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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90화 (390/1,498)

390화 세월

슉!

진남은 땅에 떨어졌다. 주변의 흙은 암홍색을 띠고 사악한 기운을 풍겼다. 고개를 들어보니 흰색 문이 보였다.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삼 리 떨어진 곳에 기우지기가 있구나."

진남은 혼잣말을 하며 허공을 뛰어넘었다.

태고의 싸움터에 온 다른 무인들도 수단을 펼치며 보물이 있는 곳을 찾았다. 높은 곳에서 이들을 내려다보면 마치 보물찾기 돌풍이 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남은 기우지기에 도착했다.

앞에는 암홍색의 강이 구불구불 흘렀다. 끈적끈적한 강물은 용암 같았다.

"강 속에 물건이 있어. 한데, 강이 존자 오 단계에 못지않다니, 영물이구나."

진남은 왼쪽 눈으로 살펴보더니 폭노 고도를 뽑아 들었다.

푸슉!

엄청난 검기가 강을 가로 베었다. 마치 강을 전부 부수려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암홍색 강이 깨어났다. 강물이 일렁거리더니 거대한 막이 펼쳐진 것처럼 검기를 삼켰다.

별안간 후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물은 모여서 주먹만 한 물방울이 되더니 비가 내리는 것처럼 수없이 날아왔다.

촤르륵!

진남은 마신포를 휘감아 물방울을 전부 막았다. 그는 힘껏 발을 구르더니 힘을 전부 드러내고 번개처럼 강바닥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보물 조각을 가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쿠르르르!

강은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보물 조각들의 힘이 평범하지 않구나. 예전에는 반보제기의 일부분이었던 같아. 시간이 오래 흘렀는데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진남은 날아가면서 조각들을 살폈다.

한참 후 진남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존자 정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왜 이래? 설마 이런 기물들은 흡수하지 못하는 거야?"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다음 곳으로 보물을 찾으러 떠났다.

이번에 그는 팔엽초(八葉草)를 얻었다. 존자 정석이 팔엽초를 흡수하여 존자의 힘이 두 개 늘어났다.

"기물은 흡수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저번에 영주와 영약은 흡수했는데……."

진남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존자 정석이 뭐든 다 흡수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었다. 전신의 혼도 예전에는 단약으로 진급했지만, 지금은 원석이 있어야 했다.

진남은 계속 걸음을 옮겼다.

세 주 향이 타는 시간 동안 그는 열여덟 개의 여러 가지 영약을 흡수했다. 존자의 힘은 늘어나서 족히 스무 개가 되었다. 그 외에도 적지 않은 보물 조각들을 얻었다. 그는 보물 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저장 주머니에 넣었다.

혼돈지기는 다른 신비한 기능이 있었다. 법보를 회복할 수 있었다.

"단청!"

별안간 허공이 흔들리더니 바람을 타고 난풍이 나타났다.

"진짜 나를 찾았네?"

진남은 흠칫 놀랐다.

"네가 수계 고술을 배웠으니 당연히 잡을 수 있지."

난풍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너와 양공, 옥나찰은 무슨 사이냐? 그들이 왜 너를 도와주는 거야?"

"그냥 아는 사이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풍은 그 말을 듣자 눈을 흘겼다.

'그냥 아는 사이라고? 그냥 아는 사이에 그 둘이 상도맹에게 미움을 사면서 너를 도왔을 리 없잖아?'

난풍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말하기 싫다면 묻지 않을게. 그리고 보물이 있는 곳에는 혈옥 영패가 없을 거야. 너는 칼을 사용하지? 마침 혈옥 영패가 있는 곳이 있다."

"그래?"

진남은 관심을 보였다.

진남은 지도가 있지만, 만약 더 크고 좋은 기우지기가 있으면 당연히 더 좋은 일이었다.

난풍을 따라 네 주 향이 타는 시간을 걸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야."

난풍이 말하면서 엄청난 적을 만난 것처럼 긴장했다.

진남은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여러 개의 골짜기가 패어 있었다. 엄청난 충격으로 생긴 골짜기 같아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도 예전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골짜기들 중 특히 가운데 하나가 더 선명했다. 그것은 곧게 이 리나 패여 있었는데 단면이 매끈하고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두컴컴했다. 바람이 불면 웅웅 거리며 스산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웅.

진남이 들고 있던 폭노 고도는 무언가의 부름을 받은 듯 격렬하게 진동했다.

"응……?"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피더니 표정이 변했다.

쿵!

천지에서 폭발음이 둘리고 주변의 토지가 사라졌으며 온통 흰색 빛으로 뒤덮였다.

흰색 빛 사이로 칼을 든 흐릿한 형상이 우뚝 솟아올랐다.

고작 남은 형상일 뿐이었는데,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번쩍!

흐릿한 형상이 두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은 시공간을 넘어 진남에게 닿았다. 엄청난 살기가 꿈틀거리더니 형상은 들고 있던 칼로 진남을 힘껏 내리쳤다.

도광엔 세월의 힘이 느껴졌다.

흐릿한 형상이 휘두른 칼은 진남의 육체를 벤 것이 아니라 진남의 미래 세월을 베어버린 것 같았다.

