로의 영패에 소식이 들어왔다. 그는 살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방금 그는 상도맹 본부에서 삼성자의 본명혼옥(本命魂玉)이 깨졌다는 소식을 받았다.
본명혼옥이란 한 가지 법보였다. 무인이 기운을 주입한 후 무인이 죽으면 혼옥도 깨졌다.
"대체 누가 한 짓이냐!"
상도맹의 태상 장로는 각종 수단을 써 축항에게 전음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상한 현상이 끝나자 그들은 더는 안에 있는 천재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도맹 태상 장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