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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93화 (393/1,498)

393화 자격은 있다

"꿇어라!"

진남이 호되게 호통을 쳤다. 그의 등 뒤로 여덟 개의 금빛이 번쩍거렸다. 전신의 혼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합일이 된 무혼을 노려봤다.

쿵!

엄청난 힘이 번져나갔다. 마치 어떤 규칙인 것 같았다.

전신의 무혼은 여러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동급 무혼들을 진압하고 반항이나 거부를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

삼성자는 엄청난 장면을 목격했다. 합일한 그들의 무혼이 마치 엄청난 존재를 만난 것처럼 벌벌 떨더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성도지기가 실패하고, 무혼 공격도 실패했다. 연이은 충격은 파도처럼 삼성자의 마음을 덮쳤다. 그들은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 떠올랐다.

'괴물이야! 육체도 대단하더니, 무혼이 다른 무혼을 진압할 수 있다니!'

견식이 넓은 그들이지만, 이런 수단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슥!

진남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중앙에 있는 성도지기를 보며 전의를 드러냈다.

"세월, 불꽃, 뇌정, 당마, 난해, 전신…… 베어라!"

그는 오른손으로 고도를 뽑더니 온몸의 힘을 모았다.

촤르륵!

엄청난 검광이 썩은 나무를 베듯이 커다란 성도지기들을 잘랐다.

짧은 순간에 성도지기는 둘로 나뉘며 폭발하였다. 그리고 불꽃으로 변하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한칼에 성도지기를 베었다.

다섯 성도지기로 만들어진 대진은 바로 부서지고 모든 힘이 사라졌다.

슉!

진남은 허공에 날아오르더니 삼성자를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렀다.

"허억!"

엄청난 죽음의 압박에 삼성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얼른 성도지기로 막았다.

슉! 슉! 슉!

이때, 삼성자의 눈에 작은 빛이 보이더니 점점 커졌다. 자세히 보니 시커먼 구슬이었다.

구슬은 스무 개였는데 모두 뇌정의 힘을 발휘했다.

"뇌정주? 설마……."

삼성자는 무엇을 깨달은 듯 경악했다. 그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도광이 남은 성도지기를 베었다. 성도지기가 큰 힘에 밀려났다. 곧이어 스무 개의 뇌정주가 그들 머리 위에서 터졌다. 엄청난 뇌정의 기운이 순식간에 번졌다.

쿵!

굉음과 함께 수많은 뇌정의 기운이 번졌다.

세 명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무 개의 뇌정주 공격을 받은 그들은 큰 상처를 입고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숨돌릴 시간도 주지 않고 세월을 세 번 휘둘렀다. 성도지기의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세 개의 도광이 삼성자를 삼켜버렸다.

삼성자가 죽자, 네 개의 성도지기는 슬픈 울음소리를 내더니 타격을 입은 것처럼 빛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후!"

진남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번 싸움은 쉽지 않았다. 진남이 비록 존자 칠 단계를 돌파했지만, 삼성자가 연합하니 실력이 무척 강했다. 뇌정주가 아니었다면 저들을 죽이는 데 꽤 큰 힘이 들었을 것 같았다.

진남은 싸움에서 이겼지만, 존자의 힘도 반 넘게 사용했고 상처도 입었다.

지남은 얼른 회복하는 단약을 몇 개 삼켰다. 창백하던 얼굴이 색을 회복했다.

"아쉽다. 뇌정주의 힘이 너무 강해서 이놈들의 저장 주머니까지 망가졌구나. 아니면 꽤 많이 얻었을 건데……."

진남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삼성자를 죽인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처음 계획은 원석을 가득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처를 입은 성도지기 네 개밖에 없었다.

"에잇, 이거라도 만족하자."

그는 성도지기를 저장 주머니에 넣고 무성의 무덤에 들어가려고 했다.

"어라, 저게 뭐지?"

진남은 삼성자의 시체 위에서 희미한 금빛이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세 개의 저장 주머니였다.

왼쪽 눈으로 세 개의 저장 주머니를 살피던 진남은 깨달았다.

상도맹의 저장 주머니는 금제가 많이 걸려있었다. 다른 저장 주머니와 달리 큰 공격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았다.

"운수 좋군……!"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금제를 풀고 저장 주머니를 열어본 진남은 깜짝 놀랐다.

석풍의 저장 주머니에는 오십만 개의 원석, 몇십 개의 왕도지기 그리고 왕도지기의 조각들이 몇 개 있었다. 게다가 낡은 지도도 있었다. 석원의 저장 주머니에는 팔십만 개의 원석, 몇십 개의 왕도지기 그리고 몇십 개의 왕도지기 조각들이 있었다. 석풍의 저장 주머니에는 백칠십만 개의 원석과 수백 개의 왕도지기와 하나의 성도지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혈옥 영패를 오십 개씩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나!"

진남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원석만 삼백만 개였다.

왕도지기들과 성도지기 조각, 지도, 단약 그리고 한 개의 성도지기까지 합치면 백만 개 이상 되는 원석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즉, 셋의 저장 주머니에 든 물건들은 가치로 따지면 사백만 개의 원석에 맞먹었다. 현무영에서 모은 원석도 이렇게 많지 않았다.

'상도맹은 정말 부유하구나!'

"이 세 놈에게 이렇게 많으니 축항은 아마 더……."

진남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축항과는 예전부터 적이었지만, 지금처럼 그를 진압하고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지금처럼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지금 나는 축항의 상대가 될 수 없어. 그러나 나중에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남은 심호흡하고 삼성자의 저장 주머니까지 챙긴 후 어두운 입구를 바라보았다.

