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화 단청 대 삼성자
사람들은 얼떨떨했다.
그들은 단청이 보물을 나누자고 할 줄 몰랐다.
"원석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 백 개의 난해지기에 만 개의 원석이 필요하다. 나는 상도를 지키며 장사하는 사람이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무인들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만 개의 원석으로 난해지기 백 개를 바꾸는 건 비싸긴 했다. 하지만 무성의 무덤은 귀한 것이라 고술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난풍은 어이가 없었다.
'왜 혼자 보물을 다 차지하지 않고 원석과 바꾸려는 거지?'
"네가 우리를 속이는 거면 어떻게 해?"
한 무인이 물었다.
"믿고 말고는 너희들 자유야."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무인들은 눈을 반짝였다. 만 개의 원석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었다. 단청에게 준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단청이 고작 만 개의 원석 때문에 그들을 적으로 만들 것 같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하자."
한 무인이 만 개의 원석을 건네니 서른 명이 따라 원석을 건넸다. 이제 진남에게 원석 삼십만 개가 생겼다.
'드디어 원석이 생겼어…….'
진남은 감탄했다. 그는 석평, 석원, 석풍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때? 삼성자는 무성의 무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가 봐?"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삼성자도 깜짝 놀랐다.
'무슨 뜻이지?'
"너…… 우리에게도 난해지기를 팔겠다는 거야?"
석평은 믿을 수 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단청과 상도맹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단청이 삼성자에게 난해지기를 판다고?'
'이건 도리에 맞지 않아, 속임수가 있을 거야!'
"허허, 단청,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무덤 밖에서 기다리겠다. 과연 네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는지 한번 보겠다."
삼성자는 팔짱을 하고 네 꿍꿍이를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그들을 속일 생각이 없었다.
삼성자에게 난해지기를 판다고 해도 진남은 상관이 없었다. 무성의 무덤에 들어가서 그들을 죽이면 될 일이었다.
"난풍, 무덤에 가서 저들과 보물을 쟁탈하거라. 나도 곧 따라가겠다."
진남은 난풍에게 말했다.
"응……?"
난풍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혼자 밖에 남아서 뭐 하겠다는 거지? 설마……."
"단청, 허튼짓하지 마. 석평은 존자 팔 단계이고 석원은 존자 칠 단계, 석풍은 존자 육 단계이다. 삼성자가 연합해서 공격하면 힘이 어마어마해."
난풍이 엄하게 꾸짖었다.
"가!"
진남은 낮게 호통을 치고 시선이 돌변했다.
난풍은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남의 표정을 보자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고생을 찾아서 하는구나!"
난풍은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 어두운 통로로 날아갔다. 진남은 그녀에게도 백 개의 난해기지를 주었다.
"우리도 들어가자!"
난해지기를 얻은 무인들은 서로 바라보더니 어두운 통로로 들어섰다. 그들 중 일부 실력이 낮은 무인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더니 자리를 떴다. 그들의 경지와 재능으로는 들어가도 시간 낭비였다.
삼성자는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들도 무성의 무덤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난해지기를 단청이 다 가져가는 바람에 아쉬움만 남았다.
'잠깐!'
셋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단청은 왜 아직 통로에 들어가지 않는 거지?'
슉!
별안간 진남이 그들 앞으로 날아왔다. 무표정한 얼굴에 검은 도포가 바람에 펄럭였다. 그가 들고 있는 고도가 웅웅 거리며 진동하더니 세 개의 도광이 번쩍거리며 날아왔다.
삼성자는 단청이 밖에 남은 것이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라는 것을 눈치챘다.
"단청, 배짱 한번 대단하구나! 존자 칠 단계를 돌파했다고 우리들의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삼성자는 버럭 화를 냈다. 그들이 먼저 손을 쓰기 전에 단청이 스스로 달려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단청의 행동은 그들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쿵!