"안 돼!"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찰나에 짙은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전신의 왼팔로 도광을 막았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왼팔이 엄청난 도광을 막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진남은 얼떨떨했다. 그는 왼팔이 시린 느낌을 받은 외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엄청난 힘이 실린 칼이었다. 전신의 왼팔로 막았다 해도 육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도광이 환상이라면 전신의 왼쪽 눈은 알아봤을 것이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어?"

이때,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의외구나. 존자 육 단계인 자가 내 도의를 막다니! 내가 이제 하나의 의지로 존재하는 게 아쉽구나. 아니면 경지를 낮추고 너와 사흘 밤낮을 겨뤄볼 텐데!"

흐릿한 형상은 감탄했다.

"내 이름은 삼도성(三刀聖)이다. 의지가 사라지기 직전인데 다행히 네가 칼을 쓰는 자라 나와 인연이 되었구나. 내 삼도를 너에게 전해줄 수 없지만, 가장 강한 한 방은 전해줄 수 있다. 명심하거라, 이것의 이름은 세월이다!"

말이 끝나자 흐릿한 형상은 흰색 빛으로 변해 진남의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하얀색 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진남은 골짜기가 가득한 땅으로 돌아왔다. 진남이 주변을 살피기 전에 그의 몸이 떨리더니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한 백의 사내가 장도를 들고 허공을 연거푸 베었다. 끊임없이 반복하여 베었다. 진남은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참 후,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중얼거렸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선배님께서 전해주신 도의는 반드시 잘 깨우쳐서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칼의 신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 한 층의 보일 듯 말 듯한 도의가 떠오르더니 방원 삼십 척 내에 도의가 범람해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난풍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내 예상이 맞았어. 단청은 도의를 얻을 수 있었군."

시혈난해가 여러 차례 열렸는데 번마다 무인들은 골짜기의 도의를 발견했다. 그러나 아무도 도의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난풍도 마찬가지였다.

"잘 깨우치거라. 안전은 나에게 맡기고."

난풍은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는 유령처럼 주변에 숨어들었다. 태고 싸움터에는 무인들이 많았기에 그녀는 잘 살펴야 했다. 무예를 깨우칠 때 방해를 받으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진남은 도의에 빠져들었다.

"이 도의는 다른 고술과 비교하면 깨닫기 더 어렵구나……."

"세월, 세월이라. 이름을 세월이라 지은 걸 보면 진정한 비결은 세월 두 글자에 있겠지."

"……."

진남은 백의 사내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한 번 살필 때마다 새로운 걸 깨달았다. 칼의 사용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다.

이번에 그는 하루를 들여서야 도의를 깨우쳤다.

다음 날,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칼을 들고 앞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검광이 번쩍하더니 스친 곳의 풀이 전부 생명을 잃고 죽어갔다.

"대단하다!"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한 방이면 존자 육 단계는 쉽게 이길 수 있고 존자 칠 단계와도 싸울 수 있었다.

세월은 시간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은 초급 수준이었지만 위력이 대단했다.

'최대로 깨닫고 시간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대단하구나."

어느새 난풍이 나타났다. 그녀는 마음속에 큰 파문이 일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고마워."

진남은 그녀에게 공수했다. 그는 도의를 얻게 된 건 난풍 덕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우리 골짜기 아래에 가보자."

진남은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골짜기에 도의가 가득해서 아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의가 사라져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는 왠지 골짜기 밑바닥에 많은 보물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삼도성이 아무 곳에서 칼을 휘둘러 도의를 남기지는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응."

난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가보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을 도와주려고 온 것이라 좋은 것은 전부 그에게 남겨주려고 했다.

슉!

두 사람은 몸을 날려 골짜기의 밑바닥에 내려왔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피더니 깜짝 놀랐다.

밑바닥에는 백 개나 되는 혈옥 영패가 붉은색 빛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독혈, 의지의 영향을 받은 영약들이 몇백 개나 되었다. 주변에 널려있는 보물 조각들 또한 몇백 개나 되었다.

"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 삼도성 선배님의 도의가 이렇게나 많은 보물을 지키고 있었다니……."

진남은 표정이 환해졌다. 그는 난풍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절반씩 가지자!"

난풍은 떨떠름해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는 난씨 가문의 명을 받고 너를 도우러 온 것이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혈옥 영패를 곁눈질했다.

'천기부조는 얼마나 귀한가? 수많은 인재와 영웅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혈옥 영패를 얻으면 천기도에 들어갈 수도 있고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네가 싫다면 나머지 반은 없애버리겠다!"

진남은 손을 휘두르더니 봉황시혼화를 불러냈다. 이 방법은 앞서 삼황자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난풍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녀는 진남을 말리며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래, 그럼 나는 혈옥 영패 쉰 개만 줘. 다른 건 필요 없어."

"그래."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혈옥 영패 오십 개를 난풍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혈옥 영패, 영약, 보물 조각을 챙겼다.

그의 체내에 있던 존자 정석은 굉음을 내며 영약들을 전부 삼켰다.

'영약들 덕분에 존자 칠 단계로 진급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진남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난풍에게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말을 마친 그는 허공을 넘어 일 리 밖으로 날아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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