'잠깐, 무성의 무덤에 들어가면 원석을 복용하고 지급 구품 무혼으로 진급할 수 있지 않을까? 삼백만 개의 원석에 방금 얻은 삼십만 개까지 합치면 오늘 진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삼성자와 싸우는데 시간을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다. 지금 무덤에 들어가도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가자!"

* * *

진남은 백 개의 난해지기를 내고 어두운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에는 수많은 석실들이 있었는데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있었고 녹색의 피가 바닥에 흘렀다. 큰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자세히 훑어보자."

진남은 왼쪽 눈으로 석실들을 전부 살폈다. 잠시 후 그는 무인과 난풍을 찾았다. 그는 발을 박차더니 무덤의 중앙으로 달려갔다.

중앙에는 넓은 대전이 있었다. 대전에는 작은 제단이 있고 그 위에 시체가 앉아 있었다. 시체는 보라색 빛을 뿜고 있었다. 시체는 썩었지만, 여전히 강한 힘을 드러냈다.

시체 아래에 여러 개의 옥병, 보물 조각 그리고 세 개의 나무 상자가 있었다.

시체 옆에 꽂혀 있는 오백 개의 혈옥 영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영패는 요염한 붉은 빛을 풍겼다.

"무성의 시체, 몇천 개의 보물 조각, 여러 가지 단약이 들어있는 삼백여 개의 옥병, 강한 고술이 들어있는 세 개의 나무 상자, 게다가 오백 개의 혈옥 영패까지……."

진남은 심장이 세게 뛰었다.

무성의 시체를 연화하면 경지를 진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보물 조각, 옥병의 단약, 고술과 혈옥 영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완전 보물 창고잖아!'

쿵! 쿵! 쿵!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더니 대전이 흔들렸다.

무성의 시체 주변에 금제가 있었는데, 그 힘이 어마어마했다. 서른 명의 무인들이 수단을 펼쳤지만, 여전히 중앙에 접근할 수 없었다.

난풍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히고 어깨에 상처도 여럿 생겼다.

싸움을 거쳐 그녀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그녀가 조금만 반응이 늦었더라면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난풍! 나를 따라와!"

진남이 전음했다.

난풍은 몸을 흠칫 떨며 뒤돌아봤다. 그녀의 눈에 놀란 빛이 돌았다. 그녀는 단청이 일부러 삼성자와 싸우려고 밖에 남은 것을 알았다.

'상대하기 벅차서 도망 온 건가?'

난풍은 자리를 피해 단청을 만난 후 물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난풍은 차분하게 물었다. 그녀의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단청이 동술을 장악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인들 중에도 동술에 능한 자가 있지만 강한 금제 앞에서 아무런 소용도 없다.

슉!

진남은 말없이 존자의 힘을 전부 드러냈다. 그는 날아오더니 난풍을 잡고 무성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어?"

"단청? 뭐 하는 거야?"

"먼저 들어오지 않은 건 우리가 먼저 죽은 자들을 처리하기를 기다린 것이었구나!"

무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단청이 바로 금제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금제의 힘을 먼저 겪었기에 잘 알았다.

'뭐 하려는 거지?'

'죽으러 가는 건가?'

난풍도 지척에서 금제 대진(禁制大陣)을 보게 되자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존자의 힘을 전부 움직였다.

"부숴라!"

진남이 호통을 쳤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은 손가락으로 금제의 왼쪽 앞에 있는 광점을 건드렸다. 금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무런 힘도 남지 않았다.

"이게……."

난풍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동술을 장악한 거야?'

무인들은 전부 정신을 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남이 이런 한 수를 남겨뒀을 줄 몰랐다.

슈슉!

진남이 닿는 곳마다 금제가 부서졌다. 그는 무아지경에 빠진 듯 쭉쭉 나아갔다.

잠깐 사이에 그는 몇십 개의 강한 금제를 부수고 무성 시체에서 삼 장 되는 곳까지 다가왔다.

"안 돼!"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저 많은 보물들을 진남이 혼자 가져가게 할 수 없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시체에 들어가더니 시체의 구멍 난 눈에서 녹색 빛이 반짝였다.

"후배! 동술이 훌륭하구나. 그러나 보물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거다!"

무성의 시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거친 그는 역왕 무성이었다.

대전에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만 같았다. 남은 금제가 바람에 휘말린 것처럼 전부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금제의 벽이 쳐져 진남은 물러설 길도 없었다.

"열려라!"

진남의 왼쪽 눈에 전광이 점점 더 짙어졌다.

아무리 많은 금제와 진법이라도 전부 읽어낼 수 있었다.

슉!

진남은 몸을 날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었다. 그가 짚은 곳마다 금제가 무너졌다. 짧은 시간에 금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은 무성의 시신 앞에 나타났다.

다른 무인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꿈을 꾸는 것처럼 너무 놀랍기도 하고 너무 대단했다.

"후배, 내 전승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무성의 시신은 진남에게 질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격?'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것이 저의 자격입니다."

진남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서 전신의 혼이 솟아올라 엄청난 패기로 천지 사이에 우뚝 섰다.

"지급 팔품 무혼이었어?"

그 광경을 보고 무성의 시체가 중얼중얼 혼잣말했다. 두 눈에 녹색 빛이 격렬하게 번쩍이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이 녀석, 좀 재미있구나! 네 무혼은 동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격은 있다!"

말이 끝나자 무성의 눈에 녹색 불이 사라지고 역왕 무성의 의지가 완전히 소멸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손을 뻗어 시체를 비롯한 보물을 거두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무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넋이 나가 있었다. 진남은 빠른 속도로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진남은 이미 떠난 지 한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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