왕도지기들이 솟아오르며 찬란한 빛을 뿜었다. 바람, 불, 번개, 얼음, 비 등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엄청난 기운이 세 개의 검광을 삼켜버렸다.
"무극천보진(無極天寶陣)"
셋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들은 함께 대진을 움직였다. 왕도지기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위아래로 날아다니며 빠른 속도로 대진을 만들었다. 진남이 도망가지 못하게 연거푸 공격했다.
진남의 왼쪽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는 표정이 변하더니 폭풍우처럼 공격들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전부 피했다.
그는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칼을 휘둘러 왕도지기들을 하나씩 부쉈다.
쿵!
왕도지기들이 만들어낸 대진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왕도지기는 대진의 중심이었다.
"이런, 놈에게 간파당했어!"
삼성자는 표정이 변했다. 단청의 동술은 정말 대단했다.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그림자가 그들에게 날아와 엄청난 불을 뿜었다. 그들은 불꽃에 뒤덮였다.
"세월!"
봉황시혼화를 사용하는 동시에 진남이 외쳤다.
그의 뒤에서 세 개의 칼이 솟아올랐다. 진남은 세 개의 형상으로 나뉘더니 형상마다 칼을 하나씩 잡고 무표정하게 휘둘렀다.
촤락!
세 개의 도광이 스쳤다. 도광이 닿은 곳에 세월이 사라졌다.
"이런!"
삼성자는 안색이 변했다. 죽음의 공포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단청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패신창(覇神槍)!"
"적염령(赤焰翎)!"
"왕후좌(王侯座)!"
죽음의 문턱에서 셋은 동시에 외쳤다. 세 개의 성광은 그들을 데리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몇십 장이나 되는 대창, 다섯 장이 되는 커다란 활, 금빛에 둘러싸인 금룡 왕좌가 동시에 나타나 엄청난 성자의 위엄을 풍겼다.
세 개의 성도지기였다.
화르륵!
세 개의 성도지기가 동시에 운행되면서 엄청난 빛을 뿜었다. 그 빛은 불꽃과 세월이라는 칼을 무너뜨렸다.
"상도맹의 제자들이 고작 이정도밖에 안 돼?"
진남은 눈빛이 서늘해졌다.
상도맹의 제자들은 법보를 이용해서 싸우는 것에 능했다. 세 성도지기의 위력을 전부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둘째, 셋째야. 최선을 다해라!"
석평이 외쳤다.
단청은 존자 칠 단계인데 그들과 싸울 수 있었다. 시간을 끌어 다른 무인들도 온다면 어떤 변고가 생길지 몰랐다. 이 기회에 진남을 확실하게 잡아야 했다.
"천범검(天凡劍)!"
"빙화문(氷火門)!"
석평과 석풍은 크게 외쳤다. 그들의 몸에서 두 개의 성광이 번쩍이더니 하나는 검으로 하나는 커다란 문으로 변해 위압을 뿜었다.
삼성자의 첫째와 둘째는 몸속에 성도지기를 지니고 있었다.
"왕후좌, 오성진압(五聖鎭壓)!"
이때 석풍이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다섯 개의 성도지기가 나타났다. 성도지기들은 모두 그의 부름을 듣고 공명을 일으키며 포효했다. 오각형의 빛이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와 힘껏 눌렀다.
방원 십 리에서 끝없는 강기를 풍겼다.
이게 바로 삼성자의 신비한 점이었다. 셋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혈맥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보물들은 서로 연합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그 광경을 지켜보더니 빠르게 몸을 날려 왼팔로 막았다.
"하하! 몸으로 우리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삼성자는 냉소를 지으며 다섯 개의 성도지기를 전부 사용했다. 잠룡방 십오 위 안에 든 천재라고 해도 이 한방이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니 존자 칠 단계인 진남이야 오죽하겠는가?
쿵!
맑은 폭발음이 들렸다.
엄청난 장면이 펼쳐졌다.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백 장의 땅이 갈라지고 돌이 흔들리며 강기가 터졌다. 그러나 진남은 마치 산처럼 다섯 개의 성도지기에 눌려도 꼼짝하지 않았다.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이럴 수가!"
삼성자는 마음속에 파문이 일었다.
'단청이 몸으로 우리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단청의 몸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야!'
"청심당마결!"
진남은 오른손을 들더니 삼성자에게 튕겼다.
세 개의 구리종이 나타나 셋을 덮었다. 힘껏 두드리자 많은 종소리, 봉황시혼화, 성공지뇌가 나타났다.
진남은 취천일격의 오묘함을 여러 초식에 녹여 모두 살초로 만들었다.
삼성자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법보로 막았다.
풉!
법보들은 부서지고 그들의 육체도 타격을 받아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삼성자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세 개의 고도가 날아와 그들을 베었다.
연이어 공격했다.
"이런!"
삼성자는 안색이 변해서 방어법보로 다급히 벽을 만들었다. 도기가 내리치자 법보 안의 기영과 대진 등은 순식간에 힘을 잃으며 부서졌다.
불과 두 번의 공격에 삼성자는 왕도지기를 거의 다 사용했다.
"저놈을 죽이자!"
삼성자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도맹 맹주는 그들에게 단청을 진압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알아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단청의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그들도 위기감을 느꼈다.
단청은 고작 존자 칠 단계였다.
'단청이 존자 팔 단계를 돌파한다면 축항도 제압하기 어려울 것 같아!"
"삼!"
"혼!"
"무!"
"언!"
"살!"
삼성자는 결심을 내리고 법인을 사용했다. 신비한 힘이 그들에게서 흘러나와 다섯 개의 성도지기에 흘러들었다. 성도지기는 진동하더니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어?"
진남은 전신의 왼팔로 막기는 했지만 역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마신포도 휘날리더니 그의 몸을 감싸고 이 힘에 맞섰다.
"죽어!"
삼성자가 함께 외쳤다.
다섯 개의 성도지기에서 엄청난 힘이 동시에 솟아오르더니, 하나로 뭉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변해 쏟아졌다. 그 힘은 세상 만물을 전부 죽이려는 것 같았다.
셋은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그들은 자신이 있었다. 잠룡방 십오 위에 드는 천재라도 이 초식이라면 이길 수 있었다. 단청의 육체가 아무리 강해도 이 초식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쿵!
큰 소리가 들렸다.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팔 리가 되는 땅은 망치로 내리친 것처럼 부서지고 주변의 허공도 파문이 일면서 틈이 생겼다.
먼지가 가득 날아다녔다.
얼마나 대단한 공격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먼지가 사라지자 삼성자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다섯 성도지기의 공격에도 진남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마신포도 여전히 빛이 났다. 공격을 막았던 왼팔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다만, 진남은 입가에 피가 조금 흘렀다.
이번 공격은 전신의 왼팔이 대부분 다 막고 마신포가 또 조금 막았다. 그러나 남은 힘은 진남의 육체에 닿았다.
"어…… 어……."
삼성자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처음으로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단청은 고작 무존 칠 단계잖아!'
'엄청난 공격을 받고도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니?'
'이럴 수 없어!'
"무혼을 드러내라!"
석평이 크게 외쳤다. 그의 등 뒤로 여덟 개의 금빛이 반짝거렸다.
석원과 석풍도 정신을 차리고 얼른 무혼을 드러냈다.
삼대 지급 팔품의 무혼이 드러났다.
"무혼은 공명하고 하나로 합쳐져라! 단청, 죽어라!"
삼성자는 금술을 사용했다. 세 무혼은 서서히 합쳐지더니 엄청난 힘으로 모여 다섯 개의 성도지기 아래에 있는 진남에게 날아갔다.
세 무혼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삼성자의 최강 살초였다.
셋은 두 눈이 시뻘게졌다. 그들에게 마지막 공